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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잘못 넣었다고 검찰 기소…法 "처벌 안돼" 제동

"공무원 기망 행위 없었다면 형벌은 지나쳐"

공무원이 받아줘서는 안 될 민원을 실수로 받아줘 제3자가 피해를 봤어도 잘못된 민원을 제기한 사람을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2단독 이현복 부장판사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59)씨에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강릉에 사는 A씨는 자신의 가족이 소유한 대지 일부에 걸쳐 주택을 짓고 사는 B씨를 땅에서 몰아내고 싶었다. A씨는 2011년 B씨를 상대로 건물철거 소송을 제기해 “B씨는 주택을 철거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이듬해 주택을 철거할 수 있는 대체집행 결정도 받았다.

하지만 B씨 주택이 A씨의 땅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은 12평에 불과했고 집 일부만 철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때문에 A씨는 실제로 주택 철거를 실행하지는 못했다. 그러던 차에 지난해 A씨는 강릉시청에서 ‘슬레이트 지붕 철거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이용해 B씨를 자신의 땅에서 내몰기로 했다. 시청에 법원의 대체집행 결정문을 보내면서 “B씨 주택 지붕 ‘전체’를 철거해달라”고 민원을 넣은 것. A씨는 B씨 주택의 일부만 철거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전체를 철거해달라는 민원은 부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시청의 담당 공무원은 이런 사실을 미처 모르고 A씨의 신청을 받아줬다. 이후 지붕 철거가 진행돼 B씨는 집 안에 있던 가전제품이 훼손되는 등 수천만원의 피해를 보았다.

검찰은 “잘못된 민원을 제기해 B씨 소유의 재물을 망가뜨렸다”며 A씨를 재물손괴죄로 재판에 넘겼다. A씨가 직접 B씨의 집을 부순 건 아니지만 공무원으로 하여금 그런 행위를 유발했기 때문에 재물손괴의 ‘간접정범’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과 판단을 달리했다. 이 부장판사는 “A씨가 요건이 안 되는 민원을 신청한 것은 맞지만 민원서류를 조작하는 등 공무원을 기망한 사실은 없다”며 “범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처벌까지 하는 건 지나치다”고 밝혔다. 이어 “A씨를 처벌할 경우 공무원의 단순 실수로 민원을 잘못 받아준 경우 민원을 제기한 사람을 전부 처벌해야 하는 불합리한 일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민원 한 번 잘못 제기한 죄로 졸지에 형사 처벌 위기에 몰렸던 법원 판결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다만 검찰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해 한 번 더 법원 판단을 거쳐야 한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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