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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외로움 떨치려면 미움 받을 용기 가져라

/출처=이미지투데이




거울 속에 보이는 아름다운 내 모습 나 조차 눈을 뗄 수 없어/세상 어떤 예쁜 꽃들이 나보다 더 고울까 난 정말 완벽한 여자예요/때로는 날 보는 여자들의 질투어린 시선이/여리고 순수한 내 마음을 아프게도 하지만 누가 누가 알아줄까 오 혼자라는 외로움을... - 노래 ‘공주는 외로워’ 中

한국인은 외로움의 종족이다. 한국인에게 외로움은 단순한 슬픔과 서정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고독함을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절대 명제 또는 철학으로 끌어올리는 묘한 재주가 있다. 외로워서 죽기도 하고, 정호승 시인의 이야기처럼 외로우니까 사람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을 꼽으라면 누굴 언급할 수 있을까. 나는 서슴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을 이야기하려 한다. 사회현상과 사주를 매칭시켜 연구하는 어느 학자에게 물어봤다. 박 대통령의 진짜 성격이 어떤 거 같냐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뗏목과 같으니, 일평생 외로운 사주다.’ 그는 또 이렇게도 덧붙였다. ‘대통령의 말이 어색하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 굉장히 명석한 사주다. 그렇지만 그 두뇌를 쓰지 않고 있다’ 이 세상에 내 마음을 몰라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 답답한 가슴을 어루만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봉황의 뜻을 뭇 새들이 알까 싶은 마음이라면 그 고독함은 더하지 않을까.

요즘 박근혜 대통령은 밤에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이제는 고독함을 넘어서서 위기감을 느끼는 시점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만들어 낸 새누리당은 이전의 한나라당과는 확연히 다른 정당이다. 박 대통령은 민정, 민주 등 다양한 유형의 출생 배경을 지닌 정치인들이 범람하던 한나라당을 해체하고, 19대 총선을 계기로 자기 특유의 새누리당을 창조해 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친박 초선 의원들이다. 그러나 이 선택에는 희생이 따랐다. 정치인 박근혜가 대통령 박근혜가 되면서 그에게 직언을 하는 사람들은 매섭고 강렬한 레이저 눈빛을 받으며 떠밀려 나갔다. 그렇게 근 3년 운영해 온 정권이 이제는 뿌리부터 흔들리는 조짐이 보인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말대로 대통령에게 표를 주었던 1,500만 인구 가운데 780만 명의 표가 멀리 달아나 버렸다.



원내 제 2당으로 추락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했던 것은 치명적인 외로움에 사로잡힌 박 대통령의 마음을 어루만지려고 과잉 배려를 했던 ‘진실한 친박’들의 발호가 컸다. 배려까지만 하면 큰 문제가 안됐을 지 모르겠다. 박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 했던 그들은 억울하게 쫓겨난 무소속들을 찍으면 야당을 밀어주는 거라느니, 꼴 보기 싫어도 우리 편에게 표를 주라느니 하는 ‘저주의 굿판’을 벌였다. 대통령이 십 수년 쌓아 온 정치적 자산을 까먹는 데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정치인들이 늘어갈수록, 국민들은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리는 마이너스 방정식이 적용됐다. 측근들이 그를 연모한다고 강변할수록 그가 더 외로워졌다.

나는 대통령이 독단적이어서 여기까지 왔다고 힘주어 말하지는 않으려 한다. 차라리 중요한 순간에 제대로 카리스마적 의사결정을 했더라면 상황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테니까. 보기에는 예뻐도 독이 되는 지지 세력을 구조조정할 만큼의 혜안이 있었다면 국민들이 ‘친박’이란 단어에 이렇게까지 등을 돌렸을까 싶다.

박 대통령을 외로운 것은 그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측근들이 그에게 직언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만든 것은 바로 박대통령 자신이다. 애먼 데서 터지는 감정 토로와 외부 환경 탓은 더더욱 그를 자제력이 부족한 리더로 만들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건 ‘미움 받을 용기’다. 내가 기억하는 정치인 박근혜는 미움받을 용기를 가진 사람이었다. 야당 같은 여당 지도자였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면 돌파했다. 그런 강인한 모습과 자세에 박수를 보내고 의지해 왔던 이들이 보수 진영 내에 정말 많았다. 이제 그에게는 진짜 자기 문제를 알고 해결하기 위해 내부로부터 미움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카운트다운을 시작하면 그때는 너무 늦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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