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하나는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간지럼 태우기를 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뇌는 사회적으로 어색한 대상에게 간지럼 태울 기분이 들지 않게 만든다.
미국 메릴랜드대학의 신경학자이자 '웃음: 그에 관한 과학적 탐구'의 저자로 유명한 로버트 프로빈 박사는 이 사실로 미뤄 짐작할 때 간지럼에도 진화적 기능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친한 동료와의 사회적 유대감을 유도하고 가족 및 친구들과의 결속력 증진 도구가 된다는 게 그것이다. 프로빈 박사는 "사람은 태어나서 수개월 만에 간지럼에 대해 웃는 반응을 나타낸다"며 "이는 아이와 부모 사이에 일어나는 최초의 의사소통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부모는 간지럼 태우기를 통해 아이가 웃는 반응을 보이는 동안만 간질여야 함을 배운다. 짜증을 부리거나 울면 즉각 간지럼을 멈춘다.
특히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뤄지는 간지럼 태우기는 또 다른 다른 상호작용 기회를 열어주는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한다. 상대방을 간지럼 태우는 행동은 아이들 때부터 좋아하는데 몇몇 연구자들은 이 행동이 친구와의 결속력 강화에 더해 반사신경이나 자기방어기술의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984년 미국 아이오와대학의 정신과 전문의 도널드 블랙 박사는 목, 늑골 등 간지럼을 잘 타는 부위가 전투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부위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간지럼 태우기는 이들 취약 부위의 방어법을 안전하게 배우는 행동이라 추론했다. 간지럼과 관련해 재미있는 사실은 어른이 되면 어렸을 때보다 간지럼을 덜 탄다는 것이다.
또한 40세가 넘어서면 거의 간지럼을 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을 살아가며 느낄 수 있는 원초적인 즐거움 하나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다소 서글픈 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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