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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시장 80%를 장악했던 日 업체들이 몰락한 이유는?

과잉품질 및 과잉성능에 집착해 시장 흐름 놓쳐

삼성은 마케팅 및 시장조사 통해 적절한 제품 공급

원가 경쟁력도 삼성이 크게 우위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았던 일본 업체들은 왜 21세기 들어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한국 업체에게 왕좌를 내줬을까. 일본 히타치 제작소 연구원 출신인 유노가미 다카시는 자신의 저서 ‘일본 반도체 패전’에서 ‘과잉품질 및 과잉성능’을 꼽는다. 한때 D램 시장의 80%를 차지했던 일본 업체는 2013년 일본 엘피다메모리가 미국 마이크론에 인수되며 사실상 모든D램 사업을 접었다. 이 때문에 일본은 최근 수출규제로 문제가 된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등의 기초소재와 도쿄일렉트론으로 대표되는 공정 장비 정도에서만 큰소리를 낼 뿐이다.

저자는 일본의 경우 반도체 생산시 고품질과 극한기술에 초점을 둔 반면 한국과 대만 업체는 수율 및 비용에 중점을 둔 것이 현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 같은 일본의 기술 집착은 1980년대 미국을 제치고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1위에 올라서는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1970년대에는 인텔이 D램을 발명하며 미국이 관련 시장 패권을 쥐었지만 히타치, 도시바, NEC, 후지츠, 미츠비시 등이 D램에 주력하자 미국을 제치게 된다. 특히 일본은 당시 가장 큰 시장이었던 대형컴퓨터(메인프레임)용 D램 시장에 주력하며 1위를 차지한다. 당시 메인프레임용 D램은 25년 가량의 보증기간을 요구할 정도로 엄격한 품질이 요구됐다.

반면 1980년대 후반 PC 시대가 도래하며 수율과 생산성에 초점을 맞춘 한국업체들이 비상한다. 한국은 3년 보증 PC용 D램을 값싸게 시장에 내놓은 반면 일본은 여전히 고품질에 집착해 1998년 시장 1위를 한국에 내주고 만다. 대형 컴퓨터 시장에서는 일본 업체 점유율이 높았지만 PC 시장에서는 낮은 가격 경쟁력 때문에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특히 일본 업체들은 설비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에 집착한 반면 한국은 기존 장치를 보다 길게 사용케 하는 요소기술, 적은 마스크 및 공정수로 생산기간을 줄인 인티그레이션 기술, 높은 수율이 가농토록 한 생산기술에서 앞서 있었다는 평가다.

특히 설비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 부담이 일본이 압도적으로 컸다. 2004년기준 메모리 반도체 비용 구조를 보면 전공정에서는 △재료비(5%) △노동비(5%) △변동경비(9%) △감가상각비(40%) △기타비용(12%)이 후공정에서는 △패키지재료(2%) △인건비 변동비(4%) △감가상각비 및 고정비(23%) 등이 각각의 비용을 차지한다. 관련 수치에서 나오듯 반도체 장비의 감가상각비가 전체 비용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우수한 인력풀도 가격 경쟁력 강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셈이다.





저자는 일본업체와 인텔의 경우 공정 과정 시 방점을 두는 부분도 다르다고 지적한다. 일본 업체는 공정 구축시 반도체 성능 향상을 최우선으로 하는 반면 인텔은 세트 원가를 보고 반도체 원가 및 가격 등을 결정해 공정을 구축한다. 즉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가격의 제품을 인텔이 내놓는 반면 일본 업체들은 고품질의 제품이 수요를 창출할 것이란 그릇된 신념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일본은 또 개발부서와 양산부서가 분리돼 있으며 개발부서가 훨씬 우대받는 환경인 반면 인텔은 이들을 동등하게 대우하며 당연히 수익이 없으면 인센티브도 주지 않는 구조다. 특히 삼성의 경우 개발과 양산 부서로의 이동이 자유로우며 수백여명의 전임 마케터 등이 현지 시장에서 어떤 반도체를 무슨 용도로 만들면 좋을 지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전략마케팅 팀에 보고한다. 특히 가장 우수한 인재는 연구보다는 마케터로 발령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 맞춤한 제품을 값싸고 빠르게 내놓는 삼성을 일본업체들이 따라갈 수 없는 셈이다.

저자는 일본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합병 등의 공격적 경영 판단을 내렸지만 이 또한 조직 융합의 어려움으로 실패했다는 입장이다. 1993년 후지츠와 AMD가 합작사 스팬션을 설립했으며 1999년에는 NEC와 히타치가 엘피다 메모리를 설립했다. 2002년에는 NEC 일렉트로닉스가 분사했으며 2003년에는 히타치와 미쓰비시의 시스템온칩(SoC) 합작사 르네사스테크놀로지가 설립된다. 2008년에는 후지츠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분사가, 2009년에는 엘비다메모리와 대만 메모리 3개사 간의 협의가, 2010년에는 NEC일렉트로닉스와 르네사스 테크놀로지 간의 경영 통합 등이 진행됐다. 특히 2001년에는 12개 일본 업체와 삼성전자 1곳이 참여한 반도체첨단테크놀로지(Selete·아스카프로젝트)가 결성됐는데 타 업체들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반면 삼성전자는 알루미나 옥사이드·하프늄옥사이드 성막 방법을 D램 커패시터 절연막에 적용하는 성과를 낸다. 한때 ‘패스트팔로어’였던 삼성이 ‘초격차’ 전략을 펼칠 수 있는 도움닫기 역할을 일본 업체들이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해 준 셈이다.



저자는 NEC와 히타치간 통합으로 설립된 엘피다메모리의 실패와 관련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경영자 부재 △투자금을 모회사에 의존해 낮은 자치권 △기술 혼란을 막기 위한 흡수 합병 등의 대체 전략 부재 등을 꼽았다. 저자는 “일본 반도체 업계의 저수익 구조는 1980년대 중순 일본 반도체의 황금 시대부터 변하지 않는 모습”이라며 “일본 반도체 업계가 과잉기술, 과잉품질이라는 병이 있음을 깨닫고 스스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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