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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총장들 "MIT처럼 기술창업 주도…기업이 찾는 대학 만들어야"
사회 사회일반 2019.05.19 17:39:15“대학을 ‘기술창업’의 요람으로 시급히 육성해야 기업 스스로 대학을 찾는 지속 가능한 산학협력 환경이 조성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도 주도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한양대 등 국내 주요 5개 대학 총장들이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다시 기초과학이다:대한민국 혁신성장 플랫폼’을 주제로 열린 ‘서울포럼’에 참석,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창업생태계의 주도자로서 대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들은 국내 박사학위 소지자의 약 80%가 모여 있는 대학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구심점으로 자리할 때 기업과 정부·연구소 등과의 실질적 컬래버레이션(협업)이 이뤄지며 국가경쟁력 함양에 도움을 주는 기술적 결과물들이 도출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에 본지와 인터뷰에 나선 주요 5개 대학 총장 가운데 4명이 올해 새로 취임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 1위, 국제특허 건수 5위 등 화려한 양적 지표를 보유하고 있지만 ‘기술 사업화’를 위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아 R&D 대비 특허활용 비율이 34.9%에 그치는 등 초라한 실질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학 R&D에 대한 투자가 걸음마 수준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국내 전체 R&D 투자(2017년 기준) 중 기업 비중은 79.4%, 공공연구기관 비중은 12.1% 내외이고 대학은 8.5%에 그치는데 이마저도 대학 투자의 대부분을 정부 부문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 MIT의 산학 연계 프로그램(ILP)은 기술을 원하는 기업과 투자가 필요한 스타트업을 이어주며 연간 500억원의 특허 수입을 올리는 등 창업 생태계 주도자로서의 대학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기술혁명의 시대에는 기술자원을 지닌 대학이 창업환경을 주도하는 ‘연결고리’가 돼야 지속 가능한 산학협력 생태계가 조성된다는 것이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공 키워드는 협업에 있고 협업의 중심에는 대학이 자리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혁신기술 협업을 위해 스스로 대학을 찾아올 때 MIT나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를 혁신한 테크니온공대와 같은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이경운기자 heewk@@sedaily.com -
"재정투자 기반, 고등교육 중심으로 재정비해야"
사회 사회일반 2019.05.19 17:34:55“(현재의 상태가 지속된다면) 대학 등록금을 시급히 인상해야 합니다.” 서울포럼에 참석한 국내 한 주요 사립대 총장은 본지와의 개별 인터뷰에서 이런 말부터 꺼내놓았다. 국내 대학 등록금은 지난 11년째 동결 상태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국내 주요 사립대마저 호흡 곤란을 느낄 정도로 대학 측이 느끼는 재정 압박은 심각한 상태다. 교육계 관계자들도 정부 및 기업투자 확대 등으로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 재정 구조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자체 혁신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도도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 예산 비중이 대학 등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중심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는 고등학교 단계의 중등교육까지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하고 교육부는 대학 등 고등교육에 집중하겠다는 정부 정책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학령인구가 줄어드니 대학 지원을 늘린다면 유초등·중등교육은 줄이자는 뜻이냐”는 반문이 뒤따르며 유아교육 예산 확대를 강조해온 유 사회부총리의 의지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인구가 줄어든다고 복지 예산을 삭감하기보다 노령화 등 사회 변화에 대응해 투자하는 것처럼 교육 역시 새 시대에 걸맞은 고도의 투자가 요구되지만 정부 내부에서조차 인유가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국내 교육예산 투자가 초등교육과 중등교육 순으로 확대되면서 유아교육과 대학교육은 오랜 기간 민간 부문에 의존해왔다. 국내 고등학교 교육의 50%를 사립고가 책임지고 있는 반면 대학은 80%가 사립대의 몫이다. 이처럼 대학이 자율성을 매개로 성장하면서 정부의 대학 투자도 정부 사업에 응모한 대학을 선별 지정하는 등 본격적 재원확대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부 지역의 경우 대학 정원이 고교 졸업생 숫자를 이미 추월했으나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의 대학 지원은 사회 전반에 일종의 가늠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학 협력이라는 시대적 필요를 앞두고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다섯 명의 서울 주요 대학 총장들은 정부의 지원확대는커녕 당국이 대학과 기업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서부터 신통치 않은 반응을 드러냈다. 실제 국내 대학에 반도체기업 계약학과 등이 확대되고 있지만 대학의 반응은 조심스럽다는 쪽에 가깝다. 현재 계약학과를 운영 중인 성균관대는 물론 운영 방침을 밝힌 연세대와 고려대 등도 ‘정원 외’에 30~40명의 소수로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대는 아직 운영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인재 육성과 학문 탐구라는 두 가지 요건을 잘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 투자는 여전히 국공립 과기특성화대학에 집중돼 유수의 서울권 대학도 이공계 대학원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악순환이 확대되고 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대학에 대한 재정투자와 기업투자 모두 지지부진하면서 인재들이 국내 대학을 떠나고 대학의 글로벌 순위는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며 “정부와 대학·기업 모두가 서로를 ‘협업’ 상대로 인식하는 유연한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
"융합교육 강화...고속 직진보다 깊이 있는 탐험 필요"
사회 사회일반 2019.05.19 17:33:42“기본, 기초로 돌아가야 한다는 ‘서울포럼 2019’의 주제에 깊이 공감합니다.” 서울포럼을 찾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한양대 등 국내 주요 대학 총장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대학교육의 변화로 가장 먼저 ‘기본의 회복’을 꼽았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빨리빨리’로 대변되는 응용과학 투자로 고속성장을 이뤘지만 이미 한계에 도달했고 호기심과 창의력이 필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리드하려면 기본·여유·협업 등 그간 무시하고 지나친 기본 가치에 다시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개의 연구 프로젝트 중 98개가 성공하는 것이 한국의 가장 큰 문제”라 본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주립대 생리학과 교수 등 포럼 기조 강연자들의 조언을 국내 고등교육의 선봉에 선 주요 대학 총장들이 가장 먼저 이해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어 총장들은 ‘융합교육의 확대’와 ‘대학원 중심의 연구대학 확립’ 등을 대학교육의 변화를 위한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총장들은 “대학교육의 변화 없이는 우리 사회에 미래란 없다”고 문제의식을 같이하면서 리더십·도전정신·인성·투명성 등 인문학적 가치 회복을 가장 먼저 주목했다. 기업들의 인문학과 홀대 속에서도 주요 대학은 전교생이 함께 듣는 기초교양 부문을 최근 들어 크게 강화하는 등 인간 본연의 탐구에 힘을 싣고 있다. 전인교육을 지원할 사회봉사단, 동아리 활동 등 각종 비교과 교육도 확대일로에 있어 비교과 활동에 증명서를 발급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새 시대에는 고속 직진이 아니라 이곳저곳 주변을 돌아보며 느리게 탐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한 우물을 파도 우물의 위치, 우물과 마을 구성원의 관계 등을 파악하고 머릿속에 그려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창의력 함양도 대학에 중요한 과제다. ‘협업’과 ‘융합’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려면 어느 때보다 ‘물고기 낚는 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곧 낡아질 기존 학문을 배우는 것만으로는 평생을 살아갈 자산이 될 수 없기에 암기가 아닌 ‘How to’에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학내에) 우등생은 많은데 리더는 없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어 “남을 돌아볼 수 있어야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텐데 나눔의 정신이나 창의력 등은 교육과정에서 빠져 있다”며 “20년 물든 사고를 한 번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대학이 달라지면 사회도 바뀐다는 생각에 기본 가치 함양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스타트업을 주도하는 이스라엘에서는 질문 위주의 교육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초등학교 교실에서부터 교사와 학생 모두 얼마나 많은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가에 주목한다. 글로벌 기초과학 연구를 주도하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도 가장 기발한 연구 과제를 수행한 학자를 소장으로 선출하는 관행이 있다. 하지만 대학 입학 이전까지 국내 교육이란 조용히 앉아 암기하는 것에 가깝다.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은 올 초 부임하자마자 ‘학생성공센터’를 개소했다. 신 총장은 “단순한 진로 소개를 넘어 학생들이 부딪힐 문제들을 함께 논하며 자기주도적 배움을 체득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고려대는 ‘자유·정의·진리’라는 창학 이념을 16주 분량의 온라인 강의로 꾸며 집에서 각자 학습하게 하고 강의실에서는 교수와의 Q&A 및 조별토론을 실시하는 등 창의력 훈련을 전교생 필수 강의로 운영하고 있다. 총장들은 문·이과 장벽 제거, 기초과학과 융합과학의 통합 등 융합교육 확대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협업과 더불어 학문 간 융합이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되기에 전보다 다양한 학문을 접해 호기심과 창의력을 개발하고 자기주도적인 미래를 그리도록 하겠다는 뜻에서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뇌과학 연구를 들여다보니 문과 학부생일 때 배웠던 심리학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며 “생활 전반을 기술화하는 융합의 세계에서 중요하지 않은 학문이란 없다. 대학교육도 다양성을 함양하되 자기주도적으로 선택 학습하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원 중심의 연구대학 확립에도 힘을 실어야 한다고 총장들은 강조했다. 학부에서는 다양한 학문을 접하며 기초 소양을 닦고 대학원 실험실 단계에서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가장 유의미한 기술혁신 성과가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원 단계에서 교수 및 원생이 연구 과제 중심으로 모일 때 학과 간 융합도 자연스럽게 가능해지고 기술 사업화의 효과도 커질 것이라고 총장들은 답했다. 이를 위해 대학의 스타트업 육성도 사업화 위주의 대학원 중심 사업단 지원과 학부생 단위의 스타트업 교육 등 ‘투트랙’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총장들은 강조했다. 정 총장은 “학부생 대상 기술 창업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라며 “재학 시절 숱한 실패에 노출돼야 도전정신의 의미를 되새기며 창조적 자산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
[대학 총장들이 본 대학교육]서울대, 낙성대·시흥·평창에 '벤처 밸리' 조성
사회 사회일반 2019.05.19 17:29:45국내 주요 대학들이 스타트업 혁신 플랜을 마련해 대학을 연구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혁신에 나서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이 미래 일자리를 창출하고 예측 불가능한 시대를 통과하는 최선의 키워드가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학생 및 교수진의 혁신을 유도하며 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대는 관악캠퍼스 인근에 ‘낙성벤처밸리’를 육성하고 추후 경기도 시흥에는 의과학 혁신에 주력할 ‘바이오밸리’를 설치하며 강원도 평창에 ‘농과학밸리’를 만드는 등 3대 미래 전략을 중심으로 미래 기술 혁신에 나서고 있다. 지역민에 개방되는 낙성벤처밸리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할 창업 지원체와 투자가·전문가 등을 이어주는 상담 공간 등이 마련된다. 특히 지역사회와의 협업에 무게를 두고 서울대의 인프라와 역량을 기반으로 자생적 창업생태계를 위한 지자체 협업 등을 강조하고 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낙성벤처밸리를 시작으로 바이오·농과학밸리 등을 순차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내년부터 창업팀 100개를 조성한다는 계획 아래 창업 인큐베이팅 전략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연세대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중앙도서관 중심에 창업 공간을 배치하는 등 ‘시끄러운 도서관’을 창출하며 대학에 창업 DNA를 심을 계획이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대학 주도의 창업팀을 적극 육성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대학이 개혁 DNA 연결을 위한 고리 역할을 감당할지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는 올해 2학기부터 ‘기술창업 융합전공’을 새롭게 개설한다. 공과대학 7개 학부와 경영대학 경영학과, 정보대학 컴퓨터학과 등 총 9개 학부가 참여해 ‘캠퍼스 CEO’ ‘벤처경영’ 등 창업 관련 교과목을 교육하고 ‘데이터 분석’ ‘기술사업화’ 등 기술 맞춤 교육도 실시한다. ‘메이커스페이스’ ‘파이빌’ 등 학부생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 및 공간에 투자해 스타트업 창업을 체험하고 사업화로 이어지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의 융합을 시도하는 성균융합원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글로벌창업대학원에 ‘글로벌최고기업가정신과정’을 국내 최초로 개설해 기술창업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대상 전문 강의에도 나서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 신사업 개발 유치 등 실전형 교육과 함께 기술 창업자와 벤처투자 심사역, 특허전문변리사 등이 한데 모여 교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한양대는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인 ‘초연결’ ‘초융합’ ‘초지능’ 등을 대학 비전으로 삼고 대학교육과 기술을 융합하기 위한 전략을 실천해가고 있다.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의약학대학과 이공대 융합기반의 ‘라이프 사이언스’ 연구 부문을 특화하고 기업이 스스로 찾아오는 산학 협력 센터를 구축하는 등 산학협력 전도사로서의 DNA 이입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
[대학 총장들이 본 대학교육]"학교별 '대표 사업단' 키우면 기업투자 자연스레 몰릴 것"
사회 사회일반 2019.05.19 17:27:46“기술 창업의 중심에 ‘대학 사업단’이 자리할 때 안정적인 스타트업 생태계가 열립니다. 생태계가 조성될 때 창업이 뒤따라 살아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한양대 등 국내 주요 대학 총장들은 대학이 창업 생태계의 구심점으로 기술 창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내부 혁신과 기업·정부와의 유연한 컬래버레이션(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내 주요 대학 총장들은 사업단 중심의 기술학문 융합을 한국형 창업 모델로 제시했다. 또한 민간 부문과 산학협력 강화, 정부 지원전략 혁신, 지역사회 공존 모델 발굴, 대학별 대표 학문 육성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② 사업단 중심 학문융합 연구-다양한 전공 교수·연구진 집결 우선 대학들은 융합 연구가 성공적인 기술 사업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유망 사업단의 발굴 및 운영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집결한 대학은 매우 보수적인 조직으로 학과·학부 간 장벽을 허무는 혁신이 단시일에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하지만 대학원생 이상의 연구진을 바이오융합·나노물리·로봇공학·인공지능(AI) 등과 같은 융합 학문 사업단에 투입할 경우 다양한 전공의 교수진과 연구진이 집결하며 혁신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것이다.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은 “사업단은 유망 프로젝트에 대한 선별 지원과 중장기 연구 활성화를 위해서도 가장 적합한 형태”라며 “각종 유의미한 사업적 성과가 대학원 단계의 실험실 창업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점도 대학들이 사업단에 주목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대학들은 미래기반창의인재양성사업단·생체기능시스템사업단·빅데이터융합사업단·뇌과학이미징연구단·인공지능협동로봇사업단 등 대학별로 다양한 사업단을 두는 등 사업단 육성에서 한국형 사업화 모델을 찾고 있다. 산학 혁명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아직 초기 단계인 기업의 대학 투자가 본격화될 수 있도록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등 전략의 일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우선 범정부 차원에서 ‘개방형 플랫폼’을 조성해 기업과 연구진 간 기술 거래를 유도한다면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방형 플랫폼이 마련될 경우 개발이 필요한 기술 분야를 보다 손쉽게 파악할 수 있고 유사 기술의 거래 사례와 가격에 관한 데이터가 축적돼 기술 거래가 보다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올해 말 미국 실리콘밸리에 개소할 스타트업 증권거래소인 LTSE처럼 장기투자 환경도 개선돼야 한다고 정 총장은 말했다. 중장기 민간 투자가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근본 배경이 된다는 점에서 혁신 생태계에 어울리는 투자 형태도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③ 문턱 낮춰 대학 지주사 확대-투자요건 완화 등 인센티브 필요 기술 특허의 질적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작업도 다수의 총장이 지적한 부분이다. 이렇게 돼야 성숙도가 높은 특허에 대한 사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미진한 특허는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선순환 효과가 일어나며 특허 유지관리에 드는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학 특허 기술에 대한 기업의 독점 사용권을 허용하는 등 기술 활용을 저해하는 규제를 개선하고 교원 창업을 위한 가이드라인 등이 제시돼야 한다고 총장들은 지적했다.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대학 기술지주회사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자회사 투자요건을 완화하는 등 기업 투자를 유인할 인센티브가 고려돼야 한다”며 “기업과 대학이 기술개발 투자와 공동 연구를 넘어 이익 달성을 위해 공동 협력할 때 지속 가능한 산학협력 생태계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④ 지역사회와 공존모델 발굴-벤처밸리 조성 지역 사회에 개방 지역사회와의 공존 모델을 발굴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개별 대학 연구진보다 다양한 배경의 연구진이 한데 모일 때 혁신 기술이 창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대는 미국 스탠퍼드대와 실리콘밸리, 중국 칭화대와 중관춘 등의 지역거점 모델인 ‘낙성벤처밸리’를 캠퍼스 인근에 조성하면서 이를 지역사회에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서울대가 중심이 돼 첨단 산업을 유치하되 비서울대 출신 청년 사업가들이 자유롭게 창업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총장들은 대학별 대표 기술 육성에도 관심을 드러냈다. 성균관대는 8개의 사업단을 구성해 유망 기술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라 밝혔고 한양대는 4개 이상의 사업단을 학교의 대표 얼굴로 키우겠다고 설명했다. 주요 대학들이 각자 ‘유망 학문’을 키울 때 기업 투자가 집중되고 학교 이미지가 제고되는 ‘윈윈’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복안이다. ⑤ 국가주도 재정 지원 늘려야-혁신특허 투자기간 4 → 7년으로 마지막으로 총장들은 정부의 창업 지원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구글 창업자들이 대학원생 시절 미국 정부 산하 국립과학재단(NSF)의 투자 자금을 받아 구글 창업의 토대를 마련한 것처럼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 지원이 마중물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다섯 명의 총장들은 혁신 특허를 늘리려면 현행 4년여인 정부의 투자 기간을 7년여 이상의 장기로 끌어올려 미성숙한 특허가 남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일제히 답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정부가 논문 수 등 정량 평가 대신 연구 과정과 같은 정성 지표를 평가하는 풍토를 주도해야 대학과 사회가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이경운기자 heewk@@sedaily.com -
[서울포럼] "한국선 호기심이 약점…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풍토 조성해야"
산업 IT 2019.05.17 17:22:37지난 14~16일 본지가 개최한 ‘서울포럼 2019’에서 국내외 정부 및 과학·교육계 리더들은 대한민국 기초과학 혁신을 위해 교육 및 연구개발 풍토를 전면적으로 쇄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1986년부터 국가 차원의 대규모 연구개발(R&D) 프로젝트들을 지원하며 응용과학 및 산업기술 분야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혁신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기초연구와 기초과학은 교육·연구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이 선행돼야 선진국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뜻이다. 리더들은 기초과학을 키우기 위한 과제로 지식의 융합과 도전적 연구, 연구 독립성, 장기적 투자, 젊은 과학자 육성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연결할 수 있는 청년 과학자들을 키워 도전적인 분야에서 장기간 간섭 받지 않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으로 종합할 수 있다. 미국·독일·프랑스 같은 전통적 강대국뿐 아니라 스웨덴·스위스 같은 강소국들 역시 이 같은 사회적·문화적·산업적 풍토가 정착됐기 때문에 수많은 혁신적 연구업적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리더들은 이 같은 방안을 실현하는 주체로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학생과 연구자 스스로가 자성하고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선구자들이 풀어낸 해법을 단순히 검증하고 일부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과 도전정신으로 세상에 과감히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학문하고 탐구하는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①도전적 탐구 국내외 과학계 전문가들은 기초과학에서 ‘도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당장의 상업화·수익화 가능성에 상관없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호기심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카를로 로벨리 엑스마르세유대 이론물리학센터 교수는 “내가 자란 이탈리아에서는 호기심을 약점으로 보지 않았는데 한국에서는 그 반대인 것 같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호기심을 북돋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찰스 리 잭슨랩 유전체의학연구소장은 “과학을 하려면 매우 고된 삶(tough life)을 각오해야 한다”며 “진짜 하고 싶은 마음으로 도전하라”고 미래 과학 꿈나무들에게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②지식의 융합 창의적인 연구는 학문 간 칸막이를 뛰어넘을 때 나온다. ‘창의성 전도사’로 불리는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대 생리학과 교수는 “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연구 분야를 바꿨다 머리가 열리는 경험을 했다”면서 “학생들에게 통합적 교육을 통해 모든 지식이 연결되고 접목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페레츠 라비 테크니온공대 총장은 “응용연구와 기초연구의 융합이야말로 이스라엘이 혁신국가로 성장한 비결”이라며 기초연구와 응용연구의 융합을 강조했다. ③청년 과학자 창의적 연구를 실행할 주체는 젊은 과학자들이다. 이들이 도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젊은 연구자를 육성하는 게 한국의 기초과학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 중 하나다. 한스 볼프강 슈피스 막스플랑크연구소 명예소장은 “(세계 선두의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막스플랑크협회는 자율적으로 자신의 연구주제를 선택하고 특이한 연구주제를 결합한 연구자를 연구소장으로 임명하는 전통이 있다”며 “차세대 과학자들을 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④연구 독립성 과학자들이 실제 현장에서 연구를 진행할 때 독립성 보장은 필수다. 연구주제, 연구 방향, 연구 방식 등에 정부가 일일이 개입하면 창의성이 발휘될 수 없기 때문이다. 로버트 H 싱어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구자들이 기금 모집이나 교수직·행정업무 등에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영감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총괄부원장은 “정부가 톱다운 방식으로 일일이 연구에 개입하는 것이 연구자들의 창의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⑤장기적 투자 기초과학은 응용과학과 달리 당장 연구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10년,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 성과에 상관없이 장기간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장은 “한국은 모든 것이 빨리 진행돼야 하는 ‘빨리빨리’ 문화가 강하다”며 “기초과학을 육성하려면 이러한 문화부터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권·김지영기자 newsroom@@sedaily.com -
[서울포럼] "창의적 연구에 10~20년 투자…1등할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산업 IT 2019.05.17 17:20:09지난 14~16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개최된 ‘서울포럼 2019’는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플랫폼인 기초과학을 육성하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가 제시돼 참가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특히 국내 기초과학에 투입되는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한 누수를 줄이고 세계적인 기술이 나올 수 있도록 정부가 선택과 집중에 힘써야 한다는 대목이 청중의 깊은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기존의 사고방식과 제도로는 기초과학을 통한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꿈꾸기 어렵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법과 제도·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연구자들이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은숙 메릴랜드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입으로는 이노베이션(혁신)을 말하지만 사고방식은 안정성 우선으로 가고 있다”며 “문제가 돼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잘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그러면서 기초과학을 적극 육성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이 과거보다 (기초과학에) 많이 투자한 것은 사실이지만 돈을 많이 투입했으니 짧은 시간에 대박이 터지기를 바라는 것은 기대치가 잘못된 것”이라며 “갑자기 투자를 확대한다고 해서 시간을 줄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R&D 비용이 20조원에 달하지만 효율성이 떨어지는 만큼 정부가 글로벌 1위가 될 만한 분야를 선별하는 기초연구 포트폴리오를 제시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시됐다. 국양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은 “이제는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20~30개 소분야에서 세계를 리드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기초연구 포트폴리오를 짜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 총장은 이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연구자에게 10년 정도 투자해 세계 1위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을 글로벌 기초과학의 연구 허브로 조성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정상욱 럿거스대 교수는 “과학적, 지리적으로 보면 한국은 센터를 개소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며 “제주도나 평창, 북한의 원산과 마식령 등에 국제학술교류센터를 지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과학의 역사가 긴 일본과 수많은 연구인력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동아시아권의 과학 교류 ‘허브’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잠재적 인재 블랙홀인 중국과 여전히 우리보다 앞선 일본 사이에서 한국은 과학계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중일 3국만으로도 상당한 규모의 국제학술대회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수려한 자연경관이 있는 제주도, 평화적인 올림픽 개최지로 각인된 평창 등에 국제학술교류센터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학계와 대학·연구기관 간 협력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국내 대학의 R&D 비용 규모는 높은 편이지만 특허활용 비율은 30%대로 낮다”며 “산학 협력 생태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특히 산업계가 대학, 공공 연구기관의 기술에 대한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김 총장은 강조했다. 또 “기업이 평가자나 구매자 역할에 그치지 말고 대학과의 공동연구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대학과 기업이 공동으로 이익을 달성하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자의 창의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문도 쏟아졌다. 베스트셀러 ‘생각의 탄생’ 저자이자 ‘창의성 전도사’로 불리는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대 생리학과 교수는 “한국에서는 연구 프로젝트의 98%가 성공한다는 것이 문제”라며 “연구는 90% 이상 실패해야 정상이며 실패해도 여전히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 보상이 이뤄지는 환경이 갖춰져야 과학적 발견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과학자의 임금을 높이는 등 과학자들이 창의적인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H 싱어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시 “연구자들이 기금 모집이나 교수직·행정업무 등에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과학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과학기술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서 교수는 “중국은 몇 년 전부터 해외에 나간 1,000명의 중국인 인재를 국내로 돌아오게 하자는 ‘천인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인도도 실리콘밸리에서 훈련된 자국 인재를 인센티브를 통해 국내로 유도하고 있다”며 “지난 1970년대 재미 과학자를 국내로 영입했을 때는 조국에 대한 사랑 등으로 유도했지만 그런 것에 호소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인력관리 면에서 한국이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홍용·양사록·박형윤기자 prodigy@@sedaily.com -
서울경제에 실린 서울포럼 기사 읽는 학생들
산업 IT 2019.05.16 18:25:3216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서울포럼 2019'에서 참가자들이 포럼 관련 기사와 사진이 실린 서울경제신문을 보고 있다./오승현기자 2019.05.16 -
서울포럼 관련 기사 보는 학생들
산업 IT 2019.05.16 18:24:1016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서울포럼 2019'에서 참가자들이 포럼 관련 기사와 사진이 실린 서울경제신문을 보고 있다./오승현기자 2019.05.16 -
[서울포럼] "기초과학, 4차혁명 근간…100년 내다봐야"
산업 IT 2019.05.16 17:04:22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근간이 되는 플랫폼인 기초과학을 육성하려면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국내외 정책·과학계 리더들의 지적이 나왔다. 과학기술의 기초체력을 단기간에 다질 수 없는 만큼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고 통 크게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본지가 16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이틀째 개최한 서울포럼 2019 ‘다시 기초과학이다:대한민국 혁신성장 플랫폼’ 행사에서 국내외 교육계와 과학계, 정책 및 입법 분야 리더들이 주요 연사와 패널로 나서 기초과학 육성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이날 세번째 세션 참가자인 서은숙 미 메릴랜드대 교수는 “한국은 그동안 응용과학·기술개발 등을 통해 빠르게 결실을 얻어 고속성장했지만 이제는 한계에 부딪혔다”며 “더 뻗어 나가려면 기초과학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로버트 H 싱어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구자들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 싱어 선임연구원은 “연구자들이 기금 모집이나 교수직·행정업무 등에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영감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대 생리학과 교수 역시 “연구는 90% 이상 실패해야 정상적인 것”이라며 “연구자가 실패하더라도 여전히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과학적 발견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연구를 통한 과학적 발견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한스 볼프강 슈피스 막스플랑크연구소 명예소장은 “무언가를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하나의 전공이 아닌 여러 과학 분야에서 합동할 필요가 있다”며 “연구자 간 협력은 물론이고 기업과의 협력, 다른 나라와의 국제적 협력도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가 처한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상욱 미 럿거스대 교수는 “한국은 인구 5,000만명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인구는 많은데 과학의 역사도 짧고 선배 과학자의 리더십도 부재하다”고 진단했다. 국양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은 “정부가 20~30개 소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선도할 수 있는 인물을 키우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지원하지 않으면 장래가 밝지 않다”고 위기감을 나타냈다. 한편 오전9시부터 시작된 특별강연과 세션 강연에는 기초과학 분야 전공 대학생부터 관련 분야 스타트업의 최고경영자(CEO)까지 500여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려 연사들이 내놓은 기초과학 부흥 전략에 귀를 기울였다. /박홍용·이태규기자 prodigy@@sedaily.com -
[서울포럼]"기초과학 진흥하려면 과학자 권위 내려놓고 소통해야"
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2019.05.16 17:04:10“정치인들이나 정책입안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왜 거미가 날아다니는 걸 연구해야 하냐’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그 ‘거미가 날아다니는 것’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집에 가서 이들에게 왜 거미가 날아다니는 연구를 하는지, 이게 어떻게 국방이나 항공에 영향을 끼치는지 설명하기 위해 준비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건 ‘왜 기초과학에 자금을 지원해야 하냐’고 질문을 받았을 때 정작 과학자도 제대로 답변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16일 ‘서울포럼 2019’ 세 번째 세션 패널 토론에서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주립대 생리학과 교수는 “결국 정책입안자, 과학자 등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기초과학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과학자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고 기반 정책이 있어야 객관적 진실을 더 잘 포착할 수 있다는 점을 대중에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패널 토론에는 루트번스타인 교수를 비롯해 카를로 로벨리 엑스마르세유대 이론물리학센터 교수, 안성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이들은 과학자들이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서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 이사장은 과학투자에 대한 소통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입안자는 어느 연구분야에 투자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지 따져볼 수밖에 없다”며 “과거엔 소수가 의사결정을 했다면 오늘날은 소통의 장에서 일반 대중에게 연구가치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가능한데 과연 이런 ‘소통’의 장이 우리나라에 많이 있었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로벨리 교수는 “내가 자란 이탈리아에선 호기심을 약점으로 보지 않았는데, 한국에선 그 반대인 것 같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호기심을 북돋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
[서울포럼]이정동 靑특보 "과학기술 수요 깨우는 패러다임 전환 필요"
산업 IT 2019.05.16 17:02:25“산업정책 패러다임이 (과학기술에 대한) 수요를 깨우는 쪽으로 전환돼야 합니다. 정부가 재정을 통해 이를 위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정동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은 16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9’ 행사에 참석하기에 앞서 본지와 만나 대한민국의 경제혁신과 성장을 이루기 위한 과학기술 진흥 방안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특보는 “우리의 산업정책은 1986년 이전까지는 단순히 돈을 쏟아부어 진흥하는 자본 중심이었지만 1986년 즈음부터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연구개발(R&D)을 시작하게 됐다”고 짚었다. 이어 “R&D 방식도 전혀 없던 기술을 새롭게 창출하는 게 아니라 이미 수요가 확인된 기술을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이었다”며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는 과학기술인들이 R&D의 수요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특보는 “이 같은 1986년도 방식의 패러다임에서 (정부와 민간이)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 패러다임을 바꿔 (기초연구와 신기술개발에 대한) ‘잠든 수요를 깨우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요 각성의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정부 재정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며 “그렇게 해주면 (재정이 투입된 분야의 후방으로) 2차·3차로 경제 승수효과가 생긴다”고 자신했다. 그런 차원에서 연간 100조원대에 달하는 정부조달체계에도 혁신이 모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특보는 아울러 기초연구와 혁신적 R&D의 토대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과학기술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반인들이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 수준을 높이고 과학기술자들이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나 발견한 과학적 사실의 사회·경제적 의미를 깊게 이해한다면 양자가 만나는 접점에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농부가 인공지능(AI) 기술에 눈을 떠 농업활동을 효율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면 이것을 통해 신기술 개발의 수요가 일어나게 되듯이 연구자도 흐름을 이해하고 그에 맞춘 AI 기술을 개발한다면 신기술이 전통의 경제 부문을 혁신시킬 수 있는 융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 -
[서울포럼]"韓, 창의적 사고환경 못갖춰…'빨리빨리 문화'가 미스매치 불러"
정치 국회·정당·정책 2019.05.16 17:02:13“다른 사람이 하지 않았던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한 데 한국에서는 잘 안됩니다. 문제가 돼도 괜찮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상욱 미 럿거스대 교수, 서은숙 미 메릴랜드대 교수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과학자들은 16일 ‘서울포럼 2019’에서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없는 한국 과학계의 분위기를 질타하며 다양성과 깊이를 가질 것을 조언했다. 한국인 중 노벨물리학상에 가장 가까이 있다고 평가받는 정 교수는 이날 ‘칸막이를 허물어라-창의와 소통’을 주제로 열린 세 번째 세션 강연 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이 안 했던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데는 분위기가 중요한데 한국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정 교수는 아버지가 프랑스인이고 지금은 일본에 살아서 유럽과 아시아 문화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자신의 조카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그는 “조카에게 프랑스와 일본을 비교했을 때 창의성 측면에서 무엇이 다른지 물어보니 일본은 상황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본인이 연장자·손아랫사람·남자·여자 등 누구와 이야기하는지 항상 상황을 먼저 생각해야 하고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지 생각한 다음에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하지만 프랑스는 다르다”며 “그냥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자유로운 생각을 할 때 새로운 게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의 지적도 정 교수와 다르지 않았다. 강연 전 본지와 만난 서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노베이션(혁신)을 말하지만 사고방식은 안정성 우선으로 가고 있다”며 “문제가 돼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돼야 하는데 잘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들이 해놓은 연구만 하려해 자유로운 생각할때 새로움 나와 짧은 시간에 대박 기대는 잘못 中 ‘천인계획’처럼 인재 유치를 기본적인 사회 분위기가 남들보다 튀면 안 되다 보니 연구 주제 자체도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 교수는 “한국은 남들이 안 했던 과학을 하기보다는 남들이 해놓은 다음에 하려고 한다”며 “그게 세계적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되기도 하지만 그 성과는 첫 연구를 했던 사람의 업적이 된다”고 진단했다. 기초과학은 빠른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분야인데 우리는 신속한 결과부터 바란다는 비판도 나왔다. 서 교수는 “기초과학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되는 게 아니다”라며 “한국은 ‘빨리빨리’ 문화로 단숨에 되기를 원한다. 이 때문에 미스매치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 비해 (기초과학에) 한국이 많이 투자한 것은 사실이지만 돈을 많이 투입했으니 짧은 시간에 대박이 터지기를 바라는 것은 기대치가 잘못된 것”이라며 “아무리 갑자기 투자를 확대한다고 해서 시간을 줄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재외 한인 과학자들이 내놓는 해법은 ‘기초과학으로 눈을 돌려라’라는 것이다. 서 교수는 “한국은 그동안 응용과학·기술개발 등을 통해 빠르게 결실을 얻어 고속성장했지만 이제는 한계에 부딪혔다”며 “더 뻗어 나가려면 기초과학을 키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초과학을 논과 밭, 풀과 나무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큰 강줄기로 비유했다. 사람들은 풀과 나무로 대변되는 ‘혁신상품’만 생각하며 왜 강줄기(기초과학)를 키우냐고 하지만 이제는 강줄기에 집중할 때라는 뜻이다. 서 교수는 “기초과학은 모든 것의 근원적인 질문을 찾는 것”이라며 “과학기술과 문명이 발전하게 된 기본에 있는 것이 기초과학이다. 집을 지어도 기반을 튼튼히 해야 높이 오르고 오래도 간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한국 과학기술계 전반에 대한 제언도 빼놓지 않았다. 정 교수는 강연을 통해 “스위스와 같이 한국에 ‘아시안사이언스센터’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럽에는 과학자들이 모여 대화하고 젊은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이언스센터가 스위스를 비롯해 곳곳에 있는데 아시아에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과학, 지리적으로 보면 한국은 센터를 개소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며 특히 제주도와 북한의 원산 등을 후보지로 제시했다. 일본은 기초과학 수준이 워낙 탄탄하고 중국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과학 수준은 물론 지리적으로도 이들 사이에 있는 한국이 사이언스센터를 유치하면 이들 나라와 동반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 교수는 “한국과학 연구의 다양화, 저변확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외 과학기술 인재 유치의 중요성도 짚었다. 서 교수는 “중국은 몇 년 전부터 1,000명의 해외에 나간 중국인 인재를 국내로 돌아오게 하자는 ‘천인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인도도 실리콘밸리에서 훈련 시킨 자국 인재를 인센티브를 통해 국내로 유도하고 있다”며 “상당히 스마트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지난 1970년대 재미 과학자를 국내로 영입했을 때는 조국에 대한 사랑 등으로 유도했지만 그런 것에 호소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인력관리 면에서 한국이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태규·김지영기자 classic@@sedaily.com -
[서울포럼]"기초과학 연구, 투자·열정은 필수죠"
산업 기업 2019.05.16 16:38:36안드레아스 하인리히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 단장은 16일 ‘칸막이를 허물어라-창의와 소통’을 주제로 진행된 ‘서울포럼 2019’ 세션 3에서 주제 강연자로 나서 “기초과학은 한국 경제의 미래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기초과학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자역학 전문가로 잘 알려진 하인리히 단장은 이날 강연에서 “대단한 과학적 성취를 위해서는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지속적인 자금 지원 등을 통한 기초과학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한국이 세계적 과학 연구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안정적 자금 지원 △연구의 독립성 △혁신적 성취를 위한 장기간의 연구 등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기초과학 연구에 열정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가 장기간의 연구를 통해 이뤄낸 성과의 대표 사례로 ‘중력파(Gravitational Waves)’를 꼽으며 “중력파의 경우 미국국립과학재단 등의 후원으로 지난 1980년부터 2015년까지 연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반면 한국은 모든 것이 빨리 진행돼야 하는 ‘빨리빨리’ 문화가 강하다”며 “기초과학을 육성하려면 ‘빨리빨리’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하인리히 단장의 강연은 알기 쉬운 예시로 청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자신이 연구하는 양자역학 및 분자·원자에 대해서는 “원자가 동전만 한 크기라면 이들 원자로 구성된 동전의 크기는 지구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빛이 입자인가, 파동인가’라는 내용은 점을 찍어 빛의 입자를 표현한 19세기 인상파 화가인 조르주 쇠라를, 물체가 동시에 두 개의 물체이거나 그 이상일 수 있다는 양자의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입체파 화가 파블로 피카소를 언급하며 “피카소의 그림에서 한 물체의 정면과 측면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양자역학 원리와 비슷하다”고 풀이했다. 양자역학 연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양자역학의 영향력은 사실상 정보기술(IT)산업에서 시작돼 물체 인지와 컴퓨팅 등에 활용됐다”며 “중국과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이 같은 양자역학 연구를 위해 수십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미래 과학자 육성에 대해서는 “차세대 과학 및 기술 리더를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며 “어린 세대들이 유튜브나 각종 과학 기반 예술활동 등을 통해 쉽게 나노과학 등에 다가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
[서울포럼]"기초과학은 협력이 필수...연구자·기업·국가간 칸막이 없애야"
사회 사회일반 2019.05.16 16:27:18‘다시 기초과학이다 : 대한민국 혁신성장 플랫폼’을 주제로 열린 ‘서울포럼 2019’에서 정부가 기초과학을 발전시키려면 분야의 칸막이를 제거하고 연구자 간 협력을 촉진하는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공이 다른 연구자들의 교류는 물론 국제적 합동 연구 강화, 산학 협력을 적극 촉진하는 정책으로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서울포럼 첫번째 세션 ‘기초과학, 연구환경과 정책의 조화’에서 주제 발표를 한 한스 볼프강 슈피스 막스플랑크연구소 명예소장은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 과학자 개인의 역량보다 협력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정부의 정책 지원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피스 명예소장은 “현대 과학은 오늘날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연구자 간 협력은 물론이고 기업과 협력, 다른 나라와의 국제적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막스플랑크협회는 독일의 정부출연 기관으로 ‘지식이 응용에 앞서야 한다’는 명제를 중심으로 하는 기초과학의 세계 선두 연구 기관으로 손꼽힌다. 슈피스 명예소장이 밝힌 연구 협력의 기본은 전공이 다른 과학자들의 교류다. 그는 “협력의 기본은 결국 과학자 간 협력”이라며 “막스플랑크에서는 물리학·수학·컴퓨터학·화학·약학·생물학 전공자를 교차로 연구에 참가시켜 서로 소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분야를 전공한 과학자들이 합동 연구를 하는 이유는 기초과학을 응용과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슈피스 명예소장은 “과학자들의 지식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응용이 될 수 있는 분야로 확대돼야 한다”며 “무언가를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하나의 전공이 아닌 여러 과학 분야의 합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제적 협력도 현대 과학에서의 필수 요소로 꼽혔다. 그는 “지난 15년 동안 막스플랑크협회는 유럽을 넘어 세계적인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함께 일해왔다”며 “글로벌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과 협력한 적도 있고 한국의 교수들을 초청해 연구소에서 일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슈피스 명예소장은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이 창립됐을 당시 막스플랑크협회를 모델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도 우리와 기초과학연구원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 삼성은 물론 애플·구글 등 거대 기업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산학협력은 기초과학 연구의 핵심이 됐다는 조언도 등장했다. 기업체와의 협력은 연구소 차원에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슈피스 명예소장은 “기업들과의 산학협력을 통해서 펀딩을 받게 된다”며 “학제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기초과학 연구를 하면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이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재에 대한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피스 명예소장은 “막스플랑크협회는 10년 전 새로운 기관을 만들어 펀딩을 이어오고 있다”며 “대학원생들의 연구를 지원하는 센터로 물리학·수학·화학·약학 등을 전공한 학생들을 집중 트레이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을 우수한 학자로 양성하는 것이 연구성과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과학은 사람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며 “학생들을 성숙한 연구자로 키우는 것이 기초과학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슈피스 명예소장은 젊은 과학자를 양성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감하고 도전적인 연구를 장려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막스플랑크협회는 자율적으로 자신의 연구 주제를 선택하고 특이한 연구 주제를 결합한 연구자를 연구소장으로 임명하는 전통이 있다”며 “미래 기술에 필수적인 신소재 연구에 노력을 기울이는 우리와 같은 연구소에는 차세대 과학자들을 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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