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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⑤경제]복지·보조금 부정수급 신고 月 70건...환수액만 2013년 이후5년간 700억
경제 · 금융 정책 2019.01.17 17:29:18A씨는 소득을 숨긴 채 기초생활보장급여 1,145만원을 부정 수급했다가 적발돼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지난해 9월 검찰 송치됐다. A씨는 함께 거주하는 B씨로부터 생활비 명목으로 총 1,700만원을 받았는데 이를 숨겼고 모친 명의로는 직장에서 급여도 받아왔다. 빈곤층에게 돌아가야 할 복지지출이 엉뚱하게 샌 대표적인 부정수급 사례다. 정부는 올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고 급여 수준도 늘리는 쪽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개선했다. 빈곤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올해 수급자가 4만명가량 늘어나고 예산은 약 11조원이 투입되는 대표적인 저소득 대상 복지 지원사업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지원 예산은 오는 2022년 18조5,000억원까지 늘어난다. 그러나 이 같은 현금성 복지급여의 부정 수급으로 새는 돈도 적지 않다. 누수를 막을 만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복지 지출을 마구 늘리는 탓이다. 사회보장정보원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복지급여 부정수급이 적발돼 환수가 결정됐지만 거둬들이지 못한 미납액이 지난 2017년 83억8,800만원에서 2018년 8월 기준 106억원으로 늘었다. 이뿐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 복지·보조금 부정신고센터에 따르면 월평균 70여건의 부정수급 신고가 들어온다. 신고를 바탕으로 부정수급을 적발해 환수를 확정한 금액만 696억원에 달한다. 줄줄 새는 복지지출이 늘어날 가능성은 현 정부 들어 더 커지고 있다. 만 6세에서 7세 미만 모든 아동으로 대상이 확대된 아동수당, 2조6,000억원의 예산이 증액된 근로장려세제(EITC) 같은 현금 지급이 보편적 복지 형태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 지출의 효율성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현금성 복지가 확대되는 것이다. 대상이 늘어나는 만큼 한정된 인원으로 수급 대상자를 엄선하는 작업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급격한 복지 확대와 이로 인해 줄줄 새는 세금은 고스란히 국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재정정책보고서에서 총수입 증가율이 2017~2021년 5.5%에서 2018~2022년 5.2%로 떨어지는 반면 총지출 증가율은 5.8%에서 7.3%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총지출 증가율과 경상성장률 간 격차도 2017~2021년 평균 1.0%포인트에서 2018~2022년 평균 2.8%포인트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복지정책의 밑천이 될 성장지표는 4.8%에서 4.5%로 내리막인 데 반해 지출 증가율은 5.8%에서 7.3%로 높아지는 탓이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최근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가 올해 -1.9%에서 2030년 -2.9%로 악화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가 중기 목표로 잡고 있는 관리재정수지 한계점인 -3%에 근접하는 것이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쓰인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건전성 지표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고 하지만 고령화로 복지 대상이 급증하는 것을 고려하면 지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한 번 늘린 복지 지출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은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속도 조절’을 강하게 주문하는 이유다. 예정처는 올해 106조8,000억원인 복지 의무지출 규모가 오는 2050년 347조7,000억원까지 3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의무지출은 ‘경직성 예산’으로 한 번 늘리면 다시 줄이기 어렵다. 기초연금·아동수당에 들어가는 돈이 의무지출에 해당한다. 복지 의무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3.9%로 총지출(2.5%)은 물론 전체 의무지출(3.1%) 증가율보다도 높다. 저성장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세입 기반 약화로 국채 발행이 늘면서 이자지출도 같은 기간 15조9,000억원에서 60조7,000억원까지 늘어난다.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고용보험 등 각종 사회보험 지출도 문재인 정부 들어 더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은 당장 지난해 적자로 돌아서 4년 전 예상보다 적자 발생이 4년 앞당겨졌다. 2017년 21조원에 달하던 누적 적립금도 2026~2027년이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급여의 대부분을 급여화하고 선택진료를 폐지하는 등 건보 보장성을 강화한 ‘문재인 케어’의 영향이다. 정부는 올해 건보료를 8년 만에 최대 폭(3.49%)으로 올렸지만 적립금 소진 시점은 1년밖에 늦추지 못했다. 고령 인구 급증으로 예상되는 재정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증세와 보험료 인상이 병행돼야 하지만 국민 정서상 어려움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GDP 대비 각종 세금과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보장기여금의 비중을 의미하는 국민부담률이 우리나라는 26.9%(2017년)로 OECD 평균인 34.2%보다 7.3%포인트 낮다.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터키·아일랜드·칠레·멕시코 4개국뿐이다. 국민들이 선망하는 덴마크와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복지 선진국의 국민부담률은 45% 안팎으로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복지에 있어 현실과 이상이 크게 벌어져 있는 것이다./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⑤경제] 일자리 창출 주역 민간인데...韓은 '국가가 최대 고용주'
경제 · 금융 정책 2019.01.17 17:21:31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보면 임기 5년간 늘어나는 공무원은 17만4,000명이다. 이들의 인건비만도 2018~2022년 5년간 17조원을 넘어선다. 공무원연금을 고려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인사혁신처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공무원 충원계획(2018~2022년)에 따른 공무원연금 장기 재정 추계 결과’에 따르면 향후 70년간 공무원연금 부족분 약 21조231억원을 정부가 추가로 보전해야 한다. 지금도 국민의 혈세인 예산으로 공무원연금을 지급해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공무원연금이 나라 곳간을 짓누르는 주범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은 ‘재정만능주의’ 사고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규제를 풀어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민간 일자리를 늘리는 것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야 하는데 5년의 단기 성과에 집착해 혈세로 일단 해결해보자는 사고가 오히려 민간의 투자와 일자리를 위축시키는 ‘구축 효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재정만능주의의 폐해는 문재인 정부 첫해부터 드러났다. 지난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도 최악의 고용성적표를 받아든 것이 단적인 예다. 지난해 전체 경제활동인구 2,789만5,000명 가운데 취업자 수는 2,682만2,000명으로 9만7,000명 느는 데 그쳤다. 지난 2015~2017년 3년 평균 취업자 증가가 27만6,00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1 토막에 불과했다. 정부 지원금 등이 들어가는 공공행정(5만2,000명), 보건·사회복지(12만5,000명)는 취업자 수가 크게 늘었음에도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한 도소매(-7만2,000명), 숙박·음식점(-4만5,000명), 사업시설관리(-6만3,000명) 등 3대 업종에서만 18만개의 일자리가 날아갔고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인 제조업에서도 주력업종 구조조정의 여파로 지난 한해 5만6,000개의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다. 고용위축 우려가 컸음에도 2년 연속 10% 이상씩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던 것은 재정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이를 메울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결론이 난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공일자리 확대로 취업준비생들이 일제히 공공 부문으로 몰리면서 민간에서는 사람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하소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파열음도 곳곳에서 들려왔다. 적자를 거듭하고 있는 공공기관에 단기 일자리를 만들라는 정부의 압박이 대표적이다. 추경호 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주요 공기업 35곳의 영업이익은 2016년 19조7,000억원에서 2017년 13조1,000억원으로 6조6,00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 순이익률은 6.1%에서 2.7%로 떨어졌다. 이 와중에도 정부는 공공기관에 단기 일자리 창출계획 제출 공문을 보내 ‘일자리 분식’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공공 중심의 일자리 창출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실제 여력이 바닥난 공기업들은 2019년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이겠다고 밝혔다. 실제 한전KPS는 지난해 정규직 484명을 채용했지만 올해는 51.4% 줄어든 235명을 뽑을 계획이고 한전은 지난해 대비 276명 감소한 1,547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2년 연속 최저임금 인상률을 두자릿수로 설정하고 이를 보조하겠다며 지급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의 이면에도 복마전이 있었다. 근로복지공단 직원들이 실적을 채우기 위해 마구잡이식 집행을 한 결과 지원 대상이 될 수 없는 사업주의 직계 존비속에게도 안정자금을 지급하는 등 졸속행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서비스라는 것은 민간에서 창발적·자율적으로 개인 수요에 대응해 나와야 하는 것”이라며 “공공 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1960년대 서구 선진국이 했던 방식을 답습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종=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⑤경제]의무지출 106조→347조...현금지원 줄이고 서비스복지 늘려야
경제 · 금융 정책 2019.01.17 17:19:16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주요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중(中)부담 중(中)복지’를 주장했다. ‘중복지’는 국내총생산(GDP)의 10.4%(2016년 기준)에 불과한 공공사회 복지지출 규모를 최소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대) 수준까지 늘리자는 얘기다. 독일(25.8%)이나 스웨덴(27.1%) 같은 고(高)복지 국가 수준까지는 어렵더라도 지금의 낮은 복지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데는 정당과 관계없이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복지지출을 2배 늘리려면 돈이 필요하다. ‘중부담’은 OECD 평균의 76% 수준인 우리나라의 조세·국민 부담률을 높여 그 재원으로 복지를 늘리자는 얘기다. 기존 지출 구조조정만으로는 늘어나는 복지지출을 감당할 수 없어 결국 세금이나 보험료 인상을 통한 국민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당시 대선후보들 모두가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고 인정했지만 내놓은 계획은 천차만별이었다.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는 연평균 24조원, 유승민 당시 바른정당 후보는 40조원, 심상정 당시 정의당 후보는 70조원의 증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연간 6조3,000억원만 증세로 마련하면 된다고 밝혔다. “복지를 늘리려면 복지와 관련된 공무원과 공공 부문 일자리를 늘리면 된다”는 것이 당시 문 대통령의 주장이었다. 더 많은 복지를 위해 얼마나 돈을 부담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복지 확대를 원하면서도 부담은 더 지기 싫어하는 모순적 인식이 굳어졌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사회보장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7%가 사회보장 확대에 찬성했지만 세금이나 보험료 추가 부담에는 68%가 반대했다. ’무상복지’처럼 ‘덜 내고 더 받기’를 원하는 태도에 더해 현행 복지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국민의 낮은 신뢰도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안상훈 서울대 교수는 “복지에 드는 돈은 누군가 내야 한다. 어떤 복지를 어떻게 늘릴지, 늘린다면 얼마를 어떻게 낼 것인지를 국민들에게 솔직히 얘기하고 함께 풀어가야 하는 이유”라며 “하지만 지금은 여야가 모두 합의도, 검증도 없는 소모적인 현금 복지를 대거 늘리면서 부담 얘기는 슬그머니 감추고 있다”고 꼬집었다. 복지의 ‘양’뿐 아니라 ‘질’에 대한 논의도 아예 전무하다. 아동수당·청년수당 같은 각종 수당과 출산장려금·무상보육 등 개별 복지정책은 파격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복지 시스템의 전체적인 틀을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한 마스터플랜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도 무상교복, 차액 보육료 지원, 산후조리 비용 등 저마다 현금성 지원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새로 만들거나 변경할 때는 중앙정부와의 중복을 조정하기 위해 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지만 동의율이 97.8%(2017년)에 달하는데다 지자체가 강행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는 “공적 복지지출을 GDP 대비 20% 수준으로 높이는 것을 넘어 그것을 어떻게 지출할 것인지, 그를 통해 한국 복지국가가 그리고 있는 사회의 질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한시적 현금 지원을 늘리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손쉬운 현금 복지 확대에 무게가 쏠리면서 선진 복지국가와는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안 교수는 “선진국들은 최근 복지개혁을 통해 ‘복지병’처럼 근로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는 현금 복지를 줄이고 돌봄·간병 등 서비스 복지를 늘리는 추세”라며 “서비스 복지는 일자리 확대에도 효과가 있어 ‘고용-성장-분배’가 선순환하는 복지 시스템이 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는 사이 ‘줄일 수 없는’ 복지 의무지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복지 분야의 의무지출은 올해 106조8,000억원에서 오는 2050년 347조7,000억원으로 연평균 3.9%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GDP 대비로 따져도 5.7%에서 10.4%로 2배 가까운 증가다. 사정이 이렇지만 문재인 정부가 끝나는 오는 2022년 이후 재정상황은 ‘깜깜이’ 수준이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 7~8월 장기 재정전망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지방선거와 국민연금 장기추계 결과 발표 연기로 이마저 감감무소식이 됐다. 안 교수는 “복지확대 방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문제는 늘려가는 방식”이라며 “한정된 예산 속에서 지속 가능한 복지 시스템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무상복지’ ‘선 복지 후 증세’는 조삼모사일 뿐 아니라 미래 후손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안기는 무책임한 거짓말”이라고 질타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
G2 新브레턴우즈 전쟁...韓, 새 통상 동아줄 찾아야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9.01.15 17:40:17주요2개국(G2)이 총성 없는 통상전쟁을 벌이고 있다. ‘빼앗으려는’ 중국과 ‘지키려는’ 미국은 수천억달러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대한 25%의 고율 관세 부과를 위협하며 으르렁거리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 미국과 영국이 브레턴우즈 체제의 패권을 놓고 다툰 것을 빗대 ‘신(新)브레턴우즈’ 싸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 중국 경제담당 부총리가 이달 중 고위급 협상에서 담판을 지을 예정이지만 미봉책에 불과하고, 통상전쟁은 변수가 아닌 상수(常數)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피해의 낙진은 양국 수출 비중이 37%에 달하는 한국에 고스란히 떨어진다. 양국이 상대방 제품에 수입 족쇄를 걸면 중간재와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한국은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아태지역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중 간 보복관세가 모두 적용될 경우 한국을 상당한 피해를 볼 국가로 분류하고 국내총생산(GDP) 손실이 1%에 가까울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중 경제패권 싸움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넛크래커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경고로 들린다. 강인수 국제통상학회장은 “미중이 오는 3월1일까지 무역 휴전에 들어갔지만 쉽게 합의에 도달할 것 같지는 않다”며 “한국으로서는 신보호주의의 파고를 지혜롭게 넘을 수 있도록 전략적인 통상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중에 편중된 무역구조로는 통상전쟁의 외풍에 쉽게 무너질 수 있는 만큼 새로운 ‘통상 동아줄’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신남방정책을 적극 펼쳐 통상 헤징에 나서야 한다. 2020년 한·아세안 교역액은 2,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현재 한중 교역액 2,400억달러에 바짝 다가서는 수준이다. 다자경제블록 참여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중국과의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은 무역이나 외교갈등으로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메르코수르(남미 4개국 공동시장) 등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④통상] 美우선주의-중국몽 충돌...넛크래커 韓, 보복관세 유탄에 비명
국제 경제·마켓 2019.01.15 17:22:13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경제 패권을 놓고 벌이는 사생결단 전쟁에 한국은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터지는 새우 등’ 신세다. 미중 양국은 지난해 수천억달러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주고받으며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체 수출의 37%가량을 미국과 중국, 양국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여기저기서 얻어터지는 동네북 처지가 될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세계 2차대전 이전 미국과 영국이 경제 주도권을 놓고 다툰 브레턴우즈 체제에 이어 신(新)브레턴우즈 다툼이 본격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경쟁구도는 앞으로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며 도광양회를 외쳤던 중국이 시진핑 정권 들어 분발유위(奮發有爲·떨쳐 일어나 해야 할 일을 한다) 통상·외교전략으로 선회하면서 패자(覇者) 자리를 넘보고 있다. 주요2개국(G2) 싸움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생채기와 상흔을 남길 게 뻔하다. 이들 국가가 경제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으르렁’거릴 때마다 한국 기업들은 ‘비명’을 지르게 된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미중 무역전쟁이 경제논리로 통쾌하게 해석되지 않는 것은 무수히 많은 요소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는 희망에 기대면 리스크만 더 키우게 된다”고 지적했다. ◇일대일로 무기로 美 목 조르는 中=값싼 중국산 제품이 미국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하면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불어나고 있다. 지난 1990년 104억달러였던 적자가 2000년 838억달러, 2010년에는 2,730억달러로 부풀어 올랐다. 급기야 2017년에는 적자가 3,756억달러에 달했고 2018년에는 10월까지 3,445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결과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덩치로 이어진다. 전 세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GDP 비중은 1980년 1.79%에 불과했지만 2000년 3.65%를 기록했고 2017년에는 15.2%에 달했다.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 극동에서 유럽을 아우르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으로 미국 중심의 ‘팍스 아메리카’를 흔들기 시작했다. 미국은 1944년 달러화 단독 기축통화 시스템이었던 브레턴우즈 체제를 구축해 기존 패권국이던 영국을 보란 듯이 밀어냈다. 이제 중국이 미국에 같은 패턴으로 도전장을 냈다. 무엇보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로 상징되는 기술 굴기 전략을 내세워 앞으로 30년 이내에 미국으로부터 첨단기술 패권을 빼앗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내걸었다. 미국 내 ‘중국 위협론’이 결코 기우가 아닌 이유다. ◇중국몽 깨버리겠다는 美=‘미국 우선주의’를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자비한 반격 무기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정보기술(IT) 제품을 중심으로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해 선공을 날렸다. 화웨이 등 중국의 대표 IT 기업을 고사시키기 위해 주변국에 동조를 요구하며 대대적인 대중 견제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기싸움의 수위를 높여온 양국은 무역전쟁이 자국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가하기 시작하자 한발씩 물러섰다. 2018년 12월1일 정상회담을 갖고 ‘90일 합의’를 이끌어낸 양국은 올 초부터 본격적인 무역협상을 시작했다. 이달 말에는 류허 중국 부총리가 직접 워싱턴으로 날아가 고위급 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 무역전쟁이 첨단산업을 둘러싼 기술 패권과 일대일로 등 주변국 경제권을 둘러싼 지정학적 다툼으로 이미 확산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강제적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보호 △비관세 장벽 △사이버 침입·절도 △서비스·농업구조 등에 있어 중국의 가시적인 변화가 없을 경우 오는 3월2일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을 겨냥해 관세율을 10%에서 25%로 끌어올리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넛크래커 신세 된 韓=문제는 수출로 먹고살아가는 한국으로서는 패권 다툼을 벌이는 두 강대국에 끼어 ‘넛크래커’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영국 픽텟자산운용은 미중의 전면적 무역전쟁이 양국뿐 아니라 글로벌 교역 체인에 긴밀하게 연결된 많은 국가 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한국이 여섯 번째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이 전체의 40%에 육박하는 만큼 미중 양국이 서로 추가 관세 맞불을 놓을 때마다 그 파편이 고스란히 한국에 튀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중 수출의 80%가 중간재라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양국의 싸움이 심화하면서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은 같이 ‘악’ 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기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쳐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 한국의 중간재 수출 기업은 아예 고꾸라지게 된다. 결국 대안은 대체시장 확보다. 미중 무역전쟁은 단기간에 끝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박진우 무역협회 통상지원단 과장은 “미중 통상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 기업들은 향후 다가올 더 큰 위협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내 생산체제와 대미 수출 경로에 변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사이에 끼여 고사하지 않으려면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아프리카·중남미 등지로 눈을 돌리고 정부는 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민주·정영현기자 parkmj@@sedaily.com -
美中, 툭하면 경제 보복에…"서비스혁신·노동생산성 강화 시급"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9.01.15 17:21:02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광풍과 동아시아에서 급속한 경제영토 확장을 꾀하던 중국몽(中國夢)의 정면충돌로 촉발된 미중 무역분쟁이 심상치 않다. 강대국의 국익에 따라 약소국의 경제가 근본부터 흔들리는 일방주의적 통상정책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실제 우리는 다자주의로 대표되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미중 양강의 경제적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천하의 중심이라는 ‘중화(中華)’ 사상을 기반으로 민족주의적 우월감이 강한 중국은 주변국과 외교적 마찰이 생길 때마다 경제적 보복을 가했다. 지난 2000년 중국산 마늘 파동과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0년 6월 한국 정부가 농가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산 냉동 및 초산 마늘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10배 이상(30%→315%) 올리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에 나서자 중국은 일주일 만에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을 금지하는 보복을 했다. 결국 한국 정부는 마늘에 대한 관세율을 이전 수준으로 거의 되돌렸다. 불과 1개월여 만에 ‘항복’한 것이다. 사드 사태 때도 한국은 중국의 큰 주먹을 맞고 휘청였다.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중국은 한국으로 가는 관광객을 막아섰다. 이에 한류가 순식간에 식었다. 사드 부지를 제공했던 롯데는 결국 중국 내 유통사업 정리에 나섰다. 이후 한국은 사드 추가 배치 배제,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계(MD)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등 3불 정책으로 중국을 설득해 갈등을 간신히 봉합했다. 군사·안보 분야에서 한국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미국의 경제 위협은 더 무섭다.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한 뒤 펼친 통상정책은 다자주의보다 강력한 국력을 기반으로 한 일방주의다. 특히 미국의 중국에 대한 공세가 한국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이 지목한 중국산 수입규제 품목 대부분이 한국산 제품과 겹친다. 태양광패널과 세탁기·철강 등에 대해 미국이 취한 세이프가드 조치가 대표적이다. 우리 기업 중 일부는 미국에 공장을 새로 짓는 등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싸움에서 환율조작국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도 불안요소다.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대미 무역에서 흑자를 누린 한국에도 불똥이 튈 것이 자명하다. 환율조작국이 되면 미국 투자 시 금융지원 금지, 미 연방정부 조달시장 참여 불가, 대미 투자 승인 제약 등으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미국이 각각 우리의 1·2위 수출국인 만큼 큰 파도가 몰려올 때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미·대중 양자 무역관계에 대한 대응책뿐 아니라 미중 갈등에서 파생되는 부정적 통상환경까지 선제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봉현 기업은행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면 우리 기업들의 수출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에 대한 충분한 사전 조사를 해야 하고 수출 다변화 정책을 쓰거나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의 경쟁력 유지 방안 등 위기관리 준비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한국 산업의 구조적 문제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신성원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 부장은 “한국 경제는 가치사슬 면에서는 미국 경제와 긴밀히 연계돼 있고 공급 체인 면에서는 중국과 강하게 연결돼 있어 미중 경제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며 “노동생산성 강화와 규제 개혁, 서비스 분야 혁신을 통해 경제체질을 적극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제3의 경제 돌파구"...신남방 통해 '통상 헤징' 나서야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9.01.15 17:20:47지난 2018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역내 평화와 공동 발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주인 격인 아세안 회원국들을 불안에 떨게 한 손님이 둘 있었다. 절대 패권을 쥐기 위해 칼을 빼 든 미국과 중국이 남의 집 잔치에 와서도 설전을 벌이며 재를 뿌렸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앞세웠고 중국은 ‘일대일로’를 내걸었다. 공식적으로는 ‘참여 제안’이었지만 ‘선택 강요’와 다름없었다. 급기야 회의가 끝난 후 의장국인 싱가포르의 리셴룽 총리는 “특정 국가나 다른 한쪽 편에 서지 않는 게 바람직하나 그와 같은 것을 강요당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이런 일이 곧 닥치지 않기 바란다”고 직접 우려를 표했다. ◇아세안, 올해 회의 한국서 개최=대신 아세안은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제3의 선택을 했다. ‘2019년 특별정상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한다’는 카드를 뽑았다.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처지가 비슷한데다 무엇보다 한국이 ‘신남방정책’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에 아세안은 후한 점수를 줬다. 외교 파트너로서 자신들의 위치를 격상시키겠다는 한국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신남방정책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중요한 아세안을 한국 외교 어젠다 상위로 끌어올리려는 문재인 정부의 간판 외교정책이다. 한반도와 강대국에 집중된 한국 외교의 한계를 극복하고 외교를 다변화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출범 직후 외교정책 전반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던 시점에서도 신남방정책만은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 다른 간판인 신북방정책은 북한 이슈에 가로막혀 있지만 신남방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신남방정책은 지금 상황에서 옳은 방향”이라며 “미중의 패권 싸움으로 이미 한국은 피해를 보고 있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신남방정책 등을 통해 제3의 경제적 돌파구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남방정책 통해 수출 헤징해야=김 교수의 설명처럼 미중 무역갈등이 최근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신남방정책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다.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은 25%, 대미 수출 비중은 12% 안팎으로 두 나라를 합쳐 37% 정도에 이른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는 새우 신세를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래전 ‘빨간불’이 켜진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낮아지기는커녕 최근 27%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중국 리스크를 헤징하기 위해 고성장을 거듭하는 아세안은 무조건 잡아야 하는 파트너다. 지난해 한·아세안 교역액은 1,600억달러로 추산되고 오는 2020년에는 2,000억달러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현재 2,400억달러 수준인 한중 교역액을 바짝 추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통상뿐 아니라 아세안과의 관계 발전은 외교·안보 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일본과 러시아도 아세안에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에서 아세안의 한국 입장 지지는 동북아시아는 물론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역할을 키우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김 교수는 “지금 신남방정책을 하고는 있는데 뭐가 진행되는지 눈에 띄는 게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신남방정책의 핵심으로 공동번영(Prosperity)ㆍ평화(Peace)ㆍ사람(People)이라는 3P 원칙 등을 내세우고는 있으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이제는 동남아 국가들에 구체적 청사진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빨리 실행 계획을 만들지 못하면 신남방정책은 정치적 수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세안과 관계 강화, 아프리카로 확대=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올해 말께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전에 어떠한 유형의 협력을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것인지, 상호 협력을 통해 무엇을 얻어낼 것인지 등을 미리 만들어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또 경제협력도 중요하지만 핵심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일관성과 지속성에 대한 믿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아세안 정책은 각 정권마다, 심지어 동일한 정권 내에서도 강조했다가 방기하는 일들이 많았다”며 “협력과 평화·전략 문제를 정권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세안과의 관계 강화는 다자외교의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도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여기서 성공하면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등지로까지 한국의 외교적 공간을 넓힐 수 있다. 아프리카는 아직은 대부분의 국가가 저개발 상태지만 최근 역내 자유무역지대 창설에 나서는 등 발전을 위해 서로 팔짱을 끼기 시작했다. 이런 잠재력 때문에 중국과 일본은 벌써 아프리카로 더 깊숙이 들어가기 위한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동남아나 아프리카 국가들이 따라올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고 그 모델을 우리 고유의 상표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다자관계에서의 국제적 리더십은 양자관계에서도 영향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인구 34억 RCEP·세계GDP 13% CPTPP...다자 경제블록 참여 무역전쟁 극복 모색을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9.01.15 17:20:3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올해도 자유주의 무역 기조는 계속 위축되고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이 다시 칼을 뽑게 되면 항공우주·정보통신·로봇공학·신소재 등 첨단기술 분야가 싸움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의 주력 산업으로 포탄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국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 방법은 한국 수출 시장 다변화”라며 “이는 한국이 포함된 자유무역지대 확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현시점에서 한국이 집중할 수 있는 다자경제 블록으로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정도가 있다. RECP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권 경제 공동체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인도가 참여 중이다. 하지만 관세 등에 대한 참여국 간 셈법이 서로 달라 타결되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이 연내 타결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태다. 배긍찬 국립외교원 교수는 “RCEP가 성공적으로 타결될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타결된다고 하더라도 낮은 수준의 무역 자유화일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협상이 타결돼 아시아 지역 16개국 간 느슨하지만 규모가 큰 경제통합체가 출범한다면 자유무역지대로서 가지는 의미와 상징성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CEP 참여국의 인구수만 34억명,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0조달러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CPTPP는 지난해 12월30일자로 발효됐다. 모태는 지난 2016년 12개국이 모여 체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TPP에서 탈퇴하면서 공중분해 위기를 맞았으나 나머지 11개 국가들은 다자협정을 계속 지켜나가기로 했다. 다시 말해 일본·캐나다·멕시코·호주·뉴질랜드·베트남·말레이시아·싱가포르·브루나이·칠레·페루가 CPTPP의 멤버다. 우선 지난해 국내 절차를 마친 6개국이 먼저 서명을 했고 나머지 국가들은 연내 본격적인 참여를 예고하고 있다. 이들의 규모 역시 만만치 않다. 역내 인구는 5억명이지만 세계 GDP의 13%, 교역량의 15%를 차지한다. 관세뿐 아니라 서비스와 투자 시장 개방, 데이터 교환 등도 추진한다. 역내 서비스, 금융,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완성차와 산업기계, 베트남은 섬유·의류 부문에서 수출 확대 기회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 가입국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태국과 콜롬비아·대만이 이미 신규 가입 의사를 밝혔고 필리핀·영국 등도 가입을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 역시 참여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CPTPP의 경우 우리 산업계에서 업종별로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데다 주도국인 일본이 한국의 대표적인 교역 적자국이어서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게 쉽지가 않은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새 질서에서 한국만 소외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 등 남미 4개국 공동 시장인 메르코수르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것도 솔루션이다. 아시아 국가로는 한국이 지난해 9월 처음으로 물꼬를 텄는데 시장 선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 국가의 인구는 3억명, GDP 규모는 2조8억달러에 달한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리포트 ③ 정치] 승자독식, 49% 민의는 死藏... 올해가 선거제 바꿀 골든타임
정치 정치일반 2019.01.13 17:52:51한국 정치시스템이 오작동 된 지 오래다. 대통령·국회의원·광역단체장 등 개개인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들의 열망과 시대정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시스템과 망가진 구조 탓이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전직 대통령은 어김없이 개인 비리와 축재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감옥에 갔다. 정권을 장악한 여당은 야당을 대화 상대로 인식하지 않고 반드시 붕괴시켜야 할 적(敵)으로 간주한다.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대한민국의 ‘정치 자화상’이다. 만병의 근원은 승자독식 소선구제 시스템에 있다. 하루빨리 손을 봐야 하는데 여당과 제1 야당은 알량한 기득권 상실을 겁내 역사적 용단을 내리지 못한다. 현행 단순다수제 선거제도하에서는 51%의 지지를 얻은 당선자가 모든 권력을 독식하는 반면 낙선한 49%의 민의는 그대로 사장(死藏)된다. 승자가 된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이념과 철학이 다른 사람들을 날카로운 칼로 재단한다. 협력과 소통은 사상누각이고 반목과 적대감만 난무한다. 정치를 대화와 타협의 예술이라고 부르지만 한국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국민은 뒷전인 채 권력욕에 사로잡혀 자극적 막말을 쏟아내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분열을 조장한다. ‘정치 실종’이 일상화가 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갈등조정은 정치의 책무인데 참으로 부끄럽다”며 “그 역할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큰 선거가 없는 올해야말로 정치 적폐를 수술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은 “사회갈등을 해소해야 할 정치권이 권력쟁취에 눈이 멀어 적대적 대립관계를 부추기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승자독식 구도를 깨뜨릴 정치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악성 바이러스에 감염된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 우선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쏠린 권력을 분산하고 여야의 극심한 대립을 유발하는 선거제도를 수리해야 한다. 표의 등가성을 최대한 반영해 민의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 시스템에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국민의 3분의2가 동의하고 있다. 기득권을 지키려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이제는 나서야 한다./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리포트 ③정치] '前 대통령=피의자'...5년마다 반복되는 '권력 잔혹사'
정치 국회·정당·정책 2019.01.13 17:30:46#지난해 12월5일 미국 워싱턴 DC 국립성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버락 오바마·빌 클린턴·지미 카터 등 살아 있는 5명의 미국 전·현직 대통령이 한자리에 모였다. 41대 대통령을 지낸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의 장례식에서다. 한때는 정치적 견해가 달라 날을 세우고 선거에서 맞붙으며 격한 신경전을 벌인 ‘당대의 권력들’이지만 서로에 대한 존경과 예우는 이 같은 화합의 장면을 가능하게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 대통령 잔혹사’가 되풀이돼 온 국내 정치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한국 대통령들은 임기 이후 감옥에 가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되자 주요 외신들은 한국 역대 대통령의 ‘잔혹사’를 집중 조명했다. 지난 1948년 정부 수립 후 배출된 대통령은 총 12명. 현직 문재인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 11명 중 9명이 ‘개인·친인척 비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자식이 비리 혐의로 처벌받았고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 검찰에 소환된 것을 시작으로 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잇따라 수사 대상이 됐다.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첫 탄핵’의 주인공이 됐다. 그렇게 ‘전(前) 대통령=피의자’라는 ‘5년 주기’의 부끄러운 공식이 만들어졌다. 이 같은 현실의 원인으로는 대통령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구조 문제가 꼽힌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다. 대통령에 법률안 제출권과 예산·편성권, 행정입법권 등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지만 이에 대한 견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이다. 실제로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문에 ‘현재의 권력구조(제왕적 대통령제)가 비선 조직의 국정 개입이나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정경유착 같은 정치적 폐습을 가능하게 했다’는 내용의 보충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막강한 권한만큼 청와대도 비대해져 ‘만기친람식 국정운영’이 이뤄질 수밖에 없고 이같이 ‘견제받지 않은 권력’이 자기 검열 기능마저 상실해 비극의 역사를 답습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한국 정치 특유의 극심한 진영 대립과 혐오가 더해져 정권 교체에 따른 전임 정부 청산이 반복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력구조 개편의 필요성은 정치권도 모두 공감하지만 논의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각자 처한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당리당략을 내세우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전직 대통령들의 잇따른 비극이 한국 정치 자산의 엄청난 손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회의 갈등과 반목의 순간 전직 대통령의 경륜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같은 ‘사회의 어른’이 없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헌법 90조에 규정된 국가원로자문회의의 경우 의장이 직전 대통령이지만, 이것이 작동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정치권, 특히 권력(청와대)의 적극적인 소통 축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리포트 ③정치] 국민 안중에 없고 이해집단 눈치보기 급급...'정치 불신' 커져
정치 정치일반 2019.01.13 17:29:29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지난 1995년 자신의 저서 ‘트러스트’에서 한 국가의 경쟁력은 그 사회가 지니고 있는 신뢰 수준에서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신뢰 수준이 높은 사회는 계약이나 거래에 관한 불신 비용이 적어 효율성이 높아지는 반면 신뢰가 부족한 사회는 위험회피 비용이 늘어나면서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설명이다. 결국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 짓는 결정적 차이는 신뢰에서 비롯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대표적 ‘고(高)신뢰사회’로 미국과 일본·독일을 꼽았고 반대로 한국과 중국·이탈리아를 ‘저(低)신뢰사회’로 규정했다. 그로부터 24년이 흐른 2019년 대한민국의 신뢰도는 얼마나 개선됐을까. 지난해 갤럽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정부 신뢰도는 36%로 34개국 중 25위에 그쳤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정권교체를 거치면서 2017년보다는 순위가 올랐지만 OECD 평균(45%)에 비하면 여전히 한참 뒤처지는 수치다. 더 충격적인 것은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 깊은 불신이다. 리얼미터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21.3%)과 시민단체(10.9%), 대기업(6.9%) 등을 신뢰한 반면 국회는 1.8%로 전체 조사대상 기관 가운데 ‘꼴찌’의 불명예를 안았다. 심지어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우리 국민들이 ‘처음 만난 사람(3.19점)’보다도 ‘국회(2.40점)’와 ‘정치인(2.27점)’을 더 믿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의 불신을 해소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정치가 오히려 불신 사회를 조장하면서 국가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되풀이되는 ‘막말’·‘갑질’…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치인=“쳐봐라” “한주먹도 안 되는 게.” 시정잡배들끼리나 나눴을법한 이 대화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국회의 여야 정치인들이다. 지난해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 도중 벌어진 여야 의원 간의 설전은 주먹다짐 직전까지 가며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치인의 막말은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데 이어 같은 당 손혜원 의원은 청와대의 적자 국채 발행의혹을 제기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을 겨냥해 저주에 가까운 악담을 퍼부었다. 막말 대잔치에는 야당도 예외가 아니다.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살고 망하면 인천 산다)’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결국 당을 떠났고 장제원 의원은 경찰을 ‘미친개’에 비유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지난 19대 국회 회의록 검색시스템과 주요 일간지·방송 및 통신기사를 분석한 ‘국회의원 막말 현황’에 따르면 한 차례 이상 적절하지 못한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의원은 무려 73명에 달했다. 국회의원의 ‘갑질’ 논란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구태다. 김정호 민주당 의원은 공항 직원을 상대로 한 갑질로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고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지역주민에게 인사를 건네다 돌아서서 침을 뱉은 사실이 알려지며 구설수에 올랐다. 의정활동은 뒤로 한 채 해외로 떠나는 일부 의원들의 행태 역시 정치불신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일명 ‘김용균법’과 ‘유치원3법’ 등 민생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에 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지난해 12월27일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에 불참하고 베트남으로 외유성 출장을 떠났다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처럼 되풀이되는 정치인의 구태는 정치 혐오의 주범이 되고 있다. ◇정권 입맛따라 뒤집히는 정책…지지층 눈치 보기 급급=정권이 바뀔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폐기되거나 수정되는 정부 정책도 정치불신을 고착화하는 또 다른 원인이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이후 전임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을 모두 백지화했고 박근혜 정부도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정책을 사실상 폐기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탈원전정책이라는 미명 아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축적한 원전경쟁력을 후퇴시키고 있다. 또 오랜 논란 끝에 전임 정부에서 김해공항 확장으로 매듭지어진 동남권 신공항 건설계획을 뒤흔들려는 움직임이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대한민국 정책의 수명은 고작 5년에 불과하다는 비아냥을 듣는 이유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은 “정치권에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지지층 결집을 위해 계층 간 대립을 유도하고 전임 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념과 정파를 넘어 국가의 백년대계를 그려야 할 국회가 시민단체나 노동조합·이익단체의 눈치를 보는 데만 급급한 점도 국민을 등 돌리게 하는 이유다. 실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각종 규제개혁 법안은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수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그러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7일 국회를 찾아 “4차 산업혁명의 변화가 일고 있는데도 정치권이 져야 할 십자가를 외면하고 있다”며 “정치인이라면 누구의 편을 들기보다는 책임감을 갖고 상대방을 설득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치에 대한 실망감은 결국 국민들의 정치불신과 혐오를 굳히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 원장은 “사회갈등과 분열을 조정·관리해야 할 정치권이 권력쟁취에 매몰돼 적대적 대립관계를 고착화하면서 오히려 사회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이렇게 쌓인 정치불신은 결국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면서 국민 삶의 질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법안 소위 정례화로 '입법 남발' 막고...쪽지예산 속기록 남겨 투명성 높여야
정치 국회·정당·정책 2019.01.13 17:24:44양적 발의에 치중해 법안을 남발하는 행태는 후진적 입법 문화 중 하나다. 숫자나 단어 한두 개만 고친 개정안 발의가 대표적이다. 법안 내용이 아닌 발의 개수로 정량적 의정 평가가 이뤄지다 보니 이 같은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여주기식, 실적 위주의 법안 발의가 부실 법안을 만들기도 한다. 이에 법안 발의 단계에서부터 법적 완성도를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전에 위헌성 여부, 규제 영향 평가 등을 심사하고 관련 보고서 첨부를 필수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본회의 출석률, 법안 발의 개수로 의원 성과를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방식 때문에 법안 남발이 이뤄지고 있다”며 “법안을 만들 때 소요예산 추계를 등한시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부분을 개선하고, 입법조사처·예산정책처 같은 국회 내 입법 지원 조직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의 경우 부실 입법을 막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다. 독일에서는 입법영향평가제를 활용해 법안 남발을 막고 있다. 대상 법률안을 규제 관련 법안, 비용편익 발생 법안 등으로 분류해 시뮬레이션·시범시행·실험입법 등을 거친다. 일본도 입법 과잉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를 갖고 있다. 150일간의 회기 동안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을 자동 폐기하는 방식이다. 영국 역시 법률안 제출 방식에 제한을 두고 있다. 추첨, 10분 규칙, 일반 절차 등 세 가지 입법 절차를 거쳐야 발의가 가능하다. 국회 입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법안 심사 소위원회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정감사나 예산심사에 준하는 활동을 일상적으로 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소위 제도 개선의 경우 문희상 국회의장이 앞장서고 있다. 문 의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법안 소위 복수화와 정례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소위를 의무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한다든지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2주에 한 번은 꼭 열려야 한다는 타협안이 의장 안으로 운영위에 올라가 있다. 바로 입법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각 상임위 법안 소위를 두 개 이상으로 복수화하고 회의 시기도 정례화하자는 것이다. 반면 소위 복수화에 부정적인 의견도 존재한다. 소수 의원이 법안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법안 소위는 대체로 7~8명 정도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복수화가 이뤄져 쪼개질 경우 4~5명 정도로 그 규모가 줄어들어 이익단체 로비에 취약한 환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입법 기능과 함께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로 꼽히는 예산심사 기능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공식적 예산심사 기구인 예산조정소위원회에서는 비쟁점 예산만 논의되고 정작 핵심 예산은 속기록에도 남지 않는 소(小)소위나 원내지도부 일괄 타결 방식으로 결정하는 심사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상이 비공개로 진행되다 보니 선심성 예산이나 쪽지 예산이 오가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소소위 속기록도 남겨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예결위 상설화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현재 국회 예산심사는 50여명으로 구성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다. 특별위원회이기에 다른 상임위와 달리 겸직이 가능하다. 다수 의원이 예산심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전문성을 기르기 힘든 구조라는 비판이 있다. 또 예산과 관련한 연중 수시 업무 보고와 모니터링이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국회 예결특위 대부분이 지역구를 둔 초선 의원”이라며 “예결위에 전문성을 갖춘 의원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감사원의 회계검사 기능과 같이 일부 기능만이라도 국회에 이관해 전문적으로 예산결산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선거 없는 올해가 적기...票의 등가성 확보해 민의 반영해야
정치 국회·정당·정책 2019.01.13 17:23:00지나치게 대통령 한 사람에게 쏠려 있는 권력을 분산시키고 극단적 이분법에 매몰된 채 곪아가는 국회의 후진적 문화를 선거제 개편 등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현 정부 들어 더욱 고조됐다. 대통령 탄핵 및 조기 퇴진이라는 정치사에 유례없는 사건 끝에 탄생했기에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컸다. 그러나 현재 정치개혁 논의는 공전되다 못해 퇴행하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권력은 더욱 청와대로 집중됐고 내각과 의회는 관련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체’라고 했다. 생물체처럼 정치 권력구조도 메스를 댈 타이밍을 놓치면 고름이 터지고 번지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1인 권력 분산과 민의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는 선거제 등에 대한 수술이 시급하다. ◇대통령 견제 장치 늘려야=정치학자인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정치개혁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현 정부가 ‘청와대 정부’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더 강한 청와대를 만든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대표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겠다는 취지의 개헌 발의권을 지난해 대통령이 주도한 것 자체가 관용의 한계를 벗어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핵심사항은 ‘국회 예산법률주의 도입’과 ‘정부의 법률제출권 폐지’ ‘대통령의 헌법기관장 인사권 축소·조정안’이다. 법률안제출권·인사권·예산권·감사권·정책결정권을 모두 갖는 한국식 대통령제는 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한 선진국에는 유례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초(超·super)대통령제, 초과(超過·hyper) 대통령제 등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이를 축소시키는 게 당면 과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 개헌안은 인사권과 예산권·감사권 모두 포기하지 않았다”며 “대통령 권한 축소를 위해 부분적으로 손을 댔지만 의회가 대통령을 견제하는 장치는 미흡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야권은 꾸준히 대통령 권력 분산의 핵심인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거나 추천하는 안을 주장해왔다. 청와대는 국회가 총리를 선출 및 추천하게 되면 이중권력 상태가 돼 국정운영이 어려워진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총리선출제의 수용 여부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애는 핵심의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승자 독식’ 선거제 이대론 안 돼=되풀이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한편으로 ‘승자독식’의 선거제 개편도 필수적이다. 지난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대통령의 평균 득표율은 43.8%, 집권당의 평균 득표율은 37.6%에 불과했다. 각각 56.2%와 62.4%의 반대가 존재했다. 표의 등가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대통령에 이어 국회의원과 지방선거까지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지방선거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50%의 지지를 받은 정당이 80%에 육박하는 지방의회 의석을 독차지했다. 전국 광역의원 824명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은 652명(79.13%)으로 자유한국당은 137명(16.63%)에 그쳤다. 이 같은 승자독식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권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두고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지금처럼 최다 득표자 1인만 당선되는 승자독식제도가 만드는 사표문제를 줄여 표의 대표성을 강화할 수 있다. 그 결과 다양한 정당이 출현해 다당제로 바뀌면 양당의 극한 대립을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관건은 초과의석에 대한 국민 정서다. 해결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유종성 가천대 교수는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른 의원정수 확대 문제도 독일식 권역별이 아닌 뉴질랜드식의 전국별로 할 경우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전국단위 연동형을 도입하면 의원정수나 비례·지역구 의석비율을 현행대로 유지하더라도 작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특권 이젠 내려놓아야=문제는 선거제도 개편을 두고 정치권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국회의원에게는 수당·입법활동비·여비 등 세비와 의원실에서 개인이 마시는 커피, 잡비까지도 국민 혈세인 국고지원이다. ‘일’도 하지 않는 국회가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남용한다는 점 또한 비난의 대상이다. 개원 이후 현행범이 아니면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의원은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됐다 하더라도 현행범이 아닌 이상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에 풀려난다. 불체포특권 덕분이다. 비판여론이 커지자 19대 때부터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65세부터 매달 120만씩 지급하는 의원연금(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을 없앤 것 외에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이규정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영국은 의원 불체포 특권이 없고 독일과 프랑스는 의정활동에 따라 수당이 다르다”며 “선거제 개편과 함께 의원 특권을 내려놓는 강력한 개혁안을 제시해야 국민설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리포트]동북아 섬뜩한 군비경쟁...한국만 군축 역주행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9.01.08 17:54:46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군비경쟁이 섬뜩하다. 미국은 올해 사상 최대인 845조원의 국방예산을 편성해 중국의 군사굴기와 남하정책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서 중국도 지난해 사상 최고인 181조원을 편성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제집 드나들듯이 한국 카디즈(방공식별구역)를 침범하는 것도 막강한 군사력 때문이다. 북한 핵 위협을 빌미로 일본도 2019회계연도에 사상 최대인 53조원의 국방예산을 편성했다. 일본은 광개토대왕함 레이저 사건을 핑계로 군사대국화의 길을 국제사회에 선언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 열강들이 ‘국방력 없는 패권전쟁은 필패(必敗)’라는 냉철한 현실정치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북한 핵 위협에 그대로 노출된 한국은 역주행하고 있다. 북한에 비해 전력이 열세인데도 남북관계에 매몰돼 군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방비가 8.2% 올라 46조원에 달했지만 군 구조개편과 사병 월급 등에 쓰이고 있으며 첨단장비 무장을 통한 강군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군비확장을 할 때마다 북한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미중 패권전쟁의 한복판에 있지만 한국의 안보정책은 북한 비핵화가 실현되지도 않았는데 군축이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양욱 한국국방포럼 WMD대응센터장은 “국방개혁과 전작권 전환 등 전력 강화를 위해 해야 할 개혁작업은 모두 시간이 걸리는 굵직한 문제”라며 “정부가 목표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가지고 장기적인 전략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홍우·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
美 전략무기·中 핵항모 몰려오는데 한국 군사력은 지금
국제 정치·사회 2019.01.08 17:49:34남북이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를 철거하고 공동경비구역(JSA)을 비무장화하는 등 한반도의 군축 움직임에 속도가 붙는 사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열강들 사이에는 치열한 군비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은 물론 역내 안보 패권을 차지하려는 초강대국의 ‘스트롱맨’들이 막대한 국방예산을 병력 확충과 신무기 개발, 우주·사이버 등 첨단 영역에까지 쏟아부으면서 동북아시아 지역은 팽팽한 긴장에 휩싸여 있다. 특히 미국과 중·러 간의 힘겨루기가 군비경쟁을 수반하는 신냉전 양상으로 치닫기 시작하면서 지난 20여년간 안정됐던 세계 안보질서는 크게 요동치고 있다. 열강들의 군비경쟁과 ‘냉전 부활’ 움직임의 중심에 선 것은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미국이 구소련과 체결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기를 선언하며 냉전시대 군비경쟁으로의 회귀를 알렸다. 앞서 러시아가 조약을 위반해 ‘SSC-8 순항미사일’을 배치하고 지난해 3월에는 신형 핵미사일 개발까지 발표하자 INF를 탈퇴하고 전략무기 개발로 맞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여기에 INF 가입국이 아닌 중국이 서태평양에서 중거리 핵 증강에 나서는 등 ‘강군몽(强軍夢)’에 박차를 가하는 현실도 미국이 군축협상의 족쇄를 풀고 본격적인 군비경쟁에 불을 붙인 원인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INF 탈퇴 방침을 밝히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누구도 이런(핵미사일) 무기를 개발하지 말자’고 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그런 무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脫)냉전의 상징인 INF의 파기가 현실화할 경우 이미 육해공과 우주·사이버 등 모든 군사안보 분야에서 팽팽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중국·러시아 간 안보전쟁은 새로운 차원의 군비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우려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 의회에 2020회계연도(2019년 10월~2020년 9월) 국방예산으로 7,500억달러(약 845조6,000억원)를 편성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는 오는 9월 끝나는 2019회계연도 예산보다 340억달러 늘어난 규모로 미국이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수행하던 지난 2011년 예산(8,050억달러)을 제외하면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미 군사력에서 세계를 압도하는 미국이 군사 근육 키우기에 한층 속도를 낼 경우 2050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군사대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내건 중국이나 미국과 신냉전의 기로에 선 러시아는 군비 확장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1조1,070억위안(약 181조원)의 국방예산을 편성했다. 전년 대비 8.1% 증가한 금액으로 증가율은 3년 내 최대다. 시진핑 주석이 외부 세력의 대만 간섭을 막기 위해 무력을 계속 사용하고 항공모함을 추가로 건조하겠다고 밝힌 만큼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연례회의에서 공개될 올해 예산안에서도 국방비 증가가 예상된다. 특히 중국은 첨단 안보 분야인 우주 지배에서 미국을 앞지르기 시작하면서 우주 패권을 둘러싼 강대국 간 치열한 경쟁에 불을 붙인 상태다. 영국 타블로이드지 ‘더선’은 미국의 자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업그레이드가 지연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자체 GPS인 ‘베이더우(北斗)’를 예정보다 2년 이른 지난해 12월 하순 출범시킴으로써 미국을 4년가량 앞지르게 됐다고 전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미중 간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첨단 위성 시스템에 힘입어 전쟁의 흐름을 장악하는 것은 중국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우주사령부 창설을 담은 행정각서에 서명하는 등 공격적인 우주경쟁을 예고한 것은 미국이 중국의 ‘우주굴기’에 그만큼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러시아의 경우 2017년 국방비 지출이 19년 만에 처음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국방비도 516억달러 규모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는 등 군비의 양적 팽창은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유라시아 내 첨단 무기 배치로 군사전략을 재편하며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최대속도 마하 20으로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를 뚫을 수 있는 신형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아방가르드의 시험발사에 성공했으며 또 다른 신형 미사일도 추가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공격적인 군비 확장에 나서자 미국의 안보 동맹국인 일본 역시 국방예산을 사상 최대 규모로 끌어올리고 군사강국화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베 신조 정권에서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의 회귀를 노리는 일본은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에 사상 최대 규모인 5조2,600억엔(약 53조원)의 국방예산을 편성하며 7년 연속 증액 행진을 이어가는 한편 무기 도입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중기방위력 정비계획(2019~2023년)’에 따르면 일본은 중국 견제를 이유로 항공모함 도입과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를 위한 레이더 배치를 검토하는 등 올해부터 5년간 27조4,700억엔(약 287조원)을 방위력 증강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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