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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IEW] '남자친구' 신선한 해산물 가득한 물회에 초장이 없네?





방송도 타고, 블로그 맛집으로도 선정된 물회집을 찾았다. 비주얼부터 ‘우와’ 하는 탄성이 나오게 만드는 물회 한 그릇에 신선한 성게알도, 전복도, 회도 아주 그냥 듬뿍듬뿍 넣어 가슴까지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아 그런데 초장이 없네….

궤도에 오른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는 첫회에 등장한 쿠바의 아름다운 풍경이 사라지고 나자 그저 ‘남녀가 뒤바뀐 신데렐라 스토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개연성 없는 주인공들의 만남은 기존 멜로물을 답습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고, 이들이 교감을 나누는 과정 역시 매끄럽게 전달되지 않았다. 처음으로 등장한 ‘결정적 위기’ 역시 닳고 닳은 설정이다.

차수현(송혜교)은 김진혁(박보검)과 동화호텔 신입사원 환영회 자리에서 다시 마주쳤다. 환영사를 읊던 그녀의 눈에 그가 비치자 순간 말문이 막혔다. 웅성대며 두리번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이들은 눈빛을 나눴다. 당혹스러워야겠으나 반가워보였다. 로맨스물이니까.

김진혁의 자기소개서를 읽고 그의 동네에 있다는 놀이터 이야기에 감흥을 얻은 차수현은 그날 밤 이곳을 찾았다. ‘마침’ 퇴근하던 김진혁이 그녀를 발견하고 그네에 같이 앉아 말했다 “지구 반대쪽 여행중에 만난 ‘친구’가 내가 입사하는 회사 대표님인걸 알고 많이 놀랐다”고. 그는 “오늘 12시 42분경 누구와 통화했냐”는 그녀의 물음에 “좋아하는 여자와 통화했다”며 순수한 표정으로 뻔한 떡밥을 날리기도 했다. 질투하라고.

신입사원 환영회에서 술 취해 길에서 비틀거리던 김진혁은 ‘우연히’ 지나가던 차수현에게 발견된다. 누나팬들이 사랑하는 박보검의 애교 섞인 말투는 이 장면에서 폭발했다. 그리고 다음날 그녀와의 세 번째 만남을 복기하며 “마지막 출근이면 어떡하냐”고 쓸데없는 걱정까지 한다. 그리고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대표 면담이 예정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긴장한 채 대표실을 찾는다.

“실수한 것 없다. 대신 부탁하나만 들어달라”는 그녀의 말에 그와 그녀는 라면을 먹으러 휴게소를 찾았다. 차수현은 전날 방송에서는 휴게소에 도착하고서도 사진 찍힐까봐 차에서 내리지 못하는 조심성을 보였지만, 이날 만큼은 모자만 쓴 채 과감하게 면치기 하다가 딱 걸렸다. 사진은 기사로 등장해 차수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까지 점령했고, 김진혁은 출근 일주일만에 모든 직원들의 집중 시선을 받게 됐다.



‘작품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나 흐름’을 클리셰라고 한다. 우연이 계속되고, 어디서 봤던 것 같은 장면이 계속 등장하면 이를 두고 ‘클리셰 범벅’이라는 말을 쓴다. ‘남자친구’는 잘 쓰면 빠르게 이해되고, 많이 쓰면 지루해지는 클리셰를 쉬지 않고 배치해 안 봐도 내용을 유추할 수 있을 만큼 이야기구조가 단순하고 허술하다.

‘호텔 대표와 신입사원의 로맨스’라는 설정은 비현실적일지라도 작품 안에서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현실적이고 개연성이 있어야 시청자들도 받아들일 수 있다. 비서 장미진(곽선영)과 남명식(고창석) 외에는 마음을 드러내지 않던 차수현이 김진혁에게 마음 한 켠을 내주는 과정은 너무 급하고 설명이 부족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비서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휴게소에서 차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차수현이 김진혁에게 “주말에 라면먹으러 갈래요?”라고 묻는 장면은 당혹스럽게 느껴진다. 그녀가 사진찍혀 화제가 될 것을 미리 계산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그러면 일단 로맨스는 물건너가는 것 아닌가.

‘남자친구’는 송혜교, 박보검이라는 톱스타들의 출연과 쿠바를 배경으로한 아름다운 영상까지 기대를 한껏 모으며 출발했다. 그러나 2회 만에 이야기보다 남녀 주인공의 비주얼과 술 취한 연기 등 단편적인 부분만 주목받으면서 이야기전개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클리셰 범벅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그녀는 그녀대로 상류층 세계에서 상처받고, 그는 그대로 영화 ‘노팅힐’처럼 뜻하지 않은 상처를 받으며 이따금씩 사랑을 확인하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도쿄타워’처럼 사랑하다 ‘냉정과 열정사이’의 결말처럼 특별한 추억이 서린 장소(쿠바 말레콘비치)에서 재회하며 끝나는. 설마 끝까지 클리셰를 쏟아내며 범작으로 끝맺을까. 이 캐스팅에, 이 해외 로케이션에, 이 제작비에. 설마 그건 아니겠지.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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