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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고향가는 길-읽을만한 책] 읽고 되새기며..나와 가족을 되돌아보다

새해를 맞아 단단하게 쥐었던 고삐가 어느덧 풀어지기 시작하는 2월이다. 다행히 연초 세운 계획을 점검하는 동시에 다시 한번 힘찬 도약을 할 수 있도록 리프레시할 수 있는 설 연휴가 다가왔다. 직장인을 비롯해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한 이들에게 긴 연휴는 책과 함께 새로운 자극을 받는 동시에 심리적 안정을 찾고 가족과 가정의 의미를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경제경영=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이 인간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망한 ‘미래는 와 있다’는 4차산업 혁명 시대를 맞이한 현재 주목할 만한 책 중 하나다. 책은 딱딱한 과학 용어 대신 VR이 어떤 기술이며, 어떻게 응용되며, 지금까지 사용된 예를 생생하게 전하며 VR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VR을 통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인간관계를 비롯해 현재 인간관계의 변화 등을 예고한다. 또한 VR을 통해 느끼는 현존감(우리 뇌가 가상 경험에 속아서 그 경험이 실제인 양 몸이 반응하도록 촉발할 때 일어나는 현상)은 세상을 뒤흔들 만큼 중요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친밀감을 조성하고 창조하고 촉진시키는 능력 때문인데 이로 인해 생겨날 새로운 관계에 주목해 페이스북 등도 관련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은 ‘메가셀러 히트작’에 숨은 크리에이티브의 법칙을 소개한다. 빅데이터 전문가이자 기업들에 마케팅 데이터 및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랙메이번의 최고경영자(CEO)인 앨런 가넷이 저자다. 가넷은 “전 세계 사람들을 열광시키며 마침내 놀라운 이익까지 거둔 빅히트 아이디어 뒤에는 예측 가능한 과학이 있다”며 “ 천재 크리에이터들이 그대로 따른 성공의 공식 ‘크리에이티브 커브(CREATIVE CURVE)’를 공개했다. 교보문고의 한 MD는 “책을 통해 평범한 생각이 빅히트 아이템이 되는 패턴과 순간의 비밀, 창의성을 찾아 떠나는 가장 지적이고 유쾌한 여행을 경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문·예술=‘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는 한국 사회 내부의 깊은 속살을 드러냈던 사회학자 엄기호가 켜켜이 쌓여 있는 고통의 지층을 한 겹씩 들여다보면서 발견하고 성찰해나간 우리 시대 고통의 지질학을 보여주는 책이다. 예스24의 손민규 MD는 “명절 때 오랜만에 만나 친척, 고향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 화제는 삶의 팍팍함으로 모인다”며 “결국 고통에 관한 문제인데, 이 책은 나의 고통,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를 탐색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고통의 곁’으로서 존재할 수 있다면, 명절은 다가올 1년을 버티는 데 소소하게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고 일독을 권했다.

‘한국의 유교화 과정’은 ‘한국학의 대가’인 스위스인 마르티나 도이힐러가 20년에 걸친 집필 기간을 통해 내놓은 역작이다. 책은 15~16세기 당시 사회에 신유학(성리학)의 도입과 정착이 지속적으로 강력히 추진된 동기는 무엇이었으며, 신유학이 사회 구조에 미친 영향은 어떠했는가에 대한 공백을 메운 ‘최초의 본격 시도’였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손 MD는 “의미를 잃어버린 화석화된 의례는 누군가에게는 고통스럽다. 어릴 때 큰집에 가서 제사에 참여할 때마다 곤혹스러웠고, 재미도 없었고 지루했다”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내가 품었던 불만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제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이해하면, 앞으로 명절 풍경이 어때야 하는지를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은 나이 듦에 대해 우아하게 사색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 움베르토 에코, 노엄 촘스키와 더불어 ‘포린폴리시’가 선정한 ‘세계 100대 지성’에 이름을 올린 시카고대 석좌교수 마사 누스바움과 로스쿨 전 학장 솔 레브모어가 들려주는 나이 듦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는 통찰의 시간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교보문고의 한 MD는 “나이듦이라는 축복에 대한, 세계 최고 석학의 대담”이라고 말했다. ‘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은 깊은 겨울밤 따뜻한 이불 속에서 읽기 좋은 책이다. 저자가 코펜하겐, 오슬로, 베르겐, 스톡홀름, 모라, 헬싱키, 예테보리, 스카겐, 라네르스, 오르후스 등 낯선 북유럽 도시의 미술관을 누벼온 3년 간의 기록을 담았다. 예스24 박형욱 MD는 “환기가 필요할 때나 왁자지껄한 가운데서 고요를 느끼고 싶을 때 펼쳐보면 좋을 책”이라며 “북유럽의 풍경과 그림부터 가만가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들려주는 저자의 목소리까지, 단정하고 따뜻한 분위기와 감각들이 금세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했다.







◇소설=‘우리 시대 이야기꾼’ 성석제가 인간과 역사, 웃음과 눈물을 한데 버무린 ‘왕은 안녕하시다’(1·2편)을 출간했다. 장편소설은 ‘투명인간’ 이후 무려 5년 만이다. 이 작품은 조선 숙종 대를 배경으로, 우연히 장차 대위를 이을 세자(숙종)를 만나 그와 의형제를 맺게 된 조선 제일의 파락호, 성형이 시대의 경랑 속에서 왕이 된 그를 지키기 위해 종횡무진하는 모험담을 그렸다. 예스24 김도훈 MD는 “‘천하무적 입담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성석제의 소설답게 흥미진진하며, 무엇보다 고향에 오가는 시간을 순간 삭제시킬 만큼 엄청 재미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이야기꾼’ 히가시노 게이고의 ‘마력의 태동’은 명절 틈틈이 읽기 좋은 소설이다. 이 작품은 히가시노가 2015년 자신의 작가 생활 30주년 기념작으로 발표했던 ‘라플라스의 마녀’ 프리퀄 소설로, 그동안 이 책의 시리즈화를 바랐던 많은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해, 3년 만에 ‘라플라스 시리즈’ 그 두 번째 작품으로 선보이게 됐다.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은 스웨덴 시인 톰 말름퀴스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말름퀴스트는 아내와 아버지를 잃고 난 후 갓 태어난 딸을 키우면서 겪은 상실과 슬픔 그리고 치유의 순간들을 ‘나의 투쟁’을 연상시키는 세밀한 묘사와 생생한 현실을 담은 문체로 가디언, 뉴욕타임스 등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또 호흡이 빠른 문장과 긴박한 전개, 섬세하고 담담한 문장이 오히려 슬픈 감정을 극대화해 긴 여운을 남긴다.



◇에세이=반려동물 100만 시대, 반려동물은 이제 가족의 한 구성원이라는 데 이견은 없을 것 같다. 반려동물이 우리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온 가운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타 반려동물들의 이야기가 대중을 사로잡으며 책으로도 출간돼 인기다.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인절미예요’는 유기견 인절미가 구조됐을 때부터 첫 겨울을 맞은 지금까지의 순간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인절미의 미공개 사진과 유기견 인절미가 과수원집의 가족이 돼가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 감동을 더욱 배가한다. 교보문고의 에세이 담당 MD는 “‘견생역전 스토리’를 가진 강아지 인절미와 절미 언니의 이야기로 인해 책 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절로 기분이 힐링된다”며 이 책을 추천했다.







◇아동·만화=이번 명절 하루쯤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는 시간으로 할애하면 어떨까. 지난 30년 동안 1,500만 독자의 선택을 받으며 명실상부 ‘전 세대의 영원한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가 새로운 세대, 달라진 세상을 반영해 전면개정한 ‘업그레이드 먼나라 이웃나라’로 출간됐다. 어린 시절 이 책을 읽었던 부모는 추억을 소환하고, 처음 읽는 아이들은 책으로나마 세계 여행할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소설가 김영하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절대 사라져서는 안 될 책”이라며 추천해 재출간된 직후 10만 부가량이 판매되며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는 ‘내 어머니 이야기’ 역시 세대공감에 더없이 좋은 만화책이다. 스토리는 이렇다. 마흔에 처음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딸은 어느 날 문득 엄마가 궁금해진다. 큰 기대 없이 청한 엄마의 과거 이야기는 ‘놀라운’ 것이었다.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대단한 기억력의 소유자인 엄마의 얘기를 들을수록 엄마의 얘기도 ‘역사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진다. 객관적인 역사와 엄마가 체험한 역사는 달랐지만, 두 가지 역사는 어느 외길에서 만나기도 했다. 그렇게 엄마의 팔십 대와 딸의 사십 대, 꼬박 십 년 세월을 바쳐 완성된 한국 근현대사 백 년의 장면들이 네 권의 만화 속에 놀랄 만큼 생생하게 펼쳐진다. 예스24 박숙경 MD는 “일제강점기의 함경도에서부터 피난민이 되어 남한에 정착하기까지 시대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운명을 헤쳐온 나의 엄마, 딸의 손으로 되살아난 내 어머니의 진짜 이야기가 이 책의 재출간되고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힘”이라고 설명했다.

‘강이’는 한 가족이 유기견을 가족으로 맞아 함께 보낸 시간을 기록한 책으로, 백과 먹의 대비가 조화로운 수묵화 같은 그림책이다. 선과 면을 넘나드는 멋진 드로잉 실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이수지 작가 진수를 엿볼 수 있는데 흰 종이에 그려진 검은 색 강아지 강이가 애처롭게 빛을 발해 독자들의 마음을 짠하게 만든다. 이 작가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출간되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한국인 최초로 어린이 책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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