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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9> 공자학원, 中사상 주입·스파이 의혹 확산에…美·유럽 등서 잇단 배척

■공자학원, 전세계서 '퇴출 도미노'

초기엔 반짝 '문화교류'

中 가파른 경제성장 속도 따라

언어 등 배우려는 외국인 늘어

정부 지원 아래 147개국 진출

시진핑 집권후 홍보 비중 강화

'일대일로' 국가마다 집중 설립

결국 탈난 '과도한 선전'

民主·인권 역행하는 中사상 전파

설상가상 '스파이' 의혹도 불거져

美, 공자학원 안보위협 대상 간주

'유럽1호' 스웨덴 스톡홀름대 이어

작년 美 미시간대 등 7곳도 결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와중에 공자학원(孔子學院)이 양국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를 퇴출시키기 위해 강력한 공세를 벌이는 가운데 미국 대학들이 화웨이와 관계를 끊으면서 덩달아 공자학원도 배제하고 나선 것이다.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중국어 및 중국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세운 교육기관이다. 경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공자학원이 무역전쟁에 휩쓸린 것은 이곳이 중국 정부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라 중국식 사회주의 세계관을 전파하고 스파이 활동을 벌인다는 의혹 때문이다. 전미학자협회(NAS)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해 11월 이후 노스캐롤라이나대·미시간대·사우스플로리다대·로드아일랜드대·매사추세츠대·테네시대·미네소타대 등 7개 대학이 공자학원과 관계를 끊었다. 미네소타대는 “중국어 학습 프로그램이 발전해 공자학원식 운영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결별 이유를 설명했다.

공자학원이 중국식 사회주의 세계관을 선전하기 위해 전 세계로 파견된 ‘트로이 목마’라는 주장이 나온 지는 오래됐다. 공자학원이 처음 설립된 때가 지난 2004년인데, 겨우 3년이 지난 2007년에 이미 스파이 의혹이 제기됐다. 2007년 6월 캐나다에서 중국어로 발행되는 매체인 ‘환구화보’는 캐나다 정보기관의 보고서를 인용한 “공자가 캐나다에서 특무(스파이) 활동을 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첫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따르면 캐나다에 세워진 공자학원은 사실상 중국 이데올로기를 이 지역에 전파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당시 학원장은 인터뷰를 통해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펄쩍 뛰었다.

하지만 이러한 의혹이 확산되자 이후 캐나다와 미국에서 공자학원 신설에 제동이 걸렸고 현지에서 퇴출당하는 공자학원도 나왔다. 지난해 발발한 미중 무역전쟁은 공자학원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중국이 화웨이나 ZTE 등 정보기술(IT) 기업을 통해 미국 기술을 도둑질하고 있다는 미국 내 주장이 힘을 받으면서 공자학원을 향한 의심과 비난도 고조됐다.

공자학원 설립은 중국 경제가 급성장한 데 따른 부산물이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경제 성장에 속도를 내면서 문화에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 경제와 군사를 ‘하드파워’라고 한다면 문화는 ‘소프트파워’로 볼 수 있는데 이들 양자를 겸비하고 있어야 진정한 강대국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키우기 위해 설립된 공자학원은 외국인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물론 문화를 교류하고 때로는 수출하는 전초기지가 된다. 물론 중국이 이런 방식의 교육기관을 창안한 것은 아니다. 프랑스가 이미 1883년에 자국 언어와 문화를 전파는 비영리 기관인 ‘알리앙스프랑세즈’를 만들었고 이어 영국이 1934년 ‘영국문화원(브리티시카운슬)’을, 독일은 1951년 ‘괴테인스티튜트’를 각각 설립했다. 한국도 2007년부터 세종학당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하지만 다소 늦게 출범한 중국의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의 절대적인 지원 아래 전 세계를 무대로 빠르게 확장해나가고 있다. 세종학당을 포함해 알리앙스프랑세즈 등도 각국 정부와 일정 부분 연계돼 있지만 형식상으로는 별도의 기구다. 예산 조달이나 인력 확충은 각 기관이 독자적으로 진행하며 정부의 홍보지침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공자학원총부 전경. /최수문특파원


반면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의 지침에 보다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전 세계 공자학원을 관리하는 기관은 중국의 공자학원총부이며 최고 상위관리기구는 교육부 산하의 국가한어(중국어)국제보급지도위원회(國家漢語國際推廣領導小組)다. 여기에는 교육부를 포함해 재정부·외교부·국가발전개혁위원회·상무부·문화여유부·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국가신문출판총서·국무원신문판공실·국가언어문자공작위원회 등 12개 부서가 참여한다. 위원회 사무국은 국가한판(國家漢辦)으로, 이곳에서 공자학원총부를 지휘한다.

공자학원총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공자학원은 147개국에서 548곳이 운영되고 있다. 그중에서 유럽이 182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미주 160곳, 아시아 126곳, 아프리카 59곳 등이다. 국가별로는 전체 공자학원의 5분의1인 105곳이 미국에 있다. 중국의 문화전파 핵심 목표가 미국임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그 외에 영국 29곳, 한국 23곳, 독일 19곳, 러시아 19곳, 프랑스 17곳, 태국 16곳, 일본 15곳 등의 순이다. 유럽에서는 2005년 1호 공자학원이 스웨덴에, 같은 해 미국 1호가 메릴랜드대에 각각 문을 열었다. 한국에는 2014년 11월 서울에 1호 공자학원이 들어섰다. 이 밖에 공자학원의 자매기관으로 초중고교에 개설된 소규모 ‘공자학당(孔子課堂)’도 세계 83개국에 1,193개가 설치돼 있다.



공자학원 설립에는 해당 국가 대학의 주도로 기업·민간기관들이 함께 참여하며 중국 정부에서는 교재와 교과과정·강사를 제공한다. 즉 중국이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구조는 아닌 셈이다. 중국 당국이 각 공자학원 설립과 운영에 지원하는 경비는 전체의 30% 내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공자학원을 운영하는 해당 국가의 대학이나 기관들은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중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중국어에 대한 수요가 많이 생겼고, 이에 따라 공자학원을 통해 얻는 혜택이 많기 때문이다. 대학이나 기업들은 공자학원을 통해 중국 내 대학이나 기업과 교류하고 때로는 사업상의 이익도 얻을 수 있다.

이는 결국 중국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커졌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공자학원에서 수업을 들은 학습자가 받는 학력 및 학위 인증은 중국에서 활동할 때 크게 도움이 된다. 외국인의 중국어능력인증시험인 ‘한어수평고시(HSK)’도 공자학원총부에서 주관한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공자’를 국가 브랜드로 내세우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중국에서 한때 없애야 할 구식으로 여겨졌던 ‘유학’과 ‘공자’가 부활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중국인들의 사회주의 관념이 형해화되고 이를 대체할 시민의식은 부족한 상태에서 전통으로의 회귀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어쨌든 ‘공자’는 전 세계에 통하는 대표적인 중국 상품이다. 2004년 중국어 및 중국문화의 해외 전파기관을 만들면서 ‘공자학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처음부터 공자학원을 자국의 이데올로기 수출기구로 삼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초기에는 중국어나 중국문화 교류 측면이 강했다. 외국인들이 공자학원에서 공부하는 것도 우선 중국어를 배워 활용하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공자학원의 성격이 바뀐 것은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하면서다. 시진핑 정부는 ‘중국몽’과 ‘중화부흥’을 외치며 해외 선전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공자학원은 기존의 언어 중심에서 문화 중심 기관으로 바뀌고 체제를 선전하는 도구가 돼갔다. 중국 정부가 감독하는 공자학원 평가표에서 문화홍보 관련 비중이 커졌다고 한다. 특히 2015년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국가전략이 확정된 후에는 일대일로를 지나는 국가에 공자학원이 집중적으로 설립됐다. 일대일로 홍보에 공자학원이 매개가 된 것이다.

다만 공자학원이 중국의 선전 도구가 되면서 해외의 불안과 불만도 커졌다. 2013~2014년부터 공자학원을 배척하는 움직임이 집중적으로 나타난 것은 이 때문이다. 2005년 유럽 최초로 공자학원을 개설한 스웨덴 스톡홀름대는 2015년 공자학원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미국에서도 2014년 시카고대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가 공자학원의 문을 닫았다. 이러한 조치는 알리앙스프랑세즈나 괴테인스티튜트는 물론 한국의 세종학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외신들은 공자학원이 해외에서 불신을 사는 것은 이들이 알리는 사상이나 그 전파 방식이 서구의 근본가치인 ‘자유와 평등’과 충돌하기 때문으로 본다. 중국문화를 이야기하면서도 보편적인 중국이 아니라 중화인민공화국에서 재단된 형태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인권 등은 배제된다. 예를 들어 토론에서도 중국 정부에 반대하는 반체제인사나 파룬궁, 특히 대만·티베트 문제는 금기사항이라고 한다. 문화전파 방식이 상호이해에 따른 교류보다는 일방적인 주입식이고 기관운영 방식도 불투명하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여기에 미 행정부의 강경책도 최근 잇따르는 미국 내 공자학원 퇴출의 배경이 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개정된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안보위협이 있는 해외 기업 및 기관과 거래하는 대학에 연방 지원금을 배제하기로 했다. 배제대상에는 공자학원도 포함됐다. 미 대학들은 인기가 떨어지는 공자학원을 지속하고 연방 지원을 포기하느니 아예 공자학원과 관계를 끊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미국에서 잇따르는 공자학원 퇴출에 대해 “공자학원이 스파이 행위를 했다는 분명한 증거는 없다”면서 “하지만 모든 객관적인 관찰자들이 ‘아마 (공자학원이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베이징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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