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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서치] 차별·편견 넘어 '아세안 인재 유치' 힘써야

■신남방과 '교육 협력'

김형종 연세대 교수·국제관계학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앞줄 가운데) 여사가 지난 3월 청와대 본관 입구에서 아세안 3개국 유학생 초청행사에 참가한 유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아세안! 사랑해요!”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신남방정책의 핵심가치 중 하나인 ‘사람 중심’을 실현하는 데 인적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 증진은 매우 중요하다. 직접 만나고 경험하며 배우는 과정은 서로의 편견과 오해를 최소화하며 상대를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는 16개 정책과제 중 세 번째 과제로 ‘신남방 지역 학생·교원·공무원 대상 인적자원 역량 강화’를 선정했다. 이를 통해 장학생 지원사업 및 대학생 초청연수 등을 통한 학생교류 및 공무원 연수 규모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아세안 한국판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설립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신남방정책 가속화를 위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지역 출신 인재 유입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현재 한국 내 전체 유학생 중 23%에 달하는 3만여명의 아세안 유학생 비중을 약 40%로 확대할 것을 목표로 한다.

아세안 내에서도 교육협력은 아세안 공동체 건설에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아세안 설립 이전에 동남아시아 정부 간 협의체를 처음 주도한 부처가 교육부였다는 사실은 교육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2017년 한국동남아연구소와 한국·아세안센터가 펴낸 ‘한국과 아세안 청년의 상호인식’을 통해 교육협력의 중요성과 과제를 가늠할 수 있다. 한국 유학 중인 대학(원)생 3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유학을 결정한 이유 중 장학금 혜택 등 경제적 이유를 꼽은 이가 46%에 달했다. 호기심이나 일자리를 얻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각각 27.0%, 6.8%에 그쳤다. 이는 정부의 장학금 지원이 아세안 인재들이 한국으로 유학 오는 절대적인 동기임을 의미한다. 앞으로 한·아세안 관계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교육 및 보건 분야 협력을 지목한 응답은 19.6%에 달해 경제협력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한·아세안 교육협력을 위한 재정적 기여는 환영할 일이다. 다만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수의 학생이 한국 정부와 유치 대학으로부터 장학금 혜택을 받고 한국에 왔지만 정작 유학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인상이 이전보다 나빠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20%에 달한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태국 유학생의 경우 나빠졌다는 비율이 각각 30.9%, 27.8%나 된다. 아세안 유학생들이 일상에서 겪는 차별은 이주노동자·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차별의 연장선에 있다. 이슬람 등 종교적 편견과 배려 부족도 이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부당함이다. 이러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은 비단 아세안 유학생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과 향후 직업적 전망은 아세안 유학생이 한국을 선택하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다. 미국·유럽·일본 등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덜 선호되는 한국의 교육지원체계 향상도 함께 추진돼야 할 것이다.



동남아를 대표하는 주요 대학들은 이미 국제화 수준이 매우 높고 매 학기 500~1,000여명의 외국 학생들을 교환학생으로 받고 있다. 미국·호주·유럽·일본 등과 다양한 형태의 쌍방향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교류 형태도 공동수업 진행, 사회문제 해결형의 팀 프로젝트 수행 등으로 실질적인 이해를 도모한다.

한·아세안 교육교류는 아세안 학생의 한국 유학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일방적 양상을 띤다. 반면 한국 학생의 아세안 경험은 소수의 선택된 학생들이 참여하는 일회성 봉사캠프나 공모전의 형태가 주를 이룬다. 그나마 베트남 등 몇몇 국가에 편중된다. 이러한 일방성과 편중현상은 동남아에 대한 우위적 관점 또는 교육을 경제협력 및 외교를 위한 개발협력의 수단으로 간주하는 것에 기인한다.

한국과 아세안 간 불균형적인 교육교류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아세안 대학과의 교환학생 프로그램 확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재 아세안 주요 대학과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교육부의 ‘캠퍼스 아시아 AIMS 사업’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동남아 주요 대학과 상호 교환학생을 교류함으로써 지역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도모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학기 중에 공동교과목을 운영하고 한·아세안, 나아가 지역협력에 대한 학습과 고민을 담는 프로그램도 고려할 수 있다. 학부과정에서 동남아와 아세안 관련 전공 확대도 절실하다.

신남방정책의 교육협력은 개인에 대한 장학금 제공에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안의 동남아에 대한 인식 개선에 기여해야 한다. 인식 전환을 위해서는 이에 적합한 수준의 지식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동등한 협력적 관계를 바탕으로 서로 이해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협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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