파워풀한 성능을 갖춘 미니노트북이 속속 출시되고 있고, 인텔 아톰 프로세서는 미니노트북 성능 개선을 촉진시키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제한된 배터리 성능으로 인해 성장이 둔화됐던 UMPC 역시 기술 발전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휴대성을 강조한 모빌리티가 대세가 되면서 하드웨어에 내장되는 칩셋의 개발경쟁 역시 뜨거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PC 보급률 80%,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90%에 육박할 정도로 정보기술(IT) 강국이다. 웬만한 가정이라면 집에서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1인 1PC시대’도 잠시일 뿐 개인이 여러 대의 PC를 보유하는 ‘1인 2PC시대’가 본격 개막될 전망이다. 1인 2PC시대의 도래는 언제 어디서나 PC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조성과 관련이 있다. 실제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초고속인터넷, 무선 랜(와이파이) 등 무선 인터넷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우리나라는 유비쿼터스 환경이 갖춰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앞으로는 음성통화나 문자메시지(SMS)를 주고받는 대신 휴대기기를 통해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는 게 보편화 될 전망이다.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이메일을 확인하고 전자결재를 처리하는 것도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하드웨어의 종류도 속속 늘어나는 추세다.
4~7인치 화면의 울트라모바일PC(UMPC)과 7~10인치의 미니노트북은 새로운 PC 제품군을 형성하게 됐고, 노트북과 데스크톱 역시 더욱 진일보하고 있다. 미니노트북, UMPC 등으로 대표되는 휴대용 인터넷기기 시장은 2012년 1억대 규모에 달할 정도로 성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발전에는 칩셋 업체들의 최신 프로세서 개발도 한 몫하고 있다. 인텔, AMD 등은 전력 소모가 적은 프로세서를 내놓으며 PC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성능 대폭 향상된 미니노트북
노트북 PC의 경우 기존에 가장 작은 사이즈는 12인치였다. 하지만 최근 10인치 안팎의 미니노트북이 등장하면서 서브 개념으로 PC를 추가 구매하는 사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서브 개념의 PC는 파워풀한 성능을 갖추고 있기보다 인터넷에 접속해 간단한 업무를 처리하는 데 장점을 지닌다.
10인치 정도의 미니노트북은 아수스, MSI 등 대만 업체들이 신제품을 출시하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델 등의 업체들은 일단 시장 추이를 관망하는 중이다. 이들은 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되면 곧장 제품을 내놓겠다는 복안이다.
미니노트북은 저렴한 가격, 휴대하기 좋은 무게, 휴대기기 중 앞선 성능 등이 강점이다. 가격은 주로 60만원 수준에 형성돼 있어 일반 노트북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무게 역시 1kg 남짓이어서 휴대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한국HP 퍼스널시스템 그룹(PSG)의 김대환 이사는 “저렴하고 작은 크기에 뛰어난 성능을 갖춘 미니노트북은 모빌리티 환경에서도 완벽한 성능을 원하는 20~30대 젊은 층의 라이프스타일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수스의 Eee PC 901은 12GB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를 탑재했다. SSD는 메모리만으로 구성된 차세대 저장장치로 모바일 기기에 장착될 경우 기기의 안정성을 높여 주고 전력 소모를 최소화해 소음을 발생시키지 않는 특징이 있다.
10인치 LCD 화면의 Eee PC 1000H는 아톰 프로세서를 장착했으며 1GB 메모리, 80GB 하드디스크가 탑재돼 있다. 이들 제품은 6셀 배터리를 장착해 7~8시간가량 사용이 가능하다.
MSI코리아의 10인치 미니노트북 윈드(U100)는 인텔 아톰 CPU를 탑재했는데, 작고 가벼우면서 성능 역시 뛰어나다. 세이빙 백라이트 기술로 더욱 밝고 화사한 화면을 구현한다.
또한 키 사이의 간격을 17.5mm로 설정, 사용할 때 여러 개의 키가 동시에 눌리던 기존 작은 노트북의 불편을 없앴다. 한마디로 인체공학적인 키보드 설계인 셈이다.
윈도 XP 홈 에디션을 기본 OS로 채택하고 있으며, 80GB 대용량 하드디스크가 내장돼 있다. 이와 함께 웹캠이 내장돼 있어 어느 곳에서나 화상통신이 가능하며, 무선 랜을 지원해 외부에서도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8.9인치 화면의 HP 미니노트북 HP 2133미니는 풀사이즈 키보드의 92%에 해당하는 자판을 통해 사용의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또한 이동 및 사용중에 하드 드라이브 데이터를 확실히 보호할 수 있도록 3D 드라이브 가드가 탑재됐다.
이에 따라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모든 움직임을 감지해 시스템 소프트웨어에 알리고 하드 드라이브를 일시적으로 정지시키기 때문에 충격, 충돌, 낙하 등으로부터 노트북의 하드 드라이브를 보호할 수 있다. 무게도 1.19Kg에 불과하다.
인텔 아톰 프로세서의 등장
이처럼 미니노트북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인텔의 최신 프로세서인 아톰이 개발되면서부터다.
비아 칩셋이 장착된 HP의 모델을 제외한 아수스와 MSI의 제품은 모두 인텔 아톰 프로세서가 내장됐다. 인텔은 인터넷 사용을 위한 보급형 데스크톱 및 노트북을 위해 프로세서 중 크기가 제일 작은 아톰을 개발했다. 이는 이미 PC 보급이 포화상태에 다다른 선진시장에는 1인 2PC시대를, 신흥시장에서는 PC 보급 확대를 위한 수단이 된다. 인텔은 이 같은 제품들을 넷톱, 넷북으로 명명했다.
인텔의 아톰 프로세서는 ‘45나노 하이-k 메탈게이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트랜지스터가 내장돼 있다.
납과 할로겐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새로운 마이크로 플립 칩 패키지는 시스템 보드 면적을 더욱 얇고 작게 만들 수 있어 일반 노트북보다 약 60% 가량 크기를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전력에 최적화된 FSB를 통해 데이터를 프로세서로 전송하는데 필요한 전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는 성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전력 소모량을 크게 줄여 배터리 수명을 연장시킨다. 즉 저(低) 전력, 소형 패키지, 저(低) 발열 등을 이끌어 내 기본적인 인터넷 사용에 적합한 성능을 제공하는 PC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기본 기능에 충실한 데스크톱인 넷북에 들어가는 아톰 프로세서도 성능은 거의 동일하다.
따라서 PC업체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의 보급형 데스크톱을 내놓고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이 같은 제품들은 가격과 성능에서 거품을 빼고 모든 사용자에게 보편적으로 필요한 학습, 인터넷, 음악 감상, 영화감상, 기본적인 게임 등의 실속 있는 성능을 갖췄다.
삼보컴퓨터의 드림시스 LFTU는 일반 데스크톱에 비해 소비전력이 적어 장시간 사용할 때 보다 경제적이다. 발열 또한 적어 뛰어난 안정성을 갖췄다.
삼보컴퓨터의 국내 사업을 총괄하는 김종서 사장은 “이 제품군은 프리미엄 PC와는 다른 세컨드 PC로 신규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주연테크도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한 실속형 데스크톱을 내놓았다. 이 제품 역시 소비전력 및 발열이 적어 장시간 사용할 때에도 안정성이 높고 경제적이다. 문서작업 및 인터넷 서핑 등을 주로 하는데 활용하기 좋다. 1GB 메모리, 80GB HDD 등이 탑재됐으며, 본체 가격이 39만9,000원으로 아주 저렴하다.
가능성 충분한 UMPC 시장
사실 1인 2PC시대를 연 출발점은 UMPC라고 봐도 무방하다. 4~7인치 크기로 휴대성이 강점인 UMPC는 2006년부터 제품이 출시됐지만 아직 채 시장이 개화되지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키보드가 없어 사용성이 떨어지는 점, 그리고 제한된 배터리 성능으로 인한 제약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을 통해 점차 이 같은 문제점들은 해결되고 있다. 최초 1~2시간에 불과했던 배터리 시간은 6~7시간으로 늘어났고, 가격 역시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 와이브레인, 라온디지털 등 중소업체들의 제품은 30만~60만원 수준의 가격이어서 구입하는데 부담이 덜하다.
와이브레인이 선보인 30만원대 UMPC B1은 SSD를 탑재, 기존 UMPC의 단점으로 지적된 짧은 배터리 시간과 발열 등의 문제를 해결했다. SSD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를 탑재할 때보다 배터리 사용시간이 30분~1시간 늘어나고 표면 온도 역시 2~3도 낮아진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내놓은 2세대 UMPC Q1 울트라는 윈도 비스타 홈 프리미엄 운영체제(OS)에 배터리 사용시간과 LCD 해상도를 개선하고 쉬운 문자입력을 위한 키패드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UMPC의 사용 환경에 최적화된 저 전력 설계로 기본 배터리 사용시간이 4시간 30분, 확장 배터리는 8시간 30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7인치 저 전력 발광다이오드(LED) 방식의 LCD를 채용해 1024x600(WSVGA)의 해상도로 웹페이지를 좌우로 스크롤하지 않아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쿼티(QWERTY) 키패드를 통해 양손으로 쉽게 조작할 수 있게 했으며, 초고속이동통신(HSDPA)과 휴대인터넷이 내장돼 어디서나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컴퓨터시스템사업부의 김헌수 부사장은 “UMPC는 PC시장에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으며 시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 출시를 목표로 3세대 UMPC인 Q1 울트라 프리미엄을 준비 중이다. 이 제품은 CPU 제조업체인 인텔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존의 UMPC 전용 CPU가 아닌 인텔의 코어 솔로 U1500(1.33GHz)을 채용해 일반 노트북 PC 수준의 획기적인 성능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윈도 XP 태블릿 에디션 운영체제를 탑재했으며, 배터리 시간과 쉬운 입력방식의 키패드 적용을 통한 사용성도 기존 제품에 비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칩셋 경쟁도 치열
노트북 판매량은 이미 데스크톱을 추월했다. 휴대성을 강조한 모빌리티가 대세가 되면서 하드웨어에 내장되는 칩셋 개발 경쟁 역시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인텔은 일반 PC시장의 지배력을 모바일기기로 전이 시키겠다는 야심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인텔은 실속형 노트북과 데스크톱을 위한 아톰 프로세서를 개발했으며, 최근에는 기존 노트북용 프로세서인 인텔 센트리노2(코드명 몬테비나)도 발표했다.
센트리노2는 45나노 제조 공정을 기반으로 한 듀얼 코어 프로세서로 고해상도 비디오를 한 번의 충전으로 감상할 수 있는 배터리 수명을 지원한다.
또한 절전 기능을 강화시키기 위해 노트북이 대기 상태일 때 코어 클록 및 캐시 메모리와 같은 프로세싱 부품들의 동작을 정지시키는 딥 파워다운 기술도 적용됐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PC업체들도 최근 센트리노2 탑재 노트북을 일제히 출시했다.
AMD도 HD 비쥬얼 성능과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차세대 노트북 플랫폼 퓨마를 발표하며 인텔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엔비디아 역시 휴대용 인터넷기기를 위한 테그라(Tegra) 프로세서 제품군을 선보였다. 테그라는 미화 10센트 동전보다 크기가 작다.
휴대용 기기의 경우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사용량이 높기 때문에 칩셋 업체들은 그래픽 환경을 개선하고 전력 소모량을 줄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황정원 서울경제 기자 garde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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