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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꿈꾸는 제 2 의 디자인 혁명

10대 재벌은 지금... 삼성그룹

삼성전자가 디자인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애플과 디자인 특허 소송을 치르면서 삼성전자의 디자인 역량은 한층 더 성숙해졌다.
차병선 기자 acha@hk.co.kr

삼성전자에는 오만 가지 감정이 공존한다. 70~80년대 TV와 냉장고는 삼성 아 니면 LG(금성)였다. 90년대를 전후해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당시 학생들 이 가장 갖고 싶은 제품은 소니 워크맨이었다. 삼성 마이마이는 한 단계 아 래였다. 음질이 달랐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디자인은 확실히 소니가 앞 서 나갔다. 아니면 단순히 외제이거나 비싸서 혹은 희소성 때문에 가치가 더 높아졌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 제품을 바라보는 국내 소비자의 시각은 여전히 다양하다. 고령 층은 여전히 ‘전자제품은 삼성’이라 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소니에 대한 젊은 층의 로망 중 일부는 삼성으로 돌아오지 않고 모토로라에 이 어 애플로 옮겨갔다. 반재벌 정서도 분명 한몫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에선 어떨까?

삼성전자 제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좀 더 객관적으로 인정받는다. TV, 스마트폰 등은 세계 톱 수준이다. 삼성 전자 제품은 품질이 우수하고 AS도 좋다. 게다가 가격도 싼 편이다(국내 소비자들에겐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어느 모로 보나 경쟁력을 두루 갖췄다. 그렇다면 디자인은 어떨까?

디자인은 취약점이었다. 지난 4월 애플은 삼성전자에 맹폭을 가했다. 스티브 잡스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 즈를 복제품(copycat)이라고 폄하했다. 4월에는 법적 분쟁을 일으켰다. 애플은 삼성전자 갤럭시S와 갤럭시탭이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이 가진 디자인 저력은 세계 누 구도 부정할 수 없다. 디자인의 신이고 디자인의 구루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애플이 삼성을 찍어 눌렀을 때 삼성 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삼성의 디자인은 취약점이 됐다. 적어도 애플은 그렇게 보이게 만들고자 했다. 그렇다 면 삼성의 디자인이 수준 미달인 것일까?

삼성의 디자인은 취약점이 됐다. 적어도 애플은 그렇게 보이게 만들고자 했다. 그렇다고 삼성의 디자인이 수준 미달인 것일까?

디자인 2.0

사실 삼성전자가 가진 디자인 저력은 디자인 업 계가 인정하는 바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으로 인 정받는 디자인 관련 시상 행사에서 수많은 수 상작을 냈다.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으로 일 컬어지는 미국 IDEA(International Design Excellence Awards), 독일 iF, 독일 레드닷 Red Dot 어워드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독일 iF 심사회가 매년 평가하는 세계 기업 디자인 랭 킹에선 올해 1위를 차지했다. 수상 성적은 삼성 전자가 단순한 카피캣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다.

조직 구성만 보더라도 삼성전자가 디자인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삼성 전자 디자인 조직은 독특하다. 각 사업부마다 디자인 부서가 있고, 별도의 디자인경영센터가 따로 운영된다. 휴대폰 사업부 내에 있는 디자 인 조직은 휴대폰만, TV 사업부 안에 있는 디자 인 조직은 TV만 디자인한다. 사업부 내 디자인 조직이 각 사업에 밀착해서 성과를 내는 조직 이라면, 디자인경영센터는 전체 디자인에 대한 일관된 정체성, 선행 디자인, 전략 등을 연구하 는 컨트롤 타워다. 디자인 경영센터는 CEO 직 속기관으로 운영되는 만큼 실행력도 갖추고 있 다. 다른 기업의 디자인 조직과 차별화되는 점 이다. 삼성전자 내에 근무하는 전체 디자이너 는 1,000명 수준이다. 이 중 디자인경영센터 인 력이 몇 명인지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는다. 그만 큼 조심스럽고 비밀스럽게 운영하고 있다.

인력구성도 디자이너 일변도가 아니다. 비 (非)디자인 전공자가 30%에 이른다. 심리학, 컴퓨 터공학, 인지과학, 경영학 등 전공분야가 다양하 다. 이들은 사용성 연구, 트렌드 연구, 전략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경영학 전공자는 디자인 전략이나 포트폴리오 운영을 연 구하고, 심리학이나 사회학 전공자는 사용자 조 사, 트렌드 조사, 사용성 평가에 기여한다.

디자인이 경영에 잘 녹아들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디자이너 출신 임원이 많은 것도 삼성이 지닌 저력이다. 장동훈 디자인경영센터 전무는 말한다. “전 세계에서 삼성처럼 디자인 임원 이 많은 회사는 찾아 보기 힘들 겁니다. 일본 기업은 디자이너 개개인의 역량은 우수하지만 경영에 는 잘 반영되지 않아요. 이건희 회장님이 디자인 경영을 직접 강조하고 있고, 디자인 관련 임원이 많 으며, 디자인 경영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어 삼성전자가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겁니다.”

삼성전자 디자인 조직은 유니크하다. 각 사업부마다 디자인 부서가 있고, 별도의 디자인경영센터가 따로 운영된다

디자인 1.0

삼성전자는 1996년부터 디자인 경영을 표방하기 시작했다. 이건희 회장이 디자인 혁명의 해를 선 언한 이후, 임직원은 이에 맞춰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디자인을 단순히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기능 적 요소가 아닌, 기업의 브랜드를 혁신하는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전사적인 투자를 해 왔다. 2001년부터는 CEO 직속으로 디자인경영센터를 따로 두고 디자인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디자인 인력도 빠르게 충원했다. 1971년 2명으로 시작한 디자인팀은 1996년 이후 5년마다 두 배 씩 전문인력을 늘렸다. 디자인경영센터는 제품 개발 순서도 바꿔놓았다. 예전에 기술팀이나 마케팅 팀에서 제품개발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그 주도권이 상당부분 디자인팀에게 넘어왔다. 삼성전자에선 이를 디자인 퍼스트 Design First라고 표현한다. 디자인경영센터가 매년 선행 디자인을 개발하고 2~3 년 뒤 실제 제품을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트렌드 리서치를 통해 전략 방향을 정하고 제품 을 디자인한 뒤 각 사업부장에게 보고하면 CEO가 최종 승인을 내려 제품을 개발하는 식이다. 일명 이‘ 건희폰’이라 불리는 T100이 이런 방식의 첫 성과였다. 2002년 디자인경영센터가 주도해 출시한 이건희폰은 1,000만 대가 팔리며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의 첫 텐밀리언셀러가 됐다. 하지 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넓고 그립감이 좋아 사용하기 편리한 T100을 출시해 빅히트를 쳤다. 일견 도 박처럼 보였지만 철저한 소비자 연구가 선행된 디자인 성공 사례였다.

이 제품을 계기로 ‘디자인 퍼스트’에 대한 사내 인식이 변하기 시작했다. 디자인 중심 제품이 기록 적인 판매고를 달성하며 디자인 경영에 힘을 실어 주었다. 이후 2003년 SGH-E700(벤츠폰), 2004년 SGH-D500(블루블랙폰) 등이 텐밀리언셀러 반열에 연거푸 오르며 디자인경영을 가속화시켰다.

디자인경영센터는 2006년부터 디자인 목표를 달리 잡았다. 이전 목표가 제품 스타일과 외관에 있었다면, 이제는 감성 혁신을 추구했다. UI(User Interface), UX(User eXperience) 같은 사용성 측면의 경쟁력에 공력을 쏟아부었다. 좀 더 사용자 친화적인 제품을 구현하려는 노력이었다. 터치 스크린에 진동을 더한 햅틱폰이 대표적인 사례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서도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 탭 시리즈가 혁신적인 디자인을 주도하며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평가다.

천만 대를 넘는 판매고나 수상 성적은 분명 자랑할만한 디자인경영 성과다. 그럼에도 왜 삼성전 자는 카피캣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을까. 여기에 삼성전자의 패착이 있다.

애플이 디자인 특허 소송을 걸었을 때 삼성전자 측은 깜짝 놀랐다. 아니 어안이 벙벙했다. “애플 이 디자인을 통해 애플의 가치를 잘 전달해왔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지만, 이번 소송은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미니멀리즘은 하나의 디자인 사조인데, 이를 마치 애플만의 권한이라고 주장하는 건 이해하기 힘든 사실이에요.” 마치 타이어 회사가 동그란 모양에 대해 특허를 주장하는 것과 마찬 가지라고 장동훈 전무는 말했다. 갤럭시 시리즈는 분명 삼성전자의 작품이었다. 1996년 이건희 회 장이 디자인 경영을 선언한 이후 삼성전자가 꾸 준하게 실천해온 디자인 경영의 성과물이었다. 삼성전자의 디자이너들은 애플의 주장에 수긍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애플 소송 사건을 계기로 삼성전자 는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디자인과 같은 지적 자산도 권리가 되고 분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마디로 디자인 권리의 중요성을 재인식한 계기였습니다. 삼성전자가 가진 디자 인 권리에 대한 법적 관리의 중요성을 재인식하 고 보다 체계적으로 지켜나가야겠다는 걸 깨달 았죠.” 장 전무의 말이다. 삼성전자가 가진 취약 점은 디자인이 아니었다. 디자인 자산을 관리하 는 체계가 부족했다.

“삼성전자가 표방하는 디자인 아이덴티티 3.0은 가치 디자인입니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디자인, 라이프스타일을 창출할 수 있는 디자인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3.0

삼성전자는 적응이 빠른 조직이다. 일단 문제점 을 파악하면 이를 개선하는 데 신속하다. 삼성전 자는 지난 10월 말 디자인 전략회의를 열었다.

최지성 부회장, 윤부근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남성우 IT솔루션사업부 부사장, 홍창완 생 활가전사업부 부사장, 한명섭 디지털이미징사업 부 전무, 장동훈 전무 등이 참여했다. 디자인 전 략회의는 매년 두 차례 열리는 연례 행사로, 디자 인 방향과 전략을 정하는 중요한 자리다. 특히 이 번 자리는 애플과의 디자인 소송 이후에 마련됐 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회의에서 디자인 특허 체계를 강화하도록 한 건 두말할 필요가 없 다. 장 전무는 “자세하게 말할 순 없지만 디자인 관련 특허 시스템을 강화하고, 오랫동안 쌓아온 디자인 저력을 법적으로 자산화할 수 있도록 디자인 향방도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디자인 아이덴티 Design Identity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기술이나 조형 디자인, 즉 더 얇고 가 볍게 만드는 것을 중시했다면, 2006년 이후에는 소비자 감성을 제품에 담는 디자인을 추구 했습니다. 이젠 또 한 번의 혁신을 준비 중입니다.” 장 전무는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표방하 는 디자인 아이덴티티 3.0은 가치 디자인입니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디자 인, 라이프 스타일을 창출할 수 있는 디자인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다소 추상적이라 일반 인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라이프 스타일을 창출하는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스타벅스가 한 예가 될 수 있다. 디자이너에게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가게가 아니다. 커피 마시는 스타일을 디자인하는 곳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쉽고 스마트한 디자인, 환경 친화적인 디자인, 사용자와 교감하는 디 자인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장 전무는 설명했다. “사용자가 더 쉽고 편리하고 직관적으로 사용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감성적으로 친근감을 느끼는 디자인이 향후 시장에서 주류를 이룰 것 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모바일 특성과 스토리지 기능이 접목된 클라우드 관련 서비 스,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사전에 감지하고 실행하는 인텔리전트 기능, 단순한 휴대폰 기 능을 넘어 다양한 기기로 사용될 수 있는 스마트 기기 디자인 제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여 전히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3년 내에 제품으로 이를 보여줄 것 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때쯤이면 삼성도 애플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삼성 디자이너가 말하는 히트 상품

갤럭시탭 시리즈

갤럭시탭10.1은 현재까지 삼성에서 출시한 가장 큰 화면 의 태블릿PC다. P7500은 두 손으로 장시간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도록 외관이 부드럽 고 매끄럽게 디자인되어 있다. 측면에서 봤을 때 하이라이트 가 맺히는 부분으로 인해 더욱 얇고 미려한 느낌을 준다.

갤럭시S2(외형)

빛이라는 메타포 Metaphor를 이용한 작품 이다. 슬림한 옆면과 정갈한 전면의 조화를 통해 스마트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또한 아몰레드 플러스의 선명함과 큰 디스플레 이를 강조하기 위해 베젤(프레임)의 존재 감을 최소화했다. 초슬림 디자인을 적용해 사용자가 일상 생활에서 매끄럽고 즐겁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갤럭시S2 터치위즈 UX(인터페이스)

갤럭시S2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TouchWiz UX를 탑재했다. 기본적인 제품 사용성은 물 론 감성적인 요소를 강화해 감성적인 게이 트웨이(Emotional gateway)를 실현하고 자 했다. 맞춤형 매거진인 라이브 패널 Live Panel 기능으로 개인별 라이프 스타일에 맞 춘 콘텐츠를 최적화하고, 서비스 접근도 빨 라졌다. 모션 UX는 사용자 움직임을 파악해 휴대폰 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으며, 보이스 토크 Voice Talk 기능으로 터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음성만으로 다양하게 컨트롤할 수 있게 했다. 기능성과 심미성을 모두 고려한 새로운 형태의 UX로 차별화 포인트를 뒀다.

넥서스S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 2.3 진저브레드를 탑 재했다. 넥서스S(GT-i9020)는 화면 전면부를 곡면으로 가공한 ‘커브드 윈도 콘셉트’가 처음 으로 적용됐다. 이 커브는 인체가 지닌 곡면의 형태와 잘 어우러진다. 휴대 시, 혹은 통화 시 좀 더 편안하게 인체와 맞닿는 느낌을 준다. 외 관 형태 역시 전면 커브와 잘 어울리는 라운드 형태여서 그립감이 뛰어나다. 구글과 삼성이 처 음으로 합작한 이 제품은 소프트웨어와 하드 웨어, 디자인이 잘 융화된 제품이다.

갤럭시 노트

갤럭시 노트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장점을 결합한 신개념 디바이스다. 5.3인치 대화면 이지만, 한 손으로도 사용하기 쉽도록 슬림 하고 가볍게 디자인됐다. 갤럭시 노트의 새 로운 특징인 S펜은 재미있고 편리한 필기감 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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