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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in이슈] 1,073일만에 인양된 세월호, 지지부진했던 3년의 기록

1,073일 만에 처참한 모습으로 돌아온 세월호./연합뉴스




2014년 4월 16일. 전날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청해진해운 소속)가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이 생존했고, 300여 명이 넘는 사망ㆍ실종자가 발생했다. 실종자 9명은 시신도 찾을 수 없을 만큼 참혹한 대재난이었다.

그로부터 1.073일이 지나고 온 국민의 눈물과 희생자들의 아픔을 지닌 세월호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누렇게 녹슬고 부식이 된 세월호 앞에서 유가족들은 할 말을 잃고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유가족 중 한 명은 “이렇게 쉽게 인양할 것을 왜 3년이나 시간을 끌었냐”며 울분을 쏟아내기도 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지부진하며 끌어온 세월호 인양 문제. 무엇이 세월호를 3년 동안 바다 밑에 잠들게 했을까?

◇침몰 직후부터 나오기 시작한 세월호 인양 이야기

참사 직후 정부는 해난 구조업체 ‘마린 인더스트리(언딘)’에 세월호 선체 인양을 맡기려고 했다. 이미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과 실종자 수색 및 인양 계약을 체결했던 언딘에게 힘을 실어주려 한 것. 하지만 해양경찰과의 특혜 의혹이 불거지며 인양 작업에서 빠지게 된다.

이후 정부는 국내 업체 중에서 세월호를 인양할 만한 업체가 없다고 판단하고 해외업체들에게 인양을 위한 제안서를 제출해달라고 비공식적으로 통보했다.

이와 동시에 정부에서 예측한 인양 일정도 연장된다. 당초 2개월이면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정부는 “30∼40m에 달하는 사고해역 수심 등을 고려할 때 최소 3∼6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들쑥날쑥’ 인양 일정, 6개월에서 1년으로

2014년 6월 정진후 전 정의당 의원은 해양수산부에서 제출받은 인양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는 해수부가 세월호 침몰 사고 보름째인 4월30일부터 선체 인양을 준비해왔고, 닷새 뒤 영국 해양구난 컨설팅 업체 ‘티엠시 해양’과 인양 자문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는 업체들의 제안서를 바탕으로 인양에 최장 386일, 비용은 최대 1,080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해양 수색 종료, 인양 여부 둘러싸고 ‘논란’

2014년 11월 11일을 기해 세월호 참사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이 종료됐다. 정부는 미귀가자 9명을 남겨둔 상태에서 세월호 수색작업 종료를 선언했다. 당시 문해남 해수부 해양정책실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빠르면 (인양이) 1년 정도 걸린다고 전문가들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비용도 전문가를 인용해 “대략 1,000억 원 이상 들지 않겠나 추정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 수색이 종료되고 현실적인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세월호를 인양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인양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진태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세월호 인양에 대해 “비용이 너무 든다”며 페이스북에 반대 주장을 올렸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인양하지 않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김 의원의 논리에 슬픔에 잠겨 있던 국민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김 의원 뿐 아니라 극우보수 단체들은 SNS를 통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은 6억원을 받았다”는 등의 가짜 뉴스를 유포하기도 했다.

◇현실적인 계획 없이 흘러갔던 2015년



2015년 1월 ‘세월호 선체처리 관련 기술검토 TF’이 만들어지며 세월호 참사 현장 조사가 이뤄졌다. 민간전문가 중심으로 선체 처리에 대한 기술 검토도 동시에 진행됐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세월호 인양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해수부는 “정부에서 지난해(2014년) 11월 11일 발표한 대로 ‘선체처리는 해역여건, 선체상태 등에 대한 기술적 검토와 실종자 가족·전문가 등의 의견수렴 및 공론화 과정을 거쳐 중대본(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에서 결정하겠다’는 당초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는 원론적인 답만 내놓을 뿐이었다.

사고 1주기 무렵인 그해 4월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세월호 인양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해 4월 22일, 유기준 해수부 장관이 직접 “세월호를 인양하겠다”고 나섰다. 해수부는 “인양업체를 선정하고 설계에 들어가면, 대략 9월 말에서 10월 정도가 돼야 실제 수중 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며 “적어도 1년에서 1년 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장관이 나서 세월호 인양을 발표했지만 기술 검토만 4개월이 걸렸을 정도로 정부는 지나치게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수부 장관이었던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인양을 할 수 있다”며 상당 수의 국민이 인양을 반대하고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당시 인양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우위를 점했던 여론조사와는 상반되는 견해였다.

또 다른 정확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태도가 세월호 인양 지연의 유력한 배경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해 12월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세월호 인양 - 시신인양(x) 정부 책임’이라고 업무지시한 내용이 故 김영한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통해 공개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선체 인양을 고의로 늦추고 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2015년 7월, 상하이 샐비지가 세월호 인양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연합뉴스


◇유가족들의 기다림 무너뜨린 ‘선체 인양 방식’ 변경

2015년 7월 상하이샐비지가 세월호 인양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해수부는 상하이샐비지로 하여금 1년 후인 2016년 7월까지 인양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유가족들은 정부의 호언장담을 믿었다. 그렇게 약속의 7월이 왔지만 해수부는 8월, 9월로 인양 일정을 연기했다. 9월이 되자 ‘선미 리프팅빔 설치 공정이 당초 완료 목표일이던 8월 말을 넘겨 한 달 넘게 지연되고 있다’며 일정을 한 달 뒤로 또 연기했다.

심지어 9월에는 기술 TF의 보고서가 예측한 위험요인들이 현실로 나타나 선체 인양 방식을 해양 크레인을 활용해 인양하는 ‘플로팅 독’ 방식에서 이미 2014년 4월에 결정됐던 두 대의 바지선을 이용한 이른바 ‘텐덤 리프팅’방식으로 바꾸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회도 세월호 인양이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올해 초 국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자 해수부와 상하이샐비지는 세 가지 지연 이유를 들었다. 첫 번째 이유는 ‘잔존유 회수’다. 상하이샐비지 측은 선체를 인양하는 과정에서 배 안에 남아 있는 기름을 제거하는 필수적인 단계인 ‘잔존유 회수’를 위해 작업을 진행하던 중 해수부 자료보다 잔존유가 많아 제거하는 데만 한 달 가까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부력 형성’ 문제다. 상하이샐비지 측은 세월호 뱃머리를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공기탱크로 선체를 띄우는 부력을 만들면, 선체 무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준비한 부력재가 부족해 추가로 설치하는 데 한 달 가량의 시간이 더 들었다는 것이 상하이샐비지 측의 설명이다. 세 번째 문제는 ‘지형’. 세월호 선미가 위치한 지형이 단단한 퇴적층이라 땅을 파서 선미를 들어 올릴 시설 설치에 5개월이 추가로 필요했다는 것이다. 상하이샐비지의 설명대로라면 세월호 인양을 위해 기초 자료를 제공해야 할 해수부의 자료 조사 자체가 부실했고, 성공적 인양을 위해 여러 변수를 고려했어야 할 책임 업체 상하이 샐비지의 준비 작업이 미흡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결국 정부와 인양 업체 간의 불협화음과 준비 부족이 인양을 3년이나 끌고 왔던 주된 원인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침몰 1,073일째에서야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가 23일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수면위 6m까지(14시 현재)인양되고 있다. /진도=사진공동취재단


◇돌고 돌아 드디어 들어 올려진 세월호

2016년 11월 해수부는 “연내에는 사전 작업만 하고, 선미들기는 내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공식적으로 인양을 한 해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동절기로 접어들면서 기상 악화 등의 인양 여건이 충분치 않다는 논리였다.

그렇게 겨울이 왔고, 세월호 인양은 해를 넘겨 2017년 3월에서야 이뤄지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인양이 이뤄졌고 바다 밑에 있던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여전히 차일피일 인양을 미루던 해수부와 상하이샐비지의 행동에 대한 의문은 지워지지 않았다. 선체 인양이 연기된 사유는 사전에 충분히 예측 가능한 문제였지만 해수부와 상하이 샐비지는 이에 대처하지 못하고 이를 핑계로 인양 기일을 미뤄왔다. 또 입찰 과정에서 고배를 마신 기술 평가 1위 업체의 인양 방식이 본 인양에 고스란히 적용된 상황에서 왜 해수부의 선택이 상하이샐비지였어야 했는지 당위성에 대한 질문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시도한 ‘텐덤 리프팅’방식은 날씨의 문제를 고려해도 그렇게 인양이 오래 걸릴 만한 조건이 아니었다”며 “인양이 모두 마무리 된 후, 공개되는 과정을 보면 정부와 상하이샐비지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인양 작업에 나섰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종호기자 정수현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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