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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의 딜레마

이재용 사회부 차장





‘개혁 대상 1순위에서 적폐청산의 주역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검찰의 위상 변화는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다.

사실 문재인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검찰은 크게 술렁였다. 문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적폐청산을 위한 개혁 대상 1호로 검찰을 지목해서다. 수사권·기소권 등 막강한 권한을 지닌 검찰이 정권과 결탁해 적폐청산의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것이 새 정부의 판단이었다. 비검찰 출신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자 검찰 내부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검찰의 행보를 보면 새 정부 ‘개혁 대상 1순위’에 올랐던 조직이 맞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검찰이 문재인 정부 1호 국정과제인 적폐청산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조직으로 화려하게 부활했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은 국가정보원 수사팀에 검사 8명을 충원해 검사 25명 규모로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특별수사본부와 맞먹는 규모다. 또 전국 최대의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특수부와 공안부 등 주요 부서는 국정원 및 군의 정치 개입, 청와대의 세월호 보고 조작 의혹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벌어진 적폐 사건을 수사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정부의 여러 개혁위원회에서 검토하는 사안이 하나둘씩 검찰에 넘어와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문제는 검찰이 전 정부를 겨냥한 적폐청산 수사에 몰두하면서 검찰 개혁 목소리는 잦아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새 정부가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제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위상 변화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난다. 지난달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내놓은 공수처 설치 권고안은 공수처 소속 검사를 최대 50명까지 둘 수 있도록 했지만 이달 법무부가 발표한 자체 방안은 공수처 검사 수를 최대 25명으로 반 토막 냈다. 이 밖에 법무부의 자체 방안에는 공수처의 권한을 대폭 줄이는 내용이 가득 담겼다. 이로써 검찰의 막강한 기소독점주의를 60여년 만에 무너뜨릴 공수처의 권한은 출범도 전에 크게 줄어들 처지에 놓였다.

정권 초기에 검찰 개혁을 약속한 것은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이전 정부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부 출범 후 검찰이 정권 반대세력을 겨냥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잠잠해지는 행태가 반복됐다. 집권세력이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5개월여 만에 환골탈태한 검찰의 위상을 바라보면서 검찰 개혁에 실패한 이전 정부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청와대 하명 수사’는 없다고 외쳤던 검찰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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