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비상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에 드리운 경기 침체의 먹구름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심각한 실적 하락에 직면해 있다. 지난 4분기 실적은 심지어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전자 마저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들의 위기감은 CEO들의 신년사에 잘 드러나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한 국내 그룹 총수들은 한목소리로 ‘위기 의식’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신경영’ 21년째를 맞은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강도 높은 변신을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평면TV 시장에서 전년 실적을 뛰어넘는 한편 웨어러블 기기와 바이오 사업 등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R&D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공격적인 마케팅 대신 수익성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안으로는 내실을 다지고 밖으로는 브랜드 위상을 높여 미래의 새로운 성장을 준비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우선 유럽에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하고 대형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 현대차그룹이 유럽의 고급자동차 시장을 겨냥해 내놓는 작품이다.
LG그룹은 시장 선도와 성과 달성, 신사업 1등 확보 등을 가슴에 새겼다. LG전자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연속 히트 중인 G시리즈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3분구도를 추구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은 각각 상업용 디스플레이와,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전지 소재 분야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SK그룹은 그룹 회장의 공백에 따라 위기감이 더욱 높다. 따라서 계열사별 자율책임경영 체제를 이어가면서 그룹 가치 300조 원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그룹의 주력 사업인 에너지 화학, 정보통신, 반도체 사업 시설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포스코는 포괄적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수요감소, 공급과잉과 같은 수급불균형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에너지 강판, 자동차 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한진그룹은 ‘체질 개선’과 ‘수익 확보’가 화두다. 그룹은 지주사를 중심으로 주력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 이와 함께 고부가가치 서비스로 수익성을 높여 나간다는 전략이다.
주요 그룹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융복합산업이다. 자동차는 더 이상 현대차만의 사업이 아니고, 스마트 기기 역시 전자회사의 사업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술발전은 기존 비즈니스 영역을 무너뜨리면서 기존 산업의 강자들에게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기업은 사활을 걸고 올해 신사업 육성에 집중 투자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더불어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동반성장과 사회적 책임 등 기업에 요구되고 있는 역할에 충실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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