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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영해를 지키는 우주의 파수꾼

[우주강국 실현의 또 다른 지표 인공위성] 2 해양 탑재체 활용

세계 최초의 정지궤도 해양관측위성 '천리안'의 발사 성공은 선진 위성 개발국들도 예견치 못한 대한민국의 쾌거다. 사실 국내에서는 나로호가 전 국민적 관심을 받았지만 해외의 경우 나로호나 천리안 위성 자체 보다는 천리안 위성에 실린 정지관측 해양탑재체(GOCI)가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그만큼 정지궤도 해양관측위성은 지금까지의 해양관측위성 개념에서 탈피한 획기적인 위성이라 할 수 있다.

정지궤도 해양관측위성의 가치

정지궤도 해양관측 탑재체의 개발 아이디어는 지난 1998년 처음 대두됐다. 당시 미 항공우주국(NASA)과 미국 해양대기관리처(NOAA)가 SEI로 명명된 총예산 400억원 규모의 정지 해양관측위성 개발 연구를 추진한 것. 이 프로젝트는 결국 현실화되지 못하고 좌초됐지만 당초 두 기관은 2003년까지 위성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한국해양연구원이 지난 1999년 이와 동일한 기획연구를 수행했다는 점에서 우리보다 1년 가량 앞서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현재 해양관측위성의 최일선에는 NOAA에서 개발한 해수면 온도관측위성(AVHRR)이 있다.

NASA가 님버스-7 기상위성에 탑재한 해양환경위성 (CZCS)과 미국의 종합해양관측위성 시샛(Seasat)도 선두권에 속하는 대표적 해양관측위성이다. 하지만 미국의 지구관측위성들은 모두 남극과 북극을 통과하는 극궤도를 지나고 있다. 정지궤도는 관측영역을 최대치로 넓혀도 전 지구 표면의 3분의 1 정도만 관측할 수 있는 반면 극궤도에서는 전 지구의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공위성 분야의 후발주자에 속하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정지궤도 해양관측위성 발사국이 된 것도 NASA가 전 지구적 관측을 인공위성의 기본 요구사항으로 삼고 있는 것과 큰 관련이 있다.

그런데 천리안의 성공적 발사를 놓고 몇몇 사람들은 '세계 최초라는데 혹시 기술적 문제는 없을까'하는 의구심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지위성은 이미 기상관측에 활용되고 있는 위성으로서 기술적 문제는 없다. 주 관측 대상이 구름이고 공간 해상도가 매우 떨어진다는 점이 일 부 한계로 지적되고 있는 정도다.

또한 정지궤도는 극궤도보다 약 50배 먼 거리에서 관측이 이뤄지는 탓에 동일한 관측임무를 맡게 되면 정지궤도 위성의 광학적 성능이 훨씬 고사양이어야 하는데 이 역시 현재의 기술로 보면 그리 어려운 수준의 기술은 아니다. 기술적으로 정지위성보다 더 어려운 육상 고해상도 관측위성 이 전송하는 고품질의 영상이 그 증거다.

정지궤도 vs 극궤도

결국 천리안은 정지궤도에 올려진 첫번째 해양위성일뿐 관련기술은 이미 상용화되고 검증된 것들이다. 단적으로 NASA와 유럽우주기구(ESA)가 GOCI의 관측 자료를 수신하는 해양연의 해양위성센터와 협력추진 의사를 밝힌 것만 봐도 그 가치와 효용성을 확인할 수 있다. 천리안은 충분히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을 만하며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해양위성으로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는 얘기다.

천리안의 장점은 꽤 많다. 먼저 정지궤도 위성으로서 관측 지역이 제한적인 반면 한반도를 집중적으로 촬영할 수 있다. 극궤도 위성은 하루 1회 정도만 촬영이 가능하지만 천리안은 하루에만 8회의 촬영을 할 수 있다.

또한 정지궤도 위성의 영상은 대부분 구름이 덮여 있는 채로 촬영돼 1년 내내 얻은 자료 중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영상은 40개 미만이다. 하지만 천리안은 8회 촬영 중 구름이 빗겨간 영상을 합치는 방법으로 비교적 깨끗한 영상을 확보할 수 있다. 그만큼 자료로서 이용가치가 높은 영상의 숫자가 많아지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 주변 해역은 주석현상으로 인해 해양의 단기 변동이 매우 크다. 극궤도에서의 하루 1회 촬영으로는 미세한 해양변동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 그러나 8회나 촬영하는 천리안은 다르다. 때문에 연구자들은 GOCI가 전송해 줄 데이터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담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이점으로 인해 해외 선진국들도 정지궤도 해양 관측위성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재는 미국과 프랑스가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미국은 GEO-CAPE라는 정지 위성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으며 프랑스는 OCAPI라는 프로젝트 이용자 그룹에서 ESA에 관련 위성 개발을 제안 한 상태다.

또한 프랑스 우주연구센터(CNES)는 천리안의 GOCI를 상당부분 벤치마킹하고 있으며 한국해양연구원도 주기적 미팅을 갖고 있다. 그 외에도 인도, 중국, 브라질 등의 국가들이 정지궤도 해양관측위성에 관심을 갖고 개발을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양 이변 예보로 피해 저감

그렇다면 정지궤도 해양관측위성은 우리에게 어떠한 활용성이 있을까. 위성을 이용해 해양환경을 감시하면 바다에서 발생한 재해·재난의 피해를 저감하여 우리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 할 수 있다. 위성이 보내온 정보를 통해 장·단기적으로 해양 이변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남해에서 적조 발생 징후를 사전에 탐지함으로써 적조가 어장 근처에 도달하기 전에 어민들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게 할 수 있다. 양쯔강 하구에서 대량 유출된 탁수(濁水, 육상담수)의 이동과 관련한 위성 정보의 경우에도 연근해 양식업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된다.

또한 최근 동중국해에서는 대량의 녹조가 발생, 제주도 연안까지 도달하면서 피해를 입힌 바 있다. 인공위성은 이러한 해양이변의 정보를 파악하는 최고의 도구가 된다. 쓰나미와 같은 바다 재앙도 조건만 맞는다면 감지 및 예보가 가능하다. 이 점에서 GOCI는 대한민국의 영해를 지키는 우주의 파수꾼이라 불러도 무방한 셈이다.

사실 국토해양부는 10년 전부터 국가해양관측시스템 망을 구축해 왔다. 한반도 주변에 해양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 해양이변을 실시간 관측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한반도 주변의 모든 지점에서 자료를 얻을 수 없다. 모든 영해를 동시 관측할 수 있는 것은 위성 밖에 없다.

즉 기존의 해양 관측용 부이, 선박, 관측탑 등과 함께 인공위성을 운용한다면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GOCI가 탑재된 천리안이 본격 가동되면 바야흐로 완벽한 해양영토관리 감시망 구축이 완성되는 것이다.

어민에게 어장 정보도 제공

특히 GOCI는 해수의 색상 변화로부터 해수 중의 플랑크톤과 같은 미생물의 양을 추정할 수 있는 이른바 '해색(海色) 위성'이다. 이러한 미생물은 어류의 먹이가 되기 때문에 GOCI가 확보한 정보에 해수 온도, 어민들의 경험 등이 더해지면 매우 유용한 어장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정보는 어민들의 어로비용 감소는 물론 정부의 어장관리 효율성 증대에도 큰 효용성을 발휘하게 된다. 이외에도 GOCI는 해양위성이지만 식생 분포나 황사 정보, 홍수, 폭설 등에 이르는 다양한 육상 및 대기 정보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는 이번 천리안 위성을 개발하며 우리나라의 위성개발 정책에서 독자적인 기술개발과 확보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 기술 확보의 대상이 100% 성공해야만 하는 실용위성을 대상으로 삼다 보니 연구자들의 운신의 폭이 너무 좁다는 점은 문제로 느껴졌다. 이는 실질적인 기술 확보의 어려움으로 나타났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도전보다는 가급적 쉽고 안전 한 방향으로 위성개발을 추진하려는 경향도 발현됐다.

때문에 이제는 선진국의 도움 없이 우리의 독자적 기술만으로 위성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시행돼야 하며 여기에는 실패에 대한 국가의 이해가 필요하다. 언제까지 해외 우주개발 선진국들의 도움을 기대할 수는 없는 만큼 과감한 시험 위성 독자개발 사업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부품 한 개라도 스스로 원천기술을 개발하려는 중국이나 인도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시작은 느리겠지만 그 길이 바로 정도(正道)다.






글_안유환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위성센터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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