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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균 특허의 득과 실

원래부터 존재하는 자연물에 대한 특허권 인정은 부당해 보인다. 하지만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달리 생각할 수도 있다.

지난 6월 미 연방대법원은 인간 유전자가 특허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자연의 산물인 유전자는 개인과 기업이 특허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만 상보적 DNA(cDNA)처럼 추가적인 조작을 가한 것은 특허 대상으로 인정했다. 현재 이 판결은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 올 초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메디컬센터(EMC) 연구팀은 정부로부터 새로 발견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바이러스에 대해 특허를 받았다. 지금껏 최소 30명 이상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졌는데 EMC 연구팀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의사가 보내준 표본에서 MERS의 분리에 최초로 성공했다.

사우디 보건부는 MERS 특허가 질병 연구를 방해해 더 많은 인명 피해를 유발할 것이라며 강력히 항의했고, 세계보건기구(WHO)도 적법성을 조사해 필요한 조취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이런 반응은 지극히 정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에 상반되는 주장을 펼친다. 특허는 질병을 신속히 무찌를 가장 강력한 도구의 하나라는 것이다.

실제로 특허권을 획득하면 라이선스를 주거나 상용화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확보, 추가적인 기술혁신과 새로운 발견에 나설 수 있다. 또 특허는 다른 사람이 카피할 수 있을 만큼 내용이 세부적으로 공개되므로 법이 정한 20년의 기간이 지나면 해당정보는 공공의 소유로 바뀐다. 장기적으로 정보공유에 따른 상용화 및 기술혁신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생물학 특허가 연구를 활성화시켜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한 사례는 많다. 예컨데 1920년대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리해낸 연구자들은 신뢰성 있는 제약사에서만 인슐린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자 특허권을 확보했다. 그리고 단돈 1달러만 받고 토론토대학에 라이선스를 줬다.

또한 1980년 미 연방대법원이 생물학 특허에 우호적 판결을 내리자 바이오 붐이 일면서 관련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 혜택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다.



앞서 MERS 특허를 받은 네덜란드 연구팀도 특허 신청이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특허획득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자신들은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며, 다른 연구자들에게 바이러스를 무료로 나눠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약속이 지켜진다면 다른 연구자들은 추가연구를 통해 백신과 치료법을 개발, 또 다른 특허를 가질 수 있다.

물론 현 특허시스템 하에서는 탐욕스런 특허권자가 기술혁신을 막을 개연성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이때도 돌파구는 있다. 정부가 공공 이익을 위해 소송을 무릅쓰고 특허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9.11 테러 당시 추가적인 탄저균 테러를 우려한 미 정부가 탄저균 치료제 ‘시프로(Cipro)’의 특허권자인 바이엘에 무(無) 라이선스 생산을 압박했던 것처럼 말이다.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퍼져나간다. 인류는 앞으로도 새로운 치명적 질병들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특허 불허로 연구자들의 발목을 잡기 보다는 특허권자가 또 다른 최고의 연구자를 찾아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도와주는 것은 어떨까.

MERS 특허를 받은 네덜란드 연구팀은 자신들이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며, 다른 연구자들에게 바이러스를 무료로 나눠줄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호흡기증후군 (Middle Eastern Respiratory Syndrome)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지역에서 환자가 집중 발생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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