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을 위해 콜 쿄수는 1940~1950년대에 발간된 인체 구성성분 데이터를 이용했다. 이 데이터는 35~65세 사이에 숨진 남성의 시신 4구를 가지고 분석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육의 부위별 열량 차트를 만들었는데 팔 한짝이 약 1,800칼로리, 다리 한짝은 약 7,150칼로리의 열량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폐와 간, 소화관은 각각 1,500칼로리 정도였으며 뇌와 척수, 신경간(nerve trunk)은 모두 합쳐서 2,700칼로리로 계산됐다. 심장의 경우 722칼로리였다.
뭔 쓸데없는 짓이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고고학자들에게 이 차트는 까다로운 연구과제를 해결할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초기인류에게 식인 풍습이 있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것이 종교의식이나 사회적 이유에 의한 ‘문화적 식인’인지, 단순히 양분 섭취를 위한 ‘미식(美食)적 식인’인지는 그동안 파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다만 100만년 전 호모 안테세소르가 살았던 스페인 부르고스 동쪽의 한 동굴에서 뭔가에 베인 흔적이 있는 초기인류의 뼈가 발견된 적이 있다. 연구팀은 이것이 미식적 식인의 증거로 봤다. 그 흔적이 호모 안테세소르가 먹고 버린 동물의 뼈에 남은 흔적과 똑같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번 연구가 초기인류의 식인 습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인체 열량 차트를 활용하면 호모 안테세소르가 인간의 뼈에 남긴 자국을 보고 영양분이 많은 부위를 의도적으로 먹었는지 확인할 수도 있을 겁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8만1,500칼로리는 매우 큰 열량으로 보이지만 대형 동물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말은 20만 칼로리 이상, 곰은 무려 60만 칼로리 이상의 열량을 지닌다. 그것도 맛있는 부위만 골라 먹었을 때 그 정도다. 참고로 인육이 지닌 열량은 약 50%가 맛도 없고, 건강에도 좋지 않은 지방조직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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