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몰고 다니는 내내 시선이 따가웠다. DS5 출시 발표장에서 녀석을 처음 대했을 때 느낌이 다시 생각났다. 이런 차는 본 적이 없었다. 독특한 차다. 기존 수입 세단과 완전히 다르다. 시트로엥은 DS5가 “우아하고 품격 있는 세단에 스타일리시 하고 실용적인 4도어 쿠페를 결합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표현보다는 ‘외계에서 온 우주선’ 같다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분명 낯설다. 하지만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DS5를 자세히 뜯어보다 보면 당장 도로로 나가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욕망은 잠시 미루고 실내를 들여다봤다. 이건 다시 봐도 멋지다. DS5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자동차가 아니라 첨단 비행기 조종석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운전석에 앉았다. 멋진 가죽시트가 포근히 몸을 감싼다. 아랫부분이 수평으로 깎여 있는 D컷 스티어링 휠도 손에 감긴다. 진짜 금속으로 만든 조작 버튼들은 이 차가 고급이라는 걸 말해준다. 보통 도어 트림에 달린 윈도 스위치는 기어박스 주변에 멋지게 배치되어 있다. 계기반도 디지털이다. 헤드 업 디스플레이(HUD)까지 달려 있어 진짜 항공기 분위기를 낸다. 우리나라에서는 속도 표시와 크루즈컨트롤 기능만 보여주지만 유럽에선 내비게이션 길 안내까지 한다. 한국 소비자에게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천장 역시 범상치 않다. 파노라마 선루프에서 한 단계 발전했다. 일반적으로 파노라마 선루프는 앞 좌석과 뒷 좌석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DS5는 천장 유리가 운전석과 조수석, 뒷 좌석 세 부분으로 분리되어 있다. 가리개도 따로 여닫을 수 있다. 자동차 위로 비치는 햇빛이나 반짝이는 별은 보고 싶은 사람만 보면 된다. 개성을 중요시하는 프랑스식 사고방식의 결정체다. 다만 유리 지붕이 열리진 않는다. 이는 푸조 시트로엥 자동차들의 공통점이다.
흔한 독일차와 다르다는 것, 그게 DS5가 내세우는 차별성이다.
DS5는 고급차이지만 그다지 큰 차체는 아니다. 길이 4,530mm로 아반테와 비슷하다. 폭은 그랜저보다 넓고 높이는 에쿠스와 맞먹는다. 하지만 프랑스에선 체구가 큰 편이다. DS5는 468리터의 트렁크 공간을 가지고 있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600리터에 달하는 공간을 활용할 수 있지만 패밀리 세단으로 쓰기에는 조금 작은 듯한 게 사실이다.
DS5는 국내 시장에 2.0 HDi(디젤) 모델로 선보였다. 최고 출력 163마력/3,750 rpm에 최대 토크 34.6kg.m/2,000rpm을 낸다. 연비는 14.5km/l(도심 13.2, 고속 16.5)다. DS5는 트림에 따라 쉬크Chic, 쏘 쉬크 So Chic 그리고 이그제큐티브 Executive 모델로 나뉘며 가격은 각각 4,350만 원, 4,750만 원, 5,190만 원이다.
크기와 엔진에서 느낄 수 있듯이 DS5는 독일 세단과 성격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DS5 신차 발표장에 참석한 그레고리 올리비에 푸조시트로엥 그룹 부회장은 “DS5는 DS라인의 정신을 제대로 살린 차”라고 말했다. 2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한 그다지 크다고 볼 수 없는 DS5가 프리미엄을 외치고 있다. 프랑스인들이 지닌 합리와 실용정신은 자동차 문화에도 뿌리내린 지 오래다. 신분 과시를 위해 무조건 큰 차를 찾는 천박한 자본주의와 다르다는 일종의 자존심도 깔려 있다. 도심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한 몫 한다. 프랑스, 특히 파리 시내에서 소형차가 꼬리를 물고 다니는 광경은 당연하다. DS5는 기존 관념과 형식을 타파하고 혁신과 진보를 주장하는 아방가르드 정신을 보여준다.
이제 다시 욕망에 불을 붙일 차례다. 시동을 켜고 고속도로 위에 DS5를 올렸다. 디젤엔진에 대한 편견을 날릴 수 있었다. 공회전 상태에서도 조용하고 떨림이 거의 없다. 고속도로에서 보여준 주행감각은 독일차와 비슷하다. 속도가 빨라져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 도로 곳곳의 충격도 빠르게 걸러준다. 편안하다. 푸조시트로엥 그룹이 사용하는 수동형 자동변속기는 울컥거리는 변속 충격 때문에 지적을 받아왔다. DS5는 달랐다. 시트로엥이 ESG라고 부르는 최신형 변속기는 매끄러웠다.
추월 능력도 발군이다. 웬만한 대형 독일차가 따라붙어도 다시 거리를 벌릴 정도로 순간 가속력이 탁월하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 마다 몸이 시트에 밀착되는 느낌이 좋다. 프랑스차가 지닌 경쾌한 핸들링도 포기하지 않았다. 레이싱 카처럼 단단하게 흔들림을 잡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움직임이 적다는 편이 정확하다.
주행 중 가장 매력을 느낀 것은 제동력이었다. 일본차보다는 월등히 좋았고 유럽 프리미엄 세단보다는 편안하다. 운전자 발끝 조작대로 멈춰줄 줄 안다. DS5는 제동 시 앞·뒤 차량의 무게 차이에 따라 4바퀴에 제동을 골고루 분배해준다. EBD(Electronic Breakforce Distribution)라고 부른다. 급제동 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는 힘을 가중시켜 좀 더 빠르고 강하게 제어되도록 도와주는 EBA(Emergency Braking Assistance)도 탑재됐다. 효과가 확실하다.
추월 능력도 발군이다. 웬만한 대형 독일차가 따라붙어도 다시 거리를 벌릴 정도로 순간 가속력이 탁월하다.
DS5는 시트로엥을 상징하는 차다. 자사가 생산하는 프리미엄 승용차 모델에 DS를 붙인다. 시트로엥이 판매하는 가장 비싼 승용차고 프랑스 대통령 의전 차량으로 사용된다. DS는 역사가 깊다. 1955년 첫 DS모델인 DS19가 파리모터쇼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DS는 출시 당시 ‘시대를 앞서간 자동차’ ‘하나의 예술작품’이라는 평을 들었다. DS19는 시대를 앞서간 혁신적인 디자인과 첨단기술로 자동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너무도 유명한 DS19는 지금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도로를 누비고 있다. 우주선 같은 디자인은 지금 봐도 멋지다. 프랑스인들은 DS를 사랑한다. DS19를 탄 드골 대통령의 모습은 너무도 유명하다.
시트로엥은 기술 혁신에도 남다른 업적을 남겼다. 업계 최초로 양산형 전륜구동 승용차와 모노코크(차체와 섀시 일체형 구조로 무게는 가볍고 높은 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구조를 선보였다. 근대적인 유압식 스티어링 휠과 브레이크를 적용했고 최초로 사하라 사막을 횡단했다.
DS19는 DS21에 이어 DS5에 이르렀다. 클래식에서 첨단으로 시간 이동을 한 DS는 한번쯤 타봐야 할 차다. DS5 수입사인 한불모터스는 경쟁상대로 BMW520d와 벤츠 E200CDI를 콕 집고 있다. 흔한 독일차와 다르다는 것, 그게 DS5가 내세우는 차별성이다. DS5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나이에 개성을 중시하는, 기존 수입차와는 또 다른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은 운전자라면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차다. 그레고와르 올리비에 부회장은 출시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DS5는 프리미엄에 대한 색다른 해석이다. 프렌치 럭셔리라고 하겠다. 우리의 차는 독일 프리미엄에 식상한 소비자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공세 속에서 DS5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하다.
. DS는 불어로 여신(Goddess)이라는 뜻의 디에스(Deesse)에서 따왔다. DS19는 샤를르 드 골 대통령이 의전차량으로 사용했다. 2.DS19 이후 DS20(2.0엔진)과 DS21(2.1엔진), DS23(2.3엔진) 등 후속모델 출시가 이어졌다. 사진은 1968년부터 1975년까지 생산된 DS21모델.
3. DS5는 프랑수아 올랑드 현 프랑스 대통령 의전차량으로 사용되는 시트로엥의 플래그십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