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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한 건에 수천 억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의 세계…코로나에 '초호황'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전경./연합뉴스




수천억 원짜리 건물의 거래는 어떻게 이뤄질까. 근처 부동산에 가 적당한 매물을 찾으면 인감도장을 찍는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와는 다르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건물을 살 사람을 찾는 일부터 거래 대금을 받는 일까지 난관의 연속이다. 매수자 입장에서도 건물을 너무 비싸게 사는 것은 아닌지, 미래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을지 판단하기 어렵다. 설령 대기업일지라도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이다.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이 하는 일은 단순하게 정리하면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을 이어주는 일’이다. 각기 다른 부동산의 특성을 파악해 살 만한 사람에게 매수를 제안하고 거래를 성사시킨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부동산, 이를테면 데이터센터를 갖춘 도심 오피스 등을 찾아 거래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이들이 다루는 물건은 서울 도심의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부터 물류센터, 토지까지 상업용 부동산 전체를 아우른다.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급변하는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고 코로나19로 온라인 비즈니스가 가속화되며 새로운 부동산을 찾는 기업도, 기존 부동산을 파는 기업도 늘었다. 이 변화의 흐름 중심에 있는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이 있다. 세계 100여 곳 이상에 지사를 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글로벌 기업 CBRE다.

부동산 매입·매각부터 임대차 자문·관리·가치 측정까지


CBRE의 업무는 여러 갈래로 나뉜다. 앞서 설명한 부동산 매각·매입 업무를 담당하는 곳은 ‘캐피탈 마켓' 부서다. 오피스 빌딩·대형 마트·호텔·물류센터·토지 등의 자산을 주로 자산 운용사나 부동산 개발업체(디벨로퍼)에게 매각한다. 임대차 자문 서비스도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 어떤 임차인을 받아야 할지, 주변 시장을 고려했을 때 임대료는 얼마로 책정하는 것이 좋을지 의사결정을 돕는다. 임차인에게도 원하는 공간을 찾도록 도와준다. CBRE는 이외에도 자산 가치 측정과 자산 관리 서비스, 컨설팅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한 마디로 부동산과 관련된 모든 일을 한다.

그럼에도 CBRE 내에서 부동산 매입·매각 주관 업무 중요도는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그렇다. 올해 CBRE 코리아 캐피탈 마켓 부서가 주관한 거래액은 약 7조 4,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2년 전 기록한 약 3조 3,000억 원의 배 이상 된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도 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조사 기업 리얼 캐피털 애널리틱스(Real Capital Analytics) 추산에 따르면 CBRE 코리아 캐피탈 마켓 부서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50%를 넘는다. 지난해 기록한 30%가량에서 약 20%포인트 늘었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과 올해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 흐름에 대해 듣기 위해 이달 초 CBRE 코리아 본사를 찾았다. 인터뷰에는 최성현 CBRE 코리아 캐피탈 마켓 부서 전무와 부서 내 각 팀을 담당하는 임원 5명(이지현 물류팀 상무, 양승재 중소형투자팀 상무, 박준호·김태윤 기관투자팀 이사, 탐 진스 아웃바운드팀 이사)이 참여했다.

CBRE 코리아 캐피탈 마켓 부서 임직원./자료제공=CBRE


코로나19에 물류센터 거래 급성장…토지·건물 거래도 활발


올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정의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물류’다. CBRE 코리아는 12월 종료되는 거래를 포함해 올 한해 총 10건의 물류 자산을 매각했다. 내년 상반기 매각을 목표로 준비 중인 자산도 4건 있다. 이 4개 자산 가치를 합치면 규모가 1조 3,000억 원가량이다. 이지현 물류팀 상무는 “물류센터 당 가치가 4,000억 원에 달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전에는 나오지 않는 대형 거래가 다수 나올 만큼 국내 물류센터 거래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류센터 거래 증가의 배경으로는 코로나19가 꼽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소비가 주목받자 전자상거래 업체가 급속도로 성장하며 많은 물류센터 면적을 수요하게 됐다. 택배 업계 등에서도 라스트 마일(근거리 배송) 서비스가 성장하며 물류센터 구성을 바꾸거나 새로운 거점을 필요로 하는 등 환경이 변화했다. 이에 CBRE 코리아는 미래에셋이 소유한 물류센터 5개를 묶어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매각하는 등 변화에 빠르게 발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개발 인허가가 최근에 난 센터를 매각하는 사례도 다수 있었다. 아직 준공되지 않은 건물의 거래가 활발히 이뤄질 만큼 국내 물류센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산업 지형이 바뀌며 호텔이나 마트 등의 매각도 활발해지고 있다. CBRE는 지난해와 올해 쉐라톤 팰리스 강남호텔과 명동 티마크 호텔 등의 매각을 주관했다. 다수의 대형마트 매각 건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업계가 위축되고 비대면 소비가 활성화되며 이들 매물이 시장에 다수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언급된 두 호텔은 본래 용도와는 다르게 주상복합과 오피스 건물로 재개발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일상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코로나19가 부동산 시장의 지형 또한 바꾸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 2년 국가 간 이동이 크게 제한된 상황에서 CBRE가 해외 자산 거래 부문에서 낸 성과다. CBRE 코리아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시애틀에 자리한 대형 오피스 빌딩 세이프코 플라자(Safeco Plaza)와 독일 RWE Campus 등 거래의 주관사로 나서 총 1조 원이 넘는 규모의 매각 건에 관여했다. 시애틀 세이프코 플라자는 기존 국내 기업이 투자했던 자산을 해외 투자자에게 되판 경우다. 최성현 전무는 “국가 간 여행이 제한된 상황에서 CBRE가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시애틀 세이프코 플라자를 미국 기업에 매각할 수 있었다”며 “블랙스톤 등 외국 투자자가 한국 내 자산을 매입하려 할 때도 각국에 가진 네트워크가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강남 도심 전경./연합뉴스


"원격근무 확산해도 서울 주요 권역 오피스 강세 지속될 것"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하고 유수의 대기업이 전국 각지에 거점 오피스를 운영하는 등 수도권 오피스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도심권역(CBE)과 강남권역(GBD), 여의도권역(YBD)를 중심축으로 하는 서울 도심 오피스 시장의 강세는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성현 전무는 “자체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서울 도심 건물을 임차하는 기업 다수는 임차 면적을 줄이거나 없앨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국내 기업 규모가 커지며 오피스 내 상주 인원이 줄더라도 부가시설을 늘려 직원 복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전체 임차 면적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강남 권역의 경우 재택근무가 활성화된 지금도 공실이 거의 없는 만큼, 위드코로나로 본격 전환되는 시기가 오면 현재보다 임대료가 상승하는 등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급성장 중인 IT·게임 업계의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는 판교는 업종 특성상 앞으로도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나왔다. 고급 인력의 확보가 사업의 관건을 좌우하는 IT 업종 특성상 고 능력 개발자가 상주하고 있는 판교를 벗어나기 어렵고, 지자체에서도 판교를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키우려는 의지가 확고해 앞으로도 확장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 전무는 “앞으로 몇 년 뒤 판교는 지금보다도 더 밀집되고 발전되면서 전국적인 업무 중심지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크다”며 “판교 제2테크노밸리 등 업무 면적이 늘어나도 수요는 꾸준히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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