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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②안보]'총성없는 전쟁터' 사이버안보 전력도 키워야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9.01.08 17:45:20국경도, 무기도, 군인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신경을 바짝 곤두서게 하는 경계감이 팽배하다. 부지불식 간에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일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기에 더 살벌한 곳, 바로 사이버 공간이다. 선진국들은 최근 전통 안보만큼이나 사이버 안보를 중시하면서 각국마다 국가 차원의 전략 수립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이미 사이버상에서는 상대방을 사실상 적으로 규정하고 총성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사이버 공격을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위협으로 간주하고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17년 12월 내놓은 국가안보전략에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악의적 행위자들을 탐지하고 격퇴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사이버 작전을 위한 전문가 육성도 강조했다. 심지어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국가사이버안보전략에는 아예 ‘방어적 전략’에서 ‘공격적 전략’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이버 침입작전을 주로 하는 국가로는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등을 지목했고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을 사이버 세계에서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중국은 미국의 이 같은 대응에 발끈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역시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의 첨단기술력을 결집한 사이버전략지원부대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일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의 동향을 볼 때 올해에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미중 대립과 충돌이 더 격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물리적 충돌이나 무역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이나 유럽도 역시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새해 들어 사이버 안보를 위해 미일안보조약을 구체화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사이버 공격을 받으면 즉각 미국의 협력을 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일본의 계획이다. 한국도 최근 사이버 안보전략을 새로 수립했다. 하지만 한국의 사이버 대응은 북한의 해킹에만 초점을 맞춰 국제전으로 확전되는 양상인 최근 흐름에 뒤처진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지난해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해킹 시도가 다수 감지되기도 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②안보] 北에도 열세인데..."남북관계 우선에 전력 약화" 경고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9.01.08 17:45:11지난해 12월27일 중국 군용기 한 대가 제주도 서북방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침범했다. 지난 2018년 한 해에만 여덟 차례에 걸친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침범은 동아시아 역내 미중 간 패권전쟁이 근본원인이다. 중국의 도발은 한미의 서태평양 제해권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다. 신흥국의 부상에 따른 지배국가와의 전쟁은 숙명이라는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s Trap)’은 한국이 속한 동북아시아에서 여전히 유효한 이론이다. 패권전쟁의 가열에 따른 미중의 군비확장 추세에 동조해 북한과 일본·러시아도 군사력 증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작 미중 패권 전선의 최전방에 있는 한국은 남북평화 기조 속에 동북아의 정세와 달리 군축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약육강식의 국제관계에서 평화를 지킬 억지력은 사실상 국가의 국방력에 있다. 독일·소련 불가침조약(1939년) 파기 등 과거 전쟁사를 봐도 국가 간 조약이나 합의는 국익에 따라 지켜지지 않은 적이 많았다.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와 긴장 완화를 위해 적대행위를 중지한 것은 옳은 일이지만 국가 방위능력이 약해졌다는 우려도 크다. 군 복무기간이 크게 단축되고 사병 월급은 인상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동부지역 군사분계선(MDL) 기준으로 15㎞, 서부지역 10㎞ 무인기 사용을 금지하기로 한 공중 적대행위 금지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인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무인기 정찰 영상이 없다면 북한의 최전방에 배치된 장사정포 표적에 대한 좌표를 산출하기 어렵다”며 “우리 군이 수조 원을 들인 전술지대지 미사일 운용이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미·중·일·러 4대 강국이 군비를 증강하는 현 상황에서 남북이 군사 분야 합의서 이행을 통해 달성하려는 군축은 위험하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군비통제는 관련 당사국들이 군축에 대한 절박성이 있어야 한다”며 “유럽은 핵전쟁 위험성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군축에 성공했지만 동아시아를 둘러싼 주변국은 이런 절박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남북관계에 매몰돼 전력이 열세인 우리가 도리어 군축에 나선다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방개혁 2.0’은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국방개혁 2020’을 ‘1.0’으로 보고 보완한 것이다. 현 국방개혁의 핵심은 병 복무기간 단축 및 감원 등에 따른 병력 손실을 막기 위해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해 첨단 장비를 갖춘 디지털 강군으로 변모하는 데 있다. 문제는 역시 예산 확보다. 양욱 한국국방포럼 WMD 대응센터장은 “국방비에 전년 대비 8.2% 증가한 약 46조원의 예산을 편성한 것은 나름 신경을 쓴 행보”라면서도 “국방비의 상당 부분이 기존 전력증강 비용에 들어간 빚과 군 감축 등 군 구조개편에 쓰일 것으로 보여 단기간 내 첨단 장비로 무장한 강군을 육성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방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개혁의 일관성과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실 국방개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렸다. 병력 감축과 첨단 장비 보강을 강조한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 2020은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뒤 2010년 천안함 폭침 등을 계기로 병력증강 기조로 바뀌며 흐지부지됐다. 진행됐던 국방개혁 사업도 방산비리로 중도 좌초되는 일이 잦았다. 차 연구위원은 “국방개혁 10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타난 부정적인 유산은 유산대로 두고 긍정적인 부분은 받아들이는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②안보] '내수한계' 몰린 방위산업..."수출선 확대 獨 벤치마킹"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9.01.08 17:45:06방위산업이 정체와 위기를 맞고 있다. 짧은 시간에 성장했지만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상식으로는 말이 안 된다. 세계 7위권의 병력에서 나오는 수요가 있고 공업 기반도 갖춘 나라라면 방위산업 환경이 상대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 없음에도 방위산업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줄었다. 방산 관련 최근 지표인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분석에 따르면 93개 방산지정 업체의 지난 2017년 방산매출액은 12조7,6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3.9%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0.5%로 제조업 평균인 7.6%를 크게 밑돈다. 세전순이익과 당기순이익도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실적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주요 방산업체가 수천억원대의 벌금(지체상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방산이 이 지경에 이른 가장 큰 이유는 수요절벽이다. 방산 육성을 통한 자주국방을 표방한 1970년대 중반 이래 자주포·장갑차·전차 등의 확충이 마무리 단계다. 군의 신규 주문이 없으니 영업수지 악화는 당연한 귀결. 문제는 오래전부터 예견됐지만 어떤 정부도 제대로 손을 쓰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거꾸로 갔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전문화·계열화를 폐지하고 최저가입찰제를 도입한 이래 전문기술 축적이 어려워졌다. ‘방산비리의 일부만 잡아도 국방비가 남아돈다’는 식의 근거 없는 사고가 정책에 반영되며 약해진 방산기조는 박근혜 정부 시절 무리한 방산비리 수사로 더욱 망가졌다. 주요 기소자의 무죄율이 50%로 형사사건 평균 무죄율 3%보다 훨씬 높게 나올 만큼 무작정 비리로 몰아붙인 결과가 사기 저하와 방산 내수 및 수출 악화다. 남은 길은 없을까. 두 가지 대안이 꼽힌다. 내수가 한계인 마당에 수출확대를 위한 각종 지원이 요망된다.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부상한 K-9자주포는 연평도 피격으로 당초 계획보다 두 배 이상 생산된 덕에 해외 고객들에게 부품수급의 문제가 전혀 없는 자주포라는 신뢰를 줬다. 수출상담이 진행되고 있는 K2전차 수출에 참고할 만하다. 두 번째는 군의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신품만 고집할 게 아니라 보유무기의 창 정비 수준을 넘어 새로운 무기로 재창조하는 진화적 개발 개념을 도입해 수요를 창출하고 군의 전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여기에 방산업체들의 자구 노력도 요구된다. 독일통일 이후 수요가 줄어들자 적극적인 기술 개발로 수출선 확보에 나섰던 독일 방산업체들의 노력을 벤치마킹하자는 것이다. /권홍우기자hongw@@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②안보]"强軍 없이는 평화 없다"...원자력잠수함 등 첨단무기 확충해야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9.01.08 17:44:58한반도를 둘러싼 두 가지 기상도가 여기에 있다. 하나는 평화, 다른 하나는 대립과 긴장이다. 북한의 완전 비핵화가 달성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반대로 북미대화가 어긋나고 대치 국면으로 돌아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그려질까. 누구도 이런 물음에 확답하기 어렵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어떤 경우든 사전 대비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서유럽 주요국가들의 군축 움직임 속에서도 유독 군비경쟁이 격화하는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이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 평화를 위해서도 고슴도치 전략이 요구된다. ◇국방예산 2년 연속 급증했지만…=안보를 걱정하는 목소리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답은 한결같다. ‘최근 2년 연속 국방예산을 크게 늘렸다. 역대 정권 중 누가 그랬나.’ 틀린 얘기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첫해인 지난 2018년 국방비를 전년 대비 7.0% 증액했다. 올해 증가폭은 더 크다. 전년보다 8.2% 늘어난 국방예산은 46조6,971억원에 이른다. 5년 전과 비교해 11조원이나 늘어났다. 무기를 사들이는 방위력 개선비의 비중도 어느 때보다 높다. 이 같은 증액 추세가 지속되면 문재인 정부 임기 말에는 일본과 국방예산이 거의 같아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국방비 증가율은 일본에 비해 3.7배 정도 빠르다. 정확한 통계를 내지 않는 중국과는 비교가 불가능하지만 한국의 국방비에는 이웃 나라들과 다른 특징이 있다. 지향점이 모호하다. 아베 신조가 정권을 잡은 후 이례적으로 7년 연속 국방비를 늘려온 일본은 탐지 및 요격 시스템, 원양함대 강화에 돈을 쏟아부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뚜렷한 방향이 읽힌다. 항공모함 전단과 대규모 수상함대 건설, 4.5세대 최신예 전투기와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43조원이 넘는 지난해 국방예산을 언제 어떻게 사용했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국방정책의 목표가 정확해야=2016년도와 2017년도의 예산지침이 있다. ‘3축 예산 아니면 신청도 하지 말라.’ 3축 예산이란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로 공격할 징후를 먼저 파악해 타격하는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체계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북핵과 장거리탄도탄 위기가 고조되던 무렵이라 예산 배정에서도 우선순위에 들었다. 크게 증액된 2018년과 2019년 예산도 세부 집행은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당연하다. 북핵 위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미세 조정만 있었다. 하지만 실행에서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 아래 다른 움직임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마다 연말에 지방자치단체에서 미사용된 예산을 남기지 않기 위해 보도블록을 뜯고 새로 까는 것과 비슷하게 국방당국이 연말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집행했다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가 정착될 경우 과도한 투자가 될 수 있다는 검토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 원할수록 전쟁 대비 필요=국방부뿐 아니라 각 군의 역점사업도 변화를 맞고 있다. 육군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공정사단과 미사일 전력 확충은 추진력이 떨어진 상태다. 워리어플랫폼과 드론봇전투단 정도가 정책 탄력을 유지하고 있다. 원자력추진잠수함 도입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역시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북한과 평화냐 대결구도 지속이냐의 사이에서 어정쩡한 형국이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주변국은 뚜렷한 목표 아래 날로 전력을 증강하는데 우리만 가만히 있으면 죽음을 자초한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라며 “자체적으로 강해지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동맹국이 우리를 월남처럼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보+경제, 고슴도치식 신(新)안보전략 세울 때=한일 간에 최근 벌어진 레이더 갈등은 냉혹한 국제현실을 말해주는 사례다. 한미동맹을 기본 안보전략으로 삼는 틀 속에서 일본과의 관계가 어떻게든 유지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해도 우리가 더 강했다면 일본이 지금처럼 억지를 부렸을지는 생각해볼 대목이다. 연일 군비축소를 부르짖는 북한에도 ‘더 확실한 비핵화’를 채근하는 동시에 한반도 전체 안보를 위한 투자의 필요성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주변국과 분쟁이 발생할 남북한 가운데 실질적으로 대응이 가능한 군사력은 한국만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늘어난 국방예산은 한반도 전체 안보를 위해 최소한의 고슴도치식 거부 전력을 확충하는 데 집중한다는 전략적 사고도 요구된다. 국방예산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고 국산 무기 구입으로 국내에 환원되고 기술개발,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도 시대의 과제다. /권홍우기자hongw@@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리포트 ① 외교]北, 연합훈련 중단 내세워 한미균열...개성공단 재가동 요구, 남남갈등 조장
정치 대통령실 2019.01.06 17:49:49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생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새해 첫날 북한은 물론 전 세계에 타전되는 신년사다. 올해 신년사의 경우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미국의 상응조치를 강도 높게 요구했으며 특히 한미 균열, 남남갈등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AP통신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분석하며 “미국이 한국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라고 압박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한미훈련 종료를 요구했다”며 “한미 간 불협화음은 김 위원장에게 보너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이(한미훈련 중단 요구)와 같은 주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미는 올해부터 적용될 분담금을 결정하기 위해 지난해 서울과 워싱턴DC를 오가며 수차례 협상했지만 결국 결렬돼 차기 협상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위원장이 한미훈련 영구중단, 전략자산 전개 중지 등을 요구하며 한미 동맹에서 벌어진 틈을 파고들었고 앞으로도 이 같은 행보가 계속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외세와의 합동군사훈련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고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 중지돼야 한다”며 기존의 “예년 수준의 한미훈련은 이해한다”는 것에서 말을 바꿨다.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하고 나선 것도 한미 간 사이를 벌려놓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미국은 추가 비핵화 조치 없이 남북 경제협력이 진행되는 것을 반대하는 반면 우리는 경협이 추가 비핵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며 결이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가 결정돼야 김 위원장이 서울을 갈 수 있다. 한국이 미국을 설득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남 교수는 “신년사를 보면 ‘우리 민족끼리’라는 자주성을 강조하는 대목이 있는데 이는 남남갈등을 노린 부분”이라고 짚었다. ‘엄연히 주권이 있는데 왜 미국 눈치를 보느냐’는 남한 내 여론을 자극해 국론 분열을 노렸다는 이야기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를 회고하며 “우리 민족끼리 서로 마음과 힘을 합쳐 나간다면 조선반도를 가장 평화롭게, 길이 번영하는 민족의 참다운 보금자리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온 겨레에게 안겨주었다”고 평가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리포트 ① 외교]北 '핵도발→전쟁위기→협상→합의 파기' 되풀이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9.01.06 17:46:12북핵 도발→핵 위기→핵 협상→합의 파기로 이어지는 과거의 북핵 협상은 북한이 핵무기를 고도화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는 점에서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실패한 북핵 협상을 돌아보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철저한 검증과 명확한 원칙 없이 급조된 핵 합의에 동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북핵 협상의 시작은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다. 미국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는 등의 대가로 북한에 경수로 2기와 중유를 제공하고 3개월 안에 관계정상회담(수교회담)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합의 이후에도 핵 개발을 지속한 북한은 2002년 고농축 우라늄 핵 개발을 인정한 뒤 2004년 10월 제네바 합의를 파기했다. 남북과 미국·중국·일본·러시아가 네 차례 6자회담을 통해 2005년 북한의 핵무기 포기와 그에 따른 체제안전 보장을 담은 ‘9·19공동선언’을 발표했지만 미국이 대북제재에 나서자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초강수를 뒀다. 2007년에도 9·19공동성명의 이행계획서인 ‘2·13합의’와 ‘10·3합의’가 마련되고 2008년 북한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는 등 비핵화 협상이 이어졌다. 하지만 핵 검증 방법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북한은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김정은 집권 직후인 2012년 북미는 24만톤의 식량 등 대북지원에 따른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 중단을 내용으로 한 ‘2·29합의’를 이뤄냈지만 역시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NPT에 복귀한다는 등의 명확한 원칙을 마련해야 북핵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리포트 ① 외교]섣부른 경협 금물...한미일 '3각 공조' 되살려 北 오판 막아야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9.01.06 17:44:23지난해 12월26일 남북이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는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열었다. 하지만 남북 철도 현대화 사업은 대북제재로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여전히 ‘북한의 선(先) 비핵화, 후(後) 대북제재 완화’ 입장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일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비핵화 조치 없이 또다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의향을 밝히며 우리 정부에 공을 넘겼다. 한국의 목소리를 빌려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를 끌어내보려는 계산이다. 경제협력을 미끼로 내세운 북한의 노림수에 한국이 섣불리 동조하는 모양새를 취했다가는 북한 비핵화 실패는 물론 한미동맹 약화, 더 나아가 국제사회 신뢰도 악화까지 우려된다. ◇北 비핵화 없는 제재 완화, 한미동맹 훼손 초래=북한의 비핵화 전에 이뤄지는 섣부른 남북경협은 그간 한반도의 평화 보장 장치 역할을 해온 한미동맹 균열의 뇌관이 될 수 있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우리가 먼저 남북경협을 이유로 북한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하고 나선다면 미국의 대북한 전략은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이 때문에 남북교류 협력 과속에 대한 미국 조야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지렛대’를 너무 많이 포기하는 데 대해 미국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와 미국 간의 관계에 틈이 생기면 경제·안보적으로 큰 피해가 예상된다. 우선 경협 과속은 우리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보복을 불러올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교류협력에 박차를 가하자 미국은 한국은행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재 관련 브리핑을 여는 등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는 미군의 존재다. 인계철선(trip wire)으로 대표되는 한미 동맹은 적의 도발 시 미군의 즉각적인 참전이 핵심이기 때문에 한국전쟁 이후 북한의 오판을 막는 중요한 안전핀 역할을 해왔다.◇北 비핵화 전 제재 허물지 말아야=전문가들은 제재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달성하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인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은 결국 핵을 스스로 내려놓을 생각이 없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 가장 부담이 되는 대북제재 유지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 2017년 11월 말 북한의 화성 15호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해외 파견 노동자 수입 및 철강·전자기기 등을 차단한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를 통과시키면서 북한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정확한 외환보유액을 추정할 수는 없지만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국과의 대화 재개 의사를 밝히고 경제를 강조한 것은 통치자금인 외화 수급이 한계점에 이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큰 댐도 작은 구멍으로 무너지는 것처럼 대북제재 공조는 작은 틈만 생겨도 무너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핵 위협을 받는 당사자인 우리의 대북제재 완화는 더 신중해야 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대북제재 국제공조가 흔들리면 다시 복원하기도 힘들다. 10년의 대북제재 역사에서 의미 있는 대북제재는 2년 정도에 불과하다”며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남북관계 개선을 이유로 우리가 먼저 제재 해제를 주장하면 중남미나 아프리카처럼 제재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나라들의 이탈도 현실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한 비핵화 달성, 한미일 협조체제 재건 필요=동북아에서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면 북한 비핵화 협상도 한미일과 북중러 구도로 흘러갈 위험도 큰 만큼 한미일 간 굳건한 동맹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레이더 논란으로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한일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현욱 한국국립외교원 교수는 “지난해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때문에 주변국들과의 관계에 초점을 두지 못했다. 남북관계가 안 좋아지면 외교적으로 상당히 고립될 수 있다”며 “역사 문제와는 별도로 한일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美 '新먼로주의' VS 中 '주한미군 철수'...비핵화 속셈은 'G2 국익'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9.01.06 17:29:28미·중·일·러 등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은 표면적으로는 북한 비핵화에 대해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철저하게 ‘국익’ 관점에서 접근한다. 북한 비핵화도 한반도를 둘러싼 패권과 ‘권력’ 외교의 연장선상에서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세기 초반 미국의 외교 원칙인 불간섭주의를 한반도에 대입하려 한다. 이른바 ‘신(新)먼로주의’다. 한미 안보 관계도 전통적인 우방과 동맹 색채를 엷게 하고 대신 비즈니스와 돈의 논리를 적용하려 한다. 철저하게 ‘나의 이익이 우선’이라며 간섭과 관여를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세력화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 비핵화를 미국의 한반도와 동아시아 개입을 저지하는 지렛대로 삼고 있다. 북한의 논리에 힘을 실어주며 주한미군 철수, 전략자산 배치 중단, 북한이 아닌 한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다.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에서 비핵화 순수성은 퇴색되고 있다. 일본은 북한을 핑계 삼아 보통국가, 군사 대국화로 나아가고 있다. 군사력을 강화하는 구실을 찾고 있었는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사는 좋은 근거가 된다. 중국 군용 정찰기가 우리 측 ‘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수시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나 일본이 광개토대왕함을 대상으로 초계기 레이더 논란을 국제 이슈로 부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新먼로주의 내세워…동맹보다 국익 우선=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전략에서는 국익이 동맹에 앞선다. 한미동맹도 마찬가지다. 방위비 분담금을 50% 이상 올리라고 압박하고 있고 주한미군 감축까지 언급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1820년대 불간섭주의를 앞세운 ‘먼로주의’가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냉전 종결 이후 미국이 그동안 북한의 위협과 중국의 남진을 저지하기 위해 ‘한반도 경찰’ 역할을 자임했지만 이제는 궤도 수정에 들어가려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남북은 지난해 대결에서 대화로 국면을 전환한 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종전선언의 필요성에 뜻을 모았다. 중국은 찬성했지만 미국은 회의적이었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는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유엔군사령부 존립에도 위기가 오게 된다”며 “주한미군 사령관이 유엔군 사령관을 겸직하는데 미국으로서는 유엔군사령부가 해체되면 아시아 전략에 큰 손해를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엔군사령부뿐 아니라 주한미군, 유엔군사령부의 후방 기지 역할을 하는 주일미군까지 줄줄이 위태로워지는 등 동아시아 세력 싸움에서 중국에 밀려날 가능성이 커진다. 게다가 동아시아 패권경쟁 결과는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익에 근거해 사안별로 다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中, 종전선언 지렛대로 주한미군 철수 시도=반면 미국을 역내에서 밀어내고 싶은 중국은 이를 위해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적극 이용하려 들고 있다. 현재 중국이 내세우는 북핵 문제 해결방안은 쌍중단(북한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및 한미 연합훈련 잠정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상 동시병행)이다. 미국의 역내 영향력 감소와 직결된다. 또 중국은 북한 비핵화를 지지하면서도 북한 체제에 위협이 되는 미국의 과도하고 일방적인 핵시설과 유관 장소 사찰, 검증 등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은 중국에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 자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북한과 소원했던 과거를 털고 새 밀월 시대를 연 중국은 올해 시 주석의 방북까지 추진, 미국을 추가 견제하면서 한반도에 더 관여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길’ 주장하는 北, 줄타기 외교 조짐=이런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이 제재 압박을 지속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위협성 발언을 내놓았다. 핵·경제 병진 노선으로의 회귀를 암시하는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진 가운데 오스트리아 빈(Wien)대의 뤼디거 프랑크 교수는 북미 양자 관계가 아닌 국제질서 지각변동이라는 더 큰 판 위에서 ‘새로운 길’을 해석했다. 프랑크 교수는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핵 위협이 아니라 미국이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미국을 무시하고 중국 쪽으로 가겠다는 메시지”라고 풀이했다. 강대국들이 서로 자국 이익을 따지는 가운데 1950년대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균형 외교로 재미를 봤던 북한이 미중 대결로 촉발된 신냉전 구도에서 다시 한번 줄타기를 시도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를 오가면서 비핵화는 미루고 제재 틈은 벌릴 가능성이 있다. 각국의 서로 다른 셈법 사이에서 한국의 처지는 점점 곤란해지고 있다. 심지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미가 현존하는 북한 핵은 그대로 인정하면서 타협을 하는 최악의 경우도 맞닥트릴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피루스의 덫’에 빠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한국은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한중 관계를 개선하고 남북 관계를 발전시켜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고래 싸움의 배경과 전략을 이해하고 국제질서 변화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리포트 ① 외교] "제재완화를"...결속하는 北·中·러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9.01.06 17:29:21한미일 협조체제에 금이 가고 있는 반면 북·중·러 협력관계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과 한반도 정세 변화는 오랜 사회주의 동맹인 북한과 중국·러시아 3국의 관계 재정립의 계기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으로서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군사·외교적 패권을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지렛대로 삼고 있다. 국제사회 제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기회 있을 때마다 제재완화 요청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내세워 한반도에서 지정학적 패권을 장악하는 것을 북한을 방패 삼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노림수가 숨어 있다.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는 북한이 있어야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을 견제하면서 존재감을 높일 수 있다. 북한 비핵화가 한 단계 진척돼 경협 여건이 최소한이라도 마련된다면 3국의 연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 북한의 경제특구개발계획이 접경지역에서 맞물려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핵화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3국이 경협에 속도를 내는 경우다. 아직은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큰 틀을 훼손하지는 않고 있지만 지난해 유엔 등지에서 북한 제재완화 필요성을 제기했던 점이 우려스럽다. 북한과 중국·러시아의 결속은 특히 미국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한병진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제 중국과 러시아는 이전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에서 미국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분명히 내면서 북한의 협상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이 미국은 독자 대북제재에 더 힘을 쏟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① 외교] '北압박 공조' 시급한데...틀어지는 韓·日 관계
정치 대통령실 2019.01.06 17:29:14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는 일본 오사카다. 세계 3대 경제 대국이며 한류 열풍이 시작된 일본은 우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이웃이다. 안보 고리는 더욱 돈독해야 한다. 태평양에서 한미일 삼각 안보동맹은 북·중·러에 맞서는 막강한 저지선이다.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은 함께 움직인다. 한미일 간 군사 공조는 도발하는 북한과 팽창하는 중국을 저지하는 데 큰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냉각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돌출 행보가 이어지며 한미일 삼각 공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한미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고 한일 간의 ‘레이더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해온 한미일의 물밑 군사·외교 채널이 망가졌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한반도 유사시 3국의 미사일 공조 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 관계가 어느 때보다 훈풍을 타고 있지만 한미일 삼각 공조가 무너지는 것은 남북 관계 개선에 있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대등한 협상을 할 수 없고 북한의 변화도 적극적으로 이끌 수 없다. 미국 내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커진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미국의 역내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일 관계가 끈끈해지는 가운데 한일·한미 관계에 잇따라 균열이 생기는 것도 우리 입장에서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한일 관계가 틀어질 대로 틀어진 것은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 올 초 외교부가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데 이어 우리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밀실에서 이뤄진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도 문제였지만 합의 파기 등에 대한 일본의 반발은 매우 거셌다. 일본은 방탄소년단의 방송 출연까지 취소시키는 등 감정적으로 나왔다. 여기에 지난해 12월20일 우리 해군 함정의 일본 초계기 레이더 겨냥 논란까지 터지며 한일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한국 정부도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까지 열어 적극 대응에 나서면서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갈등이 ‘폭로전’으로 번지는 양상을 두고 한일 간 외교 채널이 완전히 손상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한일 관계가 이전에는 볼 수 없던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악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홍우·박우인기자 seoulbird@@sedaily.com -
[2019 신년기획] "中 '개혁개방 제2의 봄' 준비...美와 무역협상 합의점 찾을 것"
국제 정치·사회 2019.01.03 17:11:31“올해 중국 경제정책의 초점은 미중 무역갈등의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경제안정에 맞춰질 것입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지만 중국 경제는 큰 하락 충격 없이 안정적인 중속성장 속도를 이어갈 것입니다.” 장옌성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 수석연구원은 베이징시 중심부에 위치한 CCIEE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망하고 연초 진행될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서도 “양국 간 세부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서로 적절한 합의를 찾는 타결 노력을 보일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장 연구원은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물론 차이신 등 중국 주요 매체들이 경제 분야를 진단할 때 단골로 초청하는 대표적인 경제·금융 전문가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하이난성 보아오포럼에 주요 연설자로 초대된 그는 “미국의 대중국 압박은 결국 ‘중국제조 2025’에 대한 위기의식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하며 미중 갈등으로 세계 경제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아 글로벌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는 “현재 중국 경제는 지난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 40년 만에 또다시 강화된 개혁개방 조치로 새로운 봄을 맞고 있다”면서 “한국이 지난 40년간 1차 개혁개방 시기에 최대 수혜국으로 자리매김했던 만큼 2차 신개혁개방 시기에도 중국 신경제 발전과 함께 또다시 동반성장 수혜국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새해를 맞아 글로벌 시장의 최대 관심은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협상 결과에 쏠려 있다. 어떻게 전망하나. △지난해 보아오포럼에서도 강조했지만 미중 무역갈등은 중국이 ‘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 성장하는 것에 대한 미국의 견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고율 관세 부과와 여러 압박수단을 꺼내 들었지만 양국의 대치상황이 지속되면 결과적으로 미중은 물론 전 세계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는 지난 40년간 덩치가 커졌지만 오랫동안 유지된 계획경제의 틀에서 시장경제로 탈바꿈하기 시작하면서 이제 겨우 글로벌 수준에 맞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경제 시대를 맞아 과거 고속성장기부터 내재됐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무역갈등을 겪고 있지만 이는 상대방의 경제정책 방향과 문화에 대한 세부적인 이해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90일 휴전 기간에 진행되고 있는 미중 무역협상에서는 양국의 피해 확산을 막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미중의 노력이 결실을 얻을 것이다. 세부적 이견을 있을 수는 있지만 큰 틀에서 양측이 적극적 타결 노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수교 40주년을 맞은 미국과 중국이 오히려 신냉전 대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미국은 경제와 정치·군사·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전 세계 최강국이고 중국은 이제 신흥 강국으로 도약하려고 준비하는 단계다.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은 필연적으로 전쟁을 하게 된다는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미국과 중국이 휘말리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시 주석은 개혁개방 40주년 축하연설에서 “중국의 발전은 어떤 국가에도 위협을 주지 않을 것이며 중국은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원히 형님 자리에 눌러앉으려는 미국은 중국이 부흥하면 자신의 형님 자리가 불안해진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중국의 부흥과 성장은 이기고 지는 싸움의 문제가 아니다. 양국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으면 전 세계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부흥은 다른 국가를 억압하는 승자와 패자의 개념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올해 중국의 성장률이 더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어느 정도로 예상하는가. △지난해 말 중앙경제공작회의 발표문에 나왔듯이 올해 경제정책은 안정 속 성장, 온중구진(穩中求進) 기조의 지속이다. 근본적으로 안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지만 중국의 경제 여건은 아직 탄탄하다. 급격한 성장률 하락 충격은 없을 것이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 목표치인 6.5% 안팎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성장 속도가 너무 느리면 일자리와 사회안정 등 여러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합리적 구간에서 속도를 조절해야 할 것이다. -성장률 둔화를 막기 위해 경기 부양과 재정적자 확대 정책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산업과 경제 전반에 대한 구조개혁은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이뤄질 것이며 구조개혁과 공급개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적극적인 재정정책 확대도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당국이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기업 활력이다. 경기 부양이란 기업의 경제 활력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기업이 경제를 이끄는 것이다. -고속성장 시대가 끝난 중국이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데.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선언 이후 40년이 중국 경제의 첫 번째 봄이라면 이제 중국은 신개혁개방 강화 정책을 선언하며 제2의 봄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변화를 국제사회가 눈여겨봐야 한다. 특히 지난 40년간의 개혁개방 정책 최대 수혜자였던 한국은 시 주석의 신개혁개방 가속화 정책 선언으로 한중 경제협력의 두 번째 봄기운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개혁개방의 봄은 이전보다 더 큰 성과를 낼 것으로 확신한다. -지난해 중국 증시가 크게 하락하고 부동산과 외환시장도 불안했다. 올해 중국이 경계해야 할 최대 위기요인은 무엇인가. △주식과 외환시장의 경우 정부가 지속적으로 안정관리에 나서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는 했지만 다른 국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으며 외환보유액도 중국 경제를 당장 위협할 정도의 위험요소는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부동산 가격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동산시장이 흔들리면 사회 전반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2019 신년기획] "韓·中 의료기술 등 신산업서 동반성장 가능"
국제 정치·사회 2019.01.03 17:11:25장옌성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 수석연구원은 한중 관계의 변화와 한국 기업의 신성장전략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중국 경제와 가장 관련성이 큰 곳이며 중국의 변화는 한국의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면서 “한국은 시장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의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 수석연구원은 또 “한국과 중국은 일시적으로 관계가 악화했지만 결국 양국이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통적으로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국은 중국이 강해질수록 함께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그는 “한국 기업들은 의료기술과 서비스 분야 등에서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유지한다”며 “기존 반도체와 자동차 등뿐 아니라 중국이 관심을 두고 있는 여러 신산업 분야에서 동반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한국 경제의 최대 변수로 꼽는 것은 북핵 문제다. 그는 “한반도 핵 이슈는 분쟁이 아니라 대화를 통한 해결이 유일할 해답”이라며 “서양식 대결주의 사고방식보다는 동양식 화해와 포용, 대화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중국의 신개혁개방 정책 이후 북한도 함께 개혁개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 주민들의 빈곤 퇴치와 경제발전을 지원해 남북한의 격차를 줄이는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2019 신년기획] 국제무역 대응 논리 개발...中싱크탱크 핵심 이론가
국제 정치·사회 2019.01.03 17:11:20장옌성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대표 싱크탱크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중국 정부의 대외경제정책과 국제무역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는 국제무역·금융 분야의 대표적인 학자다. 그는 중국의 중추 관영 싱크탱크인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대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산하 대외경제연구소장을 맡았다. 이후 인민대 등 학계 등에서 교수로 활동하다 최근 중국 최대 경제연구센터 가운데 하나인 CCIEE 수석연구원을 맡아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994년에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국제무역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공로를 인정받아 중국 최고 권위의 경제학상인 ‘쑨예팡 경제과학상’을 수상했다. 중국과 선진국 간 무역 불균형 등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대응논리를 개발하고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관영 싱크탱크의 핵심 이론가 역할을 하고 있다. ◇약력 △1953년 베이징 △1984년 화중과학기술대 국제경제학 석사 △1986~1988년 미국 콜로라도대, 캐나다 토론토대, 세계은행 객원연구원 △1994년 ‘쑨예팡 경제과학상’ 수상 △1996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대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2004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대외경제연구소 소장 △2005년~ 인민대·우한대·화중과학기술대·중앙재정대 객원교수 △2015~2016년 인민대 경제개혁발전연구원 교수 △2017년~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수석연구원 -
[2019 신년기획] "'남 따라하는 과학' 구태 여전…퍼스트무버 전략 못세워"
산업 IT 2019.01.03 17:05:12/대담=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앞으로 5년 뒤 삼성에서 지원받는 연구실이 총 900여개가 될 텐데 이 중 30~50곳은 사업화에 크게 성공하고 20여곳은 노벨상을 받아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국양(66·사진)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최근 서울 서초동 사무실과 율곡로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신년 인터뷰’를 갖고 “성공 확률이 낮은 힘든 과제를 가지고 온 과학자에게 국내외 전문가의 블라인드 평가를 거쳐 완벽한 자율성을 부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박사인 그는 AT&T벨연구소에서 10년 이상 연구하다 모교인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로 옮겨 지난해까지 근무했다. 지난 2013년 고교 친구인 최양희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등과 함께 재단 설립을 주도했고 최 교수가 2014년 6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내정되자 이사장 바통을 넘겨받았다. “당시 최지성 부회장으로부터 ‘마음대로 하십시오’라는 말을 듣고 브레인스토밍 끝에 ‘정부가 못하는 것과 독특한 것을 맘껏 연구하게 만들자’고 정했죠. 기초과학, 소재기술, 정보통신기술(ICT) 창의과제를 지원하는데 과학자에게 ‘정부 연구개발(R&D) 자금으로는 못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못 박았어요. 기초과학의 새 방향을 제시하고 정말 팔릴 수 있는 소재나 ICT 과제를 내라는 것이죠.” 독창적인 선도 연구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연구, 인문·사회·예술·공학·자연과학 융합 연구를 하라는 얘기다. 이런 식으로 그가 재단과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 통합운영위원장으로서 지난 5년간 총 466개 연구실(이 중 재단 지원은 164곳)에 지원한 돈은 6,000억원. 앞으로 9,000억원을 5년간 추가 선정해 10년간 지원할 예정이다. 재단은 연구 기획·선정·평가 과정에서 과학자의 자율성을 무조건 존중한다. 우선 지원자로부터 두 쪽짜리 기획안을 받아 국내 평가를 해 10%가량 합격자를 추려 영어로 이십 쪽 기획안과 동영상을 찍도록 해 미국에서 심사한다. 심사위원단은 지원자의 인적사항을 볼 수 없고 국내는 1박 2일, 미국은 온종일 토론해 독창성과 잠재력 등을 판단한다. 상당한 심사비를 주되 만약 특정인을 미는 기미가 있으면 다음 심사에 초청하지 않는다. 연 6만1,000건(2016년 기준)이 넘는 20조원 규모의 국가 R&D 과제가 비전문가가 적지 않게 포함된 심사위원단에서 별 준비 없이 선정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남을 따라가는 것이나 지도교수나 박사후연구원(포닥) 아이디어면 절대 뽑지 말라’고 주문하죠. 미국에서 노벨상 수상자도 심사위원단에 들어 있는데 일부 교수는 ‘미국도 하지 못하는 시도라 분명히 뭔가 나올 것’이라고 말해요. 처음 3년은 결과가 덜 나와 초조했는데 이제는 무르익으니까 자신감이 생기네요. 독특하게 나가는 데서 보상이 클 것이라고 봐요.” 그는 “(대학 등에 국가 R&D비를 집행하는) 한국연구재단의 2중대가 되지 말자는 생각”이라며 “논문이나 특허 등 정량평가보다는 학계의 동료평가를 많이 본다”고 힘줘 말했다. 재단의 롤모델로는 항공기 사업 등으로 거부가 된 미국의 고(故) 하워드 휴스의 하워드휴스메디컬인스티튜트(HHMI)를 꼽았다. “생명과학 분야만 지원하는 이곳은 연구비는 물론 대학에서 받던 연봉과 그 연봉의 30%까지 지원하죠. 5년간 과학자는 자율적으로 쓰고 HHMI는 장비와 재료 구매 등을 지원합니다. 대학은 교수에게 봉급을 주지 않는 대신 연구년을 더 주죠. 이러니 34명이 노벨상을 받았지요.” 컴퓨터로 돈을 번 고든 무어가 만든 고든앤드베티무어재단과 하버드대 등의 수학과 교수를 하다 헤지펀드로 거부가 된 제임스 사이먼스가 만든 사이먼스재단도 참고 사례로 들었다. 과학자는 기초과학의 경우 연 4억~5억원씩 5년을 지원받는다. 개발과제 지원은 3년짜리가 많다. HHMI처럼 연봉까지 주지는 않아도 연봉의 최대 30%를 추가 인건비로 지급한다. 지방대 등 우수과학자가 대학원생이나 포닥이 없어 겪는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그들의 인건비 절반을 지원하는 사업도 시작했다. 2018학년도에 서울대마저 이공대에서 대학원생이 미달된 현실에서 현장 눈높이에 맞는 지원책이다. “5년간 지원한 과학자 중 20%가량을 5년 추가지원자로 재선정했습니다. 사이언스나 네이처 논문이나 특허를 많이 냈다고 준 게 아닙니다. ‘이 과학자가 학계에서 인정받는 일을 하고 있느냐’ 질을 따지죠. 과학자가 굉장히 행복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지요.” 국가 R&D 과제처럼 과학자가 매년 평가받느라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고 논문이나 특허에 매달릴 필요도 없다. 단 연 1회 1박 2일 발표회에 참석해 보안 서약서를 쓰고 있는 그대로 발표하고 고민을 털어놓으면 된다. 보고서는 지원이 끝날 때 한 번만 내면 된다. 그는 “재단 피디가 연 2회 연구실을 방문해 상황을 파악하고 애로를 해결한다”며 “소장학자가 국제 인지도를 높이도록 미국 무어재단과 공동학회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가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 5년간 단 한 곳이 사업화에 성공했고 4~5곳이 사업화를 추진하는 수준이지만 채근하지 않는다. “그만큼 성과를 독촉하지 않고 믿고 기다리죠. 정량적인 업적보다 세계적 학자가 되거나 진짜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화에 성공하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지원 성공률은 20~30%로 잡되 학술적이든, 사업이든 대박을 낼 확률은 4~5%는 되지 않겠느냐는 게 그의 기대다. 사업화 단계에서는 질적으로 우수한 국제특허를 내는 데 도움을 준다. 주먹구구식인 대학의 지적재산권 관리를 타산지석으로 삼았다. 해외에 기술을 팔거나 삼성전자나 벤처캐피털의 투자도 소개해준다. 그는 “466곳 중 정부출연연은 9곳이고 중소·벤처기업은 참여를 독려해도 제안서의 질이 떨어져 선정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미국 R&D 풍토와 우리 현실을 대비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은 연구비를 받는 것이 정말 힘들어 전쟁이에요. 하지만 철저하게 연구자 중심으로 운영하죠. 노벨상이 많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가끔 500만달러 과제를 내는데 그때는 아예 전문성 있는 직원이 연구실에 상주합니다. 연구 계획부터 노벨상이라든지 어떻게 좋은 기술을 낼 수 있는지 체계적으로 디테일하게 관리하죠.” 이에 비하면 한국연구재단이든, 대학 산학협력단이든 국내 연구행정의 전문성은 상당히 떨어진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벨에 있다 한국에 왔을 때 연구비를 받고 팔로업하는 게 상대적으로 쉽더라. 서울대에서 정년 때는 연 6억원씩 지원받았다”며 “정부와 국가 연구비 집행기관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국가 R&D 시스템은 1990년대나 크게 변한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조심스럽다’면서도 정부와 대학에 대해서도 고언을 했다. 그는 “정부가 ‘뒤쫓아가는 과학 그만합시다’ 라고 하면서도 아직도 하고 있다”며 “바둑처럼 남을 뒤쫓아가면 성공할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인공지능(AI)이 핫이슈가 되면 정부는 미국 등 과학 선진국처럼 AI 그다음을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육성과제를 보면 ‘몇 년 전에 나왔어야 하는데’ 라는 아쉬움이 들죠. 패스트팔로어 전략으로 산업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지만 ‘우리 고유의 과학기술이 뭐냐’고 하면 곤혹스러울 텐데 여전히 퍼스트무버 전략으로 탈바꿈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는 “1990년대부터 국가 R&D비를 크게 늘려온 정부가 ‘이제는 국민에 답해야 할 때’라며 서두르다 허둥댄다”며 “과학정책 수립과 평가 과정에 파격적 발상을 할 수 있는 전문가의 통로를 마련하고 현실을 과대평가하지도 말고 과학자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학에 대해서도 “외국에 비해 성과가 형편없이 떨어진다”며 “연간 특허수입이 뉴질랜드 오클랜드대가 2,000억원가량, 중국 칭화대와 베이징대가 2,000억~3,000억원인데 서울대는 100억원 정도, KAIST는 80억원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지난해부터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연구현장을 지키고 있는 그는 연구부정에 대해서도 해법을 내놓았다. “연구자가 속이려면 얼마든지 속일 수가 있는데 95%는 괜찮은데 5%가 부패했다고 봐요. 저희는 466곳 중 5~6곳을 샘플로 회계법인 감사를 해 부정이 포착되면 미국처럼 소속 기관에 불이익을 줍니다. 대학에 전화해 그쪽 지원 대상 교수를 줄이겠다고 하고 세 번째는 아예 그쪽은 안 뽑는 것이죠.” 그 결과 대학에서 신경을 쓰게 돼 지난 5년간 연구부정과 관련해 단 한 건의 경미한 사례만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은 연구부정이 발생하면 미국국립과학재단(NSF)이 대학에 간접비(60%) 감축이라는 페널티를 부과한다”며 “대학도 고의적인 연구부정을 저지른 교수를 대부분 교수를 파직시키고 사기죄로 고소한다”고 소개했다. 한편 그는 “사회가 활력이 떨어져 위기감이 드는데 정치인이나 공무원 모두 진취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미국·유럽처럼 여성 참여를 늘리고 이민에 대해서도 조금 더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리=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
[신년 인터뷰] 윤증현 "韓경제, 글로벌 호황 못누리고 되레 위축...통렬히 반성해야"
경제 · 금융 정책 2019.01.02 17:41:49대담=이철균 경제부장 fusioncj@@sedaily.com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가에서 ‘선 굵은 관료’로 통한다. 곁가지 정책보다 큰 줄기를 제시하며 국가 경제를 이끄는 데 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 2월 이명박 정부의 두 번째 경제수장으로 등판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 관측이 나돌던 취임 첫해 경제성장률을 0.7%로 막아내며 선방했다. 2010년에는 6.5%, 2011년에는 3.7%의 성장을 이뤄냈다. 2%대 성장이 고착화하는 한국 경제 상황을 윤 전 장관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윤 전 장관은 새해를 맞아 서울경제신문과 여의도 ‘윤(尹)경제연구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2018년까지 글로벌 경제는 호황이었지만 우리는 이 호황 흐름을 타지 못하고 오히려 경기가 위축됐다”면서 “우리로서는 통렬한 반성과 자성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역설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11월 내놓은 경제 전망에서 세계 경제가 2018년 3.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이에 크게 못 미치는 2.7%로 예측했다.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12배나 큰 미국은 2.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덩치가 훨씬 큰 미국에 뒤졌던 적은 오일쇼크(1980년)와 외환위기(1998년) 등 손에 꼽힐 정도다. 윤 전 장관은 이러한 성장률 역전 상황에 대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경제 규모가 훨씬 큰) 미국보다 낮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우리 경제는 과거 성장기에 인적·물적 투자와 생산성 향상 세 가지 요소가 함께 어우러졌고 그 결과 세계 경제성장률을 웃돌았다”면서 “그래야 신흥국이고 개도국”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대대적인 감세 등 기업 기 살리기 정책을 앞세워 성장률을 끌어올린 데 반해 우리나라는 이에 역주행하는 친노동 일변도의 정책으로 글로벌 경기 상승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는 실책을 범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올해 더 좋지 않다는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에 윤 전 장관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이어지고 글로벌 주요국의 경기 둔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성장률 정점을 찍은 미국 △고속성장 한계에 접어든 중국 △저성장하는 일본 △하강 국면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등 ‘빅4’의 경기 하강 흐름상 수출이 지난해처럼 우리 경제를 받쳐주기 어렵다는 게 윤 전 장관의 판단이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수출과 내수가 함께 돌아가야 하지만 수출 둔화를 내수가 뒷받침하기에는 소비 역시 부진하다. 윤 전 장관은 “세계 경기 흐름이 하강으로 가는 순환적 측면, 그리고 우리 제조업이 경쟁력을 상실하는 구조적 측면이 맞물려 올해 경제는 정말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지난해 12월 반도체 수출은 27개월 만에 전년 대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이의 영향으로 지난해 12월 전체 수출은 -1.2%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출 기록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징후가 새해 벽두부터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윤 전 장관은 지금 우리 경제가 당면한 위기는 과거 두 차례 위기(외환·금융)와 양상이 다소 다르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그는 “과거에는 금융에 문제가 생기며 유동성 위기가 왔고, 상대적으로 실물경제는 견조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제조업 등 실물이 먼저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물로부터 위기가 촉발되면 과거 위기 때 오뚝이처럼 딛고 일어섰던 소위 ‘리질리언스 파워(복원력)’가 허물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 전 장관은 우리 경제가 이처럼 세계 경제 호황 흐름에서 도태되며 위기 국면으로 치닫게 된 배경으로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 전술을 꼽았다. 성장 엔진인 기업의 ‘투자하려는 의지’를 꺾어버린 게 대표적이다. 기업 투자는 고용과 소비를 일으켜 경제를 성장시키는 선순환 구조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과 같은 친노동·반기업 정서가 판치고 기업인이 죄인시되는 분위기에서 어느 기업인이 기업을 하려고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올해 1월 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2년4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투자 주체인 기업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의미다. 윤 전 장관은 “민간 경제의 중심은 언제나 기업이라는 생각이 중심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지나치게 친노동으로 기울어 있다”면서 “기업을 적대시하다 보니 민간 경제에서 활력을 찾을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사업을 벌이다가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실패가 용인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도 일침을 가했다. 윤 전 장관은 “정치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같은 제도를 계속해서 만드는데 비즈니스에는 항상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라면서 “리스크가 현실화해 국가와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징벌적으로 10배·20배 보상하라는데 사업할 기업인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공장에서 사고 한번 났다 하면 기업 활동의 긍정적 효과를 부정이 단숨에 도배해버린다”면서 “정부는 기업을 보호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패는 고사하고 잡혀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게 지금 기업인들의 분위기”라고 윤 전 장관은 전했다. 그는 정부의 일자리정책도 강하게 비판했다. 일자리를 늘리겠다면서 구사하는 전략이 한결같이 일자리를 없애는 효과만 내고 있다는 취지다. 윤 전 장관은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목표 설정이 중요한데,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정책 목표로 삼은 것은 잘했다”면서도 “설정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전술전략 측면에서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트레이드 마크인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52시간제 도입 등 이른바 ‘일자리 3종 세트’가 일자리 확대라는 정책 목표와는 전혀 들어맞지 않다고 일갈했다. 오히려 “정치권이 앞장서서 노동구조 개혁에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책은 소위 좋은 직장을 가진 기존 근로자를 위한 대책일 뿐”이라며 “취약계층 근로자와 근로시장에 아예 진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철퇴를 내리는 것과 다름없다. 정책 취지와 달리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근로장려세제(EITC) 지급 대상 확대, 6세 미만의 모든 아동에게 수당 지급 등 정부의 급격한 복지 확대와 관련해서도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윤 전 장관은 “정부는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하기 때문에 복지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복지는 성장의 결과다. 경제가 성장해서 소득이 늘지 않으면 복지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 성장은 도외시한 채 행해지는 포퓰리즘적 보편 복지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선진국의 복지 수준에 도달하려면 한참 멀었다’는 일부 복지 확대론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윤 전 장관은 “1년 총지출 예산 중에서 복지 예산 비중을 떼어놓고 보면 우리가 북유럽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그들 국가와는 성장과 복지의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선상에 놓고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이 특히 걱정하는 부분은 복지 확대 속도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사회 진입으로 복지 혜택을 제공해야 할 대상이 급격히 불어나는 데 더해 기존 복지의 확대 속도까지 너무 빠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보건복지부 예산은 지난해보다 14.7% 늘어난 72조5,148억원으로, 증가율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0년 만에 최대인 전체 예산 증가폭(9.5%)보다 크다. 한번 확대하면 되돌리기 어려워 경직성 예산으로 불리는 복지 의무지출도 올해 처음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2022년 141조6,000억원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다. 윤 전 장관은 작심한 듯 “포퓰리즘 복지를 하더라도 고민을 하면서 하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그는 “복지 수혜자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생산적 복지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혜택을 주는 맞춤형 복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관까지 지낸 자신이 65세 이상이라는 이유로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것은 맞춤형 복지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윤 전 장관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나 자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보편적 복지라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 복지는 결국 선별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대해서는 “전부 수요규제 차원에서 접근했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보유세 인상, 공시가격 현실화, 대출규제 등 지금까지 나온 대책들은 모두 수요를 잡겠다는 것”이라면서 “공급 확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리=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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