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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적 낙태’에 건강보험 적용?…정부·여당-의료계 논란

정부·여당, 관련 법령 고쳐 적용 추진하자

산부인과의사회 “질병·부상 아니다" 반대

“외국에선 비급여…현 수가도 너무 낮아”


“보건복지부가 인공임신중단(낙태) 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되 (일반 급여항목과 달리 50%·80% 등) 높은 본인부담률을 적용하는 선별급여 방안을 검토 중인 것 같습니다. 또 임신중절수술에 매겨진 건강보험 수가(현 9만7,300원)를 의료기관들이 받는 ‘관행수가’ 수준으로 대폭 인상하지 않고 수술 전후 5만원씩의 상담료를 신설할 모양입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낙태에 대한 형사처벌을 규정한 형법 조항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지난해말 효력을 잃음에 따라) 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 등과 최근 여러 차례 이 문제를 논의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달 8일 '낙태죄' 개정 관련 공청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날 수술·약물에 의한 낙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자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근거로 “낙태는 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질병·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적 논리와 "현행 모자보건법에 명시된 합법적 임신중절수술을 받는 여성도 건강보험 수가가 너무 낮아 이 수가로 수술해주는 병·의원을 찾아 헤맬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들었다.

의사회는 이날 대한의사협회에 제출한 의견에서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는 건강보험법의 목적(제 1조)인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합법적 의료 서비스인 미용성형 수술과 마찬가지로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권인숙 의원은 “(낙태죄 처벌조항 효력 상실에 따라)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단과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려면 약물·수술에 의한 인공임신중단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건강보험당국은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는 임신중절수술에 한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임신 24주 이내이고 본인이나 배우자의 유전성·전염성 질환, 강간·준강간에 의한 임신,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인척 간 임신,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는 경우다. 이런 사유로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요양급여 지급을 청구한 임신중절수술은 2015년 5,669건에서 2019년 3,167건으로 줄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낙태죄 없는 2021년 맞이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대부분 음성적으로 수술이 이뤄진다. 비용은 대개 임신주수당 10만원씩 늘어난다. 임신 4주면 40만원, 10주면 100만원을 받는 게 관행이라고 한다. 건강보험 수가의 4~10배가 넘는다.

김 회장은 “연간 10만건 안팎의 약물·수술 낙태가 이뤄지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임신 4~6주를 넘겨 약물 낙태를 할 경우 죽은 태아 등이 자궁에 남아 있는 ‘계류 유산’ 상태가 돼 (자궁 내 임신 산물을 흡입기로 배출시키는) 소파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소파술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도 9만7,300원에 불과해 수가체계를 전반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10만건당 평균 50만원의 건강보험 수가·상담료가 들고 본인부담률이 50%라면 본인부담을 뺀 건강보험 재정 부담만 연간 250억원 규모인데 희귀질환자들에게 고가의 약값을 건강보험에서 부담해줄 수 있는 큰 금액이다. 외국에서도 건강보험의 영역이 아니다. 어느 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게 바람직한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자연유산(낙태) 유도 의약품이 없다. 해외에서는 '미프진'이라는 약을 쓰고 있지만 해외직구를 통한 수입은 약사법에 따라 금지돼 있다. 정부와 국회는 합법적인 낙태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 건강보험을 적용할지 등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이런 내용을 담은 여러 모자보건법과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임웅재 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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