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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광속 워프 드라이브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가 빛보다 빠른 초광속 우주여행이 곧 실현된다고 주장했다. 과연 사실일까?

STORY BY KONSTANTIN KAKAES
PHOTO GRAPHS BY JACK THOMPSON


작년 9월 미국 휴스턴 중심가의 하얏트 호텔에서 '100년 우주선(100 Year Starship)'의 두 번째 콘퍼런스가 수백 명의 과학자와 공학자, 우주항공 팬들이 운집한 가운데 개최됐다.

100년 우주선은 전직 우주비행사 출신의 메이 제미슨이 주도하는 프로젝트로 100년 이내에 인간을 태양계 너머의 외계행성까지 보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 내 창의연구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펜타곤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도 여기에 자금지원을 하고 있다.

콘퍼런스의 참석자 대부분은 유인 우주 개발의 발전이 절망적일만큼 더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 수십년간 수십억 달러의 돈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우주기구들은 1960년대에 이미 가 본 곳 이상으로는 조금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거기까지가 그들이 가진 능력의 한계인지도 모른다는 게 다수 참석자들의 공통된 마음이었다.

반면 100년 우주선 프로젝트에서는 혁신적이고 유망한 기술을 발굴, 지원함으로써 항성 간 여행의 시대를 앞당기려하고 있다. 며칠 동안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도 참석자들은 우주선 내에서의 장기 재생, 조직적 종교 활동 등 독특하고 특이한 주제를 놓고 심도 깊은 논의를 이어갔다. 그런 와중에도 유독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발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워프장 역학 102(Warp Field Mechanics 102)'였다.

발제자는 NASA 소속의 해럴드 소니 화이트. NASA에서 9년을 근무한 베테랑 연구자인 화이트는 하얏트 호텔 인근의 존슨우주센터에서 차세대 추진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 5명의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NASA가 전개해 나갈 향후 16년간의 '우주 추진 시스템 로드맵'을 작성한 바 있는데 개량형 화학 로켓에서부터 반물질, 원자력 엔진 등 모든 종류의 추진 기관이 언급돼 있다. 화이트가 맡은 연구영역은 그중에서도 가장 미래지향적이며 혁신적인 추진기술, 즉 '워프 드라이브(Warp
Drive)'다.

분명히 해두자면 워프 드라이브는 이론적으로 초광속 여행을 가능케 해주는 기술이다. 빛보다 빠른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화이트 초광속 여행을 가능하게 해 준다. 물론 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다. 하지만 화이트의 말은 다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그는 약 30분간의 시간을 투자하며 워프 드라이브를 가능케 할 수도 있는 물리학 이론에 대해 설명했다.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알쿠비에레 버블이나 초공간 진동 같은 것에 대해 논했고, 최근 컴퓨터를 통해 워프 드라이브의 실현에 필요한 이론적 결과를 얻은 사실도 전했다. 또 NASA 연구실인 이글웍스(Eagleworks)에서 실시한 물리적 실험을 언급했다.

워프 드라이브의 성공이 우주여행 분야에서 의미하는 바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실현만 된다면 우주 탐험가들은 지구 궤도는 물론 태양계에서도 해방돼 시공간을 넘나드는 외계행성 여행이 가능해진다. 화이트에 의하면 태양계에서 제일 가까운 항성계인 알파 센타우리(Alpha Centauri)까지 가려는데 기존 방식으로는 무려 7만 5,000년이 걸리지만 워프 드라이브로는 단 2주 만에 도달할 수 있다.

우주 왕복선 프로그램의 종료와 맞물려 지구저궤도 비행에서 민간우주기업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 시대의 격랑 속에서 NASA는 달이라는 경계를 넘어 훨씬 멀고 대담한 탐사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은 더 빠르고, 우수한 신개념 추진시스템의 도움 없이는 요원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100년 우주선 콘퍼런스가 끝나고 며칠 후 NASA 찰스 볼든 국장은 화이트의 발언과 유사한 취지의 말을 하기도 했다.

"요즘 우리는 워프 속도를 내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빛보다 빠르게 이동하고 싶습니다. 우주 탐사를 화성에서 멈추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워프 드라이브가 실현되면 우주 탐험가들은 지구 궤도는 물론 태양계 밖으로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된다.

워프 드라이브라는 표현이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된 것은 1966년 인기 TV 드라마 '스타 트렉'의 방영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후 30년 동안 워프는 오직 공상과학적 산물로만 존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멕시코의 물리학자 미구엘 알쿠비에레 박사가 대학원에서 일반 상대성 이론을 연구하던 중 스타 트렉을 접했다. 그는 워프를 물리학적으로 가능하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자문해 봤다. 그리고 1994년 이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알쿠비에레 박사는 우주 속에 버블을 그렸다. 이른바 앞서 언급한 알쿠비에레 버블이다. 워프 버블이라고도 불리는 이 버블의 앞에서는 시공간이 수축하고, 뒤에서는 시공간이 팽창한다. 이러한 시공간의 변형은 우주선을 마치 파도를 탄 배처럼 부드럽게 견인하게 된다. 물론 우주선 주변에서 다소의 소란은 있겠지만 말이다.

원칙적으로 워프 버블의 움직임은 제멋대로 빨라질 수 있다. 또한 상대성 이론에 입각한 빛의 속도에 대한 제약은 시공간 내에만 적용될 뿐 시공간 자체가 왜곡되는 상황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우주선이 직접 움직이는 게 아니라 버블이 우주선 주변의 시공간을 바꿔서 우주선을 다른 시공간에 데려다놓는 것이므로 알쿠비에레 버블은 상대성 이론을 위배하지 않으면서 초광속 이동이 가능한 아이디어다. 버블 내의 시공간은 변하지 않는 만큼 우주비행사들에게 가해지는 영향도 거의 없다는 게 알쿠비에레 박사의 예측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 공식은 어떻게 보면 풀기가 매우 어렵다. 물질이 공간에 붙어 있는 방식을 알아내는 측면에서 봤을 때 그렇다. 하지만 발상을 전환하면 무척 쉬워진다. 알쿠비에레 박사는 이를 이용하여 해 워프 버블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물질의 분포 양상을 알아냈다. 다만 그런 양상을 만들어내려면 '음에너지(negative energy)'라는 불명확한 물질의 상태가 있어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중력을 가장 기초적으로 정의하면 두 물체 간의 인력이라 할 수 있다. 모든 물체는 크기에 상관없이 주변 물체에 인력을 가한다. 아인슈타인은 이 힘이 시공간 내에서 휜다고 봤다. 반면 음에너지는 중력에 반발한다. 음에너지는 시공간을 끌어 모으는 대신 밀쳐낸다. 간단히 말해 알쿠비에레 버블이 유효하려면 우주선 뒤의 시공간을 확장시킬 음에너지가 필요하다.

당연히 지금껏 이러한 음에너지를 측정한 사람은 없다. 양자역학에서는 음에너지가 존재할 것으로 예견하지만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음에너지를 만들어내야만 입증된다. 이를 만들 가능성이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카시미르 효과(Casimir effect)'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효과에 기반해 서로 평행한 두 개의 도체 패널을 매우 가까이 놓으면 소량의 음에너지가 만들어질 지도 모른다.

다만 이렇게 소량의 음에너지의 생성에 성공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알쿠비에레 버블이 가능하려면 대다수 과학자들이 만들 수 있는 양을 아득히 뛰어넘는 엄청난 양의 음에너지가 필요하다. 이것이 알쿠비에레 버블의 아킬레스건이다

그런데 화이트는 이런 문제를 돌아갈 비책을 찾았다고 말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였지만 워프 장(warp field)의 힘과 기하학적 구조를 바꿀 수 있었던 것. 이에 그는 이론상으로는 알쿠비에레 박사가 예측한 양의 수백만 분의 1에 해당하는 작은 음에너지로도 우주선에서 직접 생성시킬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워프 버블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발견은 워프 드라이브를 비현실적 공상과학에서 타당한 과학으로 바꿔 놓을 겁니다.”





화이트는 양자 진공 플라즈마 추진기(QVPT)를 가지고 두 가지 독창적 연구를 하고 있다. 워프 x라이브 이외의 나머지 하나는 아직 기밀사항이다.

NASA 존슨우주센터는 휴스턴에서 갤베스턴 만(灣)으로 향하는 석호들 곁에 위치한다.

우주비행사 훈련시설이 있기는 하지만 이곳은 교외의 대학촌 같은 느낌을 준다. 필자가 방문한 날, 화이트는 제15동 건물에서 필자를 맞았다. 이글웍스 랩의 사무실과 연구실이 있는 낮은 건물이다. 그는 이글웍스의 엠블럼이 자수된 폴로 셔츠를 입고 있었다. 엠블럼은 미래의 우주선을 덮치고 있는 독수리의 모양이었다.

화이트는 처음부터 추진기관 분야에서 경력을 쌓지는 않았다. 그는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2000년부터 존슨우주센터의 계약직 직원으로 일하다가 2004년 로봇공학그룹의 일원으로 NASA에 정식 입사했다. 이후 그는 플라즈마 물리학 분야의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부착할 로봇팔 개발을 지휘하게 되었다.

이랬던 그가 추진 기관으로 관심을 돌린 것은 2009년부터다. 하지만 그는 오래 전부터 추진 기관에 관심이 있었고, 그 때문에 NASA에 첫발을 디딘 것이기도 했다. 화이트의 상관인 추진시스템부 존 애플화이트 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화이트는 정말 독특한 사람이에요. 분명한 비전을 가진 사람인 동시에 엔지니어입니다. 그는 자신의 비전을 가치 있는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이죠.”

화이트가 추진시스템부에 들어왔을 무렵, 그는 첨단 추진기관 연구를 위한 전용 연구실을 달라고 요청했다. 연구실의 이름은 이글웍스로 정했다. 록히드 마틴의 유명한 연구소 스컹크 웍스의 이름을 애국적으로 모방한 것이었다.

화이트는 필자를 자신의 사무실로 먼저 안내했다. 달 표면에서 물을 찾고 있는 동료와 함께 나눠쓰고 있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이어 이글웍스로 향하는 홀로 안내했다. 걸어가면서 그는 연구실을 달라고 요청했던 당시의 얘기를 늘어놓았고, 그때를 ‘인류의 우주 탐사에 도움이 될 첨단 추진기관을 만들기 위한 길고 고된 여정’이라 표현했다.

연구 시설 내부를 한 바퀴 둘러본 필자는 화이트를 따라 핵심장비인 양자 진공 플라즈마 추진기(QVPT) 앞으로 갔다. 전선이 빈틈없이 얽혀있는 중앙부의 코어를 둘러싼 커다란 붉은 벨벳 도넛처럼 생겼다.

이글웍스는 QVPT를 가지고 두 가지 독창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화이트는 워프 드라이브 이외의 나머지 하나가 무엇인지는 기밀이라고 했다. 재차 물었지만 단지 워프 드라이브 이상의 가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 이상은 밝힐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빛보다 빠르게 움직일 경우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즉 워프 드라이브가 타당하다는 것은 화이트가 타임머신을 만들 수 있다는 것과 같다.

화이트의 워프 실험은 실험시설의 뒤편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헬륨-네온 레이저가 광선 분할기와 흑백 상업용 촬상소자(CCD) 카메라를 따라 격자 모양으로 구멍이 난 작은 테이블 위에 뿜어지고 있었다. 화이트는 이를 '화이트-쥬데이 워프장 간섭계'라 칭했다. 자기 자신과 CCD 데이터 분석을 도와 준 전직 존슨우주센터 동료인 리처드 쥬데이의 이름을 따서 직접 명명했다고 한다.

레이저 불빛의 절반은 화이트의 시험 장비인 링을 통해 움직이고, 나머지 절반은 그렇지 않았다. 링이 효과가 없으면 화이트는 CCD에 한 종류의 신호만 나올 것이라고 본다.

화이트가 사전에 설정해 놓은 대로 기기가 켜지자 마치 완벽한 영화 소품을 보는 듯 했다. 레이저는 밝은 빨간색이었고, 두 광선은 마치 광선검처럼 교차됐다. 링 안에는 티탄산 바륨으로 만든 4개의 세라믹 축전기가 있었으며 화이트는 여기에 2만3,000V의 전압을 가했다.

그는 이 실험의 설계에만 지난 1년 반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축전기가 엄청난 잠재적 에너지를 만들어낼 거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필자가 이 기기가 어떻게 시공간 워프를 실시할 수 있을 정도의 막대한 음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묻자 대답을 피하는 기색이었다.

"그건...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말해드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은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그는 비밀 준수 서약서에 서명했기 때문에 특정 내용을 밝히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필자는 누구와 그런 서약을 했는지 물어봤다.

"사람들이 찾아와서는 그것과 관련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이상은 도저히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시공간을 왜곡시켜 움직이는 버블을 이용해 우주를 여행한다는 워프 드라이브는 분명 개념적 타당성을 갖추고 있지만 그만큼 아직 풀어내지 못한 한계점도 다수 준재한다.



일례로 설령 화이트의 주장처럼 알쿠비에레가 제시한 것과 비교해 워프 드라이브에 필요한 음에너지의 양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해도 여전히 대다수 과학자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양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게 미국 터프츠대학 이론물리학자인 로렌스 포드 박사의 지적이다.

포드 박사는 지난 30년 동안 여러 학술지에 수십 건의 음에너지 관련 기사를 낸 사람이다. 그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은 워프 드라이브에는 공학적 문제 외에도 물리학적으로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피력한다. 필요한 양의 음에너지를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시간 동안 가져다 놓아야 한다는 문제를 풀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초광속으로 움직이는 워프 버블을 만들려면 음에너지를 우주선의 앞을 포함해 사방에 분산시켜야 한다. 화이트는 적어도 이 부분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필자가 이 점에 대해서 묻자, 그는 "원하는 상태를 만들어줄 기구가 있기 때문에" 워프 드라이브가 가능하다는 모호한 대답을 했다.

그러나 우주선 앞쪽에 그런 상태를 만드는 것은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음에너지를 살포하겠다는 뜻과 같다. 이는 일반 상대성 이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마지막으로 워프 드라이브는 개념적인 문제도 안고 있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빛보다 빠르게 움직일 경우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즉 워프 드라이브가 타당하다는 것은 화이트가 타임머신을 만들 수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장애물들은 학계로부터 상당한 의구심을 불러왔다. 2011년 100년 우주선 프로젝트의 콘퍼런스에서 미래형 추진기관에 대해 논의했던 터프츠대학 물리학자 켄 올럼 박사는 이같이 말했다.

"물리학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화이트의 말대로 실험 결과가 나와 줄 리가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필자의 부탁을 받고 화이트의 논문 두 편을 읽어본 미들베리칼리지의 물리학자인 노아 그레이엄 박사도 이메일 답신에서 다소 비관적인 입장을 취했다.

"두 논문에서는 기존의 연구결과를 뛰어넘는 어떤 타당한 과학이론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현재 멕시코 국립자치대학의 물리학자로 있는 알쿠비에레 역시 의혹을 덧붙였다. 그는 멕시코시티에서 필자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워프 드라이브를 채용한 우주선과 음에너지가 있다고 해도, 그 에너지를 원하는 곳에 배치할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워프 버블은 좋은 아이디어이기는 해죠. 제가 직접 만들었으니 제 마음에도 들어요.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 이론에 여러 가지 허점이 드러났어요. 저로서는 그 허점을 메울 방법이 없네요."



존슨우주센터의 정문 왼쪽에는 새턴 V 로켓이 옆으로 누워 있다. 각 단이 분리되어 내부를 일부 보여주고 있다. 이 로켓에는 소형차만한 엔진이 여러 개 붙어 있는데 길이가 풋볼 구장보다도 조금 더 길다.

새턴 V 로켓은 우주여행이 결코 쉽지 않음을 소리 없이 외친다. 이 로켓은 무려 40년 전에 개발됐다. NASA가 사람을 달에 보낸다는 미국의 국가 정책을 실현시키기 위해 땀을 흘렸던 시기도 그만큼 지나갔다. 존슨우주센터도 한때는 위대한 일을 했지만 지금은 궤도에서 이탈한 곳처럼 느껴진다.

추진 기관의 혁신은 존슨 우주 센터와 NASA에 새 시대를 열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 시대는 이미 우리에게 어느 정도 열려 있다. 2007년 발사된 탐사선 '다운(Dawn)'은 이온 추력기를 사용해 소행성대를 탐사하고 있다. 2010년 일본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미래형 추진기관인 태양 돛(solar sail)을 장착한 이카로스를 발사했다. 그리고 2016년 과학자들은 플라즈마 기반 고추력 엔진인 바시미르(VASIMR)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실험할 계획이다.

이런 추진기관들이 언젠가 화성에 사람을 보낼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태양계를 벗어난 곳에 사람을 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만들려면 NASA는 지금보다 위험부담이 더 큰 프로젝트를 떠안아야 한다.

아마도 워프 드라이브는 NASA가 연구 중인 추진기관 가운데 가장 늦게 실현될 물건이 될 개연성이 높다. 학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이트가 실패할 거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화이트가 자연과 물리학 법칙에 위배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NASA는 그런 화이트를 도와주고 있다. 애플화이트 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가 이루려는 목표에 비하면 그가 지원받는 금액은 그리 많은 것이 아니에요. 저희 부서 내에는 그의 연구를 유지시키려는 강한 열의가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이론적 개념일 뿐이지만 그 과실을 거두게 되면 우주개발의 판도는 완전히 바뀔 것입니다."

올 1월 화이트는 워프 간섭계를 싸가지고 새 시설로 자리를 옮겼다. 처음 배정받은 공간이 비좁아질 만큼 이글웍스가 성장한 것이다. 화이트는 새 연구실이 넓은데다 방진설비도 잘 구비되어 있다며 열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새로 둥지를 튼 연구실의 가장 좋은 점은 따로 있다. 이곳은 원래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을 달에 보낸 아폴로 프로젝트를 위해 지어졌다.



미구엘 알쿠비에레 박사가 처음 제시한 워프 드라이브는 시공간을 왜곡, 빛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이 기기는 음에너지의 장(field)을 생성해 시공간을 늘이거나 줄일 수 있는 '워프 버블'을 만든다. 이 버블은 파도를 탄 서퍼처럼 왜곡된 시공간 위를 떠다닌다. 빅뱅이론에서 알 수 있듯 시공간은 물체가 빛의 속도 이상으로 움직이도록 매우 신속하게 팽창할 수 있다.

[how it (could) work] 워프 드라이브
로켓이나 추력장치 대신 워프 드라이브를 장착한 우주선은 시공간을 왜곡시키는 방식으로 빛 보다 빠르게 이동한다.



워프의 모습
독일 연구팀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워프 드라이브가 장착된 우주선이 가만히 서있는 사람을 지나치는 모습을 묘사했다. 이 경우 관측자는 워프 드라이브가 공간에 미치는 효과를 보게 된다. 우주선이 관측자를 향해서 다가올 때 워프 드라이브는 공간을 꽉 조이고[맨 위], 앞을 지나칠 때는 공간을 전이시키며[가운데], 멀어질 때는 공간을 팽창시킨다.

극복 과제



음에너지
워프 드라이브의 구현에는 음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는 인력이 아닌 척력을 구사하는 신비의 물질 상태다. 화이트 박사는 음에너지의 존재를 예측했지만 실제 측정에 성공한 사람은 없다. 또 기존 방법으로 음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데는 제약이 매우 많다. 엄청난 양에너지(정상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탓에 음에너지는 거기에 묻혀 버릴 수 있다.



초광속의 한계
과학자들이 매우 강력한 음에너지장을 만들었다고 해도, 이 음에너지 장의 일부를 우주선 앞에 둬야 한다는 문제가 남는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음에너지가 빛보다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현재의 물리법칙상 이건 불가능하다.



불안정성
음에너지 장을 만들어 원하는 곳에 두었다고 치자. 그래도 이 장이 제 모양을 계속 유지한다고 기대하기 어렵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공동연구팀이 2010년 작성한 논문에 따르면 블랙홀의 사상 수평선에서 일어나는 호킹 복사와 유사한 양자 역학 복사가 나타나면서 초광속을 얻게 되면 워프 버블의 불안정화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딥 스페이스 1호'는 이온엔진으로 추진되는 최초의 우주탐사선이다.

심(深)우주 탐사 엔진
화성 너머의 먼 우주 탐사를 가능케 해줄 미래의 추진기관


스타-48
역대 가장 빠른 화학로켓. 이 로켓의 엔진은 과염소산 암모늄과 알루미늄 혼합물을 연소시켜 추력을 얻는데 2006년 발사된 명왕선 탐사선 '뉴 호라이즌'에도 쓰였다. 뉴 호라이즌은 2015년 7월 명왕성에 도착 예정이다.
최초 활용 시기 : 1980년

이온 추력기 (ion thruster)
이온 추력기는 전자기 효과를 입각해 대전된 입자를 가속, 우주선 뒤쪽으로 분출해 추력을 얻는다. 기존의 화학 로켓과 비교해 최대 50배나 더 효율적이다. 1998년 발사된 NASA의 '딥 스페이스 1호'가 이온 추력기를 메인 추진기로 사용한 최초의 탐사선이다. 현재 소행성대를 탐사 중인 '다운(Dawn)'에도 탑재돼 있다.
최초 활용 시기 : 1998년

태양 돛 (solar sail)
선박의 돛이 바람에서 힘을 얻듯 태양 돛은 햇빛에서 힘을 얻는다. 현재까지 우주에서 실험된 사례는 일본의 '이카로스', 민간개발우주선 '라이트세일', NASA의 '나노세일-D'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은 속도 증진을 위한 소재의 경량화 및 돛 전개의 신뢰성 제고 방안을 연구 중이다.
최초 행성간 비행 : 2010년 1998년

외부 펄스 플라즈마 추진
지금껏 과학자들이 개발한 추진기관 중 가장 빠른 방식. 우주선 뒤에서 수백 발의 핵무기를 폭발시켜서 그 반작용(충격파)으로 추진력을 얻는다. 1940년대 처음 연구됐다. 기술적 타당성은 있지만 수백 발의 핵무기를 탑재한 우주선이 안전하기를 바라는 것은 넌센스다.
개념 실험 : 1957년 1998년

퓨전 로켓
한층 효율적인 열에너지원을 채용한 로켓. 연료를 가열해 분출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1970년대 영국행성간협회의 '다이달로스' 이래 많은 과학자들은 이 개념을 연구했다. 다이달로스 연구를 계승·발전시킨 '이카루스 프로젝트'의 연구팀은 최근 더욱 현대적 기술로 퓨전 로켓을 재구성했다. 다만 아직은 우주는커녕 지상실험에서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하고 있다.
예정 활용 시기 : 2030년 1998년

워프 드라이브
이론상 초광속의 장벽을 무너뜨릴 유일한 추진방식. 엄청난 양의 음에너지를 사용해 시공간을 왜곡시킬 버블을 생성해야 한다. 우주선 앞쪽의 시공간은 수축, 뒤쪽의 시공간은 팽창시키는 방식이다. 워프 드라이브를 장착한 우주선은 우주를 가로지른다기 보다는 시공간의 왜곡을 타고 우주 속을 움직인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예정 활용 시기 : 미정 1998년

알쿠비에레 버블 (Alcubierre bubble) 멕시코의 물리학자 미구엘 알쿠비에레 박사가 제기한 워프 드라이브를 가능케 해줄 가상의 버블.
초공간 (hyperspace) (초광속 여행이 가능한) 4차원 이상으로 이뤄진 공간.
사상 수평선 (Event Horizon) 탈출속도가 빛의 속도가 되는 사상 수평선 (Event Horizon) 부분으로 우주와 블랙홀의 경계가 되는 수평선
화학로켓 (chemical rocket) 연료와 산화제(酸化劑)의 화학 반응으로 생기는 고압가스를 분사해 추진력을 얻는 로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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