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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브렉시트와 한반도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장
미국-서유럽 동맹구조 흔들
동아시아 미·중 경쟁 변수로
한국 安美經中 전략 힘들어져

  • 2016-07-06 11:06:57
  • 사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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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한반도, 김흥규, 아주대



혼돈의 시기가 다가온다. 영국 투표자 과반수는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를 지지했다. 수많은 전쟁과 반목, 민족국가의 한계를 넘어 공동의 가치와 제도로 유럽을 하나로 묶으려 한 지난한 노력은 중대한 시련의 시기에 직면했다. 그리고 결과는 생각보다 엄중할 수 있다. 아마도 브렉시트를 추진한 영국 정치인들도, 이에 찬성한 지지자들도 기존의 국제 정치 질서와 자신들의 삶에 이 결정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결과를 충분히 생각해보지는 못했을 것 같다.

브렉시트로 현 국제 질서를 유지해온 미국과 서구 유럽의 동맹구조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그간 미국의 헤게모니는 서구 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유지돼왔고 그 핵심에는 영미 동맹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도전에 응전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제도 이러한 미국과 서구 유럽의 동맹구조가 있기에 가능했다. EU에서 미국의 입장을 대변해주던 영국의 탈퇴는 미국의 EU 내 영향력을 급속히 약화시킬 수 있다. 영국과 EU 간 탈퇴 협상에서 양측은 깊은 내상을 입을지도 모른다. 영국이 부재한 EU에서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지도국들은 미국에 그리 고분고분하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의 대외정책은 전통적으로 대미 독립적이고 독일은 발 빠르게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러시아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유럽 군사조직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약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야기된 대러시아 연합 제재 전선도 예전만 같지 않을 것이다. 세계 금융의 주요 중심국 중 하나였던 영국의 위상은 크게 흔들릴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달 들어 이미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세계적 지도력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 강화되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 간 전략 경쟁과 갈등의 강화 추세에 브렉시트라는 새로운 변수가 추가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했다. 그러나 차기 미국 정부에서 힐러리 클린턴이나 도널드 트럼프 모두 TPP 체결에는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역내 외교안보 협력의 경제적 기반이 시작도 하기 전에 크게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호무역주의적인 색채가 강화되는 국내 정치적 고려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은 아태로의 재균형 전략보다 당장 큰불이 난 서유럽으로의 회귀가 더 시급해졌다. 아태 지역은 이제 새로운 권력 공백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중국은 아마도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 적어도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질서 형성에 박차를 가하려 할 것이다. 북한은 핵을 개발할 더욱 자유로운 공간과 시간을 벌게 될 것이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의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은 더 이상 추진할 수 없을 것이다. 안보와 경제 문제는 이미 밀접히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미중 전략 경쟁이 강화하고 미국이 애틀랜타로 회귀하는 상황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도입하면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투자사업에서 한국의 지분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 중심의 현 대북 제재 체제를 강화하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다. 이를 추진하려는 한국의 외교비용은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한중 관계는 내상을 입고 있고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할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미중 전략 경쟁의 구도를 넘어서 남북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상황을 주도할 역량을 갖추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래저래 진퇴양난이다. 이번 브렉시트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역사는 참으로 의도하지 않은 우연적인 사건들에 의해 너무나 중요한 상황들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역사가 반드시 진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 보면 한국, 남북 관계, 한반도의 운명도 그리 낙관할 일은 아니라는 점을 이 시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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