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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통해 세상읽기] 세사변이행도이(世事變而行道異)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관료에 의해 운영되는 현대 국가

4차 산업혁명 등 변화 선도 못해

시대 전환기 효율적인 대응 이끌

의사결정 방식·전략 공론화 필요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사람은 이성에 따라 판단하는 동물이다. 이성은 사람을 동물과 구별 짓는 중요한 요소다. 이성으로 인해 사람은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나날이 편리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설계할 수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IoT)의 덕택으로 개별적으로 관리되던 생활에서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초연결성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오늘날 이 시점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산업사회의 변화를 4차 산업혁명으로 부르고 있다. 즉 지금의 변화가 불편한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단계를 넘어서 근본적인 전환을 나타낸다고 보고 있다. 산업의 전환은 인간의 생활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람은 시대 변화에 대응해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변화의 요구를 받게 된다.

사람이 변화 요구를 받게 되면 두 가지 양상을 보인다. 하나는 전환의 가치를 깎아내리면서 이전 관행을 그대로 고수하려고 하는 것이다. 사고의 폐쇄회로에 갇혀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때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기보다 습관적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전환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하는 것이다. 사고가 새로운 변화를 수용해 폐쇄회로에서 개방회로로의 확장을 시도하게 된다.

춘추전국시대의 상앙도 귀족 중심 사회에서 전문가가 존중받는 사회로 바뀌는 시대의 변화를 읽어냈다. 사회가 더 이상 세습 신분만으로는 변화에 대응할 수 없으므로 개별 분야에서 다양한 능력을 가진 전문가를 우대해야 했던 것이다. 이에 상앙은 사회를 움직이는 시스템이 바뀌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세사변이행도이·世事變而行道異)고 주장했다. 상앙은 단순히 세상이 바뀌면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 아니다. 그는 자기 이전 시대에서 당시까지의 거시적인 역사를 3단계로 구분했다. 먼저 상세(上世)는 가족의 유대를 중시하면서 각자 사적인 가치를 중시했다. 중세(中世)는 개별적으로 뛰어난 현자를 숭상하면서 고상한 가치를 중시했다. 상앙이 활약한 하세(下世)는 중앙 집권적 관료 국가가 등장하면서 사회를 운영하는 군주와 관료의 지위가 상승하게 됐다.





상앙은 역사를 상세·중세·하세의 3단계로 구분하면서 변화의 내재적인 필요성까지 밝혔다. 상세에는 가족 유대에 따라 피붙이를 우선시하므로 혈연의 멀고 가까운 관계에 따라 서로 차별했다. 모두 함께 발전한다는 사고를 할 수가 없었다. 이에 좀 더 객관적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의 등장이 요청됐다. 중세에는 바로 그러한 요청에 부응해 혈연보다는 사람이 실현할 수 있는 고상한 가치, 즉 사랑과 정의 등에 주목하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객관적 가치는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에게만 현실성이 있었다. 이러한 객관적 가치는 매일 노동에 종사하며 미래가 불투명한 사람에게는 훌륭하고 고상하지만 다가갈 수 없는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릴 수 있었다. 하세에는 개인의 특수한 능력보다 사람들의 평균적 조건을 전제로 사회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갖추고자 했다. 그것이 바로 관료 기구를 갖춘 국가 체제의 운영이었다. 상앙은 관료제에 따라 뒷받침되는 국가 체제가 혼란과 대립의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상앙이 살아 있다면 오늘날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보고 다시 한 번 세사변이행도이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그는 국가가 시대의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주도적으로 해결책을 찾는 첨병 역할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국가는 시대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개별 역량을 응집시키는 조율 기능은 할 수 있지만 실제로 변화를 선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첨병 노력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변화의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 관료적 의사결정 방식으로는 뒷북을 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시대의 전환을 맞아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는 능력과 변화의 방향과 전략을 효율적으로 결정하는 의사결정 시스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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