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에는 방의 온도를 낮춰주고 쌀쌀한 저녁에는 온기를 발산하는 벽재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것도 사용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벽재 스스로 이렇게 한다면?
이처럼 신통방통한 벽재가 실제로 있다. 미국 석고보드 제조업체인 내셔널 집섬이 개발한 건식 석고보드 벽재 시제품 '서멀 코어(Thermal Core)'가 그것이다. 이 존재를 확인한 파퓰러사이언스의 사진기자 존 B. 카넷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직사광선에 잘 노출되는 면적 27 ㎡의 방 외벽에 서멀 코어를 설치, 냉·난방 비용 절감에 나섰다.
일반적인 건식 벽체는 건물의 보(beam)를 감싸 매끄러운 외벽을 만들고, 절연 및 방화 효과를 제공한다. 대개 2장의 종이 또는 유리 섬유패널 사이에 석고를 채워 넣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하지만 서멀 코어는 외관만 비슷할 뿐 내부는 전혀 다르다. '마이크로널(Micronal)'이라는 캡슐들이 석고 사이사이에 꽉 채워져 있다. 캡슐에는 파라핀 왁스가 들어있는데 주변 온도가 한낮의 열기로 22℃ 이상 상승하면 천천히 녹으면서 액체로 변한다. 이 과정에서 흡열반응이 일어나 방의 기온을 낮추는 것. 이는 얼음물 속의 얼음이 녹으면서 물을 차갑게 만드는 이치와 같다.
반대로 밤이 되어 기온이 22℃ 이하로 내려가면 다시 굳으면서 발열 반응을 일으켜 보온효과를 제공한다. 안타까운 점은 현재까지 내셔널 집섬에서 서멀 코어의 상용화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요에 대한 불안감 탓이다.
파퓰러사이언스도 기온과 계절의 변화, 지역별 기후 차이에 따라 왁스의 양을 어떻게 조절 해야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내셔널 집섬의 실험대상으로서 서멀 코어를 제공받았다. 이와 관련 이 회사는 습도가 높은 곳은 기온이 낮은 곳보다 더 많은 캡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물: 면적 315㎡, 침실 4개의 현대식 주택
위치: 미국 뉴욕주 그린위치
프로젝트: 27㎡ 면적의 상변화(相變化) 건식벽체 설치
소요기간: 1일
환경적 장점: 냉난방 에너지 절감
상변화 건식벽체의 원리
낮
서멀 코어 벽재 내부에는 파라핀 왁스가 함유된 미세한 캡슐들이 다량 들어있다. 이 왁스는 22℃ 이상의 온도에서 녹기 시작하는데 이 때 주변의 열을 흡수, 방을 시원하게 해준다.
밤
주변 온도가 22℃ 이하로 떨어지면 녹았던 파라핀 왁스가 다시 굳는다. 이때는 캡슐에서 열이 발산되기 때문에 방에 온기가 전달된다.
집을 망치는 건축자재
인체에 유해한 황산을 집안에 퍼뜨릴 수도 있는 건식 벽체를 주의하자
모든 건식벽체가 서멀 코어처럼 친환경적이지는 않다. 사실 개중에는 인체에 매우 유해한 제품도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미국 소비자제품안전관리위원회(USCPSC)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4년간 중국기업 10개사가 황(S)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미국 내 주택건축에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USCPSC에서만 3,300여건의 황 함유 건식벽체 신고를 받았다. 이는 당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로 대대적인 신규 건축 붐이 일면서 건식벽체의 수급불균형이 유발되자 건설업체들이 새 공급자를 찾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이었다.
전문가들은 덥고 습한 기후에서 이 건식벽체를 쓰면 황 화합물이 배출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황 화합물이 대기 중의 습기와 반응하면 황산이 되는데 집안에 스며들 경우 금속을 부식시키고 전자제품 배선, 에어컨디셔너 코일, 화재경보기, TV 등을 고장 낼 수 있다. 사람에게는 천식을 악화시키고 코피, 두통, 어지러움을 일으킨다.
때문에 거주자들은 다른 집으로 이사하거나 큰돈을 들여 개조 공사를 해야 한다. 만일 집에 황 함유 건식벽체가 쓰였는지 의심이 든다면 구리판을 통해 테스트할 수 있다. 집안에 둔 구리판이 2주 내에 검게 변한다면 황산 오염의 증거다.
USCPSC의 알렉산더 필립 대변인은 이와 관련 "황산 오염은 건식 벽체 말고도 지하수나 하수도에서 역류한 가스 등이 원인일 수도 있다"며 "정확한 오염원을 찾기 위해서는 전문가를 고용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황산 건식벽체 제조사는 cpsc.gov/info/drywall에 공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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