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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스트라토런치 프로젝트

항공기로 로켓을 공중 발사한다 ROCKET LAUNCH ON AIR

우주왕복선이 퇴역하면서 이를 대체할 다양한 우주발사체 발사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항공기가 로켓을 결착한 채 이륙해 공중에서 로켓을 발사하는 방식에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지상 발사와 비교해 경제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전장 65.5m, 전폭 117m의 세계 최대 규모 항공기를 로켓 발사의 모체로 활용하는 '스트라토런치(Stratolaunch)' 프로젝트가 엄청난 덩치만큼 많은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인공위성은 어떻게 발사될까. 초등학생도 알고 있다시피 로켓을 사용한다. 그런데 로켓은 효율성 면에서 극히 비경제적인 발사체다.

실제로 로켓의 작동메커니즘은 운동량 보존의 법칙에 의존한다. 로켓을 포함,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는 처음의 운동 상태를 보존하려는 성질을 갖고 있는데, 로켓에 탑재된 연료를 연소시켜 하단의 노즐로 뿜어내면 로켓 자체는 연소가스와 반대되는 방향, 곧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추력을 얻게 된다.

문제는 어떤 물체가 지구의 중력을 이겨내고 우주로 나아가려면 엄청난 추력, 정확히 말해 엄청난 속도로 발사돼야 한다는 것. 최소한 초속 11.2㎞의 속도가 필요하다. 이 속도에 이르러야 지구의 중력 위치 에너지와 같아져 지구를 벗어날 수 있다. 이를 지구탈출속도라 한다.

물론 로켓은 자체 추진력을 갖고 있어 초속 11.2 ㎞까지는 필요 없지만 그래도 궤도 비행을 위해서는 초속 약 8㎞의 속도가 요구된다.

로켓이 이 정도의 속도를 얻는 방법은 막대한 양의 연소가스를 고속, 고압으로 분출하는 것뿐이다. 때문에 거대한 크기의 로켓 중 대부분은 연료탱크다. 게다가 로켓은 대개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기가 막힐 만큼 많은 연료를 소비하는 일회용품인 셈이다. 상업적 목적으로 우주개발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구조는 당연히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장막을 벗고
MS의 공동창립자 폴 앨런[우측]은 작년 12월 8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스트라토런치 프로젝트를 만천하에 공개했다.

로켓 품은 항공기
그러나 필요성이 생기면 해결책도 나오는 법. 다행히 몇몇 과학자들이 비책을 찾아냈다. 다름 아닌 항공기였다.

굳이 지면에서부터 로켓을 발사할 필요 없이 인공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항공기에 싣고서 가급적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는 공중에서 로켓을 발사한다면 한층 적은 연료를 사용하고도 지구 탈출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이를 구현할 수만 있다면 메리트는 결코 적지 않다. 우선 로켓 발사의 유연성이 높아진다.

발사 장소와 시간, 날씨 등 온갖 변수들을 감안해야 하는 기존 로켓 발사시스템과 달리 공중 발사는 발사하는 사람의 필요와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시기를 조율할 수 있다. 특히 악천후 처럼 지상 발사가 불가능한 기후 조건 하에서도 항공기는 별 문제 없이 로켓을 구름 위 성층권으로 데려가 발사할 수 있다.

또한 항공기가 올라갈 수 있는 고도까지만 보면 로켓에 비해 항공기의 연비가 훨씬 우수하다. 터보 제트 엔진을 사용하므로 별도의 산화제도 필요 없다. 따라서 공중 발사를 하면 적지 않은 연료비가 절감된다. 덧붙여 로켓에도 상대적으로 적은 연료만 실으면 돼 소형화, 경량화를 꾀할 수 있으며 여기서 추가적인 비용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그리고 항공기는 로켓에 비해 수평 비행속도가 훨씬 빨라서 인공위성의 발사 성능에도 상당한 우위를 점한다.

걸림돌이 있다면 일반적인 항공기의 경우 탑재중량과 상승 가능 고도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고도 2,000㎞ 이하의 저궤도는 몰라도, 3만6,000㎞에 이르는 정지궤도까지 위성을 보내기에는 아무래도 힘이 부친다. 중량이 무거운 위성의 발사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과연 이 난제는 또 어떻게 풀어야 할까. 항공기의 크기를 아주 크게 한다면 어떨까. 크기가 커진 만큼 더 무거운 중량을 싣고,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스트라토런치의 경쟁자
스트라토런치의 모선은 대기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몇몇 기업들은 우주까지 직접 날아갔다가 지구로 돌아올 수 있으며 재사용도 가능한 진정한 우주왕복선의 개발에 뛰어들었다.

스트라토런치(Stratolaunch) 프로젝트는 이런 발상에 근거해 무려 8년 전 엄중한 비밀에 붙여진 상태로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가 두터운 베일을 벗고 세상에 공개된 것은 지난 2011년 12월에 이르러서다. 스트라로런치를 이끌어 온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립자이자 억만장자인 폴 앨런이 시애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깜짝 쇼처럼 그 존재를 공식적으로 알린 것.

지난해는 우주왕복선이 퇴역한 해다. 때문에 지금까지 미국은 유인 우주탐사를 수행할 자체적인 발사체를 한시적으로나마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앨런은 바로 이러한 틈새를 노리고 스트라토런치 프로젝트를 전격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기자회견장에서 그는 스트라토런치에 대해 "사람과 화물을 지구궤도상에 올리는데 있어 고도의 안전성과 운용상의 유연성, 비용 효율성을 겸비한 공중발사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 프로젝트가 지금껏 정부 주도로 수행돼 왔던 미국 우주선 산업이 민간 주도로 전환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또한 발사 비용의 절감에 힘입어 위성 발사뿐만 아니라 우주 실험, 민간우주관광 등 일반 대중들의 우주 접근성을 활짝 열어주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울트라 슈퍼 자이언트 모선
거창한 스케일과 목표에 걸맞게 앨런은 나름 한 가닥 한다는 민간우주기업들을 긁어모았다. 일단 로켓을 실어 나를 모선 항공기의 제작은 최초의 민간 궤도 우주선 '스페이스십 원 (SpaceShipOne)'을 만든 스케일드 컴포지트에게 맡겼다. 이 모선에서 발사되는 로켓 발사체의 제작과 우주발사 임무 설계, 임무통합서비스 등은 스페이스X가 담당한다. 그리고 모선과 발사체의 시스템 통합, 스트라토런치 임무 전체의 통합은 다이네틱스가 맡고 있다.

스케일드 컴포지트가 제작할 모선인 '록(Roc)'은 작년 12월의 기자회견장에서 상세설계가 처음 언급됐다. 록이라는 명칭은 중동 지역의 전설 속에 등장하는, 코끼리도 한 입에 삼켜 버리는 거대한 새를 의미한다.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은 록이 글자 그대로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항공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록은 유나이티드 항공에서 사용하던 중고품 보잉 747-400 2대를 가지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모하비 항공우주공항 내에서 조립될 예정이다. 록의 외형은 스케일드 컴포지트가 개발한 민간우주선 '화이트 나이트 2(White Knight 2)'처럼 쌍동기 형태로 설계돼 있다. 주 날개 중앙에 다이네틱스가 개발한 MIS(연결 및 통합 시스템)가 설치되는데, MIS는 최대 230톤의 발사체를 결착할 수 있다.

두 동체에는 각각 수직꼬리날개와 수평꼬리 날개가 채용되며 조종실은 우측 동체에 들어선다. 엔진은 747-400의 엔진을 그대로 사용해 양쪽 날개에 3개씩 총 6개를 장착하게 된다. 엔진 하나당 추력은 265~296kN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보잉 747-400에서 항공전자장비, 조종실 시설, 착륙장치, 기타 검증된 여러 시스템들을 빌려와 개발비 절감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탄생할 모선은 설계상 전장 65.5m, 전폭은 무려 117m에 이른다. 설계 변경 없이 제작이 완료될 경우 1947년 완성됐던 휴즈 H-4 허큘리스(전폭 97.5m)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전폭의 항공기로 등극할 수 있다. 덩치에 맞게 최대 이륙중량이 544톤, 항속거리는 2,400㎞에 달할 전망이다.



거인 선발대회
설계대로 완성된다면 록은 역사상 가장 큰 날개너비를 가진 항공기가 될 것이다.

유인 발사도 기술적으로 가능해
모선에 결착될 발사체는 스페이스X의 팰콘 9 로켓 개량형인 '팰콘 9 에어(Falcon 9 Air)'다. 팰콘 9 로켓은 길이 54.3m, 직경 3.66m, 중량 333.4톤, 추력 445kN 수준의 2단형 로켓이지만 개량형 버전은 모선인 록의 탑재중량에 맞춰 탑재량 6,130㎏급 로켓으로 소형화된다.

록과 팰콘 9 에어의 운용 모습은 아마도 다음과 같을 것이다. 풋볼 구장 길이보다 날개폭이 훨씬 넓은 록이 주 날개 아래에 36m 길이의 로켓을 매달고 모하비 항공우주공항에 서 있다. 이윽고 록이 굉음을 내며 3,750m 길이의 활주로를 이륙한다. 고도 3만 피트(9,144m)에 도달하면 승무원들이 카운트다운을 실시, 로켓을 분리한다. 분리 순간 록은 로켓의 진로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급선회을 하게 된다.

록에서 분리된 로켓은 아주 잠시 동안 자유 낙하를 하게 되는데, 이때 로켓은 날개를 조작해 기수를 우주로 향한다. 그리고는 엔진을 점화, 227톤의 추력을 내며 날아오른다. 로켓의 고도가 약 100㎞에 이르는 순간, 1단 로켓이 분리되고 2단 로켓의 엔진이 점화되며 목표 궤도까지 상승해 인공위성을 방출한다.

스트라토런치의 첫 발사에는 사람이 아닌 물건이 탑재될 것이지만 앨런은 유인 발사도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를 비롯한 스트라토런치팀 모두 궁극적으로 유인 발사를 원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개발팀의 설명에 의하면 유인 발사를 할 경우 로켓 앞부분의 캡슐에 최대 6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다. 만일 캡슐에 별도의 관측창이 구비된다면 승객들은 록이 이륙해 상승하는 동안 캘리포니아 플로리다의 해변과 지구의 만곡면을 육안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로켓이 상승하면서부터는 엄청난 중력가속도를 체감할 것이다. 이후 로켓이 고도 100㎞에 들어서면 본격적인 무중력 상태에 놓이게 된다.

다만 이 모습을 보려면 앞으로도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현재는 아직 록과 발사체의 제작은커녕 설계조차 완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발사체에 장착될 로켓 엔진의 개수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반면 스케줄은 꽤나 빠듯하다.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오는 2015년에 록의 시험비행이 이뤄지고 2020년에는 실제 로켓을 탑재한 상태에서 시험비행이 실시된다.

이 스케줄이 준수될지는 지금으로서는 단언키 어렵다. 하지만 스트라토런치는 우리에게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을 알려준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신생기업이 아닌 억만장자가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면서 이처럼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사실은 민간 유인우주비행 시대가 코앞에 다가왔음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이는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 전,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에 비견될만한 크나큰 도전이다. 스트라토런치를 포함한 민간 우주비행선들로 인해 우주의 상업적 이용이 더욱 확대되는 미래에 인류는 어떤 혜택을 누리게 될지 자못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공중발사의 역사
로켓 발사체의 공중발사는 최첨단 기술처럼 보이지만 그 유례는 의외로 오래됐다.

1945년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 해군은 1식 육상공격기를 모선으로 삼아 발사되는 자살 로켓공격기 'MXY-7 오카'를 850여대 생산, 실전투입했다. 그러나 전과는 미미했다.

1947년
미 공군의 시험비행사 처크 예거 대위가 B-29 모선에서 발사된 X-1 실험기를 타고 인류최초로 수평비행에서 마하 1의 속도를 돌파했다.

1963년
NASA 조종사인 조셉 워커가 B-52 모선에서 발사된 X-15 실험기를 타고 우주에 세 번 다녀왔다. 그는 우주에 두 번 이상 다녀온 최초의 사람이다.

1990년
최초의 민간우주기업 오비털 사이언스가 B-52를 모선 삼아 페가수스 로켓을 발사했다. 이후 모선을 록히드 L-1011 항공기로 바꿔 아직도 운영 중이다.

2004년
스케일드 컴포지트의 화이트 나이트호[사진]가 모하비 항공우주공항을 이륙, 동체에 매달려 있던 최초의 민간우주선 스페이스십 원을 발사했다. 현재는 크기를 키운 화이트 나이트 2호를 비행시험 중이다.

2006년
펜타곤과 계약한 민간기업 에어런치가 C-17 수송기의 후방램프에서 중량 29.5톤의 우주 로켓을 투하했다. 이는 군용 수송기에서 투하된 역대 가장 무거운 물체다.

2010년
구글 루나 X 프라이즈 참가기업인 루마니아의 ARCA가 기구에서 3단식 우주 로켓을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천명했다. 그해 10월 ARCA는 13.5㎞ 상공의 기구에서 시제품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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