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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 우주를 보는 새로운 눈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 상대성 이론을 통해 예측한 중력파(gravitational wave)가 국제 공동연구팀에 의해 검출됐다. 이로써 100년간 이론에 머물렀던 중력파의 존재가 진실로 규명됐다.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유산이라 평가 받는 중력파의 검출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며, 앞으로 본격 개화할 중력파 천문학 시대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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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6일.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의 이론물리학자 로렌스크라우스 박사의 트위터에 눈이 번쩍 뜨일 내용이 포스팅 됐다. 약칭 ‘라이고’로 불리는 미국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가 중력파의 검출에 성공했다는 소문이 돈다는 것이었다. 언론들의 확인 요청에 라이고 연구팀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올 1월 12일 크라우스 박사는 다시 ‘라이고와 관련된 작년 9월의 소식이 독립적 출처들을 통해 확인됐다. 중력파가 발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트윗을 남겼다.

그리고 한 달 뒤 라이고 연구팀은 2월 11일 중대발표를 예고했다. 중력파 검출에 관한 발표일 것이라는 추측이 쏟아지며 전 세계가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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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숙녀 여러분. 우리가 중력파를 탐지했습니다. 우리가 해냈습니다.” 미국 라이고 실험 책임자인 캘리포니아공대 데이비드 라이츠 교수는 2월 11일 워싱턴DC 내셔널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 장내에는 박수갈채와 환호가 쏟아졌다. 그렇게 아인슈타인의 예측 중 실제 관측이 이뤄지지 않은 마지막 숙제가 풀렸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과 워싱턴주 핸포드에 위치한 두 곳의 라이고가 2015년 9월 14일 국제 표준시 9시 51분(한국시간 오후 6시 51분) 중력파의 검출에 성공했다.

관측신호를 분석한 결과, 이번에 발견된 중력파는 태양 대비 각각 29배와 36배의 질량을 가진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해 하나의 무거운 블랙홀로 합병되는 과정에서 방출됐다. 지구에서 13억 광년떨어진, 즉 13억년 전 발생한 두 블랙홀의 충돌 직전 약 0.15초 동안 태양의 약 3배에 해당하는 질량이 중력파 에너지로 변환됐고 이를 라이고 관측소가 검출해낸 것이다. 연구팀은 방출된 중력파의 에너지량이 우주 전체의 초당 빛에너지 방출량보다 최대 50여배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중력파는 질량을 지닌 물체가 가속운동을 할 때 생기는 중력장(시공간)의 출렁임이 물결처럼 전파되는 파동을 일컫는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처음 존재가 예견됐다. 이 이론에 의하면 폭발이나 충돌 같은 중력장의 급격한 요동은 빛의 속도로 전파되는 중력파를 발생시킨다.

간접적이나마 중력파의 존재 증거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걸친 펄서(Pulsar)의 관측으로 확인됐다. 1974년 최초의 펄서-중성자 별 쌍성계를 발견하고, 펄서를 이용해 중력파 측정이 가능함을 입증한 프린스턴대학 조지프 테일러 주니어 명예교수와 텍사스대학 댈러스캠퍼스의 러셀 헐스 교수는 그 공로로 1993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00년간 무수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중력파를 직접 검출하지는 못했다. 이는 중력파의 파동 세기가 매우 작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설명을 빌리면 중력파 관측에 성공하려면 길이가 지구 반지름 정도인 물체에 나타난 원자핵 크기보다 작은 변화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라이고는 바로 레이저 광선의 간섭현상을 이용해 이처럼 미세한 변화를 측정하는 장비라 할 수 있다.

두 블랙홀이 합쳐지는 모습과 두 곳의 라이고 관측소에서 0.3초 동안 검출한 중력파의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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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중력파 검출에는 국내 연구진도 상당한 역할을 담당했다. 2009년부터 서울대, 부산대 등 5개 대학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등에 소속된 20여명의 물리·천문·컴퓨터 전문가들이 한국 중력파 연구협력단(KGWG)을 구성해 라이고 연구에 참여해왔다. 중력파의 데이터를 저장·분석하려면 대용량, 고성능 컴퓨터 자원이 필수적인데 KGWG는 2009년 14개국 1,000명 이상의 과학자로 구성된 라이고 과학협력단(LSC)에 정식가입, 중력파의 성질을 이해하고 검출기의 설계와 성능을 예측하는 연구를 지원해왔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라이고에서 검출된 중력파 데이터의 분석과 모델링을 지원해온 KISTI 강궁원 박사는 “중력파는 전자기파와 달리 다른 물질에 의해 거의 간섭 받지 않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는 알 수 없는 중력의 성질은 물론 우주와 별의 탄생 역사가 날 것 그대로 담겨 있다”고 이번 성과의 의미를 전했다.



강 박사는 이어 “중력파 관측의 성공은 일반 상대성 이론의 검증을 넘어 초기 우주의 이해와 빅뱅 이론의 규명에 엄청난 진전을 가져올 것”이라며 “전자기파의 검출에 의해 광학망원경에서 전파천문학으로의 도약이 있었듯 앞으로 중력파 천문학의 시대가 본격 개화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현재 강 박사가 몸담고 있는 KISTI 대용량 과학실험 데이터 허브센터는 라이고의 데이터 그리드와 연동된 컴퓨팅 환경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중력파 관측 데이터로부터 블랙홀과 중성자별의 천체물리학적 물리량 측정 연구,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의 충돌 과정 등에 대한 수치시뮬레이션 연구를 수행했다.

강 박사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연구진과 공동으로 라이고의 1차 관측가동에 쓰인 온라인 분석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성능 향상, 중력파 관측 과정에서 나타나는 실시간 데이터 잡음제거, 데이터 품질 향상 알고리즘 개발에 기여했다”면서 “약 4개월간의 관측 기간 동안 5회에 걸쳐 직접 중력파 관측해 참여해 데이터의 품질을 모니터링 하는 임무도 맞았다”고 밝혔다.

라이고 외에 KGWG 연구진은 일본의 중력파 검출기 ‘카그라(KAGRA)’의 광학계와 데이터 분석용 소프트웨어 개발, 검출기 특성 파악 등의 분야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강 박사의 설명이다.

전 세계 중력파 관측소 - 현재 전 세계에는 총 3곳의 중력파 관측소가 가동 중이다. 이번에 중력파 검출에 성공한 두 곳의 라이고와 독일의 ‘지오 600(GEO600)’이 그것이다. 이외에 이탈리아의 ‘비르고(Virgo)’와 일본의 ‘카그라(KAGRA)’가 2018년 이전 가동을 개시할 예정이며 인도가 ‘라이고-인도’의 건설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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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박사에 따르면 미국은 라이고에만 약 8억2,000만 달러를 투입했다.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일본, 인도 등도 중력파 검출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라이고의 성공으로 그 열기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중력파 연구에 대한 예산 지원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관련 분야에서 크게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나름 한줄기 빛은 있다. 현재 국내 연구진에 의해 라이고와 달리 저주파 중력파원에서 방출된 중력파를 검출할 ‘소그로(SOGRO)’ 검출기의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것. 이미 개념 설계를 마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타당성을 검증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강 박사는 “소그로 검출기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기술고도화를 이루는 등 많은 장벽을 넘어야만 한다”며 “건설이 이뤄진다면 라이고가 검출하지 못하는 중간질량 블랙홀과 같은 새로운 중력파원의 발견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이어 “오는 7월경 유럽연합이 주도하는 ‘비르고(VIRGO)’ 중력파 검출기가 본격 가동되는 것을 시작으로 일본의 카그라, 인도의 라이고-인도와 같은 다양한 중력파 검출기가 운영될 예정”이라며 “앞으로 예상되는 과학적 발견 성과가 엄청난 만큼 우리나라도 본격적 투자를 시작해 관련연구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LIGO -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펄서 (Pulsar) - 펄스(pulse) 형태의 짧고 규칙적인 전파 신호를 보내는 천체. 빠르게 회전하며 강력한 자기장을 갖고 있는 중성자별의 일종이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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