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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안 통과]66년 숙원 ‘수사권조정’ 풀어낸 경찰…“자율·책임수사” 기대 속 ‘경찰공화국’ 우려도

검경 ‘상하·수직적’ 관계서 ‘대등·협력’ 관계로 탈바꿈

수사·기소분리로 책임소재 명확…이중조사 방지 효과

경찰수사 감시·통제 공백으로 부실수사·권한남용 우려

재수사 요구·영장 이의제기 등 초기 검경 힘겨루기 예상

검경 수사권 조정안 주요 내용.




경찰이 지난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6년 만에 독자적 수사권을 확보하면서 검경의 새로운 관계정립은 물론 기존 수사체계에도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으로 온전한 수사주체로 거듭나면서 자율적이고 책임감 있는 수사가 가능하게 됐다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면 경찰수사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경찰공화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제도 시행 과정에서 검사의 재수사 요구와 경찰의 영장 이의 제기 등 검경의 힘겨루기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56만명 불안정지위 해소 기대=13일 국회를 통과한 수사권 조정안에 따르면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는 대신 경찰은 1차적 수사권과 종결권을 가지게 된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와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로 한정된다. 대신 검찰은 기소권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찰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 법령위반이나 인권침해 등 경찰의 수사권 남용 시 시정조치와 징계요구권 등 통제장치를 가진다. 경찰 역시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경우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사의 증거능력도 제한된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을 통해 그동안 억울하게 형사사건에 연루된 국민이 조속히 누명을 벗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이 검찰에 보내졌지만 앞으로는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한 사건은 검찰에 송치 없이 종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단계에서 1차적으로 수사종결이 이뤄질 경우 연간 약 56만명에 달하는 사건관계인의 불안정한 지위를 조기에 해소할 수 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2017년 연 평균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관계인은 약 161만명, 이 중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인원은 56만명이다. 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56만명 가운데 검사가 기소한 경우는 0.55%(3,089명)에 불과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미한 사건의 경우 경찰에서 바로 마무리할 수 있어 국민불편과 경제적 손실도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중조사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간 최대 1,500억원에 달한다는 연구논문도 있다. 또 지금까지는 부실수사 논란 시 검경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국민이 피해를 입었지만 수사·기소 분리로 이의제기 대상이 명확해지면 소송을 통해 법적구제를 받을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룡 경찰’ 우려 속 잡음 불가피=수사권 조정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게 사실이다. 경찰 수사에 대한 감시와 통제의 공백이 생기면 경찰이 입맛에 따라 사건을 축소·은폐할 수도 있다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검 관계자는 “국회에 (검찰) 의견을 충분히 피력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경찰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약화되면 경찰공화국이 될 우려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버닝썬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경찰은 일명 ‘경찰총장’으로 불리던 윤규근 총경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만 적용해 송치했지만 검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 뇌물수수혐의로 구속하면서 부실수사·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처럼 비대해지는 경찰이 정권의 충견으로 전락해버릴 경우 그 위험성은 상상 이상이다. 지난해 뒤늦게 진범이 드러난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에서 보듯 국민들은 여전히 경찰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은 “인권침해 등 경찰 수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국민 불신이 여전히 큰 만큼 경찰 감시·통제장치와 같은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의식한 듯 민갑룡 경찰청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수사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감시를 확대하고 사건 접수부터 종결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촘촘한 통제장치가 작동해야 한다”며 “경찰수사 과정에서 오류나 과오가 없도록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장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검경의 초기 마찰은 불가피해 보인다. 경찰과 검찰이 각각 수사권 조정의 정당성과 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주어진 무기를 최대한 활용해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들을 면밀히 들여다보며 재수사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송치된 사건에 대해서도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반면 경찰은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경우 영장심의위원회를 통한 이의 제기로 맞설 수 있다.

이날 대검은 국회에서 수사권이 통과된 직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검찰총장은 ‘수사권조정에 관한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이고, 공직자로서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형사법집행에 관한 검찰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국회에 충실한 의견을 드리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김현상·손구민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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