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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FORTUNE'S EXPERT] 서울대 인문학 강좌 지상중계

현대인은 피니시 라인을 돌파하고도 계속 달리는 마라토너 같다. 끝나지 않는 경주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강의: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정리: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잘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전에는 물질적 풍요를 뜻했다. 절대 빈곤의 시절엔 풍요로워질수록 삶이 나아졌다. 절대 빈곤국가에서 국민이 행복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경제적 수준이 일정 정도를 지나면 행복감이 비례해 늘지 않는다. 이를 풍요의 역설이라 한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면 자살률이 오히려 늘어나는 역설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무엇이 새로운 잣대가 될 수 있을까? 국가적 차원의 관심이 모아졌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위원회를 만들어, 인간의 삶을 평가할 수 있는 새 지표를 만들고자 했다.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조셉 스티글리츠가 위원장을 맡아 연구한 끝에 2011년 ‘GDP는 틀렸다(Mismeasuring Our Lives)’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 보고서는 GDP로 더 이상 인생을 평가할 수 없다고 진단하고, 개인 스스로 경험하는 행복감을 재야 한다고 주장했다.

몇 년 뒤에는 UN이 나섰다. 위원회를 만들어 2012년과 2013년에 ‘세계 행복 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어느 정도 발전을 이룬 국가는 국민의 행복 증진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인류에게 필요한 건 주관적 행복이다. 행복한 경험이다.

나의 행복 수준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첫째 얼굴을 보자. 얼굴에 미소가 없고 무거운 표정이면 행복하지 않다. 이는 매우 정확한 평가 방법이다. 두 번째는 말이다. 긍정적 단어를 많이 쓰면 행복하다. 그보다 직접적인 방법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는 것이다. ‘현재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가? 0~10점 중 몇 점을 줄 수 있나?’ 행복점수는 주관적인 평가로 꽤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UN의 조사에 따르면, 10이라 말한 사람은 100명 중 3명 정도였다. 9점도 3.3%. 세계 평균은 5점이었다. 가장 행복한 나라는 덴마크, 핀란드 등인데 평균적으로 8점 정도였다. 우리나라는 6점이었다. 결코 나쁜 점수가 아니다. 가장 낮은 곳은 아프리카 토고로 평균 3점이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심리학에선 개인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주관적 경험을 행복이라 정의한다. 사람마다 행복의 경험이 다르지만, 공통점도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즐겁다는 감정, 둘째는 의미부여, 셋째는 몰입이다. 이걸 행복의 주관적 상태라 정의한다.

그렇다면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다지 특별한 게 없다. 100세 장수 비결과 비슷하다. 기본 규칙을 지속적으로 잘 지키느냐가 중요하다. 행복도 그렇다. 행복에도 기본이 있다.

첫째로 행복은 ‘누구와’의 문제이다. 하버드 남자 졸업생을 75년간 추적 조사한 ‘더 그랜트 스터디’라는 유명한 종단 연구가 있다. 졸업생 중 누가 평생 행복하고 누가 불행한가를 추적 조사했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인간관계에서 나타났다. 가족, 친구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행복을 결정했다.

한국인은 누구와 있을 때 행복할까?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에서 조사한 결과, 가장 높은 대상은 연인이었다. 다음은 자녀다. 자녀는 연인 못지않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대상이다. 뒤를 이어 배우자, 친구, 부모, 형제 등이 있다. 행복하려면 가족, 친구와 보내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시간 확보를 안 하고 마음만 바꾸려 해선 안 된다. 마음은 환경의 지배를 많이 받는다. 가족을 챙기지 않고 행복하려는 건, 식단을 챙기지 않고 다이어트 하는 것과 비슷하다.

동료는 친구에 비해 재미나 의미가 낮다. 부하 직원과 함께하면 재미는 없지만, 돌봐주는 의미는 있다. 상사는 재미와 의미 둘 다 못 준다. 만나면 불편하다. 리더는 주변 사람 행복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러려면 좋은 상사가 되어야 한다.

둘째로 행복은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다. 마음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이끌어내는 활동을 해야 한다. 활동 없이 마음을 이끌려 하니, 행복이 지나치게 심리적인 것이 된다. 그렇다면 행복감을 많이 주는 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일상적 활동은 재미와 의미에 따라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신나고 의미 있는 일은 자아를 실현(Fulfilling)할 수 있다. 재미있지만 의미가 약한 활동은 향유(Indulge)하지만 오래 하기 어렵다. 재미는 없지만 의미 있는 일은 헌신적인(Dedicated) 활동이다. 재미도 의미도 없지만 습관적으로 하는 일은 중독(Addicted)이다. 행복추구는 다른 3종류의 활동을 줄여서 실현 활동을 늘리는 것이다.

연구소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600명의 사람에게 하루 3번, 2주간 랜덤으로 문자를 보내 당시 활동과 만족도를 물었다. 한국인들이 가장 재미있고 가장 의미 있게 느끼는 활동은 바로 여행이었다. 이런 현상은 매우 두드러졌다. 그렇다면 여행은 왜 이렇게 행복감을 줄까. 행복감이 높은 또 다른 행동들로는 걷기나 산책, 말하기와 수다, 먹기 등이 있다. 여행은 걷고, 말하고, 놀고, 먹기가 종합적으로 이뤄진다. 또 다른 활동은 운동이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행복감이 높아진다. 운동은 몸의 건강에만 좋은 게 아니라 행복감도 확장시킨다. 또 운동을 하면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자기 절제 능력도 좋아진다.

문제는 시간이다. 시간을 만들려면 나머지 활동을 줄여야 한다. 행복은 시간관리다. 시간관리야말로 행복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강조되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활동은 일이다. 그렇지만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매우 낮다. 행복해지려면 일을 줄여야 한다. 리더는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해서 일하는 시간을 바짝 줄일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저녁이 있는 삶이 행복에도 좋다. TV 시청을 줄여야 산책과 운동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행복은 ‘마음’에 대한 이야기다. 자기가 정한 금기가 너무 많으면 삶이 어려워진다. 남들 시선을 의식하면 못 하는 게 너무 많아진다. 이 중 진짜 해선 안 되는 행동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눈치를 보지 말아야 한다. 행복은 당위 영역을 최소화하고 자유 영역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문화연구자들이 나라별로 규범의 엄격성에 대한 순위를 매겼다.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인도, 싱가포르에 이어 우리나라가 5등이다. 한국사람들의 행복감이 경제 수준에 비해 낮은 이유는 너무 꽉 낀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정리를 해보자. 사람, 활동, 마음이 중요하다. 행복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가슴에 관심 대상이 있는 상태다. 누군가 만나고 싶고, 무엇인가 관심이 있는 대상이 있는 상태 말이다. 그래야 재미와 의미가 있고 몰입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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