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블랙 앤드 데커
디월트, 블랙 앤드 데커, 스탠리 등을 보유한 명망 있는 공구 제조사. 현 CEO 존 룬드그렌
매출 110억 달러
이익 4억 9,000만 달러
직원 5만 700명
현 CEO 임기 중(2004년 3월 1일부터) 연 평균 수익률 11.1%
255위 포춘 500대 기업 랭킹
슈니처 인더스트리스
픽-앤-풀로 유명한 철강·고철 판매업체. 현 CEO 타마라 룬드그렌
매출 26억 달러
이익 2억 8,100만 달러
직원 3,600명
현 CEO 임기 중(2008년 12월 1일부터) 연 평균 수익률 3.7%
803위 포춘 1000대 기업 랭킹
존 룬드그렌 John Lundgren은 스탠리 블랙 앤드 데커 Stanley Black & Decker의 CEO다. 타마라 룬드그렌 Tamara Lundgren은 슈니처 스틸 인더스트리스 Schnitzer Steel Industries의 CEO다. 이 막강한 기업인 부부는 어떻게 철강 가격변동에 대처하고, 나라 반대편에 있는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BY JENNIFER REINGOLD
룬드그렌 부부에게 금요일은 데이트를 하는 날이다. 보통 사람들에겐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주중 대부분을 3,000마일이나 떨어져 지내는 이 부부에게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둘은 모두 대형 상장 기업의 CEO를 맡고 있다. 존은 매출 110억 달러의 스탠리 블랙 앤드 데커를, 타마라는 매출 26억 달러의 슈니처 스틸 인더스트리스를 경영한다.
정신 없었던 최근 한 주 동안 타마라는 이사회에 참석했고, 워싱턴 DC, 오리건 주 포틀랜드, 마이애미, 보스턴 등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같은 시간 남편 존은 코네티컷 주 뉴 브리튼 New Britain 본사에 편히 앉아 분기별 사업 성과 및 승계계획 검토에 몰두하고 있었다.
하지만 매주 금요일이 되면 이 부부는 마치 한주일의 의식처럼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 구장 펜웨이 파크 Fenway Park로 향한다. 관중석에 편히 앉아 존은 샘 애덤스 맥주를, 타마라는 라임이 첨가된 그레이 구스 Grey Goose 칵테일을 마신다. 레드삭스의 간판 스타 더스틴 페드로이아 Dustin Pedroia의 만루홈런(개인통산 100호 홈런이자 500번째 타점)을 본 이후부터 둘의 기분은 특히 더 좋아졌다.
둘은 이야기를 나눴다. 타마라는 몇 년 전 존의 동료가 남편의 생일 날 펜웨이 파크 전광판에 생일축하 메시지를 띄웠던 일화를 이야기했다. 한 번도 아니고 게임 중 수차례나 메시지를 띄워 존을 낯뜨겁게 했다. 존은 그 일을 기억하며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전광판의 스탠리 회사 로고를 보며 미소 지었다(그때부터 주저 없이 전광판을 바라봤다). 타마라에게 로고를 가리켰고, 그녀도 만족스러운 웃음을 보였다. 경기는 보스턴 레드삭스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Oakland Athletics를 7대 1로 완벽히 제압하며 끝났다.
이 부부는 모두 CEO일 뿐만 아니라 둘 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제조업체를 이끌고 있다. 108년 전 설립된 슈니처는 소매업체이자 철강·고철 생산업체로, 61개의 폐차 부품 체인 픽-앤-풀 Pick-n-Pull을 운영하고 있다. 스탠리 블랙 앤드 데커는 171년 역사의 스탠리 워크스가 2010년 블랙 앤드 데커와 합병하며 탄생한 대기업이다. 공구와 산업장비뿐만 아니라 안전 장비도 생산한다. 보유 중인 브랜드는 스탠리, 디월트, 블랙 앤드 데커 등이다. 두 기업은 경쟁관계는 아니지만 철강 가격에 있어선 정반대 입장에 서 있다. 슈니처는 가격이 높을 때 이익을 보지만 스탠리는 그 반대다. 붉은 갈색 머리에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타마라(56)는 말수가 적지만 흔들림 없이 행동하는 리더다.
빌 Bill과 힐러리 Hillary 클린턴, 비욘세 Beyonce와 제이지 Jay-Z 같은 스타 부부들 때문에 유명인들의 결합은 더 이상 대단한 뉴스가 아니다. 하지만 룬드그렌 부부는 포춘 1,000대 기업(슈니처 803위, 스탠리 255위)의 CEO가 만난 유일하고 독특한 경우다. 이들은 결혼 9년 차로-존은 이혼 경험이 있다-두 사람의 CEO 경력을 합하면 16년(존 10년, 타마라 6년)에 달한다.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이 부부가 운영하는 두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140억 달러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둘은 모두 주요 산업단체와 비영리 단체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들 부부는 대중에 노출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두드러지는 각자의 역할에도, 둘의 관계는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그들이 부부라는 사실을 아는 주위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다른 유명 커플들은 룬드그렌 부부에게서 본 받을만한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결혼생활뿐만 아니라 기업 운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잘 이해하고 있다. 이 부부의 친구이자 조지아 퍼시픽 Georgia-Pacific의 CEO를 역임한 A.D. 피트 코렐 A.D. Pete Correll한때 그는 존의 상사였다은 “한 명은 코네티컷에서, 또 한 명은 포틀랜드에서 각자 기업을 운영하면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들은 주말에는 꼭 만나기로 했고, 어떻게든 이를 지키려 했다”고 증언했다.
이 부부의 첫 만남에는 지리적 운이 크게 작용했다. 2000년 당시 존과 타마라는 모두 런던에서 일했다. 존은 조지아 퍼시픽의 유럽 소비자 제품 사장(President of European Consumer Product)으로 몇 년간 일해오고 있었다. 타마라는 골드만 삭스와 호건 앤드 하트슨 Hogan & Hartson에서의 경력을 자랑하는 변호사 출신 은행가였다. 2000년 타마라는 도이치뱅크 Deutsche Bank의 매니징 디렉터로 일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유럽 채권을 증권화한 최초의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존과 타마라는 모두 골프광이다(존은 다트머스 대학 골프팀 주장 출신이다). 그들이 처음 만난 장소도 2000년 비 오는 날 런던 외곽의 웬트워스 클럽 Wentwroth Club에서였다. 라담 앤드 왓킨스 Latham & Watkins의 파트너 마크 스테게몰러 Mark Stegemoeller가 둘을 소개해주었다. 하지만 첫 만남은 강렬하지 않았다. 입담이 좋고, 외향적인 성격의 존은 웃으며 “일단 몸이나 말리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스테게몰러는 이후 자신이 미국인들을 위해 연 추수감사절 저녁식사에 두 사람을 초대해 함께 앉혔다. 그는 “나름 전략적인 시도였다”고 말했다.
두 번째 만남에서 둘은 공통 관심사를 찾았다. 존은 “타마라는 친절하고 똑똑하고 흥미롭고 귀여운 여성이었다”고 말했다. 타마라는 “아주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대단한 일은 없었다”고 기억했다. 몇 주 후 셋이 함께 로열 앨버트 홀 Royal Albert Hall에서 록 밴드 더 후 The Who의 공연을 관람했을 땐 존과 타마라는 누가 봐도 연인 같았다.
연애 초기부터 그들에게는 일이 우선이었다. 타마라는 급한 연락을 받고 곧장 비행기를 타러 간 적도 있었다. 둘은 요즘에도 유효한 그들만의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떨어져 있을 땐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함께 있을 땐 오롯이 서로에게만 집중하는 것이다. 둘 다 런던을 좋아해 런던 남부의 고급 주택지구인 벨그레이비어 Belgravia에 집을 마련했고 결혼 계획도 세웠다.
2003년 말 존은 스탠리 워크스로부터 CEO를 맡아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이미 코렐의 뒤를 이을 조지아 퍼시픽의 차기 CEO로 내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타마라는 경험 삼아 인터뷰를 해보라고 권했다. 인터뷰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됐고, 스탠리 측은 존에게 곧바로 이사회 심사위원회와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 얼마 안되 존은 CEO가 돼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존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타마라도 내게 ‘당신은 이 일을 꼭 해야 돼’라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존은 CEO직을 수락했다.
2004년 초 존은 코네티컷에 아파트를 임대했다. 타마라는 뉴욕 J.P. 모건에서 일하게 됐고, 몇 달 후 존의 아파트로 들어갔다. 존은 원하는 집을 찾기 위해 고생했던 일을 떠올리며 “타마라는 마치 노련한 배우 같았다”고 말했다. 존은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차 안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있던 타마라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는 “그녀를 너무나 사랑한다”고 말했다. 2005년 8월 둘은 런던의 버클리 호텔 Berkeley Hotel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언젠가 돌아올 것을 기약하며 런던의 집은 그대로 남겨 놓았다.
존은 큰 변화를 이뤄냈다. 이젠 타마라의 차례였다. 사실 그녀는 능숙하게 고객을 다루며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증명한 바 있었다. 일을 자주 바꾸면서도 새로운 도전에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다 생각지 않게 슈니처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됐다. 슈니처는 2004년 한국에서 해외부정거래방지법(Foreign Corrupt Practices Act)을 위반한 이후 힘든 시기를 헤쳐나가던 중이었다. CEO는 사퇴했고, 건설업체 벡텔 Bechtel의 경영자 출신 존 카터 John Carter의 리더십 아래 이미지 재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타마라는 투자 은행가 시절 그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었다. 카터는 타마라의 업무 방식을 높이 샀고, 그녀에게 전략책임자를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타마라는 “내 커리어의 대부분을 조언자 역할로 보냈다. 때로는 내 조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카터의 제안은) 격변기였기에 내가 뛰어들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신임 CEO들의 배우자는 대부분 짐을 싸고 이사를 다니는 데 이골이 난다. 하지만 존과 타마라의 경우는 그럴 수 없었다. 둘은 막 코네티컷으로 이사를 했고, 타마라의 새로운 직장은 포틀랜드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녀만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냐고 묻자 타마라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내가 먼저 고위 직책을 맡게 됐다면 내 직장 근처로 이사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마라가 전략 책임자와 (2006년부터)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내는 동안 슈니처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경쟁사들을 인수하고, 픽-앤-풀을 시작으로 소매사업을 크게 확장했다(픽-앤-풀에선 고객들이 직접 폐차에서 타이어 휠 캡, 기화기 같은 필요한 부품을 분해해 가져갈 수 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슈니처의 매출은 2배 가까이 수직상승했다.
카터는 2008년 물러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CEO직을 타마라에게 이양했다. 그녀는 농담조로 “이런 상황에서 ‘제게는 너무 과분한 자리입니다. 당신의 빈 자리를 못 채울 겁니다’ 같은 말을 해야 하나? 나는 대신 ‘내가 모르는 게 뭐가 있죠?’라고 당당히 물었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타마라는 CEO직을 수락했다. 그 전에 남편의 의견을 물었을까? 타마라는 필자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며 “존이 지지해 줄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존도 “타마라가 내 허락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어떻게 그런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비행기를 오래 타야 할 유일한 사람은 타마라였다”고 말했다. 앞서 타마라는 존에게 ‘뜨내기 사업가(carpetbagger)’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코네티컷에 살아야 한다고 얘기한 바 있다. 이제 타마라도 같은 문제에 직면했고, 결국 포틀랜드에 아파트를 장만했다.
그런 점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타마라가 2008년 11월 CEO로 취임했을 때 주식시장은 폭락을 거듭하고 있었다. 슈니처의 주요 제품인 철강의 수요도 곤두박칠 치고 있었다. 그해 여름 118달러로 최고치를 찍었던 슈니처 주가는 16.45달러까지 폭락했다. 주택과 건설 시장 의존도가 높은 스탠리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였다. 타마라가 CEO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전략적 사고로 사업을 확장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슈니처는 당시 규모를 줄여가고 있었기에 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2009년 슈니처의 매출은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천천히 회복세를 보였지만 머지않아 다시 유럽 금융위기와 신흥시장 경기침체라는 악재를 만났다.
어떻게 보면 이런 고난이 이들 부부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존은 “타마라는 집으로 와 ‘당신이 평생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왔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이런 시기에도 둘만의 즐거운 시간을 갖기로 한 약속은 잊지 않고 지켜나갔다.
오늘날 슈니처는 규모 면에선 이전보다 줄었지만 생산성이 훨씬 더 뛰어난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물론 여전히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이사진 중 한 명인 웨이랜드 힉스 Wayland Hicks는 “타마라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불필요한 제경비를 계속 줄이며 회사에 큰 공헌을 했다”고 말했다.
타마라가 규모를 줄여가는 동안 존은 회사 규모를 두 배로 키웠다. 2009년 말 그는 블랙 앤드 데커를 45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 인수합병은 기존에도 검토된 적이 있었던 딜이었다. 존은 블랙 앤드 데커의 CEO이자 최대 주주인 놀런 아키볼드 Nolan Archibald가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설득하면서 마침내 이를 현실로 만들었다. 인수합병은 성공적이었다. 합작회사의 시장가치는 인수합병 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루드그렌 부부 사이에는 단 두 가지 규칙만이 존재한다. 첫째, 어떻게든 함께할 수 있을 방법을 찾는다. 둘째, 주가가 지난 주보다 떨어진 쪽이 무엇을 하며 놀지 정한다(최근 타마라가 선택권을 쥔 경우가 많았다). 타마라는 “서로의 일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무척 높은 수준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갑자기 약속을 취소해 혼자 있게 되거나, 저녁 식사 중에 급한 전화가 걸려오거나, 와인을 곁들인 저녁 식사 중 갑자기 나가야 할 때가 있지만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 들인다”고 말했다.
이 부부는 서로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지만, 함께 있을 때는 과도하게 일 얘기를 하지 않는다. 타마라는 “서로를 무료 컨설팅 기회로 여기지 않는다. 다만 서로의 하루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내부 정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블랙 앤드 데커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타마라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어느 토요일 아침 집 전화벨이 울리고 타마라가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놀란 아키볼드입니다. 존의 집 맞나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존이 통화를 끝낸 뒤 타마라는 놀란 표정으로 “당신, 나한테 할말 없어?”라고 물었다.
존은 결혼생활의 예상치 못한 장점 하나에 대해 털어놓았다. CEO 부인을 둔 덕분에 여성 임원들을 영입하기가 쉬워졌다는 것이다. 여성 임원들은 존이 강하고 능력 있는 여성들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는 점을 잘 알고, 그의 회사에서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존과 타마라는 자주 골프를 즐긴다. 하지만 골프를 칠 때만큼은 동등한 위치가 아니다. 존의 핸디캡은 7, 타마라는 26.3이다 *역주: 핸디캡이 낮을수록 골프 실력이 뛰어나다. 한 자리 수 핸디캡은 대단한 실력이다. 제대로 대결해 볼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존은 “평생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다. 그녀가 억지로 스트로크 기회를 더 얻어내기까지 하니 꿈도 못 꿀 일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코칭을 해주지 않느냐는 질문엔 “다른 남편들처럼 먼저 묻지 않는 이상 조언을 해 봤자 소용이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다지 성과가 없는 투자다”라고 답했다.
자녀가 없는 룬드그렌 부부는 매주 일요일 밤 함께 앉아 서로의 아이패드 달력을 비교한다. 뉴욕에서 액센추어 Accenture 후원 만찬에 각자 참석했다가 연회장 반대편에서 서로를 발견한 이후부터 시작한 일이다. 둘은 서로의 비서에게 며칠에 한 번씩 연락을 취한다. 둘은 일년에 다섯 번 정도 같은 콘퍼런스에 참석하는데, 그럴 경우 미리 서로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긴 휴가를 떠나는 것도 쉽지 않다. 슈니처의 회계연도는 8월, 스탠리는 12월에 끝나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가 유일하게 시간을 맞출 수 있는 시기는 크리스마스다(작년에는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휴가를 보냈다).
이들 부부는 모두 화려한 집무실에 뒤따르는 특별한 책임도 이행해야 한다. 둘 다 주요 산업단체의 멤버이다. 타마라는 미 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의 차기 회장이며,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위원회(San Francisco Federal Reserve Board)의 일원이자 트럭 대여회사 라이더 Ryder의 이사다. 존은 전미 제조업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Manufacturing)의 집행위원이며, 캘러웨이 골프 Callaway Golf와 복수의 비영리 단체 이사를 맡고 있다. 둘은 같은 이사회에서 일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하지만 오리건 주의 포도주 양조장 더스키 구스 Dusky Goose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어느 정도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은 이들 부부에게 매우 효과적이었다. 굳이 변화나 조정이 필요없어 보인다.
‘CEO라는 직책은 스스로를 고립시킨다’는 말이 있다. 룬드그렌 부부는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한다. 존은 “외로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가 있기 때문에 괜찮다. 타마라도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로 ‘동등한 합병’이라 부를만하다.
그들의 바쁜 일정을 고려했을 때 데이트는 언제나 특별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장소는 국경을 초월한다. 때로는 존(62)이 코네티컷 파밍턴 Farmington에 위치한 조지아 왕조풍 자택에서 요리를 하기도 한다. 혹은 자동차 경주대회 나스카 NASCAR를 보거나 자선 행사에 참석하기도 한다. 이들은 결혼 1주년을 (비버 크리크 Beaver Creek에서 친구들과 주말을 보낸 뒤) 덴버 공항에서 자축한 부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