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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중진국 함정과 한국축구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대학 교수·한국경제학회장

전세계 축구 상향평준화 됐듯

후발국 도약 '수렴 가설' 입증

탄탄한 인재개발 시스템 갖춰

중진국 함정 조속히 벗어나야





축구는 적게는 5,000억달러, 많게는 1조3,000억달러로 추정되는 스포츠산업의 43%를 차지하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미식축구(13%)나 야구(12%)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규모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는 2000년대에 들어와서야 본격적으로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사커노믹스’의 공동저자 사이먼 쿠퍼는 축구의 틀 안에서 생각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며 데이터에 기반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치 야구의 ‘머니 볼’처럼.

지난해 말 독일과 미국의 경제학, 스포츠과학 분야 교수가 발표한 공동연구논문 ‘수렴 vs. 중진국 함정: 글로벌 사커’는 지난 1950~2014년에 걸쳐 2만5,000회 이상의 국가대표팀 경기 데이터를 이용해 축구 후진국의 선진국 따라잡기, 즉 수렴가설을 검증했다. 특히 기록경기의 속성상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하고 다양한 방법론으로도 같은 결론을 도출, 실증분석시 제기될 수 있는 논란의 여지를 말끔히 지웠다.

이들은 승패, 점수 차 등 경기결과를 잣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선·후진국 간 격차가 줄어든 것을 증명했다. 요컨대 상향평준화가 일어나 이제는 강팀이라고 해서 쉽게 이길 수 있는 약팀은 많지 않게 됐다. 월드컵에서 이변이 일어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수렴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경쟁이 필요하며 경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장이 통합돼야 한다. 축구의 경우 국제축구연맹(FIFA)에 속한 전 세계 211개의 축구협회가 대륙별 연맹에 소속되고 FIFA는 6개 연맹을 감독한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서비스산업을 하나로 통합해 국제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A매치데이를 정해 연간 2,000회의 국가대표팀 경기를 하는 것이 좋은 예다.

시장통합은 따라잡기에 필요한 기술과 모범사례를 용이하게 수용할 수 있게 한다. 축구 선진국의 훈련시스템을 도입하고 재능 있는 선수를 발굴, 육성하며 국제적 명성을 가진 감독과 코치를 영입하는 것 등이다. 특히 해외 유수클럽으로 진출한 선수들이 많을수록 대표팀이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이미 다른 연구를 통해서도 검증된 사실이다.



다만 이들 연구결과에 따르면 따라잡기는 대부분 수준이 높은 유럽과 남미 대륙에 속한 하위 대표팀에서 일어났다. 아시아·아프리카의 경우 비록 수준 낮은 팀의 역량이 높아지고는 있으나 이 지역 최상위 대표팀은 유럽과 남미의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중진국 함정에 빠진 것이다.

이 보고서는 중진국 함정에 빠진 이유를 세계 수준의 반열에 올라야 했을 시점에 자체적인 장기 인재개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9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한 한국 대표팀이 중진국 함정론에 크게 기여했음이 분명하다. 한편 우리나라가 지리적으로 변방에 위치해 불리한 여건을 안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또다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대표팀 경기는 스포츠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언젠가 스페인 출신의 한 경제학 교수는 국가대표팀 경기는 클럽팀 경기를 볼 때와 전혀 느낌이 다르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국민적 자부심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경기 전 자신의 국가를 따라 부르는 대표팀 선수들의 표정에서, 그리고 마지막 경기에서 진정 태극전사의 모습을 보여준 14명 선수의 헌신에서 읽을 수 있다.

우리 축구협회는 그동안 축구선진화를 위해 들였을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반성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사실 앞의 두 저자는 ‘열심히 노력하면’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즉 이들이 보여준 것은 수렴가설이 아니라 ‘조건부’ 수렴가설인 것이다.

조건부 수렴가설은 축구협회가 제대로 된 로드맵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하는 부단한 노력을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시사한다. 과연 우리 대표팀이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날지 여부는 4년 뒤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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