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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칼럼] 사드보다 더할 미국 중거리 미사일 배치 후폭풍, 대안은?

배치 적합한 亞 국가는 한국이 유일

사거리 제한 풀면 우리 기술로 가능

군사적 효용없는 지소미아는 파기를

한미동맹 강화, 美가 배려해야 할 때





문재인 정부가 딱하다. 사방이 막혔다. 우리가 봉착한 외교 안보 측면의 당면 과제에는 공통점이 하나 나온다. 문제를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이라는 흔적이 나타난다. 그럼에도 한국의 외교는 미국만 바라보는 천수답이 돼버렸다. 역대 정부를 통틀어 요즘처럼 미국에 아무 말도 못 하는 정부를 본 적이 없다. 돌파구가 없지 않다. 우리 하기에 따라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는 여지가 보인다. 안보 측면에서 한미일 3국의 이해관계가 교차할 지점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독도방어훈련, 미국 중거리 미사일 배치 등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모두 하나같이 골치 아픈 문제다. 지소미아는 파기하고 독도방어훈련은 연기하거나 비공식으로 실시하며 미군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는 조건을 살펴봐야 마땅하다. 주지하듯이 지소미아 체결 시점은 2016년 11월이다. 하지만 논의 시점은 보다 더 올라간다. 2010년부터 논의하다가 2012년 6월 비공개로 처리하려다 발각돼 무산된 적이 있다. 두 달 뒤인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은 돌연 독도를 방문해 정부 수립 이래 대통령 첫 방문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일본 왕에게 여느 대통령보다 더 고개 숙여 인사했던 MB는 독도 전격 방문 이벤트로 바닥을 기던 지지율을 끌어올렸으나 한국이 치른 대가는 컸다.

미국에서는 ‘한국이 제정신이냐’는 극단적 언사까지 나왔다. 한국을 무시하는 태도가 이때부터 노골적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바뀐 대통령에게 이전 정부의 잘못을 풀도록 다그쳤다. 박근혜 정부가 한일 위안부협정과 지소미아를 마냥 좋아서 체결했을까. 미국은 이 과정에서 한국인의 기본 정서를 경시하는 우를 범했다. 미국의 종용으로 맺은 협정으로 박근혜 정부가 국민적 반감을 불러일으켜 중도 퇴진했다면 미국도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로서는 잘못된 한일 위안부협정의 교정이 당연한 것이다. 일본 아베 정권은 한국 사법부의 판단을 보복의 명분으로 삼았지만 그 배후에 위안부협정을 둘러싼 갈등이 있다는 점은 명약관화다. 우리 정부의 기대와 달리 한일 갈등에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재하지 않은 것도 이런 분위기의 연장이다.



지소미아를 파기하자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군사적으로 큰 효용이 없다. 정보 교류 건수가 말해준다. 둘째, 오래전부터 잘못된 흐름을 바로 잡는 상징이 될 수 있다. 다만 파기의 약발은 미지수다. 때를 놓친 탓이다. 지소미아는 미국에 중요한 것이고 정부가 일찍부터 강력한 결기를 밝혔다면 미국이 움직였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나올 수 있으나 나빠져도 지금보다 얼마나 나빠질까. 독도방어훈련은 연기하거나, 하더라도 로키(low key)로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광복절 대규모 훈련설, 해병대 배치설도 나오지만 MB의 실책을 반복하는 꼴이다.

미국이 배치하고 싶다는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아시아 국가는 어디일까. 거리상으로 호주나 괌은 어림없고 한국 아니면 일본이다. 하지만 일본은 어림도 없다.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체결된 이유는 소련이 개발한 SS-20 미사일에 맞서 미국이 퍼싱 Ⅱ 미사일을 서독에 배치하려던 경쟁에 있다. 서독을 비롯한 유럽 각국의 대규모 시위로 배치는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세계 유일의 피폭 국가인 일본이 쉽게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미국제 중거리 미사일을 수용할 수 있을까. 정권 퇴진을 각오하지 않는 한 힘들다. 남는 건 한국뿐인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이상의 논란이 불가피하다. 미국이 만약 중국만큼 우리 물건을 사준다면 기꺼이 찬동할 수 있다. 한국의 경제적 사활이 걸린 문제를 가볍게 여기지 않길 바란다.

정 배치하고 싶다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한국에 대한 미사일 제한을 풀면 그만이다. 사거리 800㎞ 제한이 없어지면 우리 기술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북한이 연일 쏘아대는 미사일을 ‘작은 것’으로 여기는데 한국에 못 풀어줄 이유가 없다. 전문가마다 최근 난국을 푸는 열쇠로 한미동맹 강화를 주장한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동맹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방위비 분담금도 올리고 일본은 거부 의사를 밝힌 호르무즈해협에도 파병할 태세인데 한국이 미국에 해줄 게 또 뭐가 있을까. 진정 동맹 강화를 원한다면 미국이 한국을 배려해야 할 때다. 중거리 미사일 배치, 해외 파병을 거들지 않을 게 뻔한 일본을 위해 미국은 한국을 경시하는 우를 범하지 마시라. 한국도 미국도 실수를 반복해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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