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믿기 어려운 요거트의 왕

HOW I GOT STARTED

뉴욕 북부의 한 조그만 공장에서 만드는 초바니 Chobani 요거트는 어떻게 그토록 눈 깜짝할 사이에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by Sheridan Prasso
번역 박진영 jyp97@hanmail.net

올해 나이 마흔인 초바니 창업자 함디 울루카야 Hamdi Ulukaya는 불과 몇 년 사이에 회사를 2억5,700만 달러짜리 대규모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초바니는 현재 요플레와 다논에 이어 전체 요거트 브랜드 중 3위이며(50페이지 차트 참조), 작년 한 해 동안 200%의 성장을 보이며 한창 뜨고 있는 그리스식 Greek-style 요거트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11월 초바니(그리스어로 ‘양치기’라는 뜻)는 미국 시장 성장세를 가속화하기 위해 아이 다호 주 트윈 폴즈 Twin Falls에서 1억 달러 규모의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최근에는 호주 유제품 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리스식 요거트 황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터키 동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우리 가족사업에 별로 관여하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양과 젖소를 키우고, 요거트와 치즈를 만들었다. 나는 아버지를 보면서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사업 감각을 어깨너머로 배운 것 같다. 그건 우리가 아나톨리아 식 Anatolian 사업방식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그 핵심은 평판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것이다.

나는 1994년 미국으로 건너와 영어를 배우고 경영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는데, 알바니 뉴욕 주립대에서 경영학 수업 몇 개 듣고는 중간에 그만두었다. 그때 아버지께서 나를 보러 (미국으로) 오셔서 “미국엔 제대로 된 치즈가 없구나. 네가 치즈사업을 해보는 게 어떠냐?”고 말씀 하셨다. 이에 나는 “치즈사업이요? 제가 고작 치즈나 만들자고 미국까지 온 줄 아세요?”라며 발끈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치즈를 만들게 되었다. 2002년 뉴욕 북부지역에 유프라테스 Euphrates라는 페타 치즈 feta cheese*역주: 염소나 양젖으로 만드는 그리스식 치즈 제조회사를 차린 것이다. 그 후 2년 동안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한 나날을 보냈다.

2005년이 되었을 때, 이젠 한숨 돌리면서 가정을 꾸려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편물을 하나 뜯었는데 거기에 “요거트 공장 처분장비 일체 구비”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하지만 나중에 그 공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 후, 쓰레기통을 뒤져 그 우편물을 찾아내고는 그곳에 전화를 걸었다. 뉴욕 에드메스턴 Edmeston 남부에 위치한 그 공장은 유티카 Utica 근방으로, 내가 있던 곳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거대 식품회사 크래프트 Kraft가 이 공장을 처분하고 요거트 사업을 접으려던 참이었다. 이 공장을 매입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백만 가지는 있었다. 내 친구들도 모두 말렸다. 하지만 결국 나는 공장을 사들였다. 내 안의 어떤 목소리가 여기에 뭔가 있을 거라고 속삭였다. 나는 크래프트에서 해고된 55명 중 다섯 명을 채용했다. 나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들은 “우린 이제 뭘 하는 거죠?”라고 물었다. 나는 “우선 벽 페인트칠부터 시작하자”고 했다. 그 후 요거트 명인도 한 명 데려왔다. 그리고 우리가 완벽한 요거트 한 컵을 만들어 내기까지 일년 반의 시간이 걸렸다. 우린 판매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고급 요거트를 만들 생각은 없었다. 대형 체인점을 찾아가서 일반 요거트 코너에 우리 제품을 넣고 싶다고 했다. 2007년에 드디어 제품이 출시되었다.

우리는 롱아일랜드에 있는 소규모 상점 세 군데에 처음으로 요거트 200상자를 납품했다. 곧 추가주문이 이어졌고,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 번 맛본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다시 찾는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 2009년 말에는 비제이 홀세일 클럽 BJ‘s Wholesale Club, 또 그 후에는 코스코에까지 입성했다. 한편으로 가슴이 벅차오르고 동시에 겸손해지기도 했지만, 깜짝 놀라진 않았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리 제품이 정말 훌륭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는 큰 회사가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고 여기고 처분했던 공장을 사들여 거기에 새로운 비전을 불어넣었다. 또 간단한 중고 기계도 일부 사들였다.

요거트 사업의 가능성을 감지한 우리는 공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예전과 똑같은 장소, 똑같은 공장이지만 이제 우리는 미국 북동부 지역 최대 규모의 요거트 공장이 되었다. 우리 공장에서 하루에 소비하는 우유의 양은 3백만 파운드에 이른다. 3년 전 이 지역 농부들에게 매일 3백만 파운드씩 우유를 공급해 달라고 했다면 아마 “당신들 제정신이요?”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요거트 공장 인근지역 사람들이 생산하는 우유를 쓰기를 원했고, 다행히 이들은 현재까지 필요량을 잘 맞춰주고 있다. 앞으로 2억 달러를 들여 공장을 확장할 계획인데, 그렇게 되면 내년 중순쯤에는 1,200명 이상의 뉴욕 직원을 거느리게 된다. 더불어 아이다호의 신규 공장에 400명이 추가로 채용될 것이다.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왜 터키 사람이 그리스식 요거트를 만드느냐고 묻곤 한다. 사실 그리스에선 우리가 만드는 요거트를 “그리스식 요거트”라고 부르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불리는 명칭은 “스트레인드 strained 요거트”이지만 미국에 이 요거트를 처음 들여온 게 그리스 회사였기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훌륭한 요거트이기만 하다면, 그리스식이든 터키식이든 상관없다.

요즘 슈퍼마켓에서 가장 흥미로운 코너는 바로 요거트가 진열된 곳이다. 현재 요거트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고, 그중에서도 특히 그리스식 요거트 시장의 성장은 눈부시다. 올해 1월에 우리는 작은 컵에 담은 어린이용 제품을 출시했고, 내년 1월에는 새로운 맛의 초바니 요거트 3종을 선보일 계획이다. 애플 시나몬 맛, 블러드 오렌지 맛, 패션 프루트 맛이 그것이다. 우리 기본 제품 중 하나로 석류 맛 요거트를 포함시켰는데, 그건 내가 어릴 때부터 석류를 많이 먹으며 자랐기 때문이다. 요거트 맛치곤 좀 특이하긴 해도 우리의 최고 히트상품 중 하나다.

미국에서 요거트 시장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우리가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앞으로 무한한 성장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질 좋고 맛 좋고 가격이 공정한 요거트가 정직한 자리에 진열되기만 한다면 말이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바이다. 이 점에 대해선 한 치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초바니의 성장은 미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처한 가운데 이루어진 성과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나는 내 직감을 믿었고, 이를 뒷받침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회사를 디자인했다. 이젠 정말로 한숨 돌리고 가정을 꾸려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의 조언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라

나는 이른바 ‘소비자 조사’라는 걸 신뢰하지 않는다. 우리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자 한다. 우리 회사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소비자 의견은 모두 내 블랙베리 휴대폰으로 전달된다. 소비자 불만사항이 제기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기회다. 실제로 우리 회사에는 일반 소비자였다가 직원으로 일하게 된 사람이 많다. 우리 마케팅 팀장도 그런 경우다. 내용이 정확히 생각나지는 않지만 그가 소비자 입장에서 아주 기발한 제안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직원들을 계속 행복하게 만들라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업무가 모두 소중하다. 예전에 전화 받는 일을 하던 사람이 지금은 구매부서 팀장이 되었다. 우리는 농부와 소비자, 납품업체와의 관계에서 인간미를 잃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이 나라에는 내가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한 어떤 정신이 있다. 우리는 일터를 스트레스 받는 장소로 만들지 않고, 재미있는 장소로 만든다. 함께 즐거움을 나누어야 한다.

완벽을 추구하라

내가 만든 제품을 내 스스로 즐겁게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려면 영양이 풍부해야 한다. 진짜 과일은 물론 증생제 probiotics*도 들어가야 한다. 저지방 혹은 무지방 제품에 인공첨가물이나 호르몬제 따위는 넣지 말아야 한다. 가격도 돈 많은 사람들만 사먹을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 누구나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 상황이야 좋아졌다 나빠졌다 할 수 있지만, 우리 제품의 질을 높게 유지할 수만 있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의 목표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도 소비자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장내 미생물 균형을 유지시켜 주는 박테리아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