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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종교인과세] 합리성도 논리적 일관성도 없어 "엉망진창 종교인과세, 부끄럽다"

■각종 稅 특혜 받는 종교인
납세자가 기타·근로소득 중 선택
신고 방식도 원천징수 강제 안해
기타소득 신고해도 근로장려금 신청

  • 안의식 기자
  • 2019-07-30 17:39:00
  • 기획·연재
[무늬만 종교인과세] 합리성도 논리적 일관성도 없어 '엉망진창 종교인과세, 부끄럽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행돼온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세법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소득 구분의 합리성도, 논리적 일관성도 없다는 얘기다. 그는 “수십년간 세법을 다룬 사람으로서 부끄럽다”고까지 했다. 문제가 뭘까.

◇소득신고, 둘 중 하나 선택 가능=우선 종교인들은 종교인소득(기타소득)과 근로소득 중 하나를 선택해 신고·납부할 수 있다. 어떤 소득도 납세자가 이렇게 선택해서 신고하고 납부하도록 하는 경우가 없다. 종교계는 “종교인의 급여는 성직의 대가로 근로의 대가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기타소득의 한 항목으로 ‘종교인소득’이라는 새로운 세목을 만들었다. 기타소득이란 복권당첨금·현상금·원고료 등 일정하지 않은, 또는 어느 소득 구분에도 속하지 않은 ‘어쩌다 생긴 소득’을 말한다. 그래서 일부 성직자들은 기타소득의 한 부분인 종교인소득 신고를 거부한다. “나의 ‘성직의 대가, 근로의 대가’가 왜 ‘어쩌다 생긴 소득’으로 치부되는가”라는 반발이다. 경남 양산중앙교회의 정지훈 담임목사는 “목사 역시 근로의 대가로 급여를 받는 것”이라며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천주교는 사제들의 소득에 대해 지난 1993년 주교회의 결의를 거쳐 1994년부터 근로소득으로 신고·납부해오고 있다. 1960년대부터 소득세를 냈던 영락교회를 비롯해 그동안 자진 납세해오던 개신교 대형 교회들 역시 종교인 과세제도 도입 전에는 근로소득으로 신고·납부했다. 종교인소득으로 신고하면 경비로 인정하는 부분이 20~80%로 근로소득의 2~70%보다 높기 때문에 세금을 훨씬 덜 낸다.

◇비과세 종교활동비, 종교단체 스스로 정해=이번 종교인 과세제도에는 또한 비과세인 종교활동비를 종교단체 스스로 정할 수 있다. 종교단체가 정관을 만들거나 의결기구의 의결을 거쳐 종교활동비 규정을 만들면 지급기준 범위 내에서 모든 종교활동비가 비과세된다. 세부항목을 신고할 필요도 없다. 단 총액은 지급명세서에 적어야 한다.

세무신고 방식 역시 특혜다. 매달 원천징수를 할 수도 있고 연 두 번 반기별로 할 수도 있다. 원천징수를 안 하고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로 한 번에 정산할 수도 있다. 근로소득자들은 매달 원천징수가 강제다.

기타소득(종교인소득)으로 신고하면서도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점도 문제다. 근로장려금은 ‘근로’하는 사람들에게 더 열심히 ‘근로’하라는 의미로 주어진다. 하지만 종교인들의 대다수는 스스로 ‘근로소득’을 거부하고 종교인소득(기타소득)을 선택했다. 따라서 종교인소득으로 신고한 종교인들은 근로장려금 신청자격이 없다. 이게 논리적이다. 실제 처음에는 종교인소득으로 신고하는 경우 근로장려금 신청자격이 없었다. 하지만 종교계의 강력한 요청으로 기타소득 중 종교인소득으로 신고하는 경우에 한해 근로장려금 신청자격을 열어줬다. 소득의 성격, 세법의 논리적 일관성과 상관없이 좋은 것은 다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활동비 법인카드로 쓰면 신고 안 해도 돼=종교인 과세제도가 실시됐지만 종교단체에 대한 정부의 세무조사 권한은 종교인소득 부분에 한정된다. 계좌이체든, 현금지급이든 어떠한 형태로든 돈이 개인에게 넘어간 부분만 본다. 종교단체 재정에 대한 부분은 정부가 건드리지 않기로 약속했다. 종교단체의 법인카드 역시 ‘종교단체 재정’의 한 부분이다. 돈이 개인에게 흘러가지 않고 단체에서 단체로 바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액의 활동비를 쓰는 대형 교회의 담임목사나 대형 사찰의 주지스님이 법인카드로 활동비를 쓰는 경우 이들 종교단체가 정부에 신고할 의무도, 정부가 이 부분을 들여다볼 권한도 없다.

종교인소득은 국세청이 들여다볼 수 있다고 해도 바로 세무조사를 할 권한은 없다. 탈세 혐의가 있어도 먼저 종교단체의 자기점검과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바로 이런 점들 때문에 기재부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안의식기자 miracl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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