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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째 1,000원 백반집 "투잡 스리잡까지 뛰며 버팁니다"

■김윤경 해뜨는식당 대표 인터뷰

모친 돌아가신 후 가족 반대에도…광주 대인시장서 손해 보며 장사

매달 200만원 적자 메우려 보험영업에 편의점·만두가게 알바까지

'식당에 올인' 결혼·노후도 포기…주변 도움에 큰 힘 "부족하니 채워져"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시장에 위치한 해뜨는식당에서 1,000원에 제공하고 있는 백반 메뉴. /광주=송영규 선임기자




“1,000원만 받고 식당을 운영하다 보니 매달 200만~300만 원씩 적자가 쌓이더군요. 빚은 늘어가고…. 식당을 유지하기 위해 ‘스리(3)잡’을 뛰기도 했습니다.”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시장에서 대를 이어 11년째 1,000원짜리 백반을 제공하고 있는 김윤경(47) 해뜨는식당 대표는 1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가격을 올리지 않는 것은 “돈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해뜨는식당은 김 대표의 어머니 고(故) 김선자 씨가 가난한 노인 등 취약 계층을 위해 단돈 1,000원만 내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지난 2010년 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2015년 3월 이후 지금까지 예전 가격 그대로 받으며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올 3월에는 광주시에서 주는 시민 대상을 받기도 했다.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식당을 내가 물려받아 하겠다고 했을 때 ‘언제까지 손해만 보는 밥집을 할 수 있을 것 같냐’며 온 가족이 반대했다”고 회고했다. 그가 마음을 바꾼 것은 어머니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네가 그냥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유언처럼 남겼고 김 대표는 이를 거절하지 못했다.

그는 식당을 하는 것이 ‘봉사가 아닌 일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김 대표는 “6년 넘게 일을 하다 보니 이제 이게 없으면 내 자신에게 나태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남들은 결혼해서 가족을 꾸리는 것이 걱정이지만 나는 ‘내일 어떤 반찬을 내놓지’ 하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사명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여기 오시는 어르신들은 멀리 1시간씩 지하철을 타고 오기도 하고 병원 갈 때 들러서 저녁까지 사가기도 한다”며 “식당을 닫으면 하루 80~120명의 어르신들은 갈 곳을 잃는다”고 설명했다.



김윤경 해뜨는식당 대표가 도움을 준 후원자들의 명단 앞에서 1,000원짜리 백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광주=송영규 선임기자


식단은 밥과 국, 그리고 3가지 반찬. 기자가 찾았을 때는 우거지된장국과 김치·무채·볶음김치가 반찬으로 나왔다. 임대료·유지비 등을 포함하지 않더라도 1,000원으로는 절대 남길 수 없는 장사다. ‘착한 식당’이 아니라 ‘손해 보는 식당’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많은 사람들이 가격을 올리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들을 하는 이유다. 그러나 김 대표의 대답은 ‘아니오’다. “올린다고 해봐야 1,000~2,000원 더 받는 건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윤을 내려고 했다면 어차피 그 정도로는 불가능합니다.”

대신 몸이 부서져라 일한다. 김 대표는 보험사에서 근무한다. 일하는 시간은 오전 11시 이전과 오후 3시 이후. 오전 회의나 교육을 받다가 식당 일 때문에 뛰어나오기가 부지기수다. 그뿐만 아니다. 그는 “친구 만두 가게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스리잡을 하기도 했다”며 “지금도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에는 편의점으로 아르바이트를 나가고는 한다”고 말했다. 일요일이면 종일 잠을 자고 매일 몸이 쑤실 수밖에 없다. 물론 번 돈은 대부분이 식당 적자를 메우는 데 쓰인다.

김윤경 해뜨는식당 대표가 식당 일을 마친 후 보험사에 출근하기 위해 급하게 설겆이를 하고 있다. /광주=송영규 선임기자


식당을 하면서 포기한 것도 많다. 김 대표는 ‘솔로’다. 선을 보기는 했지만 만나는 사람들마다 ‘식당 언제까지 할 것이냐’고 묻는다. “나도 모르겠다”고 답하면 그다음이 없다. 얼마 전에는 회사에서 팀장을 제의했지만 거절했다. 그는 “하루는 보험사 지점장이 몸도 아픈데 팀장으로 나가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를 했다”며 “승진을 하면 시간을 많이 빼앗기기 때문에 수락할 수 없었다”고 거절 이유를 밝혔다. 노후 준비에 대해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해야 되는데…”뿐이었다.

그나마 김 대표를 버티게 한 것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다. 3년 전 현재의 자리로 식당을 옮길 때 자신이 근무하는 보험사가 리모델링 비용 1,200만 원을 대신 내줬다. 냉장고 등 식당 운영에 필요한 제품들을 구입할 때는 한 대기업의 도움을 받았고 한 공기업에서는 3년 넘게 도시가스비를 대신 지불하고 있다. 식당에 대한 소문이 나면서 얼마 전에는 전국에서 지원금과 물품들이 쏟아져 오기도 했다. 그는 “고비가 닥칠 때마다 많은 이들이 도움을 주고는 한다”며 “부족하면 채워지더라. 나보고 식당을 계속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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