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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별인터뷰] 앤디 김 "당파 떠나 트럼프정부와 협력...한반도 평화 위해 힘 보탤 것"
국제 정치·사회 2019.01.02 17:31:563일 개원하는 미국 연방 하원에 한국계로는 20년 만에 입성한 앤디 김(36) 민주당 하원의원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고 싶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트럼프 정부와도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중간선거에서 백인이 다수인 동부 뉴저지 지역구에서 30대의 젊음을 밑천 삼아 극적인 승리를 거둔 그는 ‘아메리칸 드림’의 새로운 표본이자 미주 한인사회의 최고 기대주로 부상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세계 정치·외교의 수도인 워싱턴DC 의사당 입성으로 미국 내 250만 교민들의 정치 채널이자 한국 정부의 든든한 우군으로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김 의원이 그의 지역구인 뉴저지주의 빌라 아말피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으로 만나 그가 걸어온 길과 정치인으로서 포부 등을 밝혔다. 그는 지난 선거 당시 뉴저지주 전역의 동포들이 선거운동을 돕고 후원해준 데 감동을 받았다면서 “워싱턴에서 한국계 이민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그들의 삶이 정치를 통해 변화하고 개선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적극 찾아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에 몸담았던 김 의원은 반(反)트럼프 바람을 타고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신승을 거뒀지만 시종일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삼가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 2017년 8월 주뉴욕총영사관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기자와 처음 만났을 당시 “트럼프의 정책들이 미국 건국의 토대를 흔들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던 것과 달리 그는 “당파적이지 않은 정치인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트럼프 정부와 협력해 한반도 평화를 실현할 의향이 있다”는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태도 변화는 북한 비핵화 문제 해결에 대한 그의 지대한 관심과도 맞닿아 있다. 김 의원은 “NSC 경험을 통해 북핵 문제가 얼마나 복잡한지 잘 알고 있다”며 “북핵 해결에 생산적인 역할을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정치 문제는 제쳐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같은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간 정치적 대립과는 별개로 북핵을 비롯한 외교·안보 사안을 다루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북 정책에 있어 트럼프 정부와 오바마 정부의 접근 방식은 확실히 다른 것 같다”면서 “전문가들과 좀 더 집중적으로 논의해 올바른 정책과 전략에 대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문제점들이 있으면 짚고 가겠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북한 비핵화는 한반도와 전 세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이라며 거듭 의미를 부여했다. 시의원은 물론 주(州) 상하원을 건너뛰고 단숨에 중앙 정계에 진출한 김 의원에게 정치인으로서의 꿈을 묻자 “지역 주민들에게 100%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최고의 대표가 되는 것”이라는 소박한 답이 돌아왔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당시 그는 공화당 현역 의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을 받는 후보를 상대로 자금과 조직 등에서 힘겨운 싸움을 했지만 건강보험이나 일자리, 교육, 편의시설 확충 등 생활현안으로 바닥 표를 끌어모아 득표율 차 1%포인트 이내의 역전승을 이뤄냈다. 김 의원이 하원 상임위로 군사위원회를 지원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그가 안보 전문가로 북핵 문제에 적극 관여하려는 의지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실은 지역구 활동을 잘하려는 의도가 크다. 그는 “지역구에 군기지가 있는데 고용과 경제활동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군사위에서 지역 내 군 기지의 발전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새로 시작되는 워싱턴 중앙 정계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도 “백악관에서 2~3년 근무하며 엿보기는 했지만 허무한 것들이 많다”고 거리를 두며 “지금 최우선 과제는 지역 유권자들을 더 많이 만나고 그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오늘의 승리는 내게 결승선이 아니라 출발선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역구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계 의원으로서 미국 내 한인사회의 영향력을 키우는 데 앞장서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 의원은 “한국계 이민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치를 통해서”라며 “워싱턴에서 필요한 정치적 목소리는 나를 통해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꿈은 한국계 미국인의 꿈이기도 하고 미국의 성공 스토리는 한국계 미국인의 성공 스토리이기도 하다”면서 “전국에 걸쳐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확실히 할 필요가 있는데 그러려면 한인들이 우리들의 이민사에 대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에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지역구 공립학교에서 받은 양질의 교육을 바탕으로 ‘아메리카 드림’을 이룬 본인의 경험을 담담히 유권자들에게 설명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몇 년 전 한국을 찾았지만 “자세한 기억은 없고 ‘아름다운 곳’이었다는 느낌만 있다”는 김 의원은 보좌관 구성이나 지역 사무실 운영 등 의정활동의 기초들이 다져지면 한국 방문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김 의원은 다만 “아직 한국의 정치인들을 접촉하거나 만나볼 생각은 없다”고 했다. 20년 만에 한국계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돼 주목을 받는 그는 “더 많은 한인이 공직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계 청년들이 정치·경제나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미국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원한다면 그들의 멘토가 돼줄 것”이라고 말했다. /뉴저지=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미래산업서 인재육성·군사기술까지...경쟁국은 '무한질주' 한국은 '제자리'
경제 · 금융 정책 2019.01.01 17:29:19지난 2017년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0회 일본 전기통신대학(UEC)배 컴퓨터 바둑대회 우승자는 중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줴이(絶藝)’였다. 비록 AI의 대명사로 불리는 구글의 알파고는 불참했지만 일본의 바둑 AI ‘딥젠고’, 프랑스의 ‘크레이지 스톤’, 페이스북의 ‘다크 포레스트’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줴이는 대회 며칠 뒤 일본 정상급 기사 이치리키 료 7단과도 대결을 벌여 승리했다. 우리나라가 과거 청산과 이념대립, 노사갈등, 세대갈등, 반기업 정서 등에 매몰돼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세계의 굴뚝이라는 오명을 썼던 중국까지 미래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우리는 수출입국을 표방한 후 꽤 괜찮은 성적을 거둬왔다. 지난해 무역규모가 1조1,000억달러를 돌파해 세계 9위의 무역국에 올라섰으며 수출액은 세계 6위로 나타났다. 국토면적 107위, 인구 27위의 소국이 거둔 성과라고 보기에는 놀라울 정도다. 문제는 앞으로다.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후퇴하는 가운데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지 못한 채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글로벌 분석 기관들은 ‘경고음’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스위스 금융기관인 UBS, 세계경제포럼(WEF),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경쟁력지수를 종합한 결과 우리의 4차 산업혁명 경쟁력은 19위에 그쳤다. 대만(14위), 오스트리아(17위), 이스라엘(18위)에도 뒤지는 초라한 순위다. 세계 9위의 무역대국이라는 지위를 무색하게 만드는 숫자다. 선진국들은 민관이 손을 잡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다. 지난 수백년간 유지해온 기술우위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듯 아예 산업·기술구조를 원점에서 다시 짜겠다는 ‘결기’가 느껴질 정도다.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창업생태계도 부족해 연방정부까지 세금을 쏟아가며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연 1,480억달러 규모의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상업화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신산업창출과 스타트업 양성을 간접 지원한다. 미국 내 스타트업의 투자 관련 계약 및 거래액은 4,520건, 5,815억달러(2016년 기준)에 달하며 전 세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260개 중 절반에 가까운 121개가 미국에 위치해 있다. 유럽연합(EU)은 2015년 ‘유럽산업 디지털화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5G,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데이터 기술 분야 표준화에 착수했다. 유럽 전역에 ‘디지털 이노베이션 허브(DIH)’를 구축해 대학과 연구기관·산업단체·정부·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이 한데 모여 미래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재 확보’ 전쟁도 치열하다. 가장 뜨거운 전장은 AI 분야로, 아마존은 2013년 이후 연평균 AI 관련 전문인력을 1,170여명씩 채용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지불하는 인건비만도 2억2,780만달러에 달한다. 세계적인 AI 권위자 앤드루 응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이끌었던 바이두의 AI 조직은 중국과 미국에 1,300여명의 R&D 인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텔레콤·KT 등 국내 대기업의 AI 전문인력이 100여명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미래 기술에서 뒤지다 보니 국민의 생명을 지켜줄 첨단 군사기술 분야에서 우리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인접국인 중국은 극초음속 비행체 및 초음속 잠수함 개발에 이어 우주군 창설까지 준비하고 있으며 일본은 스텔스기 개발, 항모 보유, 전자파·사이버 공격 능력 확보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군사위성이나 스텔스기는커녕 가장 전통적 무기인 전차(K2)마저 파워팩(엔진+변속기) 문제로 생산이 지연되는 등 기술부족과 방산비리에 시달리는 우리 군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
골든타임 5년도 안 남아…'대한민국 대전환' 마지막 기회
경제 · 금융 정책 2019.01.01 17:28:18지난 1970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에 불과했다. 먹고사는 게 힘들 때였다. 2017년에는 89%로 선진국 수준에 접근했다. 지난해 수출액은 6,000억달러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명인 ‘30-50클럽’에 들게 됐다. 한국전쟁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이 나라가 복구되려면 최소 100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2019년, 대한민국이 대전환의 문턱에 섰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대기업·수출중심 경제로 성공방정식을 써왔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20여년간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 불과했고 6월 항쟁으로 세운 ‘87년 체제’는 그런대로 작동했다. 탄탄한 제조업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이겨내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판이 바뀌고 있다. ‘주요2개국(G2)’이 된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에서 보듯 우리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한다. 또 ‘중국제조 2025’를 앞세워 정보기술(IT)과 로봇·바이오 강국으로 가고 있다. 우리의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국은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나섰다. 스위스투자은행 UBS는 두 나라의 무역전쟁이 확산할 경우 올해 중국 성장률이 5.5%로 주저앉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우리나라 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한다. 지난해 중국의 성장률 목표치는 6.5%다. 이 와중에 북한은 핵무기를 통해 ‘게임체인저’로 등장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향방이 정해지는 것이 올해다. ‘90일 휴전’ 시한은 오는 3월1일이다. 양국 관계는 북핵 문제에도 영향을 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이어간다. 한반도의 운명을 가르는 시기가 올해인 셈이다. 내부적으로는 사회적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OECD 국가 상위 절반의 46%에 그치는 노동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은 올해 10.9% 올랐다. 정부는 470조원의 ‘슈퍼예산’으로 양극화를 줄이려 하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부채에 논란만 부추기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철강 같은 주력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국민의 삶은 더 팍팍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미래연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민생지수는 93.23으로 박근혜 정부(97.80) 때보다 나빠졌다.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정확한 국력분석을 바탕으로 국제정세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지만 이를 위한 국가 대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생사가 달린 문제다. 중국이 우리를 건드리면 자신도 피해를 본다는 ‘고슴도치 전략’도 없다. 경제는 어둡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1일 “5년 뒤에 먹고살 게 없다”고 토로했다.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이 몇 년 안에 생사의 기로에 선다는 얘기다. 반면 지난해 일본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신산업구조 비전’을 내놓았다. ‘미래전략 2019’를 펴낸 이광형 KAIST 석좌교수는 “국가가 처한 위기에 대응하고 해결하는 주체는 정치인데 우리나라 정치는 가장 낙후된 분야 중 하나”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운영의 기조가 바뀌면서 미래 청사진이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치가 급변하는 상황을 쫓아가지 못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국정농단 사건을 일으켰고 공유경제와 빅데이터 같은 4차 산업혁명 법안은 국회 논의과정에 막혀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접근법도 보수와 진보가 크게 엇갈린다. 이대로는 국제정세를 따라잡기는커녕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선거가 없는 올해가 정치개혁의 마지막 기회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체질개선을 위한 ‘골든타임’이 길지 않다는 점이다. 북핵 문제를 포함한 외교·안보는 올해가 분기점이다. 경제도 시간이 없다. 2000년대 초 5%였던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8%까지 내려왔다. ‘수축사회’를 쓴 홍성국 전 대우증권 사장은 패러다임 변화 시한으로 5년을 제시했다. 올해를 포함해 앞으로 2~3년의 움직임이 향후 50년, 100년을 좌우한다는 말이다. 이후에는 답이 없다. 우리나라는 2026년 노인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들어간다. 그전까지 노동생산성 개선을 포함해 신산업을 키워야 한다. 다른 변수가 없으면 고령화로 인한 정부 순채무는 2060년 GDP의 196%까지 치솟게 된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4년 동안 구조개혁을 해내지 못했고 문재인 정부도 출범한 지 20개월이 지났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가 위기의 한복판에서도 적폐청산 같은 과거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정부 정책이 빨리 바뀌지 않으면 3~5년 뒤 진짜 위기가 올 수 있다”며 “지금은 정부가 위기를 앞당기고 있다”고 경고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
[2019 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우리는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는가
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2019.01.01 17:17:33■정치=승자독식 정치 개혁…지금이 ‘골든타임’ 한국 정치는 승자독식 구조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혁하고 민심을 올곧게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구제부터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거가 없는 올해가 정치개혁의 골든타임이다. 국민을 배제한 채 이념의 덫에 걸려 ‘내 편, 네 편’ 정쟁만 일삼는 후진적 입법문화에도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외교=美中, 경제·외교 헤게모니 다툼…새우등 한국 미국과 중국 간 경제·외교를 놓고 다툼이 치열하다. 양보 없는 헤게모니 싸움이다. 자칫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제대로 해독하지 못하면 1900년대 전후처럼 방향성을 잃고 좌초할 수 있다. 답보상태에 빠진 북한 비핵화를 포함해 신(新) 조선책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거센 이유다. ■안보=4강 ‘군사근육’ 키우는데…한국은 역주행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4강이 군비경쟁에 나서며 군사근육을 키우고 있다. ‘지정학의 부활’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한미훈련 축소에 나선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4강과 견줄 수 있는 강력한 군사력을 키우고 동시에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제=다가오는 제로성장…선진국 흉내 부메랑 복지 확대로 나랏빚 증가속도가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고다. 나랏빚은 10년 새 두 배 넘게 증가한 683조원이다. 반면 성장의 힘은 쇠락했다. 급기야 성장률이 미국보다 낮다. 노동·구조개혁은 20년째 답보상태다. 설익은 선진국 함정에 빠진 것으로 남은 것은 추락뿐일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산업=무뎌진 제조업 칼날…미래산업도 발육부진 자동차는 글로벌 8위까지 밀렸고 반도체는 지난해 11월 출하량이 전년 대비 16.3% 줄어들며 10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반도체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중국에 따라잡혔다. 주력산업의 위기에도 규제와 반기업정서, 강성노조는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생존을 위해서도 미래산업을 준비해야 한다. ■사회=혐오로 치닫는 갈등…노동개혁은 요원 주력산업 쇠퇴 속에 노동은 권력이 돼 있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의 묘수를 찾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약한 고리인 중소기업·소상공인부터 고꾸라질 절체절명의 위기다. 이념·빈부·세대·지역 갈등에 이어 혐오 수준의 남녀 갈등까지 한국 사회의 분열은 극에 달했다. 역지사지, 타협의 묘가 절실하다. -
[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① 외교] 安美經中 벗어나...쉽게 건들수 없는 '고슴도치 전략' 펴야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9.01.01 17:07:051940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돌프 히틀러는 중립을 선언한 스웨덴에 독일군의 자유로운 영토 통과 권한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스칸디나비아반도를 집어삼키기 위한 선제 조치였다. 국민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힘이 없는 국가가 당한 수모였다. 처절한 경험은 행동 변화로 나타났다. 스웨덴은 1940년대 국방예산을 보통 때보다 열 배가량 늘렸고 상비군도 10만명에서 60만명으로 크게 확충했다. 당시 스웨덴 외무장관이었던 크리스찬 귄터의 말이 교훈적이다. 그는 “독일이 우리를 집어삼키기 힘들도록 고슴도치 전략을 구사해야만 했다. 우리와 싸운다면 얻는 이익보다 더 큰 손해가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1943년 독일 패색이 짙어지자 자국 영토 내에서 독일군 활동을 차단했다. ‘약육강식’이라는 힘의 세계가 지배하는 국제정세에서 고슴도치 전략으로 단단하게 무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이 지정학적 근육을 키우고 있다. 힘의 논리를 앞세운 열강들의 요구와 압박에 우리가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국익을 훼손당할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 20세기 초 냉전 시대에는 진영논리로 동맹을 보호하는 방패막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서로가 서로에게 칼을 들이미는 적자생존의 외교·안보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변화된 국제정세에 맞춰 그네뛰기 외교는 절대 금물이고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곧추세워 스스로 보호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동맹국 미국이 한국을 겨냥해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방위비 증액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전 세계 많은 매우 부유한 국가의 군대에 실질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는 무역에서 미국과 미국의 납세자를 완전히 이용하고 있다”면서 “나는 이것을 문제로 보고 고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2016년부터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언급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발언은 한국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두 눈을 부릅뜬 트럼프의 압박에 올해부터 적용될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은 아직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을 현재의 두 배 규모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며 미 정부도 현재보다 50% 인상된 연간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북한의 무력도발을 억제하고 동아시아 안정을 담보했던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동맹이 아니라 ‘돈’의 논리로 대한 외교정책을 끌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외교 입지는 좁아지고 비즈니스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외교 전문가는 “안보는 미국에 의존했던 기존 패러다임에 경종이 울리고 있다”며 “북한의 오판을 막을 수 있도록 자체 군사력을 더 보강하고 미중 등 열강이 한국을 패싱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고슴도치 날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군사력의 덩치를 키운 중국은 더 심하게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사태로 중국은 이미 한국 대기업과 관광 업계에 치명적인 손실을 안겼다. 예리한 사드의 칼날을 들이대며 우리 안보정책에 변화를 주려 했다. 사드 문제가 처리됐기 때문에 시진핑 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허락했다는 외교적 오만함도 그대로 드러냈다. 그동안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에 기댄다는 ‘안미경중’ 프레임이 적용됐는데 이 같은 인식도 궤도수정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서경펠로(자문단)인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대국의식은 언제든지 표출될 수 있다”며 “한국은 지금까지의 수동적인 외교에서 벗어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한중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북한 비핵화에도 고슴도치 전략이 필요하다. 1970년대 이스라엘 총리를 지냈던 여장부 골다 메이어는 국민들에게 “우리는 아랍과의 전쟁에서 최종 병기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지면 끝장’이라는 절박함”이라고 외쳤다. 미국에 대해서는 사거리를 확대하는 등 우리의 미사일 주권을 앞세워 방어력을 높여야 한다. 중국에 대해서는 북한 비핵화에 비협조적일 경우 우리도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는 등 상호확증파괴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일본의 압박도 거세다. 일본은 해군과 공군력을 강화하며 한국을 향해 수시로 무력도발을 일삼고 있다. 지난해 12월 광개토대왕함에 대한 일본의 억지 주장이 대표적이다. 한국과는 대립각을 세우면서 중국과 러시아에는 화해의 손짓을 하고 있는데 동북아에서 ‘코리아 패싱’을 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현실적으로 우리가 중심이 되기는 어렵지만 과거 약소국·개발도상국일 때와는 위상이 완전히 다르다”며 “지정학적 위치가 중간이라고 해서 이도 저도 아닌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진 위원은 “전통적인 우방인 한미일 관계를 굳건히 하면서도 외교 다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동북아 평화 번영에서 한국의 역할을 찾는다든가 하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정영현·박우인기자 yhchung@@sedaily.com -
[신년 특별인터뷰] "경기 둔화되지만..중산층 확장서 지속성장 디딤돌 찾아야"
국제 정치·사회 2019.01.01 17:03:04세계 금융의 중심인 월가에서 기업혁신의 대가로 유명한 빌 포드(57·사진) 제너럴애틀랜틱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세계 경제 둔화에도 ‘글로벌 중산층의 확장’에 주목하면 지속적인 기업성장의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80억달러(약 31조원) 이상의 자산을 성장하는 기업들에만 골라 투자하는 글로벌 사모펀드(PE)를 11년간 이끌어온 포드 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올해 무역전쟁이나 중동 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돌출할 가능성을 세계 경제의 최대 복병으로 꼽으면서도 “각국 정부가 효과적으로 정책을 관리하고 상호 협력해 지정학적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혁신동력은 여전히 강하다”고 강조했다. 올해도 ‘디지털 전환’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돼 세계 경제가 평균 성장세를 능가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포드 회장은 또 경제혁신과 성장은 무엇보다 ‘기업가 정신’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면서 한국 정부가 기업인을 후원하고 격려하는 환경을 조성할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올해 미국 경제와 증시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가. △2019년에는 세계 경제 성장이 상당히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기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중동 문제나 브렉시트, 무역분쟁 등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계속되고 금리 상승 추세, 투자심리의 혼조세 등이 더해져 증시의 변동성은 높을 것으로 본다. 글로벌 부채 증가도 증시에 불안정과 위험을 더하는 부분이다. 글로벌 혁신기업들이 상장할 경우 선택적 투자 기회가 있겠지만 시장 변동성이 완화되는 것을 지켜보며 투자에 나서는 것이 좋겠다. -올해 세계 경제의 큰 위험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현재의 지정학적 긴장들을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 중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 각국 정부들은 주요 이슈와 정책들을 좀 더 효과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고 협력할 사안들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혁신을 위한 노력과 이에 대한 기업가 정신이 충만하기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돌출하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는 평균적인 성장세를 능가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투자자산 배분 관점에서 볼 때 올해 가장 유망한 시장이나 투자 대상은 무엇인가. △시장 금리가 오르면서 주식이나 원자재 등 위험자산의 수익률 목표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어 현금이 더욱 매력적이라고 본다. 다만 지난해 말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주요 증시가 크게 하락하고 장기 평균을 밑도는 거래량을 보인 만큼 주식 투자에 대한 다양한 기회도 살아 있다. 특히 건설적 경제 전망이 이어지는 주요 신흥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본다.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같은 시장 환경에서 좋은 실적을 냈던 PE들을 추려 투자에 나서는 것도 똑똑한 전략이 될 것이다. -제너럴애틀랜틱이 최근 관심을 쏟고 있는 투자 테마는 어떤 것인가. △최근 글로벌 기업 생태계에서의 기회는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중산층의 확장’이라는 두 가지 핵심 어젠다에 있다고 확신한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는 시점인 만큼 경기 순환을 견뎌낼 수 있는 대중적 소비재 사업에서 꾸준히 혁신을 지속해 성장동력을 갖춘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려고 한다. -그렇다면 기업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선은 경영진의 능력이다. 스티브 잡스가 죽은 지 7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애플을 그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지 않나. 다음은 사업 모델이다. 경기 사이클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 따져보면서 접근 가능한 시장 규모를 조사한다. 생산 제품이나 서비스 부가가치의 향후 잠재력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신생 및 초기 기업이라면 투자자와 기업의 협력이 중요한데 사업의 미래뿐 아니라 협업 방식을 놓고도 공유된 비전이 꼭 있어야 한다. 아울러 기업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가 정신을 키우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정부는 혁신 및 신기술을 육성하는 환경 조성에 관심을 가져야 할 뿐 아니라 능력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제너럴애틀랜틱은 30조원 이상을 전 세계 기업에 투자·운용하는 것으로 안다. 한국 기업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가. △현재는 한국 회사에 투자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의 투자원칙에 맞으면서 (우리가) 전문성을 갖는 분야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한국 국부펀드와 자본펀딩에서는 협력을 하고 있다. 소비재, 특히 화장품 등 뷰티 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계속 검토하고 있으며 아시아나 글로벌 수준에서 기존 산업을 대체할 만큼 혁신적인 기술력과 잠재력을 갖춘 기술기업이 있는지 찾고 있다. -한국 기업이나 정부에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비결을 조언한다면.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기업들이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실제 성장이 가능하도록 자본 확보 등 다양한 기회의 문이 열려 있어야 한다. 한국도 정책적으로 혁신성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기업을 실제 격려하고 후원하는 수준인지는 모르겠다. 또 기업에는 실력 있는 PE들을 찾아서 제휴하고 투자 및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국 기업들은 PE와의 협력 경험이 적은데, 상당한 성장 기회가 있다. PE가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고 많은 보수를 받으려 하는 데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있지만 우리는 자본 파트너와 투자기업 경영진들과의 협력을 통해 산업을 변화시키고, 성장을 촉진하고 세계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기술과 혁신을 확산시키는 것이 임무라고 믿는다. 어떤 PE도 자기의 이득만 챙기려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① 외교] "韓, 대북관계 매몰 위험...환경 등 이슈 주도 영향력 확대를"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9.01.01 16:59:34무역전쟁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으로 동북아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패권경쟁이 격화될수록 우리의 선택을 강요하는 미중의 압박도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처럼 철저한 대비가 없으면 강대국 간의 패권경쟁에 휩쓸릴 수 있다. 서울경제신문 외교·안보 펠로(자문단)들은 북한에 치우친 외교·안보 정책은 위태롭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과의 관계에만 매몰 되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영향력을 잃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너무 북한 문제와 평화 문제에 집중하다 보니 다자외교가 실종됐다”며 “과거 한국은 핵안보정상회의 등을 개최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보였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환경·보건의료·개발 등 인류 보편적 이슈를 주도해 국제관계에서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우리가 현실적으로 중국과 미국을 힘으로 견제하기는 어렵다”며 “원자력 안전, 질병, 환경문제 등 인류 보편적 이슈와 관련해 한국이 재원을 마련하고 이슈를 주도하면 다른 국가들도 한국의 영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인터넷·통신기술 등의 발달에 따른 초연결시대인 만큼 외교보다는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지금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모든 것이 다 연결돼 있는데 외교를 통한 지역접근 전략은 구식전략이 됐다”며 “과거 일본의 경우를 보면 기술개발에 총력전을 펼쳐 안보 상황과 상관없이 일본의 경쟁력을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평화라는 거대한 흐름 위에 올라탄 만큼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기 위한 활동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의 운전자 정책 전에는 북한과 전쟁 일보 직전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남북평화 무드는 일종의 국면전환을 이뤘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북미 간 교착상태 때 지난해 9월 남북 정상회담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것처럼 한국 정부가 북미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리포트 ①외교]'패권 칼끝' 마주 겨눈 미중일러...'투키디데스 함정' 앞에 선 韓
국제 경제·마켓 2019.01.01 16:52:14‘동아시아 지정학’이 부활했다. 선진국 자리를 굳힌 미국을 위협하며 개발도상국 중국이 경제·군사적으로 치고 올라오면서 갈등과 충돌이 빚어지는 ‘투키디데스 함정’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일본은 보통 국가화, 군사 대국화를 천명하는 가운데 미일동맹을 강화하며 중국의 남진을 저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소 냉전 시기의 화려한 과거 영광을 재연하기 위해 군사력을 키우고 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둘러싸고 그야말로 구한말 각축전이 재연되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제대로 파악하고 좌표를 잡아야 하는 엄중한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주요2개국(G2)의 마찰과 갈등, 대립이다. 중간에 끼인 한국으로서는 그야말로 고래싸움에 새우 신세다. 무역마찰과 군사갈등이 나타날 때마다 한국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우리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냉철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미국과 중국은 1월1일로 수교 40주년을 맞았다. 냉전 이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자랑하며 우호선린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지금은 패자를 다투는 경쟁 관계가 됐다. 일각에서 ‘신냉전’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올해에는 미국이 전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이에 맞선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이 충돌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한국 정부에 자기 진영에 빨리 참여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중화’ 중국을 건설하는 야심 찬 설계도다. 동남아·중동·아프리카 등을 대상으로 철도·도로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투자를 확대해 이들 지역을 중국 경제권에 편입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지금까지 50여개 국가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800억달러를 퍼부었다. 경제 예속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케냐 남부의 몸바사 항구 운영권이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와 몸바사를 잇는 고속철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케냐의 철도 회사가 중국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할 경우 몸바사 항구 운영권을 중국수출입은행이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대일로 참여국의 주권이 침해되고 대규모 차관을 갚지 못할 경우 전략적 자산이 중국에 넘어가는 ‘빚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일대일로 사업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앙골라·잠비아·콩고공화국 등의 천연자원과 케냐의 항만·철도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사회간접자본이 중국 측 채권자의 손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에 맞서 미국은 일본·호주·인도 등 전통적 우방과 스크럼을 짜 항행의 자유, 법의 지배 등을 내세우며 일대일로 전선을 허물어뜨리겠다는 구상이다. 아시아 저소득 국가에 대한 인프라 개선에 600억달러를 지원했다. 미국이 지난해 5월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이름을 바꾼 것은 태평양과 인도양에서 중국의 패권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문재인 정부에 자기 진영에 조속히 참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의 전략적 선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남중국해는 G2 간 영유권 분쟁이 가장 치열한 지역이다. 긴장이 고조되고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우리 기업의 항행과 물류이동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구축함이 남중국해 순찰에 나서자 중국 군함이 즉각 출동했고 양측 함선은 40m 거리까지 근접했다. 일촉즉발이었다. 세계 해양 물류의 25%, 원유 수송량의 75%를 차지하는 전략적 요충지를 차지하기 위한 패권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은 남중국해 도서 12해리(약 22㎞)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인공섬을 조성하고 격납고·지대공미사일·레이더 등을 배치했다. 이에 미국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전략 폭격기와 구축함을 보내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국에 이미 배치된 미사일을 철수할 것을 요구하면서 인공섬 폭격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중국은 동아시아 패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 주석은 덩샤오핑 때부터 유지돼온 중국 외교 노선인 ‘도광양회(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 대신 ‘분발유위(분발해 성과를 이뤄낸다)’를 주창하며 강대국 외교로의 전환에 나섰다. 미국을 대신하는 동아시아의 ‘룰 세터(rule setter)’를 자처하며 미국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다. 강대국들이 벌이는 고도의 외교전과 아슬아슬한 대립의 틈바구니에 낀 한국은 이렇다 할 책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헤게모니를 놓고 진검승부를 벌이는 미국과 중국에 의해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공고히 하지도,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지도 못한 채 외교적 고립으로 내몰릴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반도와 동북아를 둘러싼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강대국 간 지정학적 경쟁과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고 한국을 겨냥한 주변국의 선택 압력은 증가할 것”이라며 “한국이 선택을 미루고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할 경우 한국은 고립된 상황에 처하고 신뢰는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현호·정영현기자 hhlee@@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리포트]中 →日→ 美 → ?...끝나지 않은 동북아 잔혹사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9.01.01 16:51:37동아시아 지역구도의 역사는 힘의 균형보다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국가 간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 할 수 있다. 한국이 속해 있는 동아시아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아시아대륙 군사·문화·경제·무역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이 지역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세력들 간의 권력투쟁이 끊임없이 전개됐다. 이 권력 쟁탈전에서 주도권을 잡은 것은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유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중국이었다. 1,000년간 동아시아의 패자로 군림한 중국은 주변국을 문명화한다는 명분 아래 조공과 책봉관계를 통해 동아시아에서 소위 ‘팍스 시니카(Pax Sinica)’ 시대를 구가했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中華) 사상’으로 요약되는 팍스 시니카 시대는 군사력을 동원한 직접 지배보다 우월한 사상과 이념을 기반으로 한 문화 제국주의였다. 영원할 것 같았던 팍스 시니카 시대는 서구열강의 아시아 침탈이 본격화하면서 ‘아편전쟁(1839~1842년)’을 기점으로 저물어갔다. 조공과 책봉이라는 동북아의 국제질서를 대체한 것은 조약을 기반으로 한 미·러·일·영 등 서구열강의 다자체제였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패자가 사라진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세력다툼이 전개됐고 패권을 차지한 것은 서구열강으로부터 제국주의를 충실히 학습한 일본이었다. 1894년 메이지유신 이후 서구문명에 대한 개방정책으로 국력을 키운 일본은 1895년 청일전쟁과 1905년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팍스 니포니카(Pax Nipponica)’ 시대를 열었다. 주도권을 잡은 일본은 서구열강의 침략으로부터 동아시아를 지키기 위해 한중일 등이 힘을 합치자는 연합국가 체제인 ‘대동아공영권’을 주창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동아공영권은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물적·인적 수탈을 하기 위한 명분으로 내세운 논리였을 뿐 서구열강의 제국주의의 모방에 지나지 않았다. 1945년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망으로 다시 힘의 공백이 생긴 동아시아를 집어삼킨 것은 미소 냉전이었다. 자유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 간 이념전쟁은 동아시아를 휩쓸었고 이는 결국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을 낳았다. 현재 한미일의 해양세력과 북중러라는 대륙세력 간 첨예한 대립으로 상징되는 동아시아의 대결구도도 이때 고착화됐다. 1989년 냉전을 상징하던 베를린장벽이 붕괴되면서 소련이 중심이 된 사회주의 진영도 빠른 속도로 무너져내렸다. 강력한 두 축 중 한 축이 무너진 동아시아에는 미국 중심의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시대가 도래했다. 동아시아에서 공고하던 미국의 패권은 중화제국의 영광을 복원하겠다는 중국의 급부상으로 위협받고 있다. 최근 발생한 미중 무역전쟁도 팍스 아메리카나에 대한 중국의 도전에 따른 결과물로 미국은 ‘인도·태평양’ 구상을 드러내며 동아시아의 패권을 지키기 위한 응전에 나섰다. 한반도의 경우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최전방 전진기지이고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으로 나아가는 교두보로 전략적 중요성이 큰 만큼 우리는 원치 않는 싸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청일전쟁과 한국전쟁 등 동아시아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강대국 간 패권경쟁 속에서 한반도가 강대국의 전쟁터가 됐던 과거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생존을 넘어 국익을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한 때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
[서울경제 신년 인터뷰] 문희상 국회의장 "경제 단숨에 되살릴 요술램프는 없다"
정치 국회·정당·정책 2019.01.01 16:51:15대담=서정명 정치부장 vicsjm@@sedaily.com “민생경제 문제는 도깨비방망이나 요술램프 같은 혁명적 수단으로 단숨에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제라도 정부는 국민보다 반 발자국 앞에서 차분히 정책 속도를 조절해가며 더디더라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문희상(사진) 국회의장은 1일 국회의장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이제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에서도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가 됐다”며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현 정권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과 당부를 쏟아냈다. 지난해 7월 20대 국회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문 의장은 노무현 정부의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대표적 ‘범친노계(노무현계)’ 인사다. 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위기 때마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구원 등판해 당을 살려내기도 했다. 여권 인사 중 그 누구보다도 현 정권을 잘 이해하는 동시에 애착도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기에 그가 문재인 정부를 향해 쏟아내는 고언들에는 애정 어린 진심이 묻어났다. 문 의장은 먼저 집권 3년 차인 문재인 정부가 결코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과제로 우리 사회 각계각층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첫손에 꼽았다. 그는 “국민들은 대통령이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만날 때 국민과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안심하게 마련”이라며 “야당 대표는 물론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야권 인사들과도 자주 만나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허준의 동의보감 ‘잡병’ 편에 나오는 ‘통즉불통 불통즉통 (通卽不痛 不通卽痛)’이라는 글귀를 인용해 “몸속을 흐르는 모든 것이 제대로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게 된다는 말처럼 지도자는 끊임없이 국민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며 소통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문 의장은 소통 부족의 아쉬움을 나타냈다. “저도 소득주도 성장의 큰 방향성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당장 먹고살기가 어렵다는 국민 대다수의 하소연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저 역시도 만나는 사람들 10명 중 8명이 경제가 어렵다고 얘기를 합니다. 특히나 경제는 심리입니다. 이럴 때는 가만히 앉아서 무조건 정부 정책이 옳다고만 주장할 게 아니라 국민들과 밀착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설득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합니다.” 문 의장의 지적처럼 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민주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경제실패’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앞으로 소통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문 의장은 최근 들어 지지층이 대거 이탈하며 국정 지지도가 급락하고 있는 현 정권의 위기 극복 방안 중 하나로 청와대와 정부 핵심인사의 대대적인 인적 쇄신 카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선시대 대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율곡 이이의 3단계 ‘국가경영전략론’을 본보기로 들었다. 율곡 선생은 나라는 ‘창업(創業)-수성(守成)-경장(更張·확장과 혁신)’의 3단계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한다고 임금에게 가르쳤다. “창업기에는 서로 코드가 맞으면서 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 개국공신을 중용하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 ‘수성’의 단계에 진입하면 국정운영의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전문적 지식과 경륜을 갖춘 인사들을 기용해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조건에 부합한 뛰어난 사람이 있다면 반대 진영의 야권 인사라도 청와대나 내각에 등용해야 합니다. 이제는 개혁을 위해 공신을 중용했다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기가 됐기 때문입니다.” 문 의장은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여권 원로 인사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이러한 뜻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문 의장은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치에도 더욱 힘써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대통령은 여러 악기의 조화를 통해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내각을 지휘하고 의회와 소통하며 국정운영을 훌륭히 수행해내는 동시에 국민통합까지 잘 이뤄내야 한다”며 “각종 개혁입법과 민생입법이 부진한 점에 대해 정부·여당이 책임을 느끼고 최선을 다해 야당을 설득하고 또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해 당면 과제로 문 의장은 입법부 수장으로서 바닥에 떨어진 국회의 신뢰도를 되찾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주의의 핵심이자 최후의 보루는 바로 국회입니다. 국회가 망하면 민주주의도 무너질 수밖에 없는 이치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국회는 국민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기는커녕 최소한의 신뢰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20대 후반기 국회의장으로서 남은 임기 동안 단 1%라도 국회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문 의장은 이처럼 국회가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 스스로 존중하지 않는 문화를 꼽았다. 그는 “맹자의 ‘이루’ 편에 자신이 스스로 업신여긴 후에 남들도 나를 업신여긴다는 뜻의 ‘자모인모(自侮人侮)’라는 말처럼 국회의 품격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 국회는 대통령이나 국민들에게 무시 받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스스로 업신여기니 남들도 더욱 국회를 무시하는 셈이다. 국회 스스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솔선수범해야 국민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고 주문했다. 문 의장은 새해 20대 국회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대한민국 정치사의 오랜 숙원인 선거제 개혁과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을 제시했다. 지난달 15일 여야 5당 대표는 올 1월까지 국회에서 선거제 개편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각 당의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선거제 개편 논의는 그 뒤로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의 대원칙은 표심을 왜곡하는 현행 제도를 고쳐 득표수에 비례하는 의석수를 갖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개편안을 놓고 각 당의 이해관계와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려 있지만 현재의 지지율과 정치상황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 모두 역사적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진실입니다. 여야가 힘을 합쳐 20대 국회에서 선거제 개혁만이라도 이뤄낸다면 역사적으로 정치 개혁을 가장 많이 한 국회로 기록될 것입니다. 임기 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국회의장으로서의 모든 역할과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다만 문 의장은 야당 일부에서 주장하는 독일식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초과의석이 발생해 전체 의석수가 늘어나는 문제점이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대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전제조건으로 거론되는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해서는 현행 의석의 10% 수준인 최대 30석까지 늘리되 세비 고정과 보좌진 축소 등을 통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의원정수를 늘려야 한다면 최대 30석 범위 내에서 보좌진 축소 등으로 국회의원 세비를 현재의 총액에서 동결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국민들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며 “선거제 개편은 올해 안에 반드시 처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에 대해서도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 분노해 광장에 모인 촛불민심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바꾸라는 것이었다”며 “선거가 없는 2019년이야말로 20대 국회에 주어진 개헌의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을 조정·해소해나가는 국회의 역할도 당부했다. 그는 “국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서로의 입장을 한 번 더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의장 역시 국회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그는 20대 후반기 의장 취임과 동시에 특수활동비를 전면 폐지한 데 이어 국회혁신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국회의 인사·예산·조직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있다. 아울러 여야의 상시적인 협치를 위해 원내대표 정례회동과 5당 대표 회담인 ‘초월회’, 중진의원 모임인 ‘이금회’ 등 국회 내 다양한 대화 테이블도 만들었다. 또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일하는 국회의 풍토를 조성하고자 법안심사소위를 정례화하고 의제별 소위를 구성해 집중 논의를 가능하게 하는 ‘소위원회 활성화’ 방안도 국회 운영위원회에 제출했다. /정리=김현상·송주희기자 kim0123@@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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