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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희정의 All that style]등골브레이커, 이젠 롱패딩 아닌 명품 스니커즈?

'여성=가방' 이라면 '남성=슈즈'에 꽂혀

스트리트 문화 확산으로 패션 아이템 부상

럭셔리·스포츠브랜드마다 한정판으로 유혹

레트로와 만나 70·80년대 제품 잇단 선봬

작년초만해도 패피들만 신던 어글리슈즈

올 발렌시아가 트리플S 등 없어서 못팔아

현대百선 프리미엄 운동화 매출 42%↑

10대선 '힙한' 오프화이트 완판 행진





발렌시아가 트리플S


구찌 라이톤


JW앤더슨 콜라보 컨버스


골든구스 슈퍼스타


필립플레인 로우탑 스테이트먼트 스니커즈


크리스찬 루부탱 옵티컬 일루젼 컬렉션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버킷디워커


앤더슨벨 앤더스러너


#몇 년 전부터 등장한 ‘리얼캠핑족’들의 상당수가 10~20대입니다. 리얼캠핑족이 뭐냐고요. ‘All that style’ 2회에서 다뤘듯 어떤 제품을 사기 위해 실황을 찍어가며 밤새 줄을 서는 구매객들을 말합니다. 신상을 내가 쌩 ‘라이브(live)’로 샀다는 뜻인데요. 마치 산 속 야영장에서 밤새 모닥불을 펴 놓고 캠핑을 하듯이 매장 앞에서 제품이 내 손안에 올 때까지 밤을 새는 것이죠. 이는 한정판 판매를 개시하는 백화점 앞이나 압구정 어느 매장 앞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인데요. 그렇다면 대상은 무엇일까요.

리얼캠핑을 위한 대상은 백발백중 남성 슈즈입니다. 오프화이트, 아디다스, 나이키 한정판 같은 것들이죠. 이거 하나 ‘겟’하면 슈즈 하나로 금새 트렌드 만랩의 경지에 오르는데다 친구들 사이에 핵인싸로 떠오를 수 있어섭니다. 웬걸요. 어렵게 구한 만큼 되팔면 몇 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슈테크도 됩니다.

요즘 한국 남성들이 슈즈에 꽂혔습니다. 남성들에게 슈즈는 여성의 ‘가방’과 같은 것이라죠. 그들은 IT 기기 신상이나 피규어를 모으듯 슈즈를 콜렉팅합니다. 특히 한정판 제품은 개성을 드러내는 데다 똑같은 브랜드를 신은 다른 남성과 차별화할 수 있어 더 열광하죠.



◇등골브레이커, 롱패딩에서 이젠 슈즈로=그렇다면 남성들은 왜 이렇게 슈즈에 열광할까요. 10~40대까지 이유가 조금씩 다릅니다. 교복을 입는 10대는 패션이 모두 동일하기 때문에 스니커즈로 대변되는 슈즈에 모든 걸 겁니다. 한 유명 패션업체 대표는 “교복입는 학생들은 아무래도 슈즈가 멋 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한정판 문화가 신선하기도 하고 일부는 리셀을 통해 용돈 벌이도 되니까 그 시장이 커졌다”고 귀띔하죠. 10대들은 ‘쇼미더머니’나 ‘고등랩퍼’ 등 그들이 열광하는 프로그램에서 누가 어떤 슈즈, 옷을 입고 나왔느냐도 슈즈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어제 김하온, 이로한이 신은 스니커즈 봤냐? 오졌다리~”하면서 재차 트렌드를 확인하는 거죠.

20대는 스트리트 문화의 확산으로 슈즈가 기능성이 아닌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은 이유가 큽니다. 럭셔리 브랜드나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한정판이 ‘머스트해브템(must-have item)’ ‘인싸템(insider item)’으로 부상했기 때문이죠.

요즘 유행한다는 아이템을 거르면 꼭 친구들과 즐기는 유행에 뒤쳐진 것 같고 대화에도 낄 수 없다는 불안감도 작용합니다. 그러다 보니 개성 추구보다는 유행을 쫓는 아쉬운 점이 발견되는데요. 30~40대로 넘어가면 경제력이 생기면서 소싯적 신었던 혹은 당시에는 비싸서 로망만 키웠던 슈즈를 품에 넣으며 복고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게 됩니다. 그들의 심리를 겨냥해 브랜드들은 그래서 옛날 제품을 끊임없이 레트로하면서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 제품을 지속 소환하고 있는 거죠.

자신을 슈즈 콜렉터라고 소개하는 한 전문직 남성은 “가령 조던 인기 모델이 레트로 제품으로 부활하면 30~40대는 그 슈즈의 역사와 자신의 추억 등을 투영하는데 반해 10~20대는 디자인적 요소에 심취하고 누가 신었냐 얼마나 힙한가를 두고 고민한다”며 “같은 제품에 다른 정신이 투영되어 소비가 일어나는 것이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분석합니다.

◇구찌 라이톤·발렌시아가 트리플s ‘명품 어글리’ 문화에 동참해?!=‘저게 신발이야, 어글리지.’ 지난해 초 만해도 못생겨서 못 신겠다는 저 역시 작년 말 결국 어글리들에게 지갑을 열었습니다. 어글리, 대체 못 생겼는데 왜 인기일까요. 임승은 비쥬얼 디렉터는 “얼핏 보면 투박하고 촌스럽지만 스트리트 룩을 위해 어글리슈즈는 없어서는 안될 아이템으로 확고하다”고 설명합니다.

툭 튀어나온 아웃솔로 어글리 슈즈 열풍을 일으킨 발렌시아가 트리플s와 함께 젊은 층을 저격한 구찌 라이톤은 젊은 남성들에게 인기가 대단합니다. 용돈을 모아 사는 10대부터 엄마를 ‘협박’해 얻어내는 라이톤 대열에 합류하는 10~20대까지 패션업계에서는 이미 90만원 대 구찌 스니커즈와 100만원대 발렌시아가 어글리슈즈가 80만~100만원대 롱패딩을 제치고 등골브레이커로 우뚝 섰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롯데백화점 바이어는 “구찌의 신장률이 전년 대비 40% 인데 슈즈가 이를 상향한다”며 “특히 구찌의 구매 연령대가 상당히 낮다”고 귀띔했습니다.

현대백화점 역시 올 들어 4월까지 판매된 프리미엄 운동화(50만원 이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2.6%나 늘었습니다. 이 곳에서도 구찌 라이톤, 샤넬 퍼렐스니커즈, 발렌시아가 트랙 등이 두 자릿수 이상 성장했네요. 특히 어글리 슈즈 트렌드가 정착하면서 더 화려하고 독특한 컬러의 배색을 준 스타일, 요즘 압도적인 유행인 네온 컬러가 포인트인 스타일이 젊은 세대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아웃솔을 더 높이 올려 강조하거나 이중으로 만들고 컬러로 포인트를 주는 스타일이 핵심입니다.

임승은 비쥬얼 디렉터는 “명품 브랜드 양말이 15만~20만원대, 기본 티셔츠가 60만~70만원대 등을 고려하면 명품 슈즈는 평균 100만원 초반 대로 명품 세계에 들어서는데 있어 입문 아이템으로도 제격”이라며 “명품 슈즈를 통해 비교적 쉽게 트렌드를 즐기고 힙한 감성을 ‘티낼 수 있어’ 젊은 층의 행렬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힙하면서 상대적 가성비 ‘쩌는’ 오프화이트 폭풍 인기=명품 브랜드를 비집고 우뚝 솟은 브랜드는 단연 오프화이트죠. 오프화이트-컨버스는 지속적으로 한정판이 나오는 10~20대 열광요소를 지닌데다 가격대비 ‘알아봐 주는’ 효과가 높기 때문에 나왔다 하면 불티납니다. 리얼캠핑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죠.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지난 2월 나이키-오프화이트 Air Max90의 경우 구매할 수 있는 응모권 500장을 얻기 위해 젊은 남성들이 밤새 대기해 응모, 당일 완판 기록을 세웠습니다.

필립플레인이 새로 내놓은 ‘로우탑 스테이트먼트 스니커즈’와 크리스찬 루부탱의 화려하면서 과감한 디자인의 ‘옵티컬 일루젼 컬렉션’도 나오자마자 남성들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특히 옵티컬 일루젼 컬렉션은 팝아트와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예술)적 요소가 반영돼 걸어갈 때 마다 색이 변하는 것이 슈즈 하나로 크게 어필할 것으로 보입니다.

8년 전 ‘3초 슈즈’로 한창 떴다가 사그라든 아쉬도 어글리 슈즈로 다시 돌아왔군요. 지난해 아쉬의 스테디셀러 ‘어딕트’가 3차 리오더까지 진행하며 완판을 터뜨렸는데요. 이 같은 기세를 몰아 이번 봄·여름 시즌에는 ‘익스트림’을 내놓으며 완벽한 부활을 선언했습니다. 현대백화점 바이어는 “일반적인 스니커즈 상품의 소진율이 50~60% 수준인데 반해 명품 등 프리미엄 스니커즈 인기제품은 지난해 보다 물량을 30% 이상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재고 소진율이 80%를 넘긴다”고 혀를 두릅니다. 나를 위한 소비 트렌드가 모두 슈즈로 쏠리고 있나 봅니다. /생활산업부장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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