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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생존리포트] 반도체 클러스터마저…덫이 된 수도권 총량제
산업 기업 2019.01.24 17:52:23SK하이닉스는 분당에 낸드플래시 분야 솔루션 인력을 위한 사무실을 두고 있다. 반도체 엔지니어들은 이천·청주에 내려가 있지만 소프트웨어 연구원은 따로 이곳에서 일한다. 메모리 공정의 미세화·고용량화로 관련 연구원들이 불어나는 추세에 맞춰 지난 2012년 서울 생활권인 분당에 연구소를 마련했다. 한 반도체 업계 고위관계자는 24일 “소프트웨어 일터의 마지노선이 판교·분당이라는 말이 있다”며 “인재가 곧 기업 경쟁력인데 더 밑으로 내려가면 어렵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업을 외면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영호남 8개 시도지사는 전날 ‘수도권 공장총량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SK하이닉스 중심의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용인에 조성하기 위해 ‘특별물량 신청’을 추진 중인 정부 안에 반대하고 있다. 규제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낡은 칼이 생존경쟁에 뛰어든 기업의 발목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재계의 한 임원은 “기업으로서는 인재 유치에 낫고 기존 공장 등 인프라 접근이 뛰어난 곳에 공장을 만드는 게 필수”라며 “국제경쟁력이 아닌 규제와 정치에 갇혀 큰 그림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공장총량제는 중견기업에도 족쇄가 되고 있다. 샘표식품은 규제에 막혀 16년째 이천공장을 증설하지 못했다. 대신 최근 노후화된 설비교체를 단행했다. 그 결과 회사가 원하는 생산량을 늘리지는 못하고 있다. 신산업 역시 각종 규제에 막혀 있다. 토르드라이브(자율주행), 마이지놈박스(헬스케어) 등 유망 스타트업들은 아예 해외에서 창업했다. /이상훈·박한신기자 shlee@@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리포트 ⑥산업] "종이우편 대신 모바일 전자고지...자율주행 배달로봇 도입을"
산업 기업 2019.01.24 17:45:19“프랑스 파리의 에펠탑과 일본의 도쿄타워 밑에도 수소충전소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수도 중심지에 충전소가 없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초청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신사업 도전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풀어주겠다며 ‘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그동안 재계는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돌파구로 규제 완화를 요구해왔는데 이런 갈증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규제 샌드박스는 어린이들이 모래놀이터에서 마음껏 뛰노는 것처럼 규제를 확실히 풀어주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사업자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요청하면 법령을 개정하지 않고도 심사를 거쳐 시범사업·임시허가 등으로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준다. 규제로 출시할 수 없었던 상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하고 사후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당장 현대자동차는 도심지역 수소충전소 설치를 요청하고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수소차 운전자들의 편의를 위해 서울 시내 5개 지역에 수소충전소 설치를 위한 임시허가·실증특례를 요청해왔지만 규제 때문에 충전소 설치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시행되면서 일부 지역에 충전소를 설치할 길이 열렸다. KT와 카카오페이는 경찰청이나 국민연금공단 같은 공공기관 고지를 휴대폰으로 받을 수 있는 전자고지서비스를 신청했다. 지금까지 국민연금공단과 경찰청 등 공공기관은 종이우편을 활용해 고지 업무를 해왔다. 모바일 전자고지가 활용되면 국민들은 행정기관 과태료나 하이패스 미납 등의 내용을 카카오톡 알림이나 문자메시지로 쉽고 빠르게 받을 수 있게 된다. 규제에 부딪혀 사업을 하지 못하는 바이오 기업도 신청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마크로젠은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검사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탓에 의료기관이 아닌 유전자검사기관에서는 탈모·피부노화 등 12개 종목에 한해서만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업계는 실질적인 질병에 대한 검사가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의 호응이 높지 않다고 호소한다. 이외에도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은 자율주행 배달로봇에 대한 실증특례를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도로교통법 등 관련 규정이나 법으로 인해 불가능했던 자율주행 배달로봇이 시범운영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스타트업·중소기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서비스(모인)’, ‘VR 트럭(VRisVR)’ 등의 임시허가·실증특례도 신청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해외송금서비스를 하는 모인은 외국환거래법상 시중은행보다 낮게 적용되는 송금 한도를 상향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는 소액 송금업자를 통한 송금은 연간 3만달러로 제한을 받지만 시중은행에서는 5만달러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VR 트럭(VRisVR)’ 관련 신청의 경우 현재 가상현실(VR) 기기 허가를 위해서는 행정기관이 영업장 주소·면적 등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동형 VR 트럭을 위한 허가에 한계가 있다고 호소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실제 승인을 얼마나 내줄지 두고 봐야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규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점은 평가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리포트 ⑥산업] 말뫼의 기적처럼...스타트업 육성해 '러스트 벨트' 끊어내야
산업 기업 2019.01.24 17:45:01# 경남지역 최대 번화가였던 창원 상남동 일대는 무너지는 조선사들의 불황 여파에 이어 정부의 탈원전 영향으로 두산중공업마저 휘청하며 요즘은 중소도시 외곽보다도 못하다. 주변 아파트 가격은 지난 2년간 30% 가까이 폭락했다. 하지만 변화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회복되는 조선업에 대한 낙수효과만 기대할 뿐이다. ‘말뫼의 눈물’로 유명했던 스웨덴 말뫼. 조선 산업 붕괴로 2만8,000여명의 실업자가 발생하며 제조업 붕괴의 상징으로 불렸다. 코쿰스조선소를 허물고 말뫼대를 설립하며 이뤄진 스타트업 유치와 바이오 산업 활성화는 6만3,0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며 말뫼를 웃게 했다. 국내 대표 계획도시인 창원과 말뫼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제조업 붕괴 이후 미래산업에 대한 대응력이다. 창원을 중심으로 한 경남 일대가 조선 등으로 대표되는 전통 제조업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는 반면 말뫼는 선택을 주저하지 않았다. 스웨덴 정부의 산업 전환 의지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원의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노동유연성이 떨어지는 한국 구조상 인건비 비중이 높은 기존 제조업 모델을 지속하려고 한다면 도시의 몰락은 더 빨라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주52시간제 도입,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혁신적 변화 없이는 경남지역이 ‘한국판 러스트벨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한국의 러스트벨트를 만든 산업이 조선과 자동차에서 철강·석유화학·스마트폰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할 징후가 보인다”며 “기업이 구조조정을 통해 신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생산비를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산업 전환에 대해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을 육성해 노동인구를 흡수하는 한편 기존 제조업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첨단기술을 결합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선전과 이스라엘에서 배워라=세계의 공장에 매몰됐던 중국에 또 다른 성장 모델을 제시한 곳이 바로 선전이다. 선전은 한때 모조품 제작에 특화된 도시로 이름을 떨쳤지만 지금은 동양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세계 최대의 드론 제작업체 DJI,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체 비야디(BYD), 5G 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의 화웨이, 세계 최대 게임 업체 텐센트 등이 선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선전의 발전은 특화된 창업장려책 및 규제 완화 외에 홍콩과 맞닿아 있는 지리적 이점 등을 활용한 육성책 덕분이다. 선전은 지난 2013년 중국 도시 중 최초로 최저자본금제도를 없애고 사후허가제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사업자등록제를 바꿨다. 또 대학생 창업 시 최대 10만위안, 단체창업 시 최대 50만위안의 대출금을 각각 지원하고 있으며 선전시 과학기술창조위원회를 중심으로 매년 3,000여개의 과학기술 기업에 예산을 지원하며 창업을 장려하고 있다. 선전시의 의욕적인 투자유치로 중국 내 벤처캐피털 및 사모펀드 기업 3분의1이 선전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중국 최대 규모의 과학기술전시회 하이테크박람회(CHTG)를 비롯한 각종 전시회가 연간 100회 이상 개최되는 등 돈과 사람이 넘친다. 아랍 국가와의 끝없는 긴장관계 등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남들과 다른 성장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스라엘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 인텔이 2017년 17조원을 들여 인수한 자율주행차 신호 제작업체 모빌아이 등이 이스라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주요 도시에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가 글로벌 기업의 연구개발(R&D)센터로 변신한 곳이 300개가 넘는다. 이스라엘은 2017년 말 나스닥 상장기업 수에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대표 스타트업 단지인 텔아비브는 시장조사기업 스타트업지놈이 선정한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에서 실리콘밸리, 뉴욕, 런던 등에 이어 6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이 같은 성장 비결은 요즈마그룹으로 대표되는 벤처캐피털의 적극적인 투자와 고등교육기관을 중심으로 한 산학 클러스터 등이 꼽힌다. 이스라엘 정부 또한 산업통상노동부 내 수석과학실을 통해 산학협력 및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외국인투자가에 대한 조세 면제 등으로 끊임없이 자금을 끌어당기고 있다. ◇제조업도 ICT 접목 통해 부가가치 높여야=기존 제조업 또한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하는 등의 혁신으로 생산성 및 부가가치를 키우면 충분히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할리데이비슨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오토바이 제조시간을 21일에서 6시간으로 줄인 것이 대표사례다. 국내 조선 3사가 지난 한 해 동안 부가가치가 높은 LNG 운반선 45척을 수주한 것 또한 기술력으로 어려움을 돌파한 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제조업과 ICT 기술력의 결합은 높은 인건비를 상쇄하는 역할도 한다. 미국경쟁력위원회가 세계 주요 제조업체 임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6 글로벌 산업경쟁력지수’ 종합순위에 따르면 중국이 가격경쟁력(96.3점) 부문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2015년 1위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39.3점)은 가격경쟁력은 낮지만 인적자원(89.5점), 혁신정책 및 인프라(98.7점) 등에서 중국을 압도해 오는 2020년에는 종합순위에서 중국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국의 경우 2015년 순위에서 전체 조사국 중 5위를 차지했지만 내년에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인도에 밀려 6위로 내려앉는 점에서 기술력 및 혁신성 확보가 요구된다.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라는 방안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의 변신에도 한계가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제조업 분야 규제가 일본 수준일 경우 실업률은 0.45%포인트,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선진 10개국 수준으로까지 완화되면 0.6%포인트가량 떨어져 고용촉진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리포트 ⑥산업] 간장공장 증설 16년째 막혀...유전자 업체는 규제 피해 일본행
산업 기업 2019.01.24 17:40:12유전자 기반 분석 헬스케어 브랜드인 마이지놈박스는 개인 의뢰인의 유전체를 분석해 발병 가능성 등을 맞춤 진단한다. 값비싼 병원 검사를 받지 않고도 타액 수집 등 간단한 작업만으로 사전에 건강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업체의 쾌거임에도 이 업체는 영문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국내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도 서비스를 찾을 수 없다. 마이지놈박스가 국내 규제를 피해 주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어서다. 국내에서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 검사는 규제 때문에 탈모와 피부노화 등 12개 항목만 가능한 반면 미국·일본 등 과학기술 선진국에서는 제한 없이 가능하다. 바이오 같은 신산업뿐 아니라 기존 산업들도 수도권 규제 등으로 미래 투자의 발목이 잡혀 있다. 경기도 이천에서 간장을 만들고 있는 샘표식품은 16년째 공장 증설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공장에서 규격화된 과정을 거치기는 하나 옛 가정식 발효과정을 고집하는 샘표식품의 간장 항아리 보관도 공장 규제를 받는다. 이천이 수도권에 속한다는 이유로 간장을 더 만들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이다. 지난 2015년 한국경제연구원이 수도권 투자 의사를 보인 11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관련 규제 때문에 계획을 철회한 기업이 28개에 달했다. ◇창업 싹 자르는 규제…해외로 산업 ‘엑소더스’=과거 앞을 내다본 정책들 덕에 산업강국으로 발돋움했던 한국이 이제는 산업의 무덤이 되고 있다.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세계적 정보기술(IT) 강국이 된 시절도 옛이야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될 신산업들도 마찬가지다. 과거 국가발전을 주도했던 관료들이 오히려 4차 산업혁명 시대 민간 추격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관료주의와 규제로 사업 아이템과 아이디어가 사장(死藏)될 위기에 처한 스타트업들은 앞다퉈 한국을 등지고 있다. 중국에서 식품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했던 A씨는 귀국한 뒤 창업할 계획이었지만 준비단계에서 생각을 접었다. 각종 법규 때문에 당초 구상을 수정해가며 준비를 이어갔지만 규정이 너무 복잡해 서류작업으로 날을 새기 일쑤였다. A씨는 “중국에서 사업할 때 사드 보복 당시 차별을 겪었던 것 빼고는 규제 때문에 고생한 적이 없었다”며 “한국에서 창업을 강행했다가는 문을 열더라도 사업이 잘 안 될 것 같아 취업을 택했다”고 했다.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10년간 연구한 끝에 내놓은 자율주행차 ‘스누버’는 한국이 아닌 실리콘밸리를 누비고 있다. 한국에서 교수 창업을 하고 싶었지만 각종 규제에 짓눌렸다. 자율주행차 관련 법규가 아예 정비되지도 않은데다 카풀 서비스와 택시 업계 간 갈등에서 본 것처럼 기본적 차량공유조차 발을 떼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율주행차는 언감생심이었다. 서 교수는 결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토르드라이브’를 설립했고 지난해 말 자율주행 택배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2018년 세계 경쟁력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의 ‘정부 규제에 따른 부담(burden of government regulation)’ 순위는 140개국 중 79위를 기록했다. 전체 국가경쟁력이 15위로 비교적 높은 점을 고려하면 정부 규제가 한국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 규제가 가장 적은 나라(1위)는 싱가포르였고 미국 4위, 독일 7위, 중국 18위였다. 대만과 일본이 각각 31위와 32위를 차지했고 한국의 앞과 뒤는 칠레(78위)와 자메이카(80위)였다. 이 같은 과도한 규제는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의 정체로 이어지고 있다. 한경연이 인공지능(AI), 바이오, 사물인터넷, 우주기술, 로봇 등 12가지 4차 산업 분야의 국가별 기술 수준을 비교한 결과 2018년 한국을 100으로 봤을 때 중국 108, 일본 117, 미국은 130으로 나타났다. 5년 후 전망도 녹록지 않다. 같은 기관에서 한 5년 후 예측에서도 중국 113, 일본 113, 미국 123으로 나타나 격차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규제는 관료 ‘무기’…근본적 해결 모색해야=정부도 17일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시행하는 등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현장은 ‘혹시나 하는 기대는 있지만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도 ‘전봇대’를 뽑겠다고 했고 박근혜 정부 때도 ‘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미미했다”며 “지난 정부처럼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규제 샌드박스 같은 제도 시행도 중요하지만 규제가 관료들이 포기하기 어려운 기득권이자 ‘무기’라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정부에서 차관급 기관장을 지낸 한 인사는 “관료들의 힘은 규제와 예산에서 나오는데 아무런 인센티브나 강제성 없이 규제가 혁파될 것으로 보는 것은 순진한 일”이라며 “교수 등 비관료 출신 장관이 규제 개혁을 시도하면 오히려 관료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고 결국 관료들의 요구대로 움직이게 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행정부에서 신설되거나 강화된 규제는 9,715건에 달했다. 이 중 837건만 철회나 개선 권고가 이뤄졌다. 8,878건, 연평균 1,110건의 규제가 신설되거나 강화됐다는 얘기다./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리포트 ⑥산업] 행동주의펀드 공격에 대주주 견제...혁신은커녕 경영권 방어하다 날샐판
산업 기업 2019.01.24 17:39:08규제환경도 녹록지 않지만 최근에는 국민연금과 사모펀드 KCGI가 한진그룹을 압박하면서 기업 경영권에 대한 정부 안팎의 입김이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국회에는 경영권을 옥죄는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둔화로 가뜩이나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경영인들은 ‘시계 제로’ 상태에 있는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4일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 경영에 개입한 뒤 1년이 지나면 당기순이익 83.6%, 영업이익은 41% 줄어들고 고용 18.1%, 투자는 23.8% 감소하는 등 대부분의 경영지표가 악화한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영국 행동주의 전문 연구기관 액티비스트인사이트가 지난 2014년 발간한 리뷰를 기준으로 ‘10대 행동주의 펀드’가 2013년 공격을 시작해 2014년 종료한 48개 기업의 공격 전후 3년의 경영성과를 조사했다. 한경연 조사 결과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은 기업은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보다 단기 이익에 몰두하게 된다. 매년 설비투자를 늘리던 기업이라도 공격받은 지 1년 뒤에는 설비투자액을 23.8% 줄였다. 연구개발(R&D) 투자도 공격을 받은 다음 해에는 20.8% 감소했다. 고용인원 또한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기간에 4.8%, 공격받은 다음 해에 18.1% 줄었다. 반면 공격 기간 배당금은 전년 대비 63.8%, 배당성향은 전년 대비 204.6%로 급증했다. 최근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를 활용해 한진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오는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주주권을 행사해 조양호 회장의 이사 연임에 반대할 것임을 시사하면서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인 KCGI도 이러한 국민연금의 결정을 등에 업고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상법 개정안 등 대주주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안도 국회에 계류돼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은 소액주주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2, 3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의 손에 칼을 쥐여주는 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실제 엘리엇이 지난해 현대차그룹에 요구한 것도 집중투표제 도입이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집중투표제는 행동주의 펀드가 입맛에 맞는 이사를 선임해 손쉽게 부당한 이득을 취하게 해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며 “이미 존재하는 주식매수청구권 등의 제도만 잘 활용해도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만 행사하던 고발권을 검찰까지 확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도 크다. 검찰이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을 수사하다가 별건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영인을 찌르는 칼이 많아진 만큼 방패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갑윤·권성동·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의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국회가 북한 이슈 등으로 묻힌데다 문재인 정부의 대기업 규제 성향으로 여당의 양보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전자투표제와 경영방어 수단을 맞바꾸는 등 협상의 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
작년 3전 3패…'부활 조선' 방심하면 싱가포르에 추월
산업 기업 2019.01.22 17:36:15국내 조선 업계는 지난해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 싱가포르의 ‘셈코프마린’에 3전3패했다. 수주 점유율 44.2%로 세계 1위 자리를 7년 만에 중국에서 되찾아왔던 한국 조선에는 굴욕이었다. 패배의 원인은 싱가포르의 저렴한 인건비였다. 싱가포르는 자국인과 외국인의 최저임금을 따로 정하지 않는다. 시장 수급에 따라 결정될 뿐이다. 다만 청소 인력은 월 1,000싱가포르달러(83만원)가 마지노선이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거의 100% 외국 인력을 쓰는 싱가포르의 순수 인건비는 우리의 6분의1 수준이고, 수당을 합쳐도 우리의 절반”이라며 “우리는 30% 넘게 오른 최저임금을 외국인에게도 똑같이 줘야 해 손쓸 방도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협력업체가 최저임금 인상을 배겨내지 못하면서 2차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회복세라는 조선업의 외피를 한꺼풀만 벗겨도 우리 산업경쟁력의 민낯이 드러난다. 후발주자와의 기술격차 축소, 4차 산업혁명발 산업 재편 등으로 점점 핀치에 몰리고 있는 터에 정책 변화에 따른 비용부담이 우리 기업을 주저앉히고 있다. 제조업 경쟁력은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다. 딜로이트의 제조업 경쟁력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100점, 2016년 기준)은 물론 미국(99.5점), 독일(93.9점), 일본(80.4점)에 밀린 5위다. 오는 2020년에는 인도에 뒤져 6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의 기술력 차이도 고작 0.7년에 불과하다. 사물인터넷·로봇·인공지능 등 첨단기술만 보면 한국(100, 한국경제연구원)은 중국(108)에 뒤진다. 이런 상황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일률적 주 52시간 근로 등이 부품·소재 업체를 무너뜨리고 있다. 주력산업의 공급체인망에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주력산업이 낙수효과를 내지 못할 정도로 실적이 악화되면 투자감소로 이어지고 신산업과의 융합 타이밍도 놓치게 된다. 결국 미래 산업 창출에 뒤질 수밖에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싱가포르는 기업이나 경제에 무리를 주며 최저임금을 고집하기보다 생산성을 높이고 자원을 효율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훈·박한신기자 shlee@@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리포트-⑥산업]"대기업 3년간 400조 투자, 20만개 일자리…낙수 있어야 분수효과"
산업 기업 2019.01.22 17:15:20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이 고점으로 치닫는 사이에도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까지는 온기가 전달되지 못했다. 오히려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의 직격탄은 장비소재 업체들이 먼저 맞고 있다. 이를 두고 정부에서는 “낙수효과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이에 대한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평가했다. 그래서일까. 문재인 정부 들어 법인세 인상에 이어 공정거래법 강화,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축소가 줄을 잇는 것도 낙수효과가 사라졌으니 세금이라도 많이 내고 R&D 지원도 필요 없다는 논리에서 나온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기업은 여전히 투자·고용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3년 동안 400조원이 넘는 투자는 협력업체 등 2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특히 산업 생태계 변화에서 대기업의 역할은 중요하다. 중소기업들의 자생력이 약한 우리 산업 구조에서 대기업들의 투자와 R&D 결과물이 중소기업으로 흘러가게 해 산업 생태계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분수효과도 낙수로 모은 분수가 있어야 발생한다. 최근 산업 생태계의 변화는 반도체 산업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지난해 3·4분기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D램 시장 점유율은 74.6%,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46.4%를 기록했다. 한국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절대적이지만 반도체 관련 장비소재 업체들의 경쟁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0.1%에 불과하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도 18.2%에 그쳐 2013년의 25.8%에 비해 오히려 후퇴했다. 반도체 소재 업체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도 10% 남짓에 불과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국내 반도체 회사들의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을 감안하면 한국의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들은 최소 네 배 이상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실제 지난해 반도체 초호황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들은 이 같은 호황의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업체 중 컨센서스(추종기관 3곳 이상)가 있는 11개 업체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8.3%로 전년(24.9%) 대비 3.4%포인트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나머지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15.5%에서 16.1%로 0.6%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전 세계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들은 초호황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한 예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도 반도체 장비를 공급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인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는 지난해 순매출액이 172억5,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8.6%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48억달러로 전년 대비 25%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반도체 경기 호황의 낙수효과가 고스란히 미국과 일본·유럽 업체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소품종 대량생산인 메모리와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인 파운드리·팹리스 등 비메모리 분야의 경우 중소 업체들이 탄탄하게 받치고 있어야 전반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분야에서 대만의 TSMC에 밀리는 것도 대만의 중소 반도체 설계 업체들의 저변과 경쟁력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부품 업체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완성차 업체들과 수직계열화를 통해 고성장을 일궈냈지만 이로 인해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점이 문제다. 지금과 같이 현대·기아차의 실적이 크게 둔화되는 상황에서는 버틸 만한 체력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부품 업체들의 현재 수출된 부품 중 현대·기아차 공장이 들어선 지역으로의 수출 비중은 71.3%에 달한다. 고용 효과가 큰 조선업도 최근 업황 회복의 효과가 대형 조선 3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조선 기자재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5년 사이 조선 기자재 관련 인력은 1만명 가량 줄었다. 일감이 있어도 일할 사람을 못 구해 수주를 포기하는 업체들도 생기고 있으며 대형 조선 3사의 수주 훈풍이 아래로 전달되기 전에 문을 닫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산업 생태계가 대기업 의존도가 높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보니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점이 더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소업체들이 독자 생존이 가능하도록 기술력을 키우고 인력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중소기업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과제들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R&D 역량을 키우기 위해 지원을 강화하고, 대기업도 기술과 자금 지원을 통해 협력업체 육성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또 대학들도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교육체계 등을 개편해 지원해야 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을 때 대기업보다 중소협력업체들이 먼저 타격을 입으면서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정부와 대기업·교육기관이 힘을 합쳐 중소협력업체의 경쟁력을 키워 전반적인 산업 생태계의 토대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리포트-⑥산업]이탈하는 車船 공급 체인망…"부품 못받을까 협력사 자금 관리"
산업 기업 2019.01.22 17:15:16한 대형 조선업체의 김모 부장은 요즘 500개가 넘는 협력업체 관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년간의 업황 부진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금 압박까지 겹치며 경영난을 겪고 있는 곳이 수두룩한 탓이다. 김 부장은 “협력업체의 자금난에 따라 부품 인도전이라도 자금을 지급해 위기를 넘길 수 있는 협력사에는 선지급하고 그래도 위기 극복이 어려운 곳이면 부품이 제작되는 대로 우리가 인도하는 조건으로 수주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 조선업체의 임원은 “조선 기자재 업체가 망하거나 어려워지면서 부품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고 이게 결국 배 자체의 경쟁력 하락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국내 주력업종 대부분이 이런 메커니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한 경제단체의 임원은 “원청업체의 부진, 통상전쟁에 따른 관세 부과, 고비용 구조를 유인하고 있는 각종 정책으로 자동차·조선·철강·가전 등이 모두 공급 체인망에 이상 신호가 들어왔다”며 “제조업 붕괴는 우려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말했다. 협력사 독자 생존 부실해지면 글로벌 경쟁력 뚝 → 업종 퇴보 “경영난 방치할 수 없어” 몸살 ◇공급 체인망 ‘흔들’…빨간불 들어온 주력업종 생태계=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1년 10.3%에서 지난해 3·4분기 1.2%까지 쪼그라들었다. 미국에서 발생한 엔진 리콜 등 일회성 비용을 털었다고 하지만 어닝쇼크였다. 완성차 업체 부진의 충격은 고스란히 협력업체로 전이되고 있다. 국내 상장된 자동차 부품사 82곳 중 30%인 25곳이 적자(지난해 반기 기준)를 기록했다. 1차 협력사가 이 정도니 더 아래로 내려가면 적자기업은 크게 불어난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5개사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 851곳을 포함해 2~3차 협력사까지 합치면 8,800곳”이라며 “협력사의 독자 생존 능력이 부실한 상태에서 ‘고비용·경쟁심화→완성차 업체 고전→부품사 경영난·도산→완성차 경쟁력 하락→업종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전체 수출의 9.8%(10월 기준)까지 떨어졌다. 자동차 부품 수출이 전체의 10%를 밑돈 것은 2009년 이후 9년 만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 트렌드 변화에 대한 대응 부족, 연구개발(R&D) 투자 소홀, 고비용 저생산성의 뿌리인 대립적 노사 관계,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맞춘 미래 차 로드맵 실종 등이 맞물려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취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의 한 임원은 “극심해지는 부품업체 자금난을 방치할 수 없어 납품 가격을 올릴 판”이라며 “해외로 공장을 다 옮기고 싶다”고 토로했다. 낮은 생산성 등에 줄줄이 해외로 조선은 親勞정책에 발목 잡혀 “제조업 붕괴, 우려 아닌 현실” ◇낮은 생산성에 관세전쟁까지…해외로 짐 싸는 기업들=지난해 현대·기아차의 국내 생산 비중은 43.7%(10월 기준)다. 해외 생산 비중이 12%포인트 더 높다. 2012년에 해외 생산 비중이 처음으로 커진 후 국내 생산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낮은 생산성 탓이다. 차량 한 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현대차가 26.8시간(2015년 기준)으로 도요타·포드보다 2~5시간이 더 걸린다. 원가 경쟁력 하락에다 미국이 고율의 관세부과 카드까지 꺼내면 탈한국 움직임은 거세질 수 있다.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기로 한 철강사 넥스틸, 이미 세탁기 등 가전 공장 가동에 들어간 삼성·LG전자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는 불균형이 심하다. 전체 시장의 75%가량을 차지하는 비메모리에서 한국 점유율은 3% 정도에 불과하다. 대만(7%), 중국(4%)에도 밀린다. 업계의 한 임원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갈수록 중요해지는 반도체 설계 능력에서는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평가가 있다”며 “메모리 1등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주력산업에 대한 음울한 전망도 많아졌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의 8대 주력산업 중 3년 뒤 경쟁력 우위를 보유할 업종은 조선이 유일했다. 재계의 한 임원은 “중국이 산업 성장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노사 균형감을 잃은 정책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책 부작용에 현장 산업 인력·엔지니어도 부족=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산업 현장 곳곳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를 낳고 있다. 현대차만 해도 전체 직원 6만여명 중 10%가 최저임금에 미달해 격월로 주던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 중인데 노조 반발로 난항이다. 인력난도 심각하다. 한 조선업체 임원은 “최근 수주가 늘면서 용접공을 채용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더라”며 “올해 최저임금이 너무 오르면서 젊은 친구들이 ‘아르바이트로 일해도 그 돈을 받는데 힘들게 왜 기술을 배우냐’는 식이 많아 놀랐다”고 전했다. 생태계가 허약해지는 데는 정부 책임이 크다. 특히 연구개발(R&D)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 디스플레이만 해도 업종에 지원된 정부 R&D 자금은 연간 수십억원 수준이다. 각종 보조금으로 기술개발 투자, 연구원 스카우트 등에 나서고 있는 중국의 BOE 등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 축소가 전공교수 감소, 더 나가 엔지니어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리포트] "생산성 무시한 과도한 요구 땐 부작용"...勞 '임금 양보' 기업 '고용 보장' 빅딜을
산업 기업 2019.01.22 17:06:06“임금 인상은 생산성 증가를 동반해야 합니다.” 지난 4~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2019년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 참석한 폴 로머 뉴욕대 교수의 지적은 우리 주력산업의 현실 극복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생산성 요소를 무시한 최저임금 인상은 산업의 경쟁력은 물론 경제 전체의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로머 교수는 “생산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다른 자원을 빼앗아 임금을 보전해줄 수밖에 없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주력산업이 붕괴되는 가운데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생산성이다. 노동생산성이 꼴찌 수준인 자동차 산업의 인건비 상승은 자동차 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무너지게 한다. 한국 5개 완성차 기업들의 자동차 한 대 생산에 투입되는 시간은 평균 26.8시간. 일본 도요타 24.1시간, 미국 제네럴모터스(GM) 23.4시간보다 훨씬 많다. 자동차뿐만 아니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생산성 저하에 신음하고 있다. 생산성 저하의 첫 번째 원인으로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경직된 노사관계를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의 단위노동비용지수(2015년=100)는 지난해 3·4분기 기준 109.4까지 올랐다. 단위노동비용은 제품 하나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노동비용으로 대개 단위노동비용이 오르면 생산성은 떨어진 것으로 파악한다. 기술 개발이나 투자, 경쟁 환경 등이 생산성에 영향을 주지만 한국의 경우 급격한 임금 상승 등 노동 이슈가 상당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생산성과 임금은 비례해야 한다”며 “실적이 증가해야 월급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다. 사업성 검토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해 존폐 우려가 있지만 사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제대로 진행됐더라면 한국 노사관계가 새로 정립될 수 있을 만큼 획기적인 변화를 담고 있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원형은 독일 폭스바겐의 ‘아우토 5000’과 미국 GM의 ‘새턴 프로젝트’다. 아우토 5000은 새 공장을 지어 기존 임금의 80% 수준에 주당 근로시간 최대 48시간인 일자리 5,000개를 만든다는 계획이었으며 새턴 프로젝트는 기존 GM 평균 임금의 90%를 기본급으로 책정하고 호봉제를 폐지한 새턴이라는 합작사를 만들어 생산성을 높인 사례다. 광주형 일자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안팎의 상황을 살피지 않고 서두른 탓에 실패 위기를 겪었다는 비판도 있지만 결국 이 사업이 표류하는 결정적인 원인 역시 노동계의 격렬한 반대 때문이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이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생산시설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지만 국민들의 눈에 비친 것은 거대 노조의 밥그릇 챙기기에 가까웠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고용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 있지만 적절한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한정 늘릴 수만 없다”며 “기업이 고용을 보장하고 노조가 임금을 양보하는 방식의 빅딜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국내 생산성을 끌어올릴 방법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집회시위는 총 6만8,315건이 개최돼 전년보다 58% 증가했다. 그리고 이 중 노동 분야 집회가 3만2,275건으로 증가 폭(73%)이 가장 컸다.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나 정치 참여가 예전보다 부쩍 개선됐지만 길거리로 향하는 노조의 발걸음은 더 늘었다는 의미다. 조만간 자동차 산업에서는 처음으로 노사정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동차 산업의 위기 극복을 모색하는 논의 테이블을 구성할 예정이다. 자리에 참석하기는 하지만 기업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모양새다. 노조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언제나 그렇듯이 ‘요구와 거부, 반발과 퇴장’으로 이어지는 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짙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은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당한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노동계는 ‘촛불 채무’를 강조하면서 여전히 강경한 모습”이라며 “노조가 변하지 않으면 한국의 노사관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리포트] '앙숙' 벤츠·BMW도 손잡는 플랫폼 시대...국내도 합종연횡해야
산업 기업 2019.01.22 17:05:56올해 미국 증시에 상장될 예정인 차량공유 플랫폼업체 우버의 기업 가치는 시장에서 135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가총액이 30조원이 채 안 된다는 현대자동차의 5배에 이른다. 우버의 가치는 벤츠를 소유한 다임러(61조원)와 BMW(53조원)를 훨씬 웃돈다. 플랫폼의 위력은 자율주행 선박과 조선·철강 등 기존 중후장대 산업 현장에서도 다르지 않다.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스마트공장과 로봇 등이 모두 5세대(5G) 통신과 인공지능(AI)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세계로 발을 뻗는 플랫폼 기업들이 2,000만 소비자가 밀집된 ‘수도권’ 시장이 있는 한국에 진출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김도훈 경희대 특임교수는 “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개별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매진한 사이 경쟁자는 새 시장을 만들어 우리 산업 자체를 잡아먹고 있다”며 “축적된 기술력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결합해 새 시장을 만들어야 더 큰 부가가치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앙숙도 손잡게 만드는 미래 산업 파도=올해 초 자동차 시장에서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고급 차 시장의 ‘100년 숙적’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자동차공유(카셰어링) 서비스 사업회사를 합병한다는 발표다. 다임러그룹의 카투고(Car2Go)와 BMW그룹의 드라이브나우(DriveNow)는 이달 말 공식적으로 합병해 차량과 택시 공유, 미래 차 충전 사업에 함께 뛰어든다. 얼마 전 세계 1위 전자업체 삼성전자(005930)의 스마트TV에 세계 최대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 애플의 소프트웨어 생태계 ‘아이튠즈(무비·TV쇼)’를 탑재한다는 뉴스도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애플이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에 자사의 생태계를 연 것이다. 앙숙인 삼성전자와 애플, 100년간 필사의 경쟁을 해왔던 벤츠와 BMW를 손잡게 한 것은 기업을 침몰시킬 정도로 높아진 미래 산업의 파도다. 초고속 통신망 5G와 초당 조 단위를 연산해 분류할 수 있는 AI를 앞세운 플랫폼 기업들이 전통적인 전자 산업과 자동차 산업을 잠식하는 중이다. 스마트기기와 가전,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차를 모두 연결한 초연결사회는 플랫폼 아래에 놓이게 된다. 삼성전자가 최고의 스마트기기를 만들고 자율주행 전기차를 만들어도 이를 모두 연결하는 구글과 우버 등을 통해서 서비스하는 식이다. 최근 미국 GM이 깜짝 실적에도 북미 지역 직원의 36%인 1만8,000명을 자르겠다는 발표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GM은 우버와 양강체제를 구축한 리프트(5,800억원 투자)를 통해 자율주행 기반의 플랫폼업체로 진화하는 것이 목표다. ◇미래 산업의 중심, 한국은 없다=뼈아픈 대목은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미래 산업의 생태계에서 우리 기업이 하위에 놓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신산업보다 전통 주력산업을 고도화하는 데 매진한 결과다. 실제로 2010년께 미국에서 플랫폼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날 때 우리는 정부가 앞장서 해양플랜트 사업에 대한 투자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 혈세를 담보로 한 수조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서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제조업체들도 시장 변화에 둔감했다. 업종 파괴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자동차만 해도 노조 동의 없이는 생산라인 조정도 안 된다. 한국 제조업의 위기는 현실에 안주해온 결과물이다. 특히 보신과 현상 유지에 급급한 관료주의의 산물인 규제는 신산업 앞에 놓인 바윗덩이나 마찬가지다. 국내 굴지의 기업인 카카오가 한국형 우버로 진화하기 위해 내놓은 카풀 서비스가 택시 업계의 반발로 철회되고 대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신산업을 위해 고국을 등지는 것은 보편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5G 시대에 맞춰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원격의료 등 혁신적인 신산업도 한국에서는 한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택시 단체 등의 소송으로 우버가 불법이 될 위기에 처하자 ‘운송 네트워크 기업’이라는 새로운 조례를 만들어 규제를 피하게 하며 신산업을 키워냈다. ◇정부 ‘규제 파괴’ 기업 ‘합종연횡’해야=지난 10년간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로 불린 유니콘 기업이 미국에서 113개, 중국에서 64개가 클 때 우리는 고작 3개에 불과하다. 정부와 제도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진화하지 못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신산업과 관련해 적극적인 이해 조정자가 돼야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산업이 싹틀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라톤 하듯 장시간 쉬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해커톤’식 규제혁신을 하라는 조언이다. 김 특임교수는 “정부가 새 산업이 ‘기존 산업을 침범하는 사업자’라는 인식을 깨줘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가장 와 닿은 사업을 풀어 정부가 장애물이 아닌 규제를 깨는 ‘주도자’라는 생각을 퍼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적과의 동침’을 하게 유도하는 중재자가 돼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현대차(005380)·LG전자·SK 등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협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 간의 전략적 동맹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용 반도체 등의 국산화율이 70%도 안 되는데 결국에는 커질 이 시장도 우리 전자와 자동차 기업이 해야 한다”며 “따로 독립적으로 하려고 하니까 잘 안 되는 부분은 어렵지만 정부가 지원을 통해 협업을 유도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⑤경제]저출산·고령화에...'소비감소→투자위축→저성장' 악순환
경제·금융 정책 2019.01.20 17:41:09‘맥주 대국’ 일본에서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주요 업체들의 맥주류 출하량이 6년 연속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일본인의 맥주 소비가 줄면서다. 일본의 지방 학교들은 학생이 없어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다. 입학정원을 100% 채운 학교는 지난 1996년 96.2%였지만 2017년에는 60%로 뚝 떨어졌다. 도쿄상공리서치는 오는 2040년께 15개 현의 중소기업 수가 2015년보다 4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현상의 중심에는 저출산·고령화가 있다. 일본은 15~64세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이 급락한 1989년 이후 부동산 버블 붕괴와 맞물려 일찌감치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시작된 1997년부터는 수시로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졌다. 일을 하고 돈을 벌어 소비하는 인구 자체가 줄어든데다 기대수명 연장으로 노후 대비가 늘면서 경제 활력은 사그라졌다. ‘소비 감소→투자 위축→수요 부족→저성장’의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우리나라는 20년 전 일본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96~0.97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합계출산율 1.0명 이하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대로라면 우리 인구는 곧 자연감소 국면에 진입한다. 실제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 인구 증가율은 전년 대비 0.1%에도 못 미쳐 역대 최저였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의 14.8%로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지 1년 만에 노인인구가 1%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르다. 노인인구 비중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의 진입에 단 17년 걸렸다. 일본 24년, 미국 71년 등 선진국 평균 45년에 비하면 3분의1 수준이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의 진입 예상 기간도 선진국은 평균 30년가량이지만 우리나라는 단 9년이다.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 노인인구 비중은 38.1%까지 급증해 일본(37.7%)을 앞지르고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저출산·고령화는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줄고 취업인구의 생산성도 떨어지면서 노동 공급의 양과 질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마이너스 성장’ 진입 시점이 매년 앞당겨지고 있다. 장인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하락 효과를 반영해 장기 성장률을 예측한 결과 우리나라 성장률은 2020년대 연평균 1.2%를 기록한 뒤 2030년대에는 -0.4%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7년 한국은행이 추산한 2046~2055년보다 마이너스 성장 진입이 10년 이상 앞당겨진 것이다. 소비 감소에 따른 수요 위축도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실제 ‘인구절벽’이라는 용어를 만든 해리 덴트 덴트연구소 이사장은 인구구조상 한국의 소비가 2018년 정점을 찍은 뒤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박시내 통계청 사무관은 여기에 비혼·저출산 추세에 따른 가구구조 변화까지 겹쳐 올해부터 민간소비가 크게 둔화하기 시작해 2020~2024년에는 -1.9%, 2025~2029년에는 -3.6%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복지지출 증가와 세입 감소에 따른 국가재정 악화, 노인인구 증가로 인한 부양률 상승도 저출산·고령화가 유발할 문제다. 장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와 정도가 일본보다 빠르고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침체 수준은 일본보다 더 심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투입한 예산은 152조8,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재난 수준의 초저출산 추세를 막는 데는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출산장려금, 민간보육시설 보육료, 무상교복 등 현상적인 비용 지원에 지나치게 치우쳐있다고 지적한다. 이삼식 한양대 교수는 “정부는 여전히 저출산 원인에 대해 미시적인 접근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노동 시장, 문화, 사회보장 시스템 등 사회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연구위원은 “고령자의 취업률이 높은 우리나라는 평생학습 강화, 고령자 특성에 맞는 일자리 창출, 고용 지원서비스 선진화 등 고령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
성장 잠재력 '급전직하'…제로성장시대 다가온다
경제·금융 정책 2019.01.20 17:40:3510여년 전 5~6%를 유지하던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지난해 2%대 중반으로 뚝 떨어졌다. 3%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이던 선진국과의 성장률 격차도 최근에는 1%포인트 미만으로 좁혀져 선진경제로의 도약이 어려운 상황으로 추락한 것이다. 기술 수준과 사회 시스템은 중진국 수준인데 성장률만 선진국 수준으로 떨어지는 ‘조로’ 현상이 닥친 셈이다. 2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IMF가 전망한 지난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3.7%, 선진국 평균은 2.4%다. 지난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2.6~2.7%에 머물 가능성이 큰 점을 감안하면 세계 평균에서 멀어지고 선진국에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선진국과의 격차는 지난 2010년 3.4%포인트(한국 6.5%, 선진국 3.1%)에서 지난해 0.2~0.3%포인트까지 좁혀지며 1998년 환란 이후 최소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조선 등 기존 주력산업의 쇠퇴에 우리 경제를 홀로 이끌어온 반도체까지 고전이 예상되는데다 노동인구 감소 등 구조적인 문제까지 겹쳐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조로 현상은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신뢰자본을 형성하기 위한 구조개혁, 산업 발전과 기업활동을 활성화하는 규제개혁,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신산업 육성 등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10여년 뒤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장인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고령화를 반영해 장기 성장률을 예측한 결과 한국 성장률은 2020년대 연평균 1.2%를 기록한 뒤 2030년대에는 -0.4%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동원 고려대 초빙교수는 “선거 없는 올해 의미 있는 구조개혁을 만들지 못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리포트 ⑤경제] 정부 '구조개혁 경고음' 무시...'0%대 성장" 日전철 밟을수도
경제·금융 정책 2019.01.20 17:39:18지난 2007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2010~2020년 4.21%, 2020~2030년 2.94%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성장률 훼손을 막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와 생산성 제고를 위한 정책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그 뒤로 얼마나 달라졌을까.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6~202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8~2.9%, 2020~2030년 전망치는 2.2%에 그친다. 내년부터 향후 10년간 잠재성장률이 2.94%에서 2.2%로 주저앉았다. 12년 전 경고음이 울렸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채 성장률만 까먹었다. 특히 최근 산업 경쟁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가팔라지는 상황에서 이대로라면 일본이 경험한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일본의 경우 1991년 3.3% 성장률을 기록한 뒤 1992년에 0.8%로 급락, 이후 2011년까지 1%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한 해가 10년에 달하는 끔찍한 저성장을 경험했는데 한국도 성장 절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얘기다. ◇성장판 조기에 닫힌 한국=정부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6~2.7%로 전망했다. IMF가 지난해 10월 주요 선진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제시한 2.4%와 큰 차이가 없고 미국(2.9%)보다 낮다. 2010년대 3~4%대 세계 성장률 평균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는데 이제는 선진국처럼 1~2%대 저성장 국면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것이다. 이는 국내 제조업 경쟁력이 선진국보다 더 빠르게 둔화한 게 주요 원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2010~2016년) 한국의 연평균 제조업 총부가가치 증가율은 직전 기간(2002~2008년)보다 3.7%포인트 떨어지며 일본(0.8%포인트 증가)이나 독일(1.2%포인트 증가)을 밑돌았다. 문제는 우리는 아직 완전한 선진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GDP는 1조5,308억달러로 세계 12위다. 국민의 평균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8,380달러로 31위다. 기술 축적이나 국력을 종합적으로 따졌을 때 우리는 미국이나 유럽·일본보다 한 수 아래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자본시장만 해도 우리 증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에서 신흥국으로 분류된다. 아직 더 성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성장판이 일찍 닫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급격히 떨어지는 활력…불투명한 미래=더 큰 문제는 앞으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장 주요 지표가 급격히 하강하고 있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동행지수 순환변동치(98.2)는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하며 8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앞날을 보여주는 선행지수도 6개월째 떨어지고 있다. 향후 성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설비투자도 계속 쪼그라들며 지난달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5.1% 줄었다. 산업현장으로 눈을 돌리면 미래는 더 불투명하다. 주력산업인 자동차와 조선 등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가 주춤하고 이를 메워줄 다음 타자가 없다.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의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7.2% 빠지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공유경제 같은 신산업이나 빅데이터는 기득권의 저항과 규제로 발이 묶여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편이다. 이렇다 보니 경제의 활력은 갈수록 떨어진다. 노무현 정부(2003~2007년) 연평균 성장률은 4.48%였지만 이명박 정부(3.20%), 박근혜 정부(2.96%)를 거치면서 앞자리가 바뀌었다. 반도체 ‘슈퍼 호황’ 덕에 2017년 3.1%의 반짝 성장을 거뒀지만 올 들어 경기 하강 국면이 완연해지며 향후 2% 중반 성장도 쉽지 않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중장기 성장 회복 모멘텀 만들어야=정부는 속수무책이다. 되레 고용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자동차·조선업체 구조조정을 ‘폭탄 돌리기’하듯 뒤로 미뤄왔고 수조원대의 혈세를 쏟아부으며 다른 신산업 창출을 제약했다. 좀비기업도 많다. 2017년 기준 이자보상비율이 1(100%)에 못 미쳐 이익으로 이자도 못 낸 기업은 9만7,966곳으로 전체의 20.3%를 차지했다. 2016년(20.2%)보다 비중이 확대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부실기업이 겨우 버틸수록 무리한 경쟁에 견실한 기업까지 피해를 본다”며 “한정된 금융자원이 보다 창의적인 곳으로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패의 역사를 끊기 위해서는 정권을 관통하는 중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성장 모멘텀을 회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5년마다 정권이 바뀌며 ‘새 술을 새 부대에’라고 외치다 보니 우리 경제에 축적이 사라졌다”며 “정책 리더십이 긴 안목에서 바른 나침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호원 전 특허청장은 “올해는 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정책을 펼칠 마지막 해”라며 “재정 여력과 지지율이 버텨줄 때 하루빨리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⑤경제] 경직된 노동시장이 성장 발목..선진국 절반 밑도는 생산성 높여야
경제·금융 정책 2019.01.20 17:30:14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아 “구조개혁을 하면 노동생산성이 높아지고 경제성장이 촉진되며 잠재성장률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잠재성장률을 높일 방안을 구조개혁에서 찾은 셈이다. 2019년 새해를 맞아 국내 경제 수장들이 내놓은 신년사에서도 같은 인식을 엿볼 수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노동시장 개혁 등) 10년 넘게 지체되거나 미뤄져온 과제들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했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미래 성장의 원천이 될 선도산업을 발굴·육성하는 것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례를 볼 때 구조개혁은 또다시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수많은 국내외 기관, 전문가들이 한국의 노동·교육, 연구개발(R&D) 분야 등에서의 구조개혁을 주문했지만 제대로 실행에 옮겨진 경험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의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고 있고 교육은 암기 위주의 교육과정에서 수십년째 답보 중이다. 올해 R&D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 2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단기성과’에만 급급한 나머지 ‘기술입국’에 기여하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 노동시장=경직된 노동시장은 성장의 발목을 잡는 주범으로 꼽힌다. 대립적 노사관계와 높은 정리해고 비용 등 노동시장의 구조가 경직돼 있는 탓이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를 보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140개국 가운데 73위에 불과하다. 정리해고 비용(114위)과 노사협력(124위)은 전 세계 최하위권이다. 노동개혁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노동생산성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4.3달러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2개국 중 17위에 그쳤다. 1위인 아일랜드(88.0달러)의 38%에 불과한 수준이다. 낮은 노동생산성은 성장을 갉아먹고 일자리도 창출하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4차 산업혁명 코앞인데…입시에만 매몰된 교육=우리나라의 교육환경도 생산성 향상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원인이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국가교육과정은 열다섯 번 변했고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1994년 도입된 수학능력시험도 총 열아홉 번이나 달라졌다. 최근에는 기존 교육과정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자유학기제나 고교학점제와 같이 학생들의 창의력을 살리기 위한 제도도 연이어 시행됐다. 수십 차례의 개편에도 교육현장의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았다. 명문대 입학이라는 맹목적인 목표가 지금껏 유지돼온 탓이다. 최근 대치동 학부모들 사이에서 자녀들의 대학 입시를 컨설팅해주는 코디네이터가 인기를 끌고 있는 모습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우리 교육현장을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평가방식과 입시제도의 근간을 유지하는 한 근본적인 교육개혁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교육제도로는 생산성 향상은 물론 4차 산업혁명 대비도 요원한 일이 된다는 지적이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고벤처포럼 회장은 “우리가 신봉하는 수월성 교육은 갈등을 불러오는 교육이며 융합과 협력이 바탕인 4차 산업혁명과 배치된다”며 “교육개혁 없이는 4차 산업혁명도, 미래도 없다”고 조언했다. ◇R&D에 20조원 쏟아붓지만…‘될 듯한 연구만 반복’=혁신성장의 동력으로 여겨지는 R&D 투자의 구조개혁도 필수적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R&D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예산 비중 역시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2017년 기준)다. 외형만 놓고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성과는 저조하다. 중장기계획 없이 정권에 따라 R&D 정책이 달라지면서 ‘단기성과’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90%가 넘는 국가 R&D 과제 성공률은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R&D 정책의 한계를 보여준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 R&D 과제 성공률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93.6%를 달성했다. 그러나 실제 사업화에 성공한 비율은 절반에 그쳤다. 기술 개발에 치중한 나머지 기획이나 사업화 가능성 등 실효적인 측면에서의 고려가 부족했던 탓이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도 다를 게 없다. 출연연 연구원들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꺼린다. 과제를 따오지 못하면 월급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Project Based System) 탓이다. 유욱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총괄부원장은 “연구자들이 실패하면 안 돼 결과가 뻔한 계획서를 제출한다”며 “도전적인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R&D 자금의 기획·심사·평가 기준을 달리해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⑤경제] 공공기관 빚도 3년 뒤엔 540조..임계치 넘기 전 관리해야
경제·금융 정책 2019.01.17 17:30:30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공공기관장 337명이 참석한 ‘2018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국민이 요구하는 공공기관 혁신 목표는 모든 공적 지위와 권한을 오직 국민을 위해서만 사용하라는 것”이라며 “(그것은)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번 정부는 ‘공공성’의 회복에 방점을 두고 공공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주요 공공기관들도 그런 기조에 맞춰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탈원전 등에 앞장서고 있다. 공공기관이 공공성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역할이다. 문제는 공공기관의 부채 증가 속도다. 지난 2017년까지 4년 연속 감소하던 주요 공공기관의 총부채액은 문 대통령 취임 다음 해인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고 오는 2022년에는 539조원까지 빠르게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기관이 정부의 재정 부담을 늘리는 또 다른 주범으로 꼽히는 이유다. 지난해 9월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8∼2022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39개 주요 공공기관의 지난해 부채 규모는 480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3년 498조5,000억원에서 △2014년 497조1,000억원 △2015년 480조4,000억원 △2016년 476조1,000억원 △2017년 472조3,000억원으로 4년 연속 감소하던 추세가 증가로 전환한 셈이다. 공공기관 부채는 중앙정부·지방정부의 부채인 국가채무(D1)나 D1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일반정부 부채(D2)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D2에 비금융 공기업 부채를 포함한 공공 부문 부채(D3)에는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D3 비율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감소한 것도 공공기관 부채 감축에 힘입은 결과다. 지난해부터는 공공기관 부채가 증가세로 전환한 만큼 비금융 공기업 부채가 늘어나 D3 증가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재정의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다. 정부도 공기업의 부채가 과도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11월 발간한 ‘재정동향과 정책방향 2018년 재정정책보고서’에서 “GDP 대비 공기업의 부채 비중은 높은 수준”이라며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공공 부문의 부채 통계에서 우리를 포함한 7개 나라만 공기업 부채를 포함해 발표한다. 선진국의 대부분은 공기업 숫자가 적고 부채 규모도 크지 않아서다.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비금융 공기업 부채는 378조5,000억원에 달한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2%로 일본(17%)이나 멕시코(10.0%), 호주(8%) 등에 비해 높다. 기재부는 “한국의 GDP 대비 비금융 공기업 부채 비율은 비금융 공기업 부채를 산정하고 있는 OECD 7개국 중에서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더 심각한 것은 공공기관의 부채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에너지 분야 공공기관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다 정부로부터 일자리 추가 창출 압박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실제 기재부는 올해 39개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 규모가 491조8,000억원으로 상승하고 △2020년 506조2,000억원 △2021년 520조6,000억원 △2022년 539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에너지 분야 공공기관의 대표격인 한국전력공사의 부채는 지난해 55조4,000억원에서 2022년 75조3,000억원으로 19조9,000억원 증가한다. 부채 비율도 101%에서 136%로 오른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같은 기간 32조2,000억원(부채 비율 132%)에서 37조2,000억원(153%)으로 부채가 늘어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공공기관의 부채 규모는 국가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문제는 부채 증가 속도가 지나칠 경우”라며 “이자가 불면서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공공기관이 속출하는 등 정부의 위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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