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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_창업을_응원해] 자연산 회로 신선 식품 시장 도전장 내민 사연

김재현 오늘식탁 대표 “자연산 회 24시간내 배송…올 10배 성장 자신”

제주 방어 등 지역별 명물은 물론 돌멍게·석화 등 상품군 확대 구상

수요 많은 거제엔 공장도 세워 회 손질 표준화로 품질 높일 것





뭔가에 꽂히면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렸다. 일본 여행에 푹 빠졌던 대학 시절에는 홋카이도부터 규슈 지역까지 샅샅이 훑은 후에야 일본 여행을 그만 뒀을 정도다. 직장 생활 초기에는 네이버 블로거로 활동하면서 파워 블로거급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어느 정도 유명세를 경험한 뒤엔 미련 없이 블로거 활동을 멈췄다.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며 그 순간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회사를 옮겨 다녔고, 창업을 꿈꾼 후에는 자연산 회를 취급하는 초신선 식품 유통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재현(34) 오늘식탁 대표는 어릴 적부터 혼자 구석에 처박혀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책을 손에 들면 배고픈 줄 모르고 끝까지 읽어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독서광의 면모를 보였다.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상위권을 유지했던 덕에 연세대 가정대 생활과학부에 무난히 입학했다. 순조롭고 단조롭기까지 한 인생의 첫 20년이었다. 그녀의 전공은 미대를 대신한 차선책이었다.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리거나 뭔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하지만 미술을 전공하는 것은 부모님이 원치 않으셨지요. 아무래도 직업으로 선택하기에는 현실적인 부담이 작용했기 때문이겠죠. 생활과학부는 패션이나 인테리어 등 라이프스타일 관련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선택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갖고 밥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죠.”

대학에 진학한 뒤엔 여행에 푹 빠졌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지식을 흡수하는 데 몰입했다면, 대학 시절은 직접 세상을 탐험하는 시기였던 셈이다. 해외 여행, 그 중에서도 일본이 그녀가 단골로 찾는 여행지였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대한 호기심에 1년에 수 차례씩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곤 했다.

“뭔가에 빠지면 끝장을 봐야 하는 스타일이었어요. 일본도 홋카이도부터 큐슈까지 웬만한 도시를 다 섭렵한 뒤에야 흥미가 뚝 떨어졌죠. 회사 다니면서도 여행광이 될까 싶었는데 오히려 입사한 뒤에는 업무에만 몰입했으니까요.”

처음에는 대형 홍보대행사에 입사했다. 네이버 등 포털업체를 비롯해 홍보대행사, 패션업체 등 여러 곳에 입사지원서를 넣었는데, 가장 먼저 연락이 왔다는 게 직장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였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눈코 뜰 새 없이 2년 동안 일하며 홍보 마케팅의 세계를 경험한 뒤엔 기업들이 어떤 의사결정 구조와 과정을 거쳐 돌아가는 지 경험하고 싶었다. 위메프로 자리를 옮겨 소셜 커머스 마케팅의 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마케팅 툴이 발전했던 만큼 퍼포먼스 마케팅(광고비를 효율적으로 써서 매출을 극대화하는 것)을 통해 성과 지표를 높였고, 마케팅 프로세스를 입체적으로 경험하며 고객의 성향이나 트렌드 변화도 접할 수 있었다.

“홍보대행사는 고객사가 원하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 일하는 만큼 정책의 기획 단계까지는 모르거든요. 의사결정 구조의 첫 단계부터 경험하고 싶었고, 그런 열망이 위메프에서 해소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엄청난 규모의 마케팅비를 집행하면서 효율적인 자금 집행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될 법한 회사에 투자하고, 그 회사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는 일에 대한 갈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옐로모바일 계열의 정글피플로 자리를 옮겨 또 다른 세상을 맛보게 된 거죠.”

김재현 대표가 위메프에서 근무할 당시 전사회의를 끝내고 뒷풀이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김재현 대표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 할수록 나의 비즈니스에 대한 열망도 함께 커졌다.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열망은 창업에 대한 꿈으로 이어졌고, 중장기적으로 식품 분야에서의 창업을 계획표에 올렸다.

“먹방(먹는 방송)이 뜨기 시작했을 때였어요. 저 자신도 집에서 요리를 하려고 하면 필요한 식재료가 많은데, 일일이 모바일로 사는 게 불편하더군요. 그런 걸 한 방에 해결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움이 있었는데, 미국의 스타트업인 ‘인스타카트’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여긴 마트에서 고객 대신 장을 보고 배달을 대신 해주는 서비스로 특화돼 있었어요. 식품 유통을 몰랐기에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곳에서 먼저 경험한 뒤에 창업하자는 결심을 한 거죠.”

인스타카트는 신선식품의 즉시 배달 공유 서비스 앱 업체다. 사용자가 온라인 상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인스타카트와 계약을 맺은 사람이 실제 매장에 가서 상품을 구매한 뒤 온라인 상의 주문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한 마디로 클라우드 소싱을 활용한 쇼핑 대행 서비스로 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경제 개념이다.

김 대표는 2015년 6월 모바일 식품 배송 서비스 ‘마켓컬리’로 유명한 ‘더파머스’에 들어갔다. 위메프에서 SNS 마케팅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마켓컬리는 오프라인 경험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먹는 것은 무엇보다 직접적인 경험과 신뢰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요즘 모바일 커머스에서 유행하고 있는 ‘100원 이벤트(100원만 내면 원하는 품목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나 유명 연예인이 마켓컬리의 앱을 이용해서 식재료를 구입하는 장면을 노출하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특히 가공 식품보다는 신선 식품에 대한 니즈가 크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마켓컬리 고객들의 소비 성향을 보면, 신선식품이 품절되면 가공식품 판매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던 것. 즉 소고기를 구입하러 들어와서 소스나 스프 등 가공 식품을 구매하지만, 자신이 찾는 신선식품이 없으면 앱을 닫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더구나 가공식품은 한 번 사면 오래 쓰는데 반해 신선식품은 만족도가 높으면 반복구매가 이뤄지는 것도 사업 아이템으로서 매력 요인이었다.

김재현 대표가 더파머스에서 근무할 당시 다양한 이벤트 기획을 함께 하던 마케팅팀 동료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김재현 대표


김 대표가 선택한 아이템은 자연산 회를 배송해주는 서비스였다. 자연산 회는 양식과 달리 상품의 차별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물량 확보와 적정 가격, 빠른 배송이었다. 김 대표는 낚시배 예약 서비스 업체인 ‘마도로스’의 조맹섭 대표의 소개로 거제도의 선장을 만나게 됐다. 그날 잡은 자연산 생선을 손질해 서울로 배송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듣고, 2016년 12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동 구매를 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면서 “다양한 식재료가 아닌 만큼 자연산 회가 시장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공동 구매를 할 때마다 성황을 이루면서 사업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주문양이 늘어나자 2017년 3월 법인을 설립했고, 4월에는 사이트를 열었다. 브랜드는 ‘오늘회’로 정했다. 전날 저녁까지만 사이트를 통해 주문하면 다음 날 저녁 7시 전까지 배송해주는 방식이었다. 현지에서 새벽에 잡은 생선을 손질해서 고속버스나 비행기로 서울로 보내면, 터미널이나 공항에서 퀵 서비스가 받아 고객에게 배송해 주는 시스템이다.

사업 초기 최소한의 인력을 출발한 만큼 김 대표가 쇼핑몰 제작 솔루션인 ‘식스샵’을 활용해 직접사이트를 만들었다. 개발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가능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대표는 “닥치니까 하게 되더라”며 활짝 웃었다.



현재 제주도 방어, 신안군 민어회, 포항의 과메기, 삼천포의 전어와 하모(붕장어) 등 지역별로 대표적인 회를 갖춰 놓고 있다. 해산물 수요도 높아 돌멍게를 비롯해 석화 등으로 상품군을 늘리는 중이다.

양식이 아닌 자연산을 고집하는 이유를 물었다.

“회라는 아이템을 고민하면서 여러 양식장을 직접 다녀봤습니다. 그런데 양식장 환경이 상상했던 것보다도 위생적이지 않더군요. 제가 비위가 좋은 편인데도, 그걸 보니까 양식 회를 먹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좁은 수조에서 많은 양의 물고기를 양식하다 보면 물고기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테고, 자연히 항생제를 많이 투여하게 되니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성분도 포함되겠죠. 수질 관리도 제대로 되는 곳이 거의 없어서 녹슨 철골은 물론 수조 자체가 녹슬어서 그 녹을 물고기들이 먹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김재현 대표가 오늘회 서비스의 특장점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에서 자연산 회를 정기적으로 공급 받는 일이 쉬울 것 같진 않았다. 가격적인 면에서도 부담이 크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다.

김 대표는 ”거제도나 목표 등 횟감이 많이 나오는 지역에서는 관광 시즌이 아니면 물고기를 잡아도 팔지 못해서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면서 ”산지에서는 관광객이 오지 않으면 소비가 되지 않으니 낚싯배를 운영하는 게 손해일 때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비수기든 성수기든 상관 없이 일정한 수요처만 있으면 어민들의 생업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한다.

일정 규모의 수요를 보장해준 만큼 가격 경쟁력도 확보됐다. 거제도 자연산 돌돔회의 경우 1㎏당 5만 9,900원으로 팔고 있다. 2~3인 분량으로,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양식 돌돔회가 10만원을 호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가진 셈이다. 보통 자연산 돌돔회는 20만원이 넘는다는 게 김 대표의 말이다. 거제도 자연산 모듬회는 5만4,900원, 제주산 모슬포항 방어회는 2만9,900원 등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다.

김 대표는 ”자연산 회라는 차별화된 제품을 갖고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했다는 게 ‘오늘회’의 장점“이라며 ”가장 중요한 배송 시스템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는 만큼 지금까지 하루 배송 약속을 어긴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요가 많은 거제도의 경우 별도로 회 공장을 마련한 상태다. 지난 10월말 문을 연 ‘거제센트럴키친’에서는 거제도 위판장에서 자연산 물고기를 대량 매입해 손질, 전국 각지의 고객에게 배송해준다. 김 대표는 ”지난 6월 거제도 매입량이 1톤 정도였는데 지금은 월 평균 3톤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5톤은 거뜬히 넘길 것 같다“면서 ”취급량이 많아질수록 회 손질이 표준화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고민이 생겼고, 이를 표준화하는 한편 위생 상태도 직접 챙기기 위해 센트럴키친을 마련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오늘회 사이트에 올릴 생선회 촬영을 위해 준비 중인 모습. 먹거리 유통은 비주얼이 중요한 만큼 스튜디오 촬영에 각별한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사진제공=김재현 대표


중장기적으로는 거제도를 시작으로 회 손질을 표준화하는 방법을 매뉴얼화하고 이를 제주나 목포 등 주요 공급처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설립 첫 해인 올해 매출 2억원을 달성한 오늘식탁은 내년에 10배 이상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에는 제철에 맞는 회 라인업을 늘릴 생각이다. 양식 회는 사시사철 맛볼 수 있지만, 자연산 회는 제철에만 나오는 물고기로 상품성이 차별화됐다는 판단에서다. 더 나아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는 만나기 힘든 산지의 희귀한 회를 고객 식탁에 올린다는 야심찬 계획도 갖고 있다.

오늘회 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거제도 감성돔회는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여수 등지에서는 삼치회를 별미로 먹곤 하는데 다른 지역 사람들은 싱싱한 삼치회를 만날 기회가 거의 없어요. 오늘회에 들어오기만 하면 위생적인 상태에서 제 철 생선을 맛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또한 서더리매운탕이나 자연산 참돔 구이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늘려 바다 음식에 관한 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싶어요. 특히 요즘 동물복제에 대한 이슈 등 먹거리에 대한 걱정이 커지는데 수산물 카테고리에서는 공론화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친환경 먹거리를 찾는 분들에게 위생적이면서도 신선한 수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오늘회 사이트에 올라온 해물모듬으로, 문어, 뿔소라, 멍게, 개불, 전복 등 5종의 신선한 해물로 구성돼 있다.


창업 1년차,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한참 생각하던 그녀는 ”항상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대학을 선택할 때도, 첫 직장에 들어가거나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길 때도, 그리고 창업을 한 것도 우연이 운명처럼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시기마다 내가 해야 할 일에 철저하게 몰입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합니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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