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임시예산안(CR) 처리에 실패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결국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상태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30일(현지 시간) 미국 상원은 7주짜리 공화당의 임시예산안을 재표결에 부쳤다가 찬성 55 대 반대 45로 부결시켰다. 이로 인해 미국 연방정부는 1일 오전 0시 1분부터 사실상 마비 상황에 빠졌다. 임시예산안은 내년 회계연도(2025년 10월 1일∼2026년 9월 30일) 연방정부 예산안 처리 시한을 11월 21일까지 미루고 그때까지 연방정부 기관들이 예산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단기 지출 법안이다. 미국 연방의회는 앞서 지난달 19일에도 임시예산안을 처리하려 했다가 상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이 임시예산안 통과에 협조하지 않은 것은 올해 종료되는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지급 연장안이 내년도 예산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여야 지도부와 전격 회동하고도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은 트럼프 대통령 1기 집권 때인 2018년 12월 22일~2019년 1월 25일 이후 7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이 셧다운을 원한다”며 “셧다운이 되면 해고를 해야 하고 많은 사람들을 자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AP통신도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이 각 기관에 메모를 보내 1일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과제 우선순위와 일치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파악하고 관련 공무원 수를 줄이는 방안을 작성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척 슈머(뉴욕)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대통령은 마치 10살짜리 아이처럼 인터넷에서 장난을 치느라 바쁘다”며 “미국 국민들은 정부 셧다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셧다운 상태에서는 법 집행, 국경 수비, 핵심 복지 등 일부를 제외한 상당수의 정부 기관 활동이 추가 예산 승인 때까지 중단된다. 연방공무원들에 대한 급여 지급도 중지돼 공공 안전 등 필수 분야 직원은 무급으로 근무하고, 비(非)필수 분야 직원은 무급 휴직 상태가 된다.
셧다운 상황에서는 오는 3일 예정된 미국의 9월 비농업 일자리 지표도 발표되지 않는다. 또 셧다운이 장기화되면 15일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와 30일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 보고서 등도 잇따라 공개가 지연될 수 있다. 이달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결정을 내려야 할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입장에서 자칫 참고할 데이터가 없어질 수도 있게 된 셈이다. CNN에 따르면 백악관은 8월에 선임했던 EJ 앤토니 노동통계국(BLS) 국장 후보자에 대한 지명도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중에도 반도체 등 품목 관세 부과 작업은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29일 공개한 ‘질서 있는 셧다운 계획’에서 “수입품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업무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50bp(bp=0.01%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전날 66.8%에서 76.1%로 대폭 올려 잡고, 25bp만 내릴 확률은 30.6%에서 22.8%로 내려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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