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 빠른 고령화도 강점 활용 가능…뇌질환 연구·투자 늘려야" [미리보는 서울포럼 2023]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3.05.14 17:57:08“한국은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연구개발(R&D)에도 강점이 있기 때문에 뇌 건강 진단·치료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에 유리합니다. 특히 한국에서도 뇌 건강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지는 만큼 신경계 질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면 뇌 의료 분야에서 충분히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뇌 관련 디지털헬스 기업 리액트뉴로(REACT Neuro)의 창업자인 숀 파텔 최고경영자(CEO)는 14일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한국은 인구 고령화와 뇌 질환 증가 등으로 뇌 건강 진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파텔 CEO는 미국 보스턴대 의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미국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신경학과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2017년 리액트뉴로를 세운 데 이어 2018년 벤처캐피털사인 DRADS를 공동 설립했다. 리액트뉴로는 파텔 CEO가 하버드대 신경과학자들과 함께 만든 기업으로 뇌 노화 부문의 최고 석학인 루돌프 탄지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신경학과 교수도 참여하고 있다. 음성인식과 안구 추적 등으로 뇌 관련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파텔 CEO는 “뇌 기능 추적 기술은 신경 장애나 인지력 저하가 생겼을 때 이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맞춤형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며 “뇌 기능 조기 진단만으로 평균수명을 급격히 늘릴 수는 없더라도 삶의 질은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액트뉴로의 디지털헬스 플랫폼은 가상현실(VR)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적외선카메라로 안구의 움직임을 살피고 음성을 인식해 언어의 미묘한 차이까지 포착함으로써 뇌에 문제가 생겼는지 알아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치매나 파킨슨병과 같은 뇌 질환은 물론이고 우울증과 심한 스트레스성 장애까지도 진단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치매 등 특정 상태에서 신경 회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파악해 게임으로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면 치료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위험한 외과 수술 없이도 디지털 치료가 가능한 셈이다. 파텔 CEO는 “몰입형 게임으로 뇌의 특정 영역을 자극하는 방식을 전통적인 치료나 생활습관 개선 등과 병행하면 종합적인 뇌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파텔 CEO는 전 세계적으로 치매 등 뇌 관련 질환자가 늘어나는 만큼 뇌 건강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봤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 환자가 2030년 7800만 명에서 2050년에는 1억 39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파텔 CEO는 “전 세계적으로 뇌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다양한 요구에 맞는 새로운 혁신이 요구될 것”이라며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에서도 뇌 건강을 복지로 여기면서 관련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국도 복지 향상 차원에서 뇌 질환 예방과 조기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매·자폐증·조현병 등 뇌 신경이나 정신 질환은 개인은 물론이고 가족이나 사회 전반에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뇌 질환에 대한 예방과 조기 질환에 집중해야 이로 인한 장기적인 부담을 덜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인 전체의 복지를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뇌 질환이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게 하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한국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앞서 있는 만큼 뇌 관련 기술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인구 고령화로 뇌 질환을 겪는 환자도 늘어나면서 관련 치료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파텔 CEO는 “한국은 과학기술 수준이 높아 뇌 진단과 치료 분야에서 혁신적인 해법을 찾아내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최고 수준의 과학자·연구원·의료문가들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뇌 질환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이 가진 강점을 활용하려면 투자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뇌 건강 관련 전문인력 양성도 주문했다. 파텔 CEO는 “신경계 질환의 연구 투자를 늘려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뇌 건강 문제까지 찾아내 치료법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며 “의료기관과 연구소·기업 등이 협업한다면 한국인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리액트뉴로는 이미 국내 기업인 로킷헬스케어와 손을 잡았다. 파텔 CEO는 “리액트뉴로가 개발하는 디지털헬스 플랫폼을 로킷헬스케어가 가진 다양한 서비스나 한국 헬스케어 시장에서의 경쟁력 등과 결합해 한국 뇌 건강 시장에 필요한 종합적인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
"기술·인력·시장 다 갖춰…K바이오 잠재력 터질것" [미리보는 2023 서울포럼]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3.05.14 17:55:24“한국 바이오 산업은 잠재력을 터트릴 일만 남았습니다.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한 데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잠재 시장도 넓기 때문입니다.” 서울경제신문이 이달 31일과 6월 1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비스타워커힐호텔에서 개최하는 ‘서울포럼 2023’의 2일차 특별 강연을 맡은 숀 파텔 미국 리액트뉴로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첨단 바이오 산업의 장래성에 대해 14일 이같이 평가했다. 이번 포럼의 여러 세션에서 강연자와 토론자로 나서는 게릿 스톰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트벤터대 교수 겸 싱가포르국립대 의대 교수,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 디지털 바이오헬스 기업 알파타우의 우지 소퍼 CEO 또한 K바이오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한국 바이오 산업의 잠재력이 뛰어난 만큼 규제 혁신 등을 통해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목한 한국의 최고 강점은 최첨단 기술, 그리고 최고 수준의 의사와 과학자를 보유한 인적 경쟁력이다. 파텔 CEO는 “최첨단 기술 연구개발(R&D)에 대한 강한 집중력을 가진 한국은 혁신적인 솔루션을 만들고 채택하는 데 국가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잘 갖춰진 교육 인프라와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에 더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의 고령화도 역설적으로 바이오 산업 육성에 있어서는 강점으로 꼽힌다. 스톰 교수는 “2021년 한국의 총 의료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8.8%나 돼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 차원의 투자 유인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으로 위기에 몰린 원격의료 사례에서 드러나듯 과감한 규제 완화는 한국 첨단 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라고 이들 서울포럼 2023 강연자들은 입을 모았다. 소퍼 CEO는 “한국과 이스라엘 모두 생명과학 회사에 매력적인 사업 환경을 제공하지만 규제 관점에서는 차이가 있다”며 “한국은 새로운 생각에 보수적인 편이라 의료 분야 신기술 승인에 있어 규제 절차가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지적했다. -
[미리보는 서울포럼 2023] "바이오 혁신의 핵심은 '융합'…의학·AI·예술까지 넘나들어야"
산업 IT 2023.05.10 18:11:28“한국에서 첨단바이오 시장의 꽃을 피우려면 의학·인공지능(AI)·생화학·빅데이터·블록체인·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협력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가 필요합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총재 출신인 수브라 수레시 휴렛팩커드(HP) 이사회 의장은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NSF는 서로 다른 분야 간 융합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카네기멜런대, 싱가포르 난양공대 총장을 지낸 수레시 의장은 스위스에 본부가 있는 융합 교육 혁신 플랫폼인 글로벌러닝카운슬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학·생물학 재료를 질병 치료 등에 연결하기 위한 글로벌 공동 연구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그는 “과학기술과 인문학·예술·사회과학 분야 학생들이 상호 지식을 터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분야를 넘나들다 보면 자연스레 공학·컴퓨팅·물리학과 생물학·의학 분야에서도 교육과 연구 활동 교류가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이 다른 분야로 파급돼 학문 간 경계를 무너뜨리고 융합적 사고로 이어져 첨단바이오 산업을 이끄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레시 의장은 “한국에서도 한국연구재단을 비롯해 각 부처와 기관에서 융합을 위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과학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NSF에 있을 때 아이코어(Innovation Corps)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 과학자 창업 지원 등) 과학 혁신 생태계 구축을 장려했다”며 “미국에서는 학술 기관뿐 아니라 많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영리·자선단체에서 혁신을 장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 역시 교수와 학생들에게 생물학과 컴퓨팅 등 학문의 교차점에서 기초·원천과 응용 연구의 협력을 확대하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수레시 의장이 꼽은 대표적인 사례가 난양공대다. 당초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을 벤치마킹한 난양공대는 지난해 영국의 세계 대학 평가 기관인 QS가 발표한 ‘세계 대학 평가 전공별 순위’에서 4위를 기록했다. 이 대학이 세계적 공대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융합연구다. 그는 “난양공대는 공대·의대와 인문학·기초과학 간 공동 연구와 기업과의 연구개발(R&D) 클러스터링 구축에 신경을 쓴다”며 “인문학·기초과학 등의 분야를 가로지르는 공동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는 게 난양공대의 힘”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인재를 유치해 원하는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지원하되 매우 경쟁적인 환경을 조성해 최대한의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도 이 대학의 특징이다. 특히 공대임에도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도움을 받아 리콩친의대를 설립하는 등 연구 중심 의대로서 역량을 강화하며 KAIST 등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수레시 의장은 챗GPT 등 AI의 급속한 발전이 첨단바이오 성장에 가속도를 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세계적으로 디지털 기술, 빅데이터, AI가 진단·치료, 공중보건 등 바이오헬스 전반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그는 “의학에 공학 등이 본격적으로 융합하면 대면 의료는 물론 온라인 의료(원격의료) 서비스도 빠르게 발전시킬 것”이라며 “재료와 약물, 혁신 기기와 장비 개발, 친환경 식품 설계까지 다양한 시너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AI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잘 처리해 의료 분야에 활용하되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은 최소화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수레시 의장은 한국이 AI·디지털 기술 등 4차 산업혁명의 변화 물결을 수용하고 있어 교육·R&D·혁신 측면에서 글로벌 리더그룹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은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에 비해서는 늦게 출발했지만 글로벌 디지털 회사들을 갖고 있고 과학기술과 인재의 수준도 높아 리더그룹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이 첨단바이오 시대를 열려면 미국·중국 등에 비해 원격의료나 혁신 의료 기기·장비 등 규제의 문턱을 좀 더 낮추는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레시 의장은 “한국이 첨단바이오 분야에 적극 투자해 바이오헬스 분야의 선도자로 거듭나야 한다”며 “바이오헬스와 정보기술(IT) 등의 융합을 가속화하면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
[미리보는 서울포럼 2023] "美, 미래 팬데믹 대비 4.5조 투자…불가능에도 베팅하는 R&D 생태계 필요"
산업 IT 2023.05.10 18:09:54“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 비상사태 종료를 선언했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 팬데믹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미국이 국립보건원(NIH) 등을 통해 감염성 질병 연구개발(R&D)에 엄청난 투자를 하며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를 팬데믹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제프리 글렌(사진) 미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는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도 다양한 감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NIH는 미래 대유행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들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퇴치하기 위한 약물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해 ‘팬데믹 대비 항바이러스 프로그램(APP)’을 가동해 향후 5년간 4조 5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팬데믹예방감염병예방센터(AViDD) 프로그램’도 시행해 5년간 9개 연구센터에 76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스탠퍼드 AViDD를 이끌고 있는 글렌 교수는 “미국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모험 연구와 선도 연구자에게 투자하는 혁신 생태계가 갖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미국 NIH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등은 그동안 불가능한 것으로 치부되던 분야의 R&D에 장기 투자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있다. 연구자는 정부와 관련 기관의 R&D 과제를 수주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일단 선정되면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받는다. 글렌 교수 역시 도전적 연구에 나서 현재 바이러스성 간염 중 악성인 HDV 치료제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모든 종양에 효과가 있는 경구 약물도 임상 1상에 들어갔다. 간암 예방용 경구약과 독감 범용 치료제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이를 위해 5개의 스타트업을 창업해 일부는 나스닥에 상장했다. 그는 미국 첨단바이오 생태계와 관련해 “스탠퍼드대를 비롯해 미국 의대는 의학뿐 아니라 화학·공학을 통합하고 기술 상용화 노력을 펼치는 의사과학자를 대거 양성한다는 데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의대가 여전히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 의사과학자 양성과 기술 상용화 측면에서 미흡한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포항공과대(포스텍)·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도 기존 의대의 의사과학자 양성과 별개로 과학기술 특성화대에 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렌 교수는 “한국은 강력한 생명공학 잠재력 등 과학기술 전문성을 갖고 있다”며 “미래 팬데믹에 대응할 수 있는 바탕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경우 디지털·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의 융·복합 기술을 통해 첨단바이오 시장에 진입해 선도자로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백신과 치료제 분야에서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너무 의기소침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국이 코로나 진단키트, 감염자 추적·알림 시스템, 마스크 등에서 보여준 강점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글렌 교수는 “한국이 제약 바이오 분야에서 혁신을 거듭해야 미국·유럽과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며 “혁신을 하다 보면 실패할 수 있지만 약물 등 바이오헬스 개발 과정에서 실패를 조기에 파악해 더욱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이 바이오헬스 분야의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에서 선도자(first mover)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풍토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외국 파트너를 포함해 개방형 혁신을 꾀하는 것이 시너지를 내는 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선도국이 되기 위해서는 의료·정보통신기술(ICT) 및 공학 분야의 협력적인 생태계가 필요하다”며 “스타트업, 벤처기업, 대형 제약 및 바이오 기업, 병원, 대학, 연구소 및 투자 기관 등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
"韓, 미래기술 접목땐 글로벌 첨단바이오 선도"[미리보는 '서울포럼 2023']
산업 IT 2023.05.10 17:49:07“전통 바이오의 후발 주자인 한국이 디지털·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바이오헬스에 잘 접목해야 첨단바이오에서 글로벌 선도 그룹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수브라 수레시 미국 휴렛팩커드 이사회 의장) “한국이 국가 연구개발(R&D)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하면 첨단바이오의 선도자(퍼스트무버)로 도약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제프리 글렌 미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 서울경제신문이 이달 31일과 6월1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비스타워커힐호텔에서 개최하는 ‘서울포럼 2023’의 기조강연을 맡을 수레시 의장과 글렌 교수는 1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전통 제약·바이오에서 미국·유럽 등에 뒤처진 것이 현실이지만 첨단바이오 분야에서는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보건의료·경제·안보의 핵심, 첨단바이오 시대를 열자’는 ‘서울포럼 2023’의 주제가 시의적절하다면서 첨단바이오는 미국과 중국 간 패권 전쟁 시대에 미래 성장 동력을 좌우할 국가 전략기술이라는 데 공감했다. 첨단바이오는 암·치매·노화 극복을 위한 맞춤형 유전자·세포 치료, 뇌과학, 재생의료·인공장기, 혁신 의료기기, 디지털치료제, 원격의료, 합성생물학 등을 일컫는다. 푸드테크 등 그린바이오와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화이트바이오도 포함된다. 미 국립과학재단(NSF) 총재와 카네기멜론대, 싱가포르 난양공대 총장을 지낸 수레시 의장은 “한국은 컴퓨팅, 디지털 기술, AI, 로봇공학에서 우수 인력과 인프라 역량을 보유한 기술 선진국”이라며 자신감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5개의 바이오헬스 스타트업을 창업해 나스닥에 상장한 경험이 있는 글렌 교수는 “한국이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혁신을 거듭하면 미국·유럽과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며 “제약·바이오 분야는 정보기술(IT)보다 개발 기간이 훨씬 길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보상은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기업, 대학, 병원, 연구소, 정부, 투자 업계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면 첨단바이오에서 글로벌 선도자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
[알립니다]서울포럼 2023-보건의료·경제·안보의 핵심, 첨단바이오 시대를 열자
증권 국내증시 2023.05.01 18:00:34서울경제신문이 창간 63주년을 맞아 글로벌 포럼인 ‘서울포럼 2023’을 개최합니다. 올해 14번째인 서울포럼의 주제는 '보건의료·경제·안보의 핵심, 첨단바이오 시대를 열자'입니다.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이 약 2600조 원에 달하는 현실에서 첨단바이오 육성을 통해 퍼스트무버(선도자)로 나아가자는 취지입니다. 이를 위해 암·치매·노화 극복을 위한 맞춤형유전자·세포치료, 뇌과학, 재생의료·인공장기, 혁신 의료기기, 디지털 치료제, 원격의료 등을 키워야 합니다. 푸드테크 등 그린바이오, 합성생물학 등 화이트바이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첨단바이오는 반도체·배터리에 이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성장 동력이 될 것입니다. 서울경제는 15명의 해외 전문가를 초청해 첨단바이오를 중심으로 한 K바이오 생태계에 관해 심도 있게 논의하려 합니다. 포럼 첫날에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총재와 카네기멜론대, 싱가포르 난양공대 총장을 지낸 수브라 수레시 휴렛팩커드 이사회 의장과 바이러스 전문가이자 나스닥 상장 창업가인 제프리 글렌 미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가 투톱으로 기조강연을 하고 총 10명의 해외 전문가가 특별 대담을 진행합니다. 이튿날에는 ‘암·치매·노화 극복의 길’ ‘디지털헬스케어·첨단바이오 혁명’ ‘차세대 먹거리 그린바이오&기후위기 해결 화이트바이오’ ‘글로벌 바이오생명공학 혁신 생태계’를 주제로 한 4개 세션에서 롤런드 일링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의료책임자, 게릿 스톰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트벤터대·싱가포르국립대 교수, 모르데카이 셰베스 전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부총장, 숀 파텔 미국 리액트뉴로 창업가 등과 국내 산학연정 전문가들이 집단지성을 발휘합니다. 특히 이번 포럼 기간에 첨단바이오를 주제로 한 10개의 특별 포럼을 추가해 ‘첨단바이오 엑스포’ 형식으로 꾸밀 예정입니다. 이번 포럼이 K바이오의 담대한 미래를 개척하는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날짜 : 5월 31일(수)~6월 1일(목) 장소 : 서울 광장동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호텔 문의·접수 : 서울포럼 사무국(02-724-8707) 또는 홈페이지 -
농업혁신 '팜테크'·탄소감축 '바이오연료'…식량·기후 난제 푼다 [미리보는 서울포럼 2023]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3.05.01 17:54:15‘바이오’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사람들은 대개 의약품·백신을 떠올린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농업·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명공학 기술이 쓰인다. 바이오 산업은 크게 레드·그린·화이트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흔히 생각하는 의료 제약 분야는 ‘레드바이오’이다. 혈액의 붉은색에서 따와 레드라는 이름이 붙었다.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백신·치료제, 의료기기 등이 레드바이오에 속한다. 그린바이오는 생명공학 기술을 적용해 농업·식품 등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를 뜻한다. 대체식품 등 식물 단백질 육류 묘사 기술, 동물세포 배양 기술과 종자 분야에서 분자, 디지털 육종, 유전자 가위 기술이 대표적이다. 동물용 의약품 분야의 유전자 재조합 기술, 줄기세포 기술, 생명 소재 분야의 곤충·해양생물·식물 정유 등도 포함된다. 화이트바이오는 옥수수·콩·목재류 등 재생 가능한 식물 자원을 원료로 화학제품 또는 바이오 연료 등의 물질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합성생물학·대사공학도 화이트바이오의 주류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위기 속 탄소 중립이 글로벌 의제로 떠오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해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지며 한국에서도 이 같은 ‘그린·화이트 바이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화학사들은 그린바이오 분야 기업을 합병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따르면 세계 그린바이오 산업의 규모는 2020년 1조 2000억 달러에서 연평균 6.7%씩 빠르게 성장해 2027년에는 1조 9000억 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국의 그린바이오 기술 수준은 미국의 80% 수준으로 2~5년이나 뒤처져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올 2월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2020년 기준 5조 4000억 원 규모의 국내 그린바이오 시장을 2027년까지 10조 원으로 키우고 유니콘 그룹 15개 사를 육성한다는 목표다. 산업화 촉진, 혁신기술 개발, 산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3대 추진 전략을 펴며 2027년까지 1000억 원 이상 전용 펀드를 확대하고 범부처 정책금융(2조 2000억 원), 혁신성장펀드(3조 원) 등 다양한 자금 활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CJ제일제당이 대표적이다. 식품·사료첨가제 품목 7종(트립토판·발린·알지닌·이소류신·히스티딘·핵산·농축대두단백)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에 올랐다. 2017년에는 브라질 글로벌 농축대두단백 1위 업체 ‘셀렉타’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억 1000만 달러를 투자해 브라질 아미노산 공장을 증설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그린바이오 사업으로만 5조 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웬만한 국내 중대형 식품 기업이나 제약 기업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LG화학이 인수한 팜한농도 마찬가지다. 팜한농은 애초 농약·비료 생산 기업이었는데 식물 종자 분야에서도 국내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팜한농은 글로벌 톱10 그린바이오 기업이라는 비전으로 해외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작물보호제 사업은 비선택성 제초제 ‘테라도’ 등 자체 개발 신규 원제를 중심으로 해외 매출 비중을 5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종자 사업에서는 양배추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수 품종의 해외 출시를 확대한다. 벤처·스타트업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바이오앱은 세계 최초로 식물세포를 활용해 돼지열병 백신을 개발하고 이를 캐나다에 수출했다. 식물 기반 돼지열병 백신 ‘허바백’은 담뱃잎에 돼지열병 항원단백질을 도입해 백신을 제조했는데, 병원성 복귀의 위험이 없고 수입 백신 대비 약 80%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도 높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화이트바이오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겁다. 화이트바이오는 재생 가능한 자원이나 미생물·효소 등으로 화학 산업 소재를 대체하는 기술을 활용한다. 플라스틱 등을 기존 화석연료 대신 식물 자원이나 유기물질, 미생물 효소 등을 원료로 만들어 폐기된 뒤 빠르게 분해될 수 있도록 한다. 삼양사는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고순도 이소소르비드(ISB)를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용화했다. 최근에는 ISB를 활용한 친환경 열관리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등에 사용하는 열관리 소재는 배터리 모듈과 냉각 패널 사이에 도포돼 배터리 온도를 관리한다. 전기차 배터리 성능 향상과 안전을 위한 소재로 주목받는다. 강호성 삼양사 대표는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으로 전기차에 쓰이는 친환경 소재 수요도 커졌다”면서 “시장 요구에 선제 대응하고 친환경 소재 포트폴리오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린바이오와 달리 화이트바이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아직 부족하다. 환경부는 지난해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가이드라인으로 친환경 인증을 받은 생분해 봉투마저 2024년까지만 허용하기로 했다. 애초 생분해 봉투 사용도 전면 금지할 계획이었지만 산업계 우려를 반영해 일부 완화된 방침을 내놓았다. 업계는 기존 생분해 봉투의 친환경 인증이 만료되는 2024년 이후에는 생분해 봉투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생분해 플라스틱도 플라스틱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일회용품처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관련 연구개발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
"신약개발 기간 절반 단축"…AI·빅데이터로 제약시장 새지평 [미리보는 서울포럼 2023]
산업 기업 2023.05.01 17:43:50# 글로벌 빅파마인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을 세계 최초로 초고속 개발한 데는 인공지능(AI)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유행 지역을 AI로 예측하고 임상 계획을 설계해 4개월 만에 6개국에서 4만 6000명의 환자를 빠르게 모집할 수 있었다. 이들의 임상 데이터도 AI로 분석하면서 결국 화이자는 통상 10년이 걸리던 백신 개발을 10.8개월 만에 성공시켰다. 홍콩에 기반한 AI 신약 개발사 인실리코메디신은 2019년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 물질을 단 45일 만에 발굴해 눈길을 끌었다. 통상 수년이 걸려도 찾기 힘든 게 신약 후보 물질이지만 인실리코는 정확히 해당 계열의 후보 물질을 설계해 타깃 물질 6개를 3주 만에 찾아내고 이후 25일 만에 합성과 검증까지 마쳤다. 비용도 15만 달러에 불과했다. 제약 산업에서 AI와 빅데이터를 적용하면서 비효율적인 절차가 대폭 줄어들고 있다. 개발 속도는 물론 효능과 비용까지 혁신을 가져온 것이다. 1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평균 15년의 시간이 필요한 신약 개발에 AI를 적용하면 7년가량으로 절반이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보통 신약 개발을 시작하면 1만여 개의 후보 물질 중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들을 골라 실제 약물로 쓸 수 있도록 합성하고 독성을 시험하는 데만 5년 이상이 걸린다. 동물에 실험하는 전임상시험에도 2년여가 소요된다. 이후 사람에게 투약하는 임상 1·2·3상도 5~6년이 걸린다. 그럼에도 신약 개발은 실패할 확률이 성공할 확률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AI와 빅데이터를 적용하면 후보 물질 발굴 단계부터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때마다 직접 실험할 필요 없이 AI가 가상 시험해보면 불필요한 실험은 순식간에 정리할 수 있고 물질을 최적화할 대안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다. 논문 검색만 해도 AI는 한 번에 100만 건 이상을 탐색하며 연구원이 수년간 할 일을 단 하루 만에 마칠 수 있다. AI는 10년 가까이 걸리던 전임상을 2~3년으로 줄이고 더욱 확률 높은 임상을 설계할 수 있어 이 기간도 단축한다. 윤정혁 파로스아이바이오 대표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AI가 가장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단계들이 있다”며 “해당 단계의 데이터를 모아 최적의 알고리즘을 구축하면 완전자율주행은 아니더라도 반자율주행처럼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약 개발에서 AI의 활용도가 커지면서 관련 시장도 급성장세다. 2022년 6억 980만 달러(약 8100억 원)였던 글로벌 AI 신약 개발 시장 규모는 연평균 45.7% 성장해 2027년 40억 350만 달러(약 5조 36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분야별로 가장 큰 시장은 면역 항암제로 전체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뒤이어 치매·파킨슨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과 뇌졸중·고혈압 등과 같은 심혈관 질환순이다.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전 세계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AI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고도의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정보기술(IT)력을 보유한 빅테크가 기존 제약사와 손잡으면서 개발 경쟁에 불이 붙었다. AI를 세상에 알린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폴드를 개발해 단백질 아미노산 구조 연구를 가속화했고 모회사 알파벳은 직접 신약 개발 AI 플랫폼 개발 기업인 아이소모픽랩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는 아스트라제네카(AZ)와, 아마존은 화이자·AZ·머크 등과 AI 신약 개발 연구에서 협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IT 기업, 스타트업, 제약사 간의 AI 신약 개발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카카오(035720)브레인은 지난해 AI 신약 개발 기업 갤럭스와 항체 치료제 플랫폼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SK(034730) C&C는 AI 신약 개발사 스탠다임과 2021년 타깃 발굴 플랫폼을 선보이기도 했다. 스탠다임은 한미약품(128940)·SK케미칼(285130)과 협력하고 닥터노아바이오텍은 휴온스·카이노스메드(284620)와 협업하고 있다. 신테카바이오(226330)·JW중외제약(001060), 온코크로스·제일약품(271980), 에이조스바이오·대웅제약(069620), 심플렉스·삼진제약(005500), 팜캐드·이수앱지스(086890) 등 개방형 혁신 사례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AI 신약 개발 관련 전문인력 양성도 시작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혁신형 미래의료연구센터’를 지정해 의사과학자를 육성하는데 AI 기반 알고리즘을 활용한 신약 개발도 교육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019년 AI신약개발지원센터를 설립하고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함께 AI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라드(LAIDD)를 시행하고 있다. 목암연구소도 서울대 AI연구원과 ‘AI-바이오 연구인력 양성과정’을 만들었다. 정부 지원 사업도 추진 중이다. 과기정통부와 복지부는 지난해부터 ‘AI 활용 혁신 신약 발굴 사업’을 시작해 2026년까지 총 20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물질 발굴 초기부터 AI를 활용한 파이프라인이 품목 허가에 다다른 사례가 없는 만큼 업계에서는 경쟁력 있는 IT를 활용하면 선진 제약 시장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다고 기대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개발 동력 확보를 위해 정책과 규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화이자가 자체 기술력에 미국 정부의 협조가 더해져 초고속으로 백신을 개발한 것과 달리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서 AI 신약 개발사들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물질을 신속히 발굴했지만 적기에 임상까지 진입하지 못했다. 투자금이 절실한 비상장 AI 신약 개발사들은 기업공개(IPO)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AI 신약 개발사 관계자는 “아직 매출이 적기 때문에 특례상장을 노려야 하는데 일반 바이오 벤처와 같이 임상 단계, 기술이전 실적이 아닌 AI 기술력만으로는 심사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 기술에 투자할 자금을 자체 임상 개발에 먼저 써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지원 사업 과제도 시장 성장을 이끌기에는 미흡하다는 목소리 또한 제기된다. 김이랑 AI신약개발협의회 회장(온코크로스 대표)은 “정부가 최소 5년은 걸릴 프로젝트를 AI 신약 개발이라며 과제 기한을 2년가량만 주고는 한다”며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이려면 정부 지원이 현실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통 제약에 융복합 기술 접목…유전자 치료·푸드테크까지 확장 [미리보는 서울포럼 2023]
산업 IT 2023.04.23 18:01:02# 약 100조 개에 이르는 인체 미생물의 변화가 비만·당뇨·암·자폐 등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속속 나온다.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군집·유전체 정보 생태계) 치료제를 연구개발(R&D)하는 곳이 늘어난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 세레스테라퓨틱스는 곧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경구용으로는 세계 최초로 장 질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허가받을 예정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지놈앤컴퍼니가 글로벌 빅파마와 위암과 담도암 면역 항암제에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병용하는 임상을 하고 있다. 자폐증 마이크바이옴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와 고바이오랩은 건선, 염증성 장 질환, 천식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박한수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5년 뒤 1조 6000억 원 이상의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글로벌 빅파마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틈새를 뚫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3D 바이오프린터로 손상된 장기의 맞춤형 복원에 나서는 재생의료도 뜨고 있다. 인체의 지방을 추출한 바이오잉크를 사용해 면역 거부 반응을 없앤 게 특징이다. 로킷헬스케어의 경우 당뇨병으로 발이 썩는 당뇨발과 망가진 무릎연골 치료를 위한 피부 재생치료 플랫폼을 구축해 해외 수십 개국에서 임상을 해왔다. 만성 신부전증까지 임상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베리필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3D 바이오프린팅 시장은 2021년 1조 원에서 2030년 5조 700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석환 로킷헬스케어 회장은 “재생의료 등 첨단 바이오는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하는 것이라 우리가 해볼 만하다”며 정부의 지원과 규제 혁파를 촉구했다. 하철원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도 “바이오프린팅을 활용한 연골재생 기술은 관절염 치료에서 획기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처럼 전통 제약·바이오 시장의 패스트팔로어(빠른 추격자)였던 우리나라가 첨단 바이오 시장에서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 제약 시장 규모가 2021년 1조 4200억 달러(약 1880조 원)로 세계 반도체 시장(5300억 달러)의 2.7배나 되지만 정작 우리의 비중은 미미한 상황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기 위해서다. 실제 디지털·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융복합 기술을 연계한 첨단 바이오 시장이 급성장하는 추세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뇌과학, 재생의료·인공장기, 디지털 치료제, 나노로봇, 혁신 영상·진단기기, 마이크로바이옴, 원격의료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암·치매·노화 극복의 혁신적인 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식량안보·친환경을 위한 대체육·배양육 같은 푸드테크와 천연물 R&D 등 그린바이오 시장도 뜨고 있다. 합성생물학 등 화이트바이오까지 첨단 바이오 영역도 크게 확장되고 있다. 합성생물학은 보건의료는 물론 바이오 연료·플라스틱 등 에너지·화학, 국방에도 파급효과가 크다. 미중 패권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첨단 바이오는 보건의료·경제안보의 핵심으로 꼽히며 국가전략기술로 통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국가 생명공학·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을 통해 바이오 R&D와 제조 강화, 바이오를 통한 에너지·화학·소재 산업의 혁신을 표방한 것도 이 때문이다. AI와 빅데이터가 발달한 중국은 지난해 5월 ‘바이오 경제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바이오 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도 규제 혁신 등 첨단 바이오 생태계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윤석열 대통령이 올 2월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키우겠다”며 5년 내 연 매출 1조 원 이상 신약 2개 창출, 의약품과 의료기기 수출 각각 2배 확대(각 160억 달러), 디지털·데이터·AI 활용 신의료기술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미국·중국·유럽 등에 비해 뒤처진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지 않고서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는 셀트리온 등이 복제약 분야에서 글로벌 강자로 군림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등도 바이오의약품 위탁 생산능력이 뛰어나지만 퍼스트무버(선도자)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유한양행·종근당 등 기존 제약사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R&D나 매출 모두를 합쳐도 글로벌 빅파마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학과 국가연구소(출연연 등)의 기술 사업화 생태계도 활성화돼 있지 않고 산학연병(産學硏病) 간 융합연구도 미흡하다. 의대로의 인재 쏠림 현상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쓰는 핵심 약이나 장비는 대부분 외국산이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의사의 실력이나 디지털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나 의사과학자나 환자를 보면서 R&D를 병행하는 의사가 많지 않다”며 과학기술특성화대의 의학전문대학원 허용을 촉구했다. 바이오헬스 분야의 정부 R&D 투자를 봐도 2020년 1조 3000억 원, 2021년 1조 6200억 원, 지난해 1조 7560억 원으로 증가하다가 올해(1조 7620억 원)는 정체 상태다. 정부 R&D(올해 31조 574억 원) 내 비중도 올해 5.7%로 지난해(5.9%)보다 떨어졌다. 팬데믹 상황에서 전화 상담 등 제한적으로 허용되던 원격진료도 표류하는 양상이다. 정부의 리더십 부족과 의료계의 이기주의가 맞물리며 세계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혁신 의료기기 활성화를 위한 임상·허가, 건강보험 수가책정 등 정책 지원도 미흡하다. 임상도 쉽지 않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를 받는 것도 까다롭고 가격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서 기존 의료기기의 최대 90%까지만 인정해주는 경향이 있다. 벤처기업들이 FDA 등에서 허가를 받으려고 하는 게 이 때문이다. 미국·유럽 등에서는 허가만 받으면 개발사 책임하에 환자에게 쓸 수 있다. 정기택 홍릉강소특구 GRaND-K 창업학교 교장은 “중국도 지난 10여 년간 성별 규제자유구역에서 혁신 의료기기를 많이 내놓으며 한국을 앞질렀다”고 전했다. 미국·중국 등에서 바이오헬스 데이터의 통합·분석을 통해 조기 진단과 치료에 활용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데이터 규제도 심하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미래발전위원장은 “방대한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혁신 제품·서비스의 사업 활성화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반·배 다음은 바이오…2600兆 금맥 캔다 [미리보는 서울포럼2023]
산업 IT 2023.04.23 17:59:17지난 3년간 지구촌을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의 해결사로 나선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전문가들이 “정상 방식으로는 백신 개발에 10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했으나 1년도 되지 않아 상업화됐다. 화이자 이외에 창업 10년 벤처였던 모더나도 등장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실에서 태동한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투자사들의 전폭적인 멘토링과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맞물린 성과였다. 이 과정에서 효과적인 약물 전달 시스템인 지질나노입자(LNP·Lipid Nano Particle) 기술을 보탠 튀르키예계 독일 벤처의 힘도 컸다. 우리나라는 마스크, 환자 추적·알림 시스템, 진단키트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으나 끝내 mRNA 백신 같은 합성생물학을 바탕으로 한 게임체인저는 내놓지 못했다. 우리 제약·바이오사들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간혹 기술 수출의 잭팟을 터뜨리기도 하나 여전히 복제약 중심의 패스트팔로어(빠른 추격자)인 것이 현실이다. 대학과 국가연구소(출연연)·기업·병원과의 유기적 연계,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활용, 규제 혁파 등 국가적인 생태계도 부족하다.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 규모가 약 2600조 원에 달하고 성장 잠재력도 크지만 우리는 세계 10대 경제 강국에 걸맞은 위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세계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우리의 시장 점유율이 2%를 넘지 못한다(김하일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해외에서 임상을 하면 우리 의사의 수준이 미국·유럽보다 높은데 정작 의약품과 장비 시장에서는 외국산을 쓴다(유석환 로킷헬스케어 회장)”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바이오헬스를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며 이번 주 한미정상회담(26일)을 위해 방미하는 길에 보스턴 바이오밸리에서 ‘클러스터 라운드테이블’을 열기로 했다. 우리가 패러다임 전환으로 디지털·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융복합 기술을 활용해 첨단 바이오 시장으로 나아가면 퍼스트무버(선도자)의 길을 열 수 있다. 암·치매·노화 극복을 위한 맞춤형 유전자 치료 분야와 세포 치료나 뇌과학, 재생의료·인공장기, 혁신 의료기기, 디지털 치료제, 원격의료, 합성 생물학 등을 키워야 한다. 푸드테크 등 그린바이오와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화이트바이오도 마찬가지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은 “첨단 바이오는 우리에게 반도체·배터리에 이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국가적 역량 투입을 촉구했다. -
비대면 진료·혁신 의료기기, 규제에 '발목' [미리보는 서울포럼 2023]
산업 기업 2023.04.23 17:57:17비대면 진료(원격의료), 인공지능(AI) 진단, 디지털 치료제 등 첨단 바이오 시장의 급속한 확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둘러싼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사인 쓰리제이가 국내 사업자 중에서 처음으로 사업 중단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는 3600만 건 이상 이뤄졌지만 국회 법제화가 좌초될 위기에 처하며 관련 스타트업들이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다. 다음 달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낮아지면 한시적인 비대면 진료 허용이 중단된다. 관련 의료법 개정안은 5건이 계류돼 있으나 아직 의료계, 플랫폼 사업자 등과 정부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이달 중 법안 통과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의 장지호 회장은 “20년간 논의만 해온 비대면 진료를 제도로 정착시켜야 한다”며 “재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비대면 진료 폐지법”이라며 정부의 법안 내용에 대해 반발했다. 정부가 시범 사업 추진 방침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어떤 형식이 될지 불투명하다는 게 스타트업들의 하소연이다. 우리 비대면 진료 산업이 공회전하는 동안 미국·일본·중국 등은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보건의료·산업기술수준 평가에 따르면 우리 기술 수준은 중국에 따라잡혀 공동 4위로 평가받았다. 1위인 미국과는 2.5년의 격차를 보였다. 올해부터 첫 국내 제품 허가가 시작된 디지털 치료제도 실제 사용까지 높은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 2월 디지털 치료제 1호로 에임메드의 불면증 치료제 ‘솜즈’에 이어 이달 19일 두 번째로 웰트의 불면증 치료제 ‘WELT-I’를 승인했다. 하지만 솜즈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실제 사용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보험 적용과 함께 진료비가 책정돼야 하는데 아직 정부에서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해외에서는 디지털 치료제의 혁신성을 유도하는 추세”라며 “우리도 기업의 혁신적인 연구개발을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새로운 의료기기 도입을 위해 정부는 지난해 혁신 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신의료기술 평가유예제도 등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미진하다는 반응이다. 최근 활발히 개발하고 있는 AI 영상 진단 기술의 경우 아직 신의료기술 대상도 아니어서 개선된 보험 적용도 받을 수 없다. 임재준 뷰노 경영기획본부장은 “새로운 의료기기에 보험 적용이 어려운 것은 임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정부의 요구 때문”이라며 “문제는 미국 등과 달리 신의료 영역으로 분류부터 막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2년 평가 유예를 받더라도 임상하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다”며 “현실에 맞게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
"韓도 예산권 가진 바이오 컨트롤타워 시급"[미리보는 서울포럼 2023]
산업 중기·벤처 2023.04.23 17:53:50“10년 뒤 일몰을 전제 조건으로 하더라도 예산권을 가진 힘 있는 국가 바이오·헬스케어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승규(사진)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통 제약·바이오뿐 아니라 디지털 바이오는 물론 그린바이오·화이트바이오 등 첨단 바이오를 모두 지원할 수 있는 있는 범부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부처마다 촘촘한 규제의 틀에 갇혀 차세대 바이오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약 개발에 인공지능(AI)이 도입되는 추세인데 부처마다 규제가 제각각이어서는 경쟁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바이오·헬스케어 업계에서는 범부처 바이오 컨트롤타워를 출범시켜 미래 성장 동력을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기술·돈·인재가 흐르는 혁신 생태계를 목표하는 새로운 바이오 클러스터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도 업계의 바람이다. 이 부회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중국의 바이오 경제 5개년계획 모두 레드·화이트·그린 바이오를 하나의 큰 바이오 분야로 묶은 뒤 분야별로 육성하는 전략을 세운 것”이라며 “우리도 범부처 컨트롤타워를 세워 총체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 컨트롤타워를 대통령이 직접 챙기되 예산권 등 실질적인 힘을 가져야 한다고 희망했다. 그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기가 부담스럽다면 10년쯤 뒤에는 해체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부처 간 높은 칸막이와 조직 이기주의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무총리 산하의 제약 바이오 컨트롤타워 수립을 공약한 바 있다. 특히 혁신 바이오 클러스터가 되려면 제약사, 바이오 벤처, 병원, 대학, 연구기관, 투자사를 함께 모아 생태계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고 이 부회장은 힘줘 말했다. 그는 “인천 송도, 충북 오송, 강원도 춘천 등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가 23개인데 15~20년가량 지나 점검이 필요하다”며 “이제는 곳곳에 산재한 바이오 산업단지가 아니라 기술 융합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희망했다. 이 부회장은 “새로운 바이오 클러스터는 민간이 알아서 들어오는 형태여야 한다”며 “정부는 생태계가 형성되게끔 인프라와 플랫폼을 깔아주는 역할을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
하버드·MGH·모더나 밀집한 보스턴…mRNA백신 산파 됐다[미리보는 서울포럼 2023]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3.04.23 17:52:44코로나19 팬데믹의 공포가 세계를 휩쓸던 와중에도 기회를 잡은 벤처기업이 있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와 지질나노입자(LNP) 기술로 이를 뒷받침한 바이오엔테크다. 모더나의 매출은 2019년 6020만 달러(약 800억 원)에서 2021년 184억 7100만 달러(약 24조 5000억 원)로, 바이오엔테크 매출도 2019년 1억 800만 유로(약 1580억 원)에서 2021년 189억 7670만 유로(약 27조 8000억 원)로 폭등했다. 일약 글로벌 톱20 제약사로 발돋움한 것이다. 이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혁신 생태계와 만나면 어떤 성과를 내는지 증명하는 사례다. 모더나는 하버드 의대 교수였던 데릭 로시가 로버트 랭어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와 함께 2010년 창업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았다. mRNA를 활용한 의약품 개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스턴의 바이오 생태계에서 결국 성공 신화를 썼다. 창업 전문가인 랭어 교수는 바이오 벤처캐피털인 파이오니어링의 누바르 아페얀 회장과 손을 맞잡았고 아페얀 회장은 프랑스 진단 기기 업체 비오메리외의 회장이었던 스테판 방셀을 모더나의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이어 방셀은 노벨상 수상자인 잭 쇼스택 하버드대 교수의 연구소 연구원을 지속적으로 스카우트하며 결국 스타트업 성공 신화를 썼다. 바이오엔테크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모더나뿐 아니라 글로벌 빅파마인 화이자와도 손잡았다. 바이오엔테크의 창업자 우구어 자힌은 “화이자와의 협력이 없었다면 백신 개발 이후 배포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했다. 화이자 역시 mRNA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에 힘입어 지난해 제약·바이오 기업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1000억 달러(약 130조 원)를 돌파했다. 지난 10년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 매출 1위를 지키던 존슨앤드존슨을 제치고 세계 정상에 등극한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혁신 바이오 생태계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우리도 정부가 K바이오의 도약을 위해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기존 제약·바이오의 틀을 뛰어넘는 첨단 바이오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보스턴을 찾는 것도 이곳에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가 있기 때문이다. 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학과 기업·병원·투자사는 물론 이를 지원할 정부·공공기관의 혁신 의지와 실행력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이 찾을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는 이 같은 구성 요소를 모두 갖췄다. 하버드·MIT 등의 대학을 필두로 병원 중 연구비 지원 규모 세계 1위인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이 있다. 아울러 머크·화이자·BMS·노바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도 입주했다. 랭어 교수가 출원한 특허 1050건 중 250건이 공동 창업한 회사 몫으로 배분되는 등 대학의 연구 결과가 기업의 특허로 활용되고 연구 성과의 상업화를 위한 투자자 액셀러레이터 등 전문적인 지원도 확실하다. 스위스 바젤과 싱가포르·이스라엘 등도 대표적인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로 꼽힌다. 바젤의 경우 독일·프랑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도시로 세계적인 제약 기업 로슈와 노바티스의 본사가 있다. 700개가 넘는 바이오헬스 기업과 1000여 개의 연구 조직은 덤이다. 이곳의 핵심은 낮은 법인세율이다. 법인세 실효세율이 13.04%로 독일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지식재산(IP)으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9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은 투자로 화답하고 있다. 바젤에서 연간 투입되는 연구개발(R&D) 자금은 210억 달러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시장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싱가포르 바이오폴리스 역시 싱가포르국립대·난양공대 등 대학과 정부 주도로 유치한 글로벌 제약사의 연구 시설이 맞물려 아시아 최고 수준의 바이오 클러스터로 자리 잡았다. 이스라엘도 대학과 연구소의 뛰어난 바이오헬스 기술을 글로벌 기업들과 손잡고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들과 비교하면 바이오 산업에서 혁신 생태계가 부족하다. 기존 제약사는 복제약 중심의 패스트팔로어(빠른 추격자) 문화가 여전하고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에도 혁신적인 R&D 및 기술사업화 풍토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의사의 실력이나 디지털 기술 측면에서는 세계적 수준이나 산학연 간 융합 연구도 크게 미흡하다. 특히 한국의 바이오 클러스터는 클러스터라는 말에 맞지 않게 파편화됐다. 전국 16개 지방자치단체가 저마다 의료 클러스터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인천 송도, 경기 판교, 충북 오송, 대전 대덕을 국내 4대 바이오 클러스터라고 하는데 각각의 특장점이 달라 서로 융합되지 못한 채 겉도는 상황이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투자 전 회사에 들러 연구 시설과 인력을 확인하는데 전국 8도를 유람하는 느낌”이라며 “개발·생산·마케팅 전문가들이 자주 모여야 하는데 만나기조차 여의치 않다”고 꼬집었다. 박진영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시장분석팀장은 ‘주요 국가별 정부 주도형 바이오 클러스터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바이오 산업은 R&D부터 산업화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는 산업으로 단계적 협업을 위해 기업과 병원·대학·연구소가 물리적으로 밀집된 클러스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시간 주요 뉴스
영상 뉴스
서경스페셜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