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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로 은퇴하기] INTERVIEW / 강창희 미래와금융 연구포럼 대표

“고령화 시대 세컨드 잡은 필수죠”<br>기업도 사회적 요구 따라 예비은퇴자 교육 적극 나서야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은 사내에서 은퇴교육을 실시한다. 기업이 스스로 나서 퇴직 이후 재취업과 삶을 준비하는 이들을 돕는 것이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퇴직 후 재취업의 필요성이 절실해지는 시대, 세컨드 잡을 얻기 위해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퇴가 아니라 퇴직입니다.” 강창희 미래와 금융 연구포럼 대표는 은퇴자가 아닌 퇴직자로 바꿔 말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타의에 의해 퇴직한 사람들을 한가롭게 일을 떠난 사람마냥 은퇴자로 표현하는 것은 어색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 평균 퇴직 연령이 52세인데 굳이 ‘은퇴’라는 말로 사회와의 단절감을 줄 필요가 있겠냐고도 말했다. 강창희 대표는 은퇴자들을 위한 노후 설계, 건강, 재무 관리 등을 연구하는 이 분야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세컨드 잡이 새삼 화제가 되는 것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 행렬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의 퇴직에 따라 세수 감소와 경제활동인구 감소가 나타나 국가 재정 및 지방자치단체 재정 악화 등의 우려가 사회적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실질적인 퇴직의 고통이 다가오는 이들은 당사자 자신들일 수밖에 없다.

올해 초 실시 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은퇴준비 점수는 100점 만점에 57점 정도로 상당히 낮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재무 분야는 51.4점에 불과해 위험(0~50점) 단계에 근접하고 있다. 재무분야가 취약한 데에는 퇴직 시점의 가계자산이 적은 탓도 작용하고 있지만, 가구당 부채가 평균 7,300만 원에 이른다는 점도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퇴직 후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재무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상존하는 게 현실이다. 실제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 은퇴자 중 재취업을 하거나 창업한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그나마 재취업에 성공한 이들 중 많은 부분이 월 평균 20만~40만 원을 버는 공공부문 일자리 취업자라 지속 가능한 일자리로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강창희 대표는 이런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강 대표는 우선 퇴직자들의 인식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말한다. “퇴직자들 스스로가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한창 사회생활을 하던 분들이라 당연히 관리자 수준의 직업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가 쉽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의 커리어를 살리되 눈높이는 조금 낮춰야 합니다.”

강 대표는 말을 이었다. “퇴직을 한 이들은 대부분 일단 쉬면서 생각을 하겠다고 말합니다. 열심히 일했으니 여유를 가지겠다는 건 어쩌면 당연합니다만, 이 같은 생각은 세컨드 잡을 얻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쉬면서 생각하겠다는 안일한 계획 때문에 퇴직 후 3~4년 동안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강 대표는 “퇴직 10년 전부터 세컨드 잡을 얻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며 “퇴직자를 위한 인생설계 강연에서주로 나오는 말이지만, 기업들도 스스로 나서 퇴직자의 노후 설계와 세컨드 잡, 취미, 학습 등 은퇴교육에 대한 부분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의 말처럼 세컨드 잡을 포함해 퇴직자를 돕는 건 외국 기업에서 그 사례를 찾을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기업의 90% 이상이 사내은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재무와 직무 교육을 연령대별로 실시해 근로자의 만족도를 높이며 생산성도 덩달아 올라가 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이들 기업이 공통적으로 하는 교육은 은퇴설계, 보험설계, 퇴직연금 급여, 투자지식, 돈 관리, 자녀 교육자금 마련, 신용관리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주제들로 이뤄져 있다.

이른바 노후 5대 리스크(은퇴 후 창업, 금융사기, 중대 질병, 황혼이혼, 성인 자녀 리스크)를 대비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퇴직자들의 재무상황은 어떨까? 강창희 대표는 말한다. “대부분이 재취업, 다시 말해 세컨드 잡이 필요한 상황이죠. 객관적인 자료를 보면 더욱 분명해집니다. 퇴직한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들의 평균 자산은 4억 200만 원, 부채는 7,300만 원 정도가 됩니다. 이들이 살고 있는 집은 평균 3억 400만 원이죠. 또 이들의 가용 금융자산은 2,500만 원가량이 됩니다. 당연히 이 돈만으로 20~30년을 살 수 없죠. 재테크 할 돈이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이들이 집을 팔기 시작하면 부동산 시장은 혼란이 올 겁니다. 세컨드 잡은 퇴직자들에게 운명이라고 봐야죠.”

그는 다른 이유도 들었다. “작년 5월 말 부부 기준으로 국민연금 수령평균 예상액은 58만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수령자가 생각하는 최저 생계비는 133만 원으로 조사됐죠. 나머지는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퇴직연금은 자녀들을 키우다 중간 정산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이 많지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개인연금의 경우도 우리나라는 가입자가 30% 수준에 불과하고, 1인당 적립금도 1,000만 원 정도밖에 안 됩니다.”

세컨드 잡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 세컨드 잡 준비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많아졌다. 경기 침체로 구조조정이 늘고 청년일자리와 실버일자리가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된 것도 여기에 한몫을 했다. 이에 대해 강창희 대표는 “우리나라 세컨드 잡 시장은 아직 활성화 되지도 않았고 구직자들의 경쟁력도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덧붙인다. “정부나 기관이 청년일자리와 경쟁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최근 젊은 시니어가 그보다 나이든 시니어를 케어하는 직종들이 생겨나고 있죠. 퇴직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이들을 둘러싼 시장에도 분명 기회가 오고 있다고 봅니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창업 기회도 이들에게 더 부여되어야 하죠.”

그렇다면 새로운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강 대표는 자신의 능력과 커리어를 적극 활용해야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은 이랬다. “해비타트의 경우 서울 본부 직원 50여 명 중 10여 명이 퇴직자들입니다. 전직 은행원이 재무담당, 건설회사 임원이 감리업무, 신문기자 출신이 홍보업무를 담당하는 식이죠. 세컨드 잡의 핵심은 돈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꾸준한 소득을 올릴 수 있느냐 여부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현실이 녹록지 않죠. 일자리 외 대안으로 은퇴자협동조합이나 소자본 창업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까진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기에 현실적 어려움과 제약이 따르는 게 사실입니다.”

강창희 대표는 세컨드 잡을 구하는 퇴직자들이 명심해야 할 점을 추가로 설명했다. “최근에는 30대 후반부터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퇴직 이후를 불안해 한다는 거죠. 그럴 땐 미리 준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중요한 건 세컨드 직업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겁니다.” 그는 재무적인 문제를 거론하며 말을 이었다. “경제적으론 은퇴 전에 반드시 가계자산을 구조 조정해야 합니다. 부채를 줄이고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거죠. 부채가 세컨드 잡을 정하는 데 제약이 될 수도 있고 은퇴 후의 삶을 망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는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치중돼 있어 금융자산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자신의 재무구조를 되돌아 보면서 은퇴준비에 대한 거시적인 안목과 현실적인 방안들을 추가적으로 수립할 수 있게 됩니다. 무엇보다 은퇴자들은 혼자가 아닌 만큼, 아내와 함께 교육을 받거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세컨드잡 4계명
퇴직 10년 전부터 구체적 계획을 세워라
눈 높이를 낮추되 커리어를 적극 활용하라
●부부가 함께 준비하라
●퇴직 전 가계자산을 구조조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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