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치매안심센터 등에서 이뤄지는 치매 예방 프로그램에는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들지요. 어르신과 교감이 가능한 ‘반려 로봇’이 적은 돌봄 인원으로도 치매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입니다.”
로봇 제작 스타트업 와이닷츠의 윤영섭(31·사진)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어르신 눈높이에 맞게 간단한 대화와 동작을 유도하는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춰 로봇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와이닷츠의 로봇 ‘피오’는 앵무새 캐릭터의 로봇과 하단에 둥지를 표현한 지지대로 이뤄져 있다. 로봇에는 마이크와 카메라·LED 등이 내장돼 있고 소형 모터로 다양한 동작도 구현한다. 음성인식 기능이 있지만 보통 인공지능(AI)이 부정확한 발음에 대한 인식률이 낮은 탓에 실제 현장에서는 인사말 정도나 간단한 대화만 구사한다. 윤 대표는 “자유로운 대화 기능도 중요하지만 우선 전국의 치매센터·데이케어센터·복지관에서 교구처럼 활용되도록 콘텐츠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콘텐츠는 경도 인지 장애나 치매 초기 어르신이 2인 1조를 이뤄 로봇과 태블릿PC를 이용해 앵무새 캐릭터를 돌보는 내용의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다. 로봇이 어르신에게 교구용 옷을 입혀 달라고 하거나 태블릿에서 애벌레를 잡아 달라고 요청하고 어르신이 이를 해결해 주는 식이다. 어르신들은 알을 깨고 나와 앵무새로 크는 과정까지 약 30여 가지의 콘텐츠를 3개월에 걸쳐 접하게 된다.
윤 대표는 “이를 통해 인지력 향상은 물론 자신이 다른 대상을 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자존감도 높아진다”며 “실제 지난해 서울 동대문구 치매안심센터와 공동 진행한 인지 검사 연구에서 6주간 피오를 경험한 어르신들의 이름 대기 능력, 삽화 기억, 자아존중감 등의 수치가 모두 상승했으며 특히 우울감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구로구 치매안심센터에서 피오가 처음 프로그램에 쓰인 후 현재까지 보급된 곳은 서울·경기 지역 치매 센터, 복지관, 실버타운 등 20여 곳에 이른다. 그는 “반려 로봇과의 교감을 경험한 후 평소 치매 센터를 꺼리던 어르신들의 출석률이 높아질 정도로 호응이 크고 프로그램 재참여 의사도 높다”며 “내년에는 병원에도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치매 환자 증가에 따른 사회적 의료·돌봄 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반려 로봇을 이용한 사전 예방 프로그램이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최근 펫 테라피(동물 매개 치료)가 주목받고 있는데 현실적 문제로 동물을 키울 수 없는 노인들에게도 로봇은 반려동물을 대체할 수단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공주대에서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한 윤 대표는 서울대에서 교류 학생이었던 당시 로봇 강의를 수강하며 ‘앵무새 로봇’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고 졸업 이듬해인 2017년 와이닷츠를 세웠다.
그는 “2~3년 내 어르신을 위한 가정용 로봇도 내놓겠다”며 “인간을 위한 서비스를 고민하고 경제·사회적 가치를 재창출하는 소셜벤처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