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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증권가도 피할 수 없는 '셀프 연임' 논란

김광수 증권부 차장





지난해 3월8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005940)빌딩 12층 이사회의실에서 NH투자증권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열렸다.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대표이사인 김원규 사장과 4명의 사외이사(정용근 전 한영회계법인 부회장, 안덕근 서울대 교수, 이정재 전 금융감독원장, 정영철 전 금융발전심의위원) 등 총 5명의 임추위 위원이 대표이사 후보를 정하는 회의였다. 이 자리에서 이 전 금감원장이 김 사장을 대표이사로 추천했고 의결권이 없는 김 사장을 뺀 나머지 4명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김 사장은 이후 주총에서 연임이 확정돼 올해 3월까지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셀프 연임’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큰 차이가 없다. 임추위 멤버인 이 전 원장, 정 전 심의위원, 안 교수는 김 사장의 추천으로 NH투자증권 사외이사가 됐다. 대표이사의 추천으로 사외이사가 된 인물들이 자신을 사외이사로 만들어준 대표이사의 연임을 제안, 찬성하는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였다. 수차례의 회의를 거쳐 후보군을 추리는 과정이 있었지만 결과는 셀프 추천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후보자 선정 과정에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사례는 적지 않다. 미래에셋대우(006800)는 지난해 임추위에서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이 조웅기 사장을 대표이사 후보로 제안했다. 황 전 회장과 조 사장 역시 인연이 적지 않다. 황 전 회장은 지난 2015년 당시 변재상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의 추천으로 미래에셋증권(현 미래에셋대우) 사외이사가 됐는데 그때 조 사장이 사추위 멤버 중 한 명이었다.

올해 11연임이 유력한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2015년 사추위에서 호바트 리 엡스타인 전 동양종금 부사장의 사외이사 임명에 찬성표를 던졌다. 사외이사가 된 엡스타인 전 부사장은 임추위 위원으로 활동하며 지난해 유 사장의 연임을 요청했다.



이들 증권사의 대표이사 선정 과정은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그룹 오너인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과 김남구 한국금융지주(071050) 부회장의 생각이 인사에 반영되게 마련이다. 형식적으로만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이사회를 꾸리고 임원(대표이사)을 추천할 뿐이다.

사외이사로 임추위 경험이 있는 한 교수는 “회의 자체는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이해 관계자가 얽혀 사외이사나 대표이사를 추천하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같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 임기가 1년 단위로 연임되는 증권 업계 사외이사의 입장에서는 쓴소리를 해 눈 밖에 나기보다 사실상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선임된 사외이사들은 연간 10회 안팎의 회의에 참석하며 이사회 안건에는 별다른 이견 없이 찬성표만 던진다.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평균 수천만 원의 보수를 받는다. 사외이사 선임과 이들의 활동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사외이사들이 자신의 임명권을,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밥줄을 쥐고 있는 회사 경영진에 제대로 된 의사를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올해도 임추위가 가동되며 대표이사의 교체 또는 연임을 논의하고 있지만 결과만 보면 셀프 추천 비판이 나올 만한 곳이 적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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