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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 “투자 결실 이룬 대기업…산학 상생 고민을"
산업 IT 2019.05.16 16:26:03“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와 지난 5년간 진행한 생명공학 분야 연구개발(R&D)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놀라운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포럼 2019’ 개막 이틀째인 16일 ‘사업화 없는 R&D는 허상이다’라는 주제로 열린 두 번째 세션에서 강연을 진행한 찰스 리 잭슨랩유전체의학연구소장은 “삼성과 포스코·아모레퍼시픽 등 한국의 대기업들이 초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이미 결실을 거둔 곳이 있다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며 “호황기를 맞은 생명공학 분야에서 민간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학계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계 캐나다인인 리 소장은 지난 2004년 인간유전체가 ‘단위반복변이’로 인해 4~5%나 다르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석학이다. 유전자 변이에 관한 꾸준한 연구의 성과와 공로를 인정받아 호암상, 글로벌 인베스티게이터상, 톰슨로이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이끄는 잭슨랩은 1929년 미국에 설립된 세계 최대 동물 질병 모델 연구소로 지금까지 2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현재는 개인에게 맞춤화된 약을 제조할 수 있는 유전자 디지털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리 소장은 밝혔다. 유전공학이 호황기를 맞은 지금 리 소장이 우려하는 것은 윤리성 논란이 R&D 투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리 소장은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시켜 논란이 된 중국인 과학자 허젠쿠이의 사례를 들며 “유전자 정보가 남용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함께 세션 강의를 맡은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대학 연구기관이 정부나 기업과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국내 대학의 R&D 비용 규모는 높은 편이지만 특허 활용 비율은 30%대로 낮다”며 이는 산학협력 생태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특히 산업계가 대학·공공연구기관 기술에 대한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김 총장은 “기업이 평가자나 구매자 역할에 그치지 말고 대학과의 공동연구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대학과 기업이 공동으로 이익을 달성하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윤희·백주원기자 choyh@@sedaily.com -
[서울포럼] "대학, 지식인보다 기업가 정신 가진 리더 육성해야"
사회 사회일반 2019.05.16 16:25:19“혼자 창업하고 20년 동안 경쟁하면서 느낀 것은 경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이스라엘 등 선진 국가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리더 육성에 집중하는데 한국은 아직도 지식인만을 육성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16일 ‘서울포럼 2019’ 두 번째 세션에서 패널 토론에 참석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자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은 현재 국내 대학이 기업가 정신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정동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의 사회로 열린 이날 패널 토론에서는 페레츠 라비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총장, 찰스 리 미국 잭슨랩유전체의학연구소장, 김우승 한양대 총장, 정진택 고려대 총장, 황 대표가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한 대학교육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대학에서 어떻게 기업가 정신 등을 교육할 것인지에 대한 열띤 토론이 오갔다. 라비 총장은 학교에 정식 개설된 강의와 함께 비공식적인 학내 활동이 학생들의 기업가 정신을 육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비즈테크’라고 불리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학생 3~4명이 모여 사업계획을 세우고 60개 그룹 정도가 서로 경쟁한다”며 “선별된 그룹은 3개월간 멘토와 함께 훈련을 받게 되고 몇몇 학생들은 실제로 이미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총장은 고려대에서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제한 후 “학생들이 성공보다는 실패를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운영 중인 ‘개척마을’은 3개월 동안 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실제로 구현해보는 프로그램”이라며 “졸업한 뒤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학생들도 일부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작은 실패를 경험해보고 개선책을 찾아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대학에서 기업가 정신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대학의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한양대에서 기업과 대학을 연결하는 연구개발(R&D)센터를 여러 개 설립해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그중 몇 개나 지속 가능한지 묻는다면 아쉬움이 남는다”며 “센터장이 정년퇴임하면 공간과 장비가 그대로 남아 축적이 이뤄지지 않는데 이를 대학들끼리 공유하면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 소장은 연구소 내에서 각 부서의 장벽을 허물고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잭슨랩에서는 다양한 다학제(多學制)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암과 면역학·인간유전체를 함께 연구하도록 놔둔 결과 시간이 걸려도 좋은 혁신이 나왔다”고 말했다./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
[서울포럼]싱어 선임연구원 "행정업무 쫓겨 연구 방해받아선 안돼"
산업 기업 2019.05.16 16:24:06지난 1953년 창립 이후 노벨상 수상자만 29명을 배출한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HMI)의 로버트 H 싱어 자넬리아캠퍼스 선임연구원은 16일 ‘서울포럼2019’에서 연구자들의 독립성 확보를 무엇보다 강조했다. 연구자는 기금 모집이나 교수직, 행정 업무 등에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과학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HHMI 자넬리아캠퍼스의 경우 구상 단계부터 과학자들이 온전히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캠퍼스 안에서 오로지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주거 시설과 식당을 갖추고 캠퍼스 건물의 벽을 주로 유리로 만들어 과학자들의 영감을 키우고 투명하게 서로를 지켜보며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싱어 연구원은 “한국 과학자들은 우수하다”며 “이들이 우수한 성과를 내기 위해 20억달러(약 2조3,800억원) 정도의 점진적인 투자를 하면 ‘한국판 자넬리아캠퍼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에 이어 주제강연에 나선 국양 대구경북과학기술원(DIGIST) 총장은 한국의 이상적인 기초연구 투자 방법에 대해 “소분야 20~30개에서 세계 1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초연구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 총장은 올 4월까지 국내 최대의 민간 과학 학술기금 지원기구인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을 맡아 한국 기초연구 지원에 앞장서왔다. 국 총장은 “선진국들은 새로운 산업 방향을 제시하는 효과를 기대하며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반면 한국은 투자의 당위성만을 갖고 투자해왔다”고 비교했다. 이 때문에 일부 분야에만 과도한 지원이 이뤄져 분배에 대한 연구자들의 불만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논문의 질은 떨어지고 특허 수는 많지만 새 기술 분야를 열 ‘브레이크스루’ 특허는 부진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HHMI처럼 하고 싶어도 한국에서는 그만한 과학자 풀(Pool)이 없다”며 “세계 연구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소분야라도 세계에서 1등을 할 사람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광우·이경운기자 pressk@@sedaily.com -
[서울포럼]"정부 주도 R&D가 시장 창출하리란 환상 벗어나야"
산업 산업일반 2019.05.16 16:22:1516일 ‘서울포럼 2019’ 부대행사로 열린 페레츠 라비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총장 초청 라운드테이블에서 국내 대표 대학교 총장과 국내 과학 관련 정부조직 수장들은 한목소리로 산학협력 확대와 연구개발(R&D)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에서는 라비 총장이 테크니온공대의 산업화 성공 노하우를 비롯해 이스라엘이 스타트업 요람으로 불리게 된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자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하면서도 테크니온공대 산업화의 노하우를 그대로 국내에 실현하는 데 장애가 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한계를 지적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유수 대학을 비롯해 국내에는 이스라엘에 버금가는 혁신 DNA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 갖가지 기술, (혁신의 뿌리가 되는) 요소들을 한데 연결하려고 할 때부터 문제가 발생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정동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 역시 김 총장의 지적에 동의하면서 “‘연결’은 어느 누가 홀로 나서 디자인하고 주도한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가령 ‘우리 달에 가 보자’는 큰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 과학계를 비롯해 여러 관련 종사자들이 R&D에 몰두하고 이래야 결과물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자 가진 역량은 빼어나지만 아직 우리 과학계는 누구나 공감하고 신뢰할 만한 ‘중요한 수요(critical needs)’가 많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 결과가 결집·연결되지 않고 제각각 따로 놀다 용두사미로 끝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 참석자들은 ‘공유’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라비 총장이 강조한 ‘학제 간 융합(interdisciplinary research)’에 공감한다”며 “우리 안에도 좋은 선례가 많은 만큼 서로 협력해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성과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라운드테이블에는 정부 주도 R&D에 대한 기본개념과 시각에 변화가 있어야 제대로 된 기초과학 번영이 이뤄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정부 주도의 R&D가 직접적으로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리 사회에는 팽배한 것 같다”며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정부 R&D로 시장을 직접 창출한 사례는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정부한테 ‘구글’의 역할을 해달라 요구하지만 정부 R&D는 당장의 성과물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초과학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이 같은 결과물이 쌓이면 이를 토대로 각 민간기업에서 이를 발전(develop)시켜 나가는 게 이상적인 구조”라고 덧붙였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
[서울포럼]이틀 연속 방문한 추미애 “과학 발전에 따른 불안, 정치가 해결할 것”
정치 국회·정당·정책 2019.05.16 16:22:0016일 개막 둘째 날을 맞은 ‘서울포럼 2019’에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대표)이 예정에 없던 즉석 강연에 나서 청중들의 눈길을 끌었다. 전날에 이어 서울포럼 2019에 이틀 연속 참석한 추 의원은 이날 연단에 올라 “과학기술의 발달로 예측불가의 시대가 오고 있다”며 “이에 따른 불안·분노를 정치가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택시 업계의 시위에서 드러나듯 과학의 발달로 일부 직업이 사라지는 문제를 정치가 적절한 정책과 갈등 조정을 통해 해소해야 하고, 그 역할을 하겠다는 얘기다. 추 의원은 “사라지는 직업이 있겠지만 과학의 역량은 계속 길러내야 한다”며 “정치가 과학의 발달을 위한 규제개혁 등의 길을 터줘야 하고 이 과정에서 사라지는 직업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 의원은 이날 오후까지 이어진 각 세션의 기조강연을 경청하며 꼼꼼히 메모하는 모습을 보였다. 행사장에서는 참석자 수십 명이 추 의원과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청중의 관심을 모은 ‘스타’ 연사는 세계적인 ‘융합형 과학자’로 손꼽히는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주립대 생리학과 교수였다. 루트번스타인 교수가 특별강연을 위해 연단에 모습을 드러내자 아침 일찍부터 포럼장을 찾은 참석자들은 탄성과 함께 일제히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가 하면 강연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기도 했다. 대학생을 포함한 일부 청중들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그의 저서 ‘생각의 탄생’을 손에 들고 강연에 임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또 다른 연사인 로버트 H 싱어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질문자 대열에 합류해 두 석학 간 대담이 연출되기도 했다. 싱어 선임연구원이 “더 많은 과학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문 탐구과정에서 발생하는 ‘세렌디피티(우연한 발견한 중대한 성과)’에만 의존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발견은 미리 계획할 수 없다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하며 “실패해도 보상받는 환경을 조성해 더 많은 시도가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날 행사장은 세계적인 석학들의 강의를 놓치지 않으려는 대학생들과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의 ‘열공’ 분위기로 가득 찼다. 참석자들은 기라성 같은 과학자들이 제시한 핵심 개념은 물론 말 한마디까지 노트에 적으며 강의에 집중했다. 포럼장을 나서는 참석자들은 이번 강연으로 여러 시사점을 얻었다며 뿌듯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고려대 기계공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인 김기훈(25)씨는 “세션 1 패널토론에서 석학들이 기초과학을 두고 서로 다른 문제의식과 관점을 견지하는 것을 보며 느낀 점이 많았다”면서 이번 포럼을 계기로 앞으로 진학할 대학원에서 어떻게 연구방향을 정해야 할지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태규· 양사록·심우일기자 classic@@sedaily.com -
[서울포럼]라비 테크니온 공대 총장 "농업국 이스라엘, 기술강국 된 비결은 기초·응용연구 융합"
산업 기업 2019.05.16 16:21:15“기초연구와 응용연구는 동전의 양면입니다.” 16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다시 기초과학이다:대한민국 혁신성장 플랫폼’을 주제로 열린 ‘서울포럼 2019’의 두 번째 세션 강연자로 나선 페레츠 라비 테크니온공대 총장은 “응용연구와 기초연구의 융합이야말로 이스라엘이 혁신국가로 성장한 비결”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라비 총장은 지난 1995년부터 세계 최고 스타트업 육성의 산실인 이스라엘의 테크니온공대를 이끌고 있다. 이스라엘은 1인당 연구개발(R&D) 종사자 수 1위, 벤처자본 수 2위, 기업가정신지수 3위, 혁신적인 국가 순위 4위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혁신국가이다. 테크니온공대는 건국 초기 농업 중심 경제였던 이스라엘을 50년 만에 기술 기반 경제로 바꿔놓은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라비 총장이 이끄는 동안 테크니온공대에서는 공학·의학 분야에서 2,000여개의 새로운 기업이 탄생했고 10만여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다. 이 중 95개 기업이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성장했고 11곳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됐다. 공학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암 치료법을 제안한 바이오 업체 ‘노보큐어(Novocure)’의 경우 기업가치가 40억달러를 넘는다. 로봇 기반 척추 수술법을 개발한 ‘마조르(Mazor)’는 미국 기업에 16억달러에 팔렸다. 이스라엘의 나스닥 상장기업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데 그중 75%가 테크니온공대 졸업생이 만들거나 관리하는 기업이다. 라비 총장은 이스라엘이 스타트업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비결로 ‘후츠파(이스라엘에서 ‘담대함’이나 ‘저돌적’을 뜻하는 단어) 정신’을 꼽으면서 한국과의 차이를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핵심 DNA인 후츠파 정신은 권위에 반하는 질문을 하는 것,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드는 도전을 미덕으로 여겨 실패하더라도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며 “교육과정에서 질문하는 학생은 문제아 취급하고 시키는 공부만 잘하는 학생을 우수한 학생으로 여기는 한국과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테크니온공대 역시 학생에게는 창의적·독립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강조하고 교수에게는 정부나 학과·학과장이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궁금한 분야를 스스로 정해 기초연구를 진행하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라비 총장은 이날 강연에서 기초연구와 응용연구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가 인용한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는 동전의 양면”이라는 문구는 이스라엘 건립을 주도한 초대 시온의회 지도자 우시슈킨 메나헴이 1924년 테크니온공대 개교식에서 한 기념사이기도 하다. 그는 “테크니온공대는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를 모두 중시한다”며 “그것이 대학의 존재 이유인 동시에 창의적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은 R&D 사업화를 위한 매개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라비 총장은 “대학은 연구자가 개발한 기술을 실제로 활용하는 연결고리”라며 “이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배분받는 수익은 연구자를 자극하고 대학에는 새로운 재원이 돼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기초연구와 응용연구의 연결성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기초연구를 응용연구로 전환하는 데 오랜 기간이 걸렸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기술 발달로 빠르면 몇 주 만에 응용연구가 가능하다”며 “동전의 양면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고 이런 연결성에 익숙한 테크니온공대의 DNA가 더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비 총장은 직접 회사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는 기업가이기도 하다. 이날 포럼에서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을 결합한 사업화 모델을 제시했다. 수면의 질에 대한 호기심에서 연구를 시작한 그는 렘수면 상태에서는 손의 피가 뇌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며 이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몇 달 만에 회사를 만들어 손에 끼고 자면 수면의 질을 측정해주는 기기를 출시했다. 그는 “현재 1만명이 이 기기를 이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총장을 맡기 전 5개의 기업 중 2곳은 전체 수익 가운데 50%는 기업, 25%는 대학, 나머지 25%는 학생이 가져가는 구조였다”며 더 빠른 사업화를 위해 기업이 80%, 학교가 20%를 가져가는 모델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
[서울포럼] 박원순 "기존 생각을 뛰어넘는 것, 도시행정에도 중요하죠"
경제 · 금융 정책 2019.05.16 16:20:31“저는 스스로 ‘소셜디자이너’라는 직책을 갖고 활동해왔습니다. 서울시장으로서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킬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왔는데 창의적인 생각을 강조해오신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박사님의 의견에 동감하고 있습니다.” 인권변호사 출신의 박원순 서울시장은 ‘창의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생경한 분야의 권위자인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주립대 생리학과 교수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박 시장이 기존 교육과정을 탈피하기 위해 추진하는 시립 대안학교, 스페인 건축자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물처럼 서울 도심 내 건축의 변화를 이끌겠다며 내놓은 도시건축 혁신 방안 등으로 나타난 실험정신은 저서 ‘생각의 탄생’ ‘과학자의 생각법’을 통해 창의적 발상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루트번스타인 교수의 생각과 맞닿아 있었다. 박 시장은 16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루트번스타인 교수와의 라운드테이블에서 “기존의 생각을 넘어 새로운 혁신을 하는 것은 과학자나 공학도뿐만 아니라 도시 행정에서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루트번스타인 교수의 대표 저서인 ‘생각의 탄생’을 언급하며 시(市) 행정에서도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으로 당선된 직후부터 사회혁신국을 따로 만들어 기존의 관료 시스템과 정책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조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왔다”며 “취임한 지 이제 8년이 됐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들이 구체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이어 최근 순방을 다녀온 이스라엘 사례를 들면서 “질문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최근 방문한 이스라엘은 인구 900만명 규모의 작은 나라지만 노벨상 수상자도 많고 미국 나스닥시장에 95개의 회사를 상장했을 정도로 창업이 활발한 국가”라며 “그 배경에는 모르는 것을 당당하게 물어볼 수 있는 호기심, 이른바 ‘후츠파 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후츠파는 히브리어로 담대함·저돌성을 뜻한다. 최근에는 형식이나 권위에 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도전하는 행동을 칭하는 단어로 쓰인다. 박 시장은 “반면 우리나라 아이들은 여전히 암기식 교육에 머물러 있다”며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다양성을 보장해주는 열린 사회로까지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라운드테이블에 함께 참석한 김남식 카오스재단 사무국장은 과학 강연이나 지식 콘서트를 열어서 일반 대중에게 과학을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재단의 성격에 대해 소개한 뒤 “일반 대중들에게 더욱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루트번스타인 교수에게 질문했다. 이에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예술가들은 과학적 소재를 가지고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게 가능하다”며 “화학물질을 통한 미술 작품도 가능하고 컴퓨터 등 기계를 통한 모던아트 등도 있는데 예술가들과 교육가들의 협업을 통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가령 박물관 같은 장소도 창의성을 자극하는 장소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취임 이후 10여개의 박물관을 추가하기로 했다”며 “호기심은 강의실 안에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현장에서 돌아다닐 때 자극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루트번스타인 교수의 말에 공감했다. 그러면서 “과거 우리 경제가 짧은 시간에 1인당 소득 3만달러 시대로 온 것은 남의 것을 보고 잘 따라 했기 때문”이라며 “5만달러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이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창조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식행사 종료 후 이어진 오찬에서는 훈훈한 농담도 오갔다. 박 시장이 “교수님의 책을 읽고 영감을 받아 일을 하고 있으니 저도 교수님의 제자라고 할 수 있겠다”고 말하자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웃으면서 “무슨 일이 잘못되면 내 이름을 대라. 나의 제자이니까”라고 화답했다. 또 루트번스타인 교수가 “나는 생리학과 교수가 될 생각이 없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이 길을 걷게 됐다”고 언급하자 박 시장은 “저도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체포만 되지 않았어도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한다”며 “체포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 검사의 길을 걷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
[서울포럼] “톱다운이 창의력 망쳐…‘선택과 집중’해야”
산업 IT 2019.05.16 14:44:31“정부가 톱다운 방식으로 일일이 연구에 개입하는 것이 연구자들의 창의성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보다 연구개발(R&D) 투자금액이 두 배나 늘었지만 글로벌 학술지 논문 게재 편수는 거의 변동이 없는 게 단적인 사례입니다.” 16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9’ 첫번째 세션 ‘기초과학, 연구환경과 정책의 조화’의 패널 토론에 참석한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총괄부원장은 “우리나라는 투자 증가가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정 부원장은 “국내 R&D 비용이 20조원이 됐지만 성과는 상당히 정체돼 있는 상황”이라며 “세계적인 학술지 ‘셀(Cell)’에 한국인 과학자가 게재하는 논문의 숫자는 연간 2~3편 수준으로 지난 10년간 거의 변동이 없는 상태”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학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로버트 H 싱어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HMI) 자넬리아캠퍼스 선임연구원은 “40년간 젊은 과학자들을 양성하면 느낀 것은 과학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로 연구할 때 에너지가 솟구친다는 것”이라며 “톱다운으로 하는 방식보다는 자율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과학자들을 지원하는 게 더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기초연구 분야에서 많은 논문이 나오고 있지만 혁신경제를 선도할 만한 창의적인 연구는 굉장히 드문 실정”이라며 “창의적인 인재와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박한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겸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중요한 점은 융합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부의 관심과 산업계, 해외와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전제가 된다면 충분히 기초과학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
[서울포럼] 박경미 의원 "기초과학 진흥 입법 적극 나설 것"
산업 생활 2019.05.16 14:44:11“‘서울포럼 2019’는 정말 중요하고 시의 적절한 주제를 매해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추격자의 지위를 벗어나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나아가기 위해 논의하는 소중한 자리를 마련해줘 감사합니다.” 16일 ‘서울포럼 2019’에서 축사에 나선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한목소리로 올해 서울포럼의 주제인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학자 출신의 박 의원은 “최근 5개의 과학기술특성화대학(카이스트·포스텍·지스트·디지스트·유니스트)의 입학 현황자료를 받아봤는데 기초과학 지원 학생과 등록 학생 수가 최근 5년래 처음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며 “기초과학을 위한 저변 확대 측면에서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범부처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의원은 “기초과학 자체에 대한 정의가 법령에 반영돼 있지 않아 최근 기초과학협의회장 등과 논의를 거쳐 기초연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앞으로도 기초과학 진흥을 위해 국회에서 입법활동과 예산 확보에 적극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노 이사장은 서울포럼에 대해 “과학과 신기술, 미래의 한국을 주제로 매년 한국과 세계의 중요한 담론을 이끌어오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비즈니스 포럼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노 이사장은 “기초과학의 뿌리가 든든한 나라는 급속한 발전 후 저성장 기조에 들어서는 위기에서 빨리 벗어나 지적으로 진보한 혁신의 길을 가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는 결국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하는 장면을 적지 않게 봤다”며 “이번 포럼에서 어떻게 우리의 기초과학 역량을 키우고 그 역량이 사회발전으로 이어지게 할지 그 해법과 실현방법이 공유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서울포럼이 이제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을 모색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자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
[서울포럼]석학들의 '향연'에...'열공모드' 들어간 창업인·대학생들
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2019.05.16 14:01:0815~16일 그랜드&비스타 워커힐 서울 비스타홀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9’은 세계적인 석학들의 강의를 놓치지 않으려는 대학생들과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의 ‘열공’ 분위기로 가득 찼다. 참석자들은 카를로 로벨리 엑스마르세유대 이론물리학센터 교수와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주립대 생리학과 교수, 로버트 H 싱어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HHMI) 자넬리아캠퍼스 선임연구원, 한스 볼프강 스피스 막스플랑크 폴리머연구소 명예소장 등 기라성 같은 과학자들이 제시한 핵심 개념은 물론 말 한 마디까지 노트에 적으며 강의에 집중했다. 강연 자료로 무대 위 화면에 뜨는 도표를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는 참석자들도 적잖이 눈에 띠었다. 포럼장을 나서는 참석자들은 이번 강연으로 여러 시사점을 얻었다며 뿌듯해하는 모습이었다. 고려대 기계공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인 김기훈(25) 씨는 16일 “고등학교 때 핵물리학에 관심이 많아서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연구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포럼에서 스피스 명예소장이 직접 연구소를 소개해 매우 뜻깊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세션 1 패널토론에서 석학들이 기초과학을 두고 서로 다른 문제의식과 관점을 견지하는 것을 보며 느낀 점이 많았다”면서 이번 포럼을 계기로 앞으로 진학할 대학원에서 어떻게 연구방향을 정해야 할 지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이끌어갈지 통찰을 얻고 갔다는 스타트업 대표도 있었다. 음악콘텐츠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최영미(35·가명) 씨는 “현재 ‘복합음악교육’를 디지털 콘텐츠로 구현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면서 “유명 과학자들이 예술·글쓰기 등 종합 교양에 관심이 많다는 루트번스타인 교수의 연설은 회사가 추구하는 사업 분야와도 맞아떨어져 여러 시사점을 얻었다”고 말했다./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
[서울포럼] "韓연구 98% 성공률 문제…실패 용인해야"
산업 IT 2019.05.16 13:10:08“한국에서는 연구 프로젝트의 98%가 성공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연구는 90% 이상 실패해야 정상입니다. 실패해도 여전히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 보상이 이뤄지는 환경이 갖춰져야 과학적 발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생각의 탄생’의 저자이자 ‘창의성 전도사’로 불리는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대 생리학과 교수는 16일 ‘서울포럼 2019’ 특별강연에서 “발견은 누군가를 만나 흥미로운 질문을 받거나 새로운 기술을 접할 때 우연히 찾아온다”면서도 “준비된 사람만이 그 발견을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널에 실을 논문을 써야 한다거나 졸업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가 아니라 충분한 지원을 받으며 자유로운 연구를 하는 분위기에서 과학적 발견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호기심과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데서 과학의 발전이 이뤄진다고 봤다. 그는 “노벨상 웹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봤더니 ‘호기심(curiosity)’ 관련 단어가 428번, ‘궁금증(wonder)’ 관련 단어는 702번 나올 정도로 수상자들은 호기심 가득한 사람들이었다”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1시간이 주어지면 55분 동안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해결법은 5분만 생각하겠다고 했듯 질문이 뭔지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좋은 질문의 조건으로는 △너무 포괄적이지도 편협하지도 않다 △답할 수 있다 △일반화할 수 있다 △답을 생각했을 때 흥미롭다 △아무 가정도 없는 천진난만하다 △거짓임을 입증할 수 있다 등을 꼽았다.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자연을 보면서 어린이와 같은 마음으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면서 “‘하늘은 왜 파랄까’와 같은 뻔한 내용을 놓고도 우리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가정을 깨버리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에 대한 관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과학은 실험실에서 이론을 추출하고 검증하는 것만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구름의 발생을 연구해 ‘안개상자’ 등을 만들고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던 찰스 윌슨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윌슨은 지난 1927년 노벨상 수상자 연회에서 “연구주제를 선택한 것은 어떤 심사숙고의 결과가 아니라 1894년 가을 스코틀랜드 산 위에서 본 구름 때문이었다”며 “구름의 아름다움에 반해 실험실에서 같은 현상을 재현하고 싶었던 것이 연구의 가장 큰 동기”라고 밝힌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좋은 질문은 호기심에서 나오고, 호기심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그가 강조하는 것이 여러 분야의 지식을 통합할 수 있는 이른바 ‘박학다식(polymathy·폴리매시)’의 개념이다. DNA 염기서열 분석법을 개발한 노벨화학상 수상자 월터 길버트는 생물학자이자 물리학자였고, 훌륭한 사진사이기도 했다.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프랜시스 아널드는 기계공학자·우주공학자·화학공학자이면서 여러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사업가였다.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연구 분야를 바꿨다가 머리가 열리는 경험을 했다”면서 “학생들이 통합적 교육을 받아 모든 지식이 연결되고 접목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열정적인 호기심을 가진 과학자와 이들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야말로 기초과학 발전의 토양이라는 게 루트번스타인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수십 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학교를 중퇴할 뻔했거나 몇 번이나 대학원 입학 지원을 하는 등 훌륭하지 못한 학생이었다”며 저명한 과학자들이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가질 만한 무언가를 찾았기 때문에 성과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유를 보장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
[서울포럼]루트번스타인 연단 서자 플래시 세례…저서 들고 찾은 대학생도
산업 기업 2019.05.16 11:32:3716일 진행된 ‘서울포럼 2019’ 행사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연사는 세계적인 ‘융합형 과학자’로 손꼽히는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주립대 생리학과 교수였다. 루트번슈타인 교수가 특별강연을 위해 연단에 모습을 드러내자 아침 일찍부터 포럼장을 찾은 참석자들은 탄성과 함께 일제히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가 하면 강연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기도 했다. 대학생을 포함한 일부 청중들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루트번슈타인 교수의 저서 ‘생각의 탄생’을 손에 들고 강연을 듣는 모습을 연출했다. ‘혁신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학습이 바탕이 되어야 하며, 해답이 아닌 ‘질문’을 찾는 게 진짜 과학‘이라는 루트번스타인 교수의 강연 내용에 청중들이 강연을 마친 뒤 마련된 질의응답 시간에 그동안 갖고 있던 궁금증을 이번에야말로 풀겠다는 듯 적극적으로 질문에 나서기도 했다. 질문자 중에는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듣고 싶어하는 이도 있었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는 한 여성 참가자는 “과학에 관심 많지만 현재는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통 사람보다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명 깊은 강의였다”며 “다만 혁신을 위해서는 여러 분야에서 어느 정도 깊이 있는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알려달라 ”고 물었다. 이날 행사 시작 전부터 루트번슈타인교수와 혁신과 과학에 대한 대화를 나눈 또 다른 연사 로버트 H 싱어 교수도 손을 들고 질문자 대열에 합류했고 청중들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세계적인 두 석학의 대담을 경청했다. 싱어 교수는 “더 많은 과학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문 탐구과정에서 발생하는 ‘세렌디피티(우연한 발견한 중대한 성과)’에만 의존할 수는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루트번슈타인 교수는 “발견이라는 것은 미리 계획할 수 없다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하며 실패해도 보상받는 환경을 조성해 더 많은 시도가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는 답변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
[서울포럼] 이인영·나경원, 국회에서 '보고' 서울포럼에서 '또' 보고
정치 국회·정당·정책 2019.05.15 22:58:49‘밥 먹듯이 만나겠다’던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5일 ‘서울포럼 2019’ 개막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짧은 만남을 가진 직후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포럼에서 다시 만나 호흡을 맞췄다. 두 원내대표는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첫 대외 공식행사에 참석했다. ‘다시 기초과학이다: 대한민국 혁신성장 플랫폼’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 개막식에 참석한 양당 원내대표는 기초과학 진흥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여야 구분 없이 기초과학의 발전을 위해 국회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미래를 선도하는 신기술은 탄탄한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태어난다”며 “그동안 빨리 성과를 내기 위해 응용과학에만 몰두해왔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경쟁에서 승리하려면 기초과학에 다시 눈을 돌리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도 “연구개발(R&D) 예산 중 기초과학 분야의 예산을 늘리는 것은 물론 ‘성과 나눠 먹기’가 되지 않도록 예산 배분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R&D 예산을 받으면 항공료 영수증을 포함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만도 너무 복잡하다”며 “형식보다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R&D 예산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을 갖춰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기초과학을 살펴보는 자리를 만든 것을 보면 역시 서울경제신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을 마친 양당 원내대표는 서로 원고를 보고 웃거나 고개를 끄덕여 꽉 막힌 정국과 대비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국회에서 회동한 지 30여분 만에 다시 서울포럼에서 만나 대치 국면의 여야관계를 풀 수 있는 해법 마련에 고심했다. 국회 회동 직후 이 원내대표는 “앞으로도 이런 일이 더 자주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나 원내대표도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다만 두 원내대표 모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송종호·김인엽·방진혁 기자 joist1894@@sedaily.com -
"기초과학 지원 필요" 한 목소리 낸 이인영·나경원
정치 국회·정당·정책 2019.05.15 20:25:0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그랜드&비스타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경제신문 서울포럼 2019’ 개막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다시 기초과학이다: 대한민국 혁신성장 플랫폼’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 개막식에서 참석한 양당 원내대표는 기초과학 진흥의 필요성에 함께 공감했다. 기초과학 발전을 위한 국회 차원의 지원도 약속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기초과학 없이 혁신성장을 하겠다는 구호는 공염불이라는 데 동의하면서 “국회에서 기초과학에 필요한 제도와 방안을 심도 있게 모색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이 원내대표는 연구자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나 원내대표 역시 “연구개발(R&D) 예산 중 기초과학 분야 예산을 늘리는 것은 물론 ‘성과 나눠먹기’가 되지 않도록 예산 배분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개막식에서는 문희상 국회의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정치, 사회, 경제 등 각 분야 리더들이 기초과학 진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함께 서약하는 행사도 진행됐다. 이들은 ‘우리는 오늘 진심을 다해 다짐합니다. 기초과학 활성화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 있음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고 함께 활짝 웃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서울포럼] 在美 박사 현지서 온라인 라이브로 '깜짝 Q&A'
산업 기업 2019.05.15 20:23:1715일 ‘서울포럼 2019’에서 카를로 로벨리 엑스마르세유대 이론물리학센터 교수의 기조강연이 끝난 직후 진행된 질의응답(Q&A) 시간에 뜻밖의 질문자가 나타났다. 한국에서 약 1만1,000㎞ 떨어진 미국 볼티모어에서 5세대(5G) 기반 온라인 라이브 방송으로 서울포럼 2019를 즐기던 김동원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박사후연구원(포닥)이 메인 스크린에 등장한 것이다. 밝게 웃는 모습으로 스크린에 나타난 김 박사는 “현재 존스홉킨스대에서 생체 리듬과 세포자연사(Apoptosis)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며 “평소에 세계적인 석학 로벨리 교수에게 반드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온라인 라이브 Q&A라는 방식으로 기회를 얻게 돼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먼저 “물리학과 생물학 사이의 시간개념에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우리가 시간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인간의 노화나 심지어 질병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로벨리 교수는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에서 쌍둥이 중 한 명은 우주에서, 한 명은 지구에서 생활하게 하는 연구를 했는데 두 형제의 생물학적인 노화 차이는 너무 작았다”며 “물리학이 사람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시간이라는 개념을 통해 노화와 두뇌 등을 이해하는 데는 연관성이 있다”고 답했다. 김 박사는 “한국 사회에서 기초과학이 발전할 수 있도록 조언을 달라”고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로벨리 교수는 “과학은 100개의 프로젝트에서 2개 정도만 성공할 정도로 실패에서 성공을 이끈다”면서 “한두 개의 주제에만 집중하지 말고 여러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또 다른 석학인 로버트 H 싱어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HMI) 자넬리아캠퍼스 선임연구원도 로벨리 교수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다. 그가 “물리학에도 난제가 있지만 천문학의 난제 중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로벨리 교수는 “우리가 어떤 문제를 찾을지 모른다”며 “그래서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때 실험이나 시뮬레이션으로 발견하는지, 아니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처럼 사고실험을 통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로벨리 교수는 “이론적으로 연구한다”고 답한 뒤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은 단순히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과학에 기반한 사실에 토대를 두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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