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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지불 여력 바닥인데…"1만원 지켜라" 압박하는 노동계

  민주노총, 최저임금委 전원회의 불참 속 장외투쟁

  '인건비 후폭풍' 中企는 "매출 있어야 월급도 가능"

 "더 오르면 못 받는 사람 늘 듯"…최저임금 역설 우려

민주노총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2차 전원회의에 불참했다. 근로자 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자리가 비어 있다. / 연합뉴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시작부터 스텝이 꼬이면서 앞으로 협상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1만 원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대폭적인 최저임금 인상과 최저임금위 구성에 문제를 제기한 뒤 첫 회의부터 불참했다. 민주노총이 언제 복귀할지는 미정이다.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으로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계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임금 지급 여력이 떨어졌다며 동결론으로 맞서고 있다. 기업들이 여력이 없는데 최저임금이 높아지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역설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올해도 최저임금위 파행…민주노총 복귀 미정=민주노총은 올해 최저임금위가 구성되고 열린 18일 첫 전원회의에 불참하고 장외투쟁을 결정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회의 1시간을 앞두고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4명은 전원회의를 보이콧했다. 그동안 낮은 최저임금 인상 폭의 원인을 공익위원으로 돌렸던 민주노총은 공익위원 유임 반대에 이어 근로자위원 선정 방식까지 전선의 폭을 넓히고 있다.

민주노총은 아직 전원회의 복귀 여부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복귀가 지연될수록 최저임금위의 공회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위에 주어진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최저임금은 오는 8월 5일까지 고시해야 한다. 이의 제기 절차를 감안하면 최저임금위는 7월 중순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해야 한다.

3차 회의는 다음 달 15일에 열린다. 일정대로라면 이날 경영계와 노동계가 희망하는 내년 최저임금 요구안이 공개될 수 있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 카드를, 경영계는 동결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2018년 16.4%, 2019년 10.9%로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급등하다가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서 2019년 2.9%, 지난해 1.5%를 기록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는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공익위원 유임을 규탄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중기·소상공인 “안 주겠다는 게 아니라 여력이 없다”=최근 대구에 있는 한 제조 업체 사장은 중기중앙회에 “4개월째 지난해 매출의 10%도 벌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이 업체 사장은 “대구는 공장 가동률이 30%를 밑돌아 기업들이 정부 지원으로 인건비를 충당하고 있다”며 “근로자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못 한다”고 말했다. 경기 김포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장 직원 대신 아들과 오전 오후로 나눠 일한다. 이 사장은 “매출이 발생해야 우리 가게가 버티고, 그 다음 직원에게 제대로 월급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닥친 경영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내수 기업은 방역 조치로 손님을 잃고 수출 기업은 일감이 끊겨 아우성이다. 자금이 돌지 않자 기업은 민간 금융권에 이어 체당금이나 정부 지원으로 인건비를 감당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1분기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51조 4,000억 원이나 늘었다. 이 금액의 74%가 인건비를 포함한 운전자금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 사태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더 확대했다는 분석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7%로 물가 상승률의 5배가 넘었다”며 “주휴 수당을 포함하면 기업은 이미 근로자에게 1만 원 넘게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문을 닫은 한 상점 출입구에 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연합뉴스


◇최저임금의 역설…인상하면 못 받는 사람 더 늘어날 우려=노동계는 최저임금이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을 지급하는 사회 안전망 성격이라며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라도 대폭적인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단기간에 무리한 인상으로 이미 큰 폭으로 오른데다 기업과 소상공들의 지급 여력도 떨어진 상태여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358만 명이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17.4%다. 이들의 77%가 영세 기업인 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한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이들 기업의 임금 지급 여력이 떨어지고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빠르게 늘었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비율은 2014년 12%에서 2018년 15.5%, 2019년 16.5%까지 상승했다.

가장 큰 우려는 정부의 코로나19 지원 정책이 종료된 후다. 지난해 6월 기준 7만 4,000여 개 사업장이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받아 월급을 충당했다. 여행업과 같은 위기 업종은 지원 정책에 더 기댔다. 정부 지원이 끊기고 최저임금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면 기업들이 감원을 선택하거나 질이 나쁜 단기 임시 아르바이트로 인력을 충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소상공인은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임대료·재료비를 낮출 수 없으니 근로자를 줄이거나 15시간 미만 직원만 고용하는 식”이라고 답답해했다. 김문식 중기중앙회 최저임금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현장에서 각종 지원금과 대출 연장으로 버티고 있다”며 “중소기업 취업자도 줄면서 청년의 취업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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