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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3.0체제 전환 지지부진…우주전담기구(스페이스 에이전시) 서둘러야"

[항공우주학회 '우주정책 포럼']

과기부에서 관련 정책 맡고 있지만

위상 낮고 전문성·독립성 떨어져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 설치로

R&D 중심의 우주개발 사업 넘어

국제협력·우주상업화 적극 나서야

한국항공우주학회가 17일 제주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우주정책 포럼’에서 방효충(왼쪽부터) 항공우주학회장,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 황진영 항공우주시스템공학회장, 최기혁 한국우주과학회장,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문희장 한국추진공학회장, 조황희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장, 송경민 우주기술진흥협회장,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차기 정권에서 스페이스 에이전시(우주 전담 기구)를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항공우주학회




“국제 협력과 우주 활용에 나서는 우주(Space) 3.0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기 위해서는 대표성·독립성·전문성을 갖는 스페이스 에이전시(우주 전담 기구)가 필요합니다. 현재는 우주 관련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존재감이 없어요.”

탁민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17일 한국항공우주학회가 제주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우주정책 포럼’에서 “기획·예산 등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스페이스 에이전시를 만들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서 우습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국제 우주대회에 나가보면 우리나라의 스페이스 에이전시가 과학기술정통부인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인지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천문 연구라는 우주 1.0 체제는 넘어 군사력 증강과 국민 자긍심 고취라는 우주 2.0 체제의 끝 무렵에 있다”며 “이제는 민간 주도 국제 협력으로 변환이 필요하다. 범부처 스페이스 에이전시를 신설해야 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 현재 과기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실 거대공공연구정책과(5명)와 우주기술과(4명)에서 우주를 맡고 있으나 위상이 낮은 데다 잦은 순환보직으로 인해 우주 3.0 체제를 준비하기에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현 체제로는 미국처럼 상업화를 가속화하는 우주 4.0 체제는 꿈꾸기 힘들다는 말도 했다.



탁 교수는 “우주를 연구개발(R&D)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돈을 버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미국 등 해외처럼 기업들에 분야별로 인건비와 이윤을 보장하며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민간 기업의 상업 활동을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하되 항우연은 재사용 발사체, 유인 우주비행 등 선행 연구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주상업화는 미국·유럽이 앞서고 일본·러시아·인도가 뒤따르는 형국”이라며 “현 체제가 지속되면 국가 경제 성장 동력 발전 기회를 상실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금 시스템으로는 우주탐사와 자원 개발을 위한 국제 협력이 쉽지 않고, 위성과 발사체 쪽에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이 없고, 기업은 국가 R&D 개발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과기부와 항우연이 최근 누리호(한국형 발사체) 발사를 통해 국민 자긍심을 높였으나 국제 협력과 상업화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장기 비전이 결여돼 어떤 사업을 하면서 다음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기부는 리더십의 한계가 있고 피상적인 상업화 전략을 편다. 항우연은 자율성이 없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이들 모두 우주 분야에서 국제 협력할 방법을 잘 모른다”고 했다.



한국항공우주학회가 17일 개최한 ‘우주정책 포럼’에서 탁민제(왼쪽 네 번째) KAIST 교수 등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항공우주학회


이 자리에서 방효충 한국항공우주학회장은 “기존 개발 사업 중심의 우주개발에서 글로벌 스탠더드 관점에서 우주개발에 대한 전체 전략과 비전을 담을 수 있는 종합적인 추진 체계에 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리 우주개발은 최근 누리호 발사를 계기로 R&D에 머무르던 단계를 넘었다. 국방 우주개발이 시작되는 내년 이후에는 우주개발 계획 사이에 이해 충돌이 예상된다”며 “우주개발 전담 기구는 이해 조정은 물론 산업 발전에 전념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스페이스 에이전시와 같은 정부 조직 개편은 지금이 최적기다. 대선 시즌에서 우주전문가뿐 아니라 정부, 국회, 대선 주자들을 포함해 진지하게 종합 토론을 해야 한다”며 “범정부를 아우르는 우주개발 전담 기구를 설립하지 않으면 우주개발과 상업화 측면에서 절호의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는 “우주는 경제·국방의 첨병이자 인프라로 우주개발, 성장 동력, 안보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우주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며 "현재 주요 20개국(G20) 중 우리나라만 우주 전담 기구가 없다”고 지적했다. 송경민 우주기술진흥협회장은 “현재의 거버넌스가 해외와 같이 개선된다면 국내 우주기업들이 더 활발한 사업을 추진하고 자체 기술을 축적해 해외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희장 한국추진공학회장은 “국가 우주정책이 그동안 R&D와 우주산업 분야에 집중되었다면 이제는 국방과 외교안보 분야로 뻗어 나갈 환경이 조성됐다”며 “우주기술 관련 종사자들이 범부처를 아우르는 강력한 우주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널리 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종암 차기 항공우주학회장은 “우주 전담 기구를 설립할 때 국내 우주산업체의 기술적 애로 사항을 해결하고, 국제 공동 연구를 위한 비전이나 전략을 종합적으로 수립하고, 특단의 우주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학회가 17일 개최한 ‘우주정책 포럼’에서 많은 참석자들이 패널들의 토론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 제공=항공우주학회


황진영 항공우주시스템공학회장은 “중복 투자 방지와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대통령 직속의 상설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우주개발 거버넌스의 개선을 논할 때 정부 조직뿐 아니라 연구 기관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항우연이 현재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로 돼 있는데 스페이스 에이전시의 직속 기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기혁 한국우주과학회장은 “스페이스 에이전시는 여러 기관들을 통합 조율하는 기능과 함께 연구 기능이 각 분야로 분산돼 있는 출연연구회 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통합적 우주연구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조황희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장은 “지금까지의 R&D 중심의 우주개발에서 우주상업화·안보와 같은 활용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미래 우주개발 철학과 지향 목표가 수렴돼야 한다”며 “그다음으로는 이를 실천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법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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