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와 '뉴욕타임스' 에서 기자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던 저자는 '딥 팩터 deep factors' 를 예측의 기준으로 삼는다. 한 국가나 경제공동체의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에 뿌리 깊이 박혀 있어 쉽게 변하기 어려운 특성들을 통해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다
10년 후 펼쳐질 세계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누구나 궁금해하 는 질문이지만 사람마다 답변도 제각각이다. 본디 미래란 것 이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거니와, 같은 방향 을 짚어도 예상했던 변수가 얼마나 두드러지느냐에 따라 전 혀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하니 말이다.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이코노미스트' 와 '뉴욕타임스' 에 서 기자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던 저자는 '딥 팩터 deep factors' 를 예측의 기준으로 삼는다. 한 국가나 경제공동체의 정치middot;경제middot;사회middot;문화에 뿌리 깊이 박혀 있어 쉽게 변하기 어려운 특성들, 가령 지리적 위치, 정치제도, 법률제도, 인구middot;교육 수준 등이 저자가 말하 는 딥 팩터다.
당장 하반기 주식시장이 어떻게 되고, 내 년 경제성장률이 얼마일지는 딥 팩터와 다르 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회에 내재된 특성은 결코 장기적인 현실을 비켜가지 않는 다는 것이 저자의 신념이다. 이는 읽는 이로 서도 결코 부정할 수 없는 논리. 현재 세계경 제가 안고 있는 딥 팩터들이 좌우할 10년 후 미래를 들여다보자.
저자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오래 가지 못 한다. 당분간 빠른 속도로 성장해 잠시나마 세계 1위를 차지할 수는 있겠으나 얼마 안 가 다시 고꾸라질 것이라는 게 저자의 견해다. 이유는 더 이상의 성장을 가로막는 '문화적 장벽' 에 있다. 저자는 향후 중국 경제를 좌우 할 요소로 경제학 성장 모형에서 말하는 '기 술' 을 꼽는다. 여기서 기술이란 전자제품을 만드는 노하우를 넘어 노동과 원자재를 결합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모든 요인을 말한다. 부패 의 수준, 경영진이 직원을 대하는 태도, 투자자에 대한 법률적 보호 등이 모두 포함되는데 이런 요소들의 수준을 감안할 때 중국 경제는 세계 일류 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개인보다 공동체를 더 중시하는 중국의 유교문화는 개인의 창의를 억 누르고 무능한 상사를 계속 눌러앉게 만든다. 반대세력을 숙청하고 통일 국가를 세운 지도자를 칭송하는 문화는 기업 경영에서 종종 소중한 의견 을 무시하는 대주주(주로 정부다)나 회장의 목소리만 활개치게 만든다. 투명성의 결여는 비즈니스를 계약보다 인간관계에 의존하게 만든다. 이런 요소들이 복합된 후진적인 기업 문화는 결국 중국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선진국 수준만큼 도달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의미한다. 여기에 현재 중국 이 직면한 고령화 문제까지 감안한다면, 중국은 향후 수십 년 안에 미국 을 제치고 잠시 동안 세계 최대 경제대국에 오를지는 몰라도 곧바로 다시 1위 자리를, 인구증가율과 생산성이 더 높은 미국에 내줄 것이라는 게 저 자의 결론이다.
"유럽연합 EU은 지금이 최전성기다. 수십 년 안에 다시 분열될 가능 성이 높다." 저자는 이렇게 내다본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회원국 들의 딥 팩터 차이가 너무 크다. 인접한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2008년 같 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도 각각 +2.9%와 -1.0%의 상반된 경제성장을 했다. 이들에게 유럽중앙은행 ECB의 금리정책은 정반대의 효 과를 끼쳤다. 에스토니아는 기업하기 좋은 국 가 순위가 24위인데 반해, 체코는 74위, 그리 스는 109위다. 루마니아는 인구의 30%가 농 민이지만 슬로베니아는 4%에 불과하다. 모두 가 단기간에 극복하기 어려운 차이들. 이는 그만큼 공통의 경기순환주기를 갖는 경제공 동체가 되기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둘째, 재정위기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 EU 는 지금도 일부 남유럽 국가들의 위기에 통화 정책을 통한 대응이 어렵자 응급 재정지원으 로 버티고 있는 상황. 하지만 앞으로 EU 전체 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더 살기 좋은 나라로 인구이동이 계속되는 한 경쟁력이 취약한 국 가의 재정상황은 갈수록 저하될 수밖에 없 다. 결국 한계에 몰린 '이류' 회원국들은 각자 살길을 찾아 독자노선을 본 격화하게 된다. 이를 막을 유일한 방법은 잘사는 서유럽 국가들이 동유 럽 국가들에 장기적인 투자를 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잦은 정권교체로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EU의 딥 팩터는 '분열' 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경제 공통의 딥 팩터들도 유의해야 한다. 먼저 경제식민주의. 최근 들어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지의 개발도상국들은 중국이나 사우디아라 비아 같은 신흥 경제대국들에 자국 내 광산, 유전, 농작물 경작지 등의 소 유middot;경영권을 넘기며 수십억~수백억 달러씩 유치하고 있다. 이는 과거 제 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 개척과는 또 다른 형태의 경제식민지 개척. 남아 프리카공화국에 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한 중국은 달라이 라마의 남아공 방문을 무산시킬 정 도로 외교적 영향력까지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 역시 식민지 개척국이나 경제식민지 모두에게 독(毒)이 될 공산이 크다. 개발 및 투자로 쏟아져 들어오는 막대한 자금은 식민지의 물가만 높이거나 부패한 지배층의 주머니만 불릴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식민지의 정정은 불안해지고, 폭동이나 혁명으로 인한 정권교체는 투자계약을 종종 무효화시킬 수도 있다. 식민지 개척국이 지금부터 식민지 국가에 사회안정을 위한 투자를 병행하지 않는다면, 조만간 개척국 역시 투자실패 책임에 따 른 정권교체를 경험할지 모른다는 게 저자의 경고다.
세계적인 이민 흐름도 불안요소다. 거의 예외 없이 고령화 위험에 직면한 선진국들은 후진 국들로부터 이민을 받아 당장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고, 미래의 연금부담을 덜 이민정책을 쓸 것이다. 이럴 경우, 후진국의 의사, 엔지니어 같은 고급두뇌를 놓고 선진국 간에 치열한 이민 유치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나타날 부작 용. 당장 우수인력을 유치한 선진국은 좋 겠지만 인재를 빼앗긴 후진국들은 중산 층이 무너지면서 사회 전체가 더욱 양극 화되고 경제성장의 동력을 잃을 게 뻔하 다. 장기적으로 후진국 경제가 추락한다 면 이들에게서 상품을 공급받아야 할 선 진국 역시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를 막으려면 지금부터 선진국이 후진국 경제와 교육을 발전시킬 투자를 단행하 고, 받아들인 이민자들도 일정 부분 출신국으로 돌려보내 경제발전을 도모해야 하지만, '남이 하지 않는 선행' 을 굳이 먼저 나서서 할 국가가 현실적으로 나오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민 문 제는 조만간 치명적인 위험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도 저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금융규제를 피해 오히려 세계적으로 금 융 암시장이 등장해 금융질서를 더욱 어지럽힐 가능성, 지구온난화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권 제도가 가난한 나라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어 세계경제를 위협할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한국의 미래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지금 경제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일본처럼 고립과 쇠락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며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묻는다. 답은 나와 있다. 하지만 이는 법률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규제를 혁파하고 산업구조를 재 편하는 엄청난 변화다. 한국의 미래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이는 곧 중국의 미래를 가늠할 예고편이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견해다.
온워드
하워드 슐츠ㆍ조앤 고든 지음/ 안진환ㆍ장세현 옮김/ B.O/ 1만7,000원
스타벅스 창립자가 쓴 '스타벅스, 커피 한 잔에 담긴 성공신화' 의 후속 편. 전작이 스타벅스의 출발과 성공 스토리를 담고 있다면 '온워드' 는 스타벅스의 위기와 극복 과정을 담고 있다. 하워드 슐츠가 급박한 개혁과 독불장군식 해결법 대신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독특한 감성 리더십으로 스타벅스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이 책은 전한다. 4월 미국 출간 직후 아마존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
칼 라크루와ㆍ데이빗 매리어트 지음/ 김승완ㆍ황미영 옮김/ 평사리/ 2만5,000원
언론인 출신 저자가 15년 동안 대륙에서 접한 생생한 중국의 현실을 바탕으로 31가지의 근거를 들어 '중국 대세론' 을 비판한다. 이들은 또 빈부 격차와 같은 사회불안정 요소에서 잉태된 빈민, 외동아이, 농민공, 범죄자, 독신남 등 5개 잠재적 반정부군단이 중국의 현 체제를 근저에서부터 허물어뜨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에 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정립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게 저자들의 권유다.
파이브 포스
정연승 외 지음/ 한스미디어/ 1만5,000원
5명의 전문가가 말하는 미래 마케팅 전략의 키워드. 저자들은 미래 소비자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해 장기 성장을 누리게 할 결정적 수단으로서 5가지 '포스' force를 주목한다. 뇌과학을 응용해 소 비자들의 무의식을 공략하는 '이모셔널 포스' , 소셜미디어의 적극적 활용을 강조하는 '소셜라이징 포스' ,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릴레이션십 포스' , 체험매장 등을 이용한 '피지컬 포스' , 이동성 증대에 수반되는 '모빌라이징 포스' 등이다.
김용식 한국일보 경제부 기자 jawohl@hk.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