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산전이 최근 의미 있는 성적표 하나를 받아들었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톰슨 로이터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혁신기업에 4년 연속 선정된 것이다. 과감한 투자에 기반한 특허 창출,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드라이브 등 회사가 취한 혁신 전략이 좋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이로써 LS산전은 전력, 스마트그리드, 전기차 부품 등 그린비즈니스 부문에서 명실공히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인정 받게 됐다. 포춘코리아가 글로벌 그린비즈니스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LS산전의 혁신 사업을 꼼꼼히 짚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혁신을 넘어서 ‘혁신가’로 성장하자.” 지난 2008년 LS산전 대표이사에 취임한 구자균 부회장의 취임 일성이다. 구 회장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혁신을 넘어선 녹색 혁신가들(Green Innovators of Innovation)’을 기업 비전으로 설정했다. 고객에게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고객의 혁신을 이끌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자는 의미가 이 비전에 담겨 있다. 구 부회장은 LG그룹 계열사 대상 전력설비 공급에 집중했던 사업구조를 개편하며 혁신의 신호탄을 쏘았다.
우선 LS산전은 전력·자동화 분야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그리드 사업과 태양광 등 그린(Green) 비즈니스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했다. 그린솔루션을 기반으로 50% 이상 에너지 효율 향상과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지향하는 녹색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한 것이었다. 이후 구 부회장과 LS산전은 그린비즈니스 성장을 이끌어 내기 위해 투자에 집중했다. 목표는 관련 사업에 대한 지적재산권(IP) 확보였다.
독자 기술력 확보는 기업 생존의 필수 요건이다. LS산전은 기존 주력 사업인 전력 및 자동화 부문 외에도 신성장 동력인 스마트그리드와 전기차 부품 등 그린 비즈니스에서 표준특허를 창출하고 국내외 IP 포트폴리오 강화를 꾀하는 등 공격적인 특허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LS산전은 매년 매출의 6%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지속적 지원을 이어나갔다. 올해의 특허상, 우수 R&D 포상(Best R&D Performer), 우수 R&D 프로젝트상 등 다양한 발명 포상제도도 운영했다.
특히 임원 단위의 ‘IP센터’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IP역량 관리의 중추적 임무를 수행했다. IP센터는 전 사업부문을 대상으로 IP 활성화 지원체계를 운영하고 전문역량 강화와 인재를 육성하는 등 핵심 IP전략 기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LS산전의 IP에 대한 투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성과로 나타났다. LS산전은 지난 2010년 정부 주도로 시행된 녹색기술인증제에서 국내 1호 인증(태양광 인버터)과 최다 인증(26건)을 획득했다. IP 권리화 추진을 통해 국내 관련 특허 497건, 해외 특허 923건을 확보하기도 했다. 또 국가 IP 연구개발(R&D) 연계 지원 사업 중 지능형 전력망, 전기차 핵심부품 및 충전인프라, 초고압직류송전(HVDC) 등 9개 과제에 참여해 총 133건에 달하는 미래유망기술과제를 도출했고 총 171건의 핵심 특허망을 구축했다. 구 부회장 취임 이후 LS산전이 6여 년간 출원한 특허는 지능형 빌딩제어시스템(BIS)과 친환경 전력기기, 전력IT, 전기차 부품, 태양광 발전설비 등 총 2만 2,829여 건에 이르고 있다.
특허 기반 경영 전략은 큰 폭은 아니지만 매출에도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LS산전의 지난 3분기 매출은 5,368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0.85%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22억 원, 386억 원을 기록했다.
혁신의 중심 ‘그린비즈니스’
LS산전 혁신의 중심에는 그린비즈니스가 있다. 그동안 축적된 관련 분야 IP를 기반으로 LS산전은 그린비즈니스 분야에서 발 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4년 10월 LS산전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스마트그리드 솔루션 통합 브랜드 ‘그리드솔(GridSol)’이다.
‘그리드솔’은 전력·자동화 기술을 기반으로 한 그린 비즈니스 솔루션을 적용해 전기, 열, 가스, 물 등 각종 에너지를 하나의 네트워크 통합·운영하는 스마트그리드 토털 에너지 관리 솔루션이다. 그동안 국내 스마트그리드 업계는 특정 솔루션을 보유한 업체들이 연합을 통해 컨소시엄을 구성,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보다 한 발 앞섰다. ABB, 슈나이더, 지멘스 등 주요 기업들은 각각 다양한 에너지 인프라를 기반으로 독자 사업을 전개하며 꾸준히 사업 역량을 키워오고 있다.
LS산전은 이에 맞서 발전·배전용 전력 IT, 초고압직류송전(HVDC), 태양광 솔루션, 그린카 전장 부품, 공공 인프라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을 ‘그리드솔’ 브랜드로 통합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설계에서부터 구매와 시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턴키(Turn-Key) 방식으로 공급, 신재생 에너지 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업계에서도 이러한 LS산전의 브랜드 통합 시도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 김지산 연구원은 “변압기, 차단기, 전력기기, 태양광 모듈 등 핵심 부품 대다수를 자체적으로 생산한다면 위기 관리에서도 큰 효과가 나타난다”며 “턴키 방식의 사업을 통하면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구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LS산전은 ‘세계 최초·최대’ 수식어가 붙은 다양한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혁신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대용량 차단기 시장 선점을 위해 개발한 ‘Susol VCB’는 LS산전이 독자기술로 개발한 세계 최대 용량 ‘인출형’ 고압차단기다. 이 제품은 고압 배전선로에서 5,000암페어(A) 이상의 높은 이상 전류 사고를 차단해준다. 대용량 차단기 설치가 필수적인 국내외 대규모 사업장과 플랜트 시설을 겨냥한 제품으로, 탈부착이 가능한 인출형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유지보수가 가능하다.
LS산전은 지난 10월에는 롱텀에볼루션(LTE) 무선통신으로 열차를 원격제어하는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LS산전이 개발한 한국형 무선통신기반 열차제어시스템(KRTCS)은 열차의 출발, 정지, 이동경로와 차량 간 간격을 원격으로 제어해 무인운전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기존 무선통신 열차제어시스템(CBTC)은 와이파이(Wi-fi)만을 기반으로 하는 데 비해 KRTCS는 와이파이 외에도 첨단 통신 방식으로 각광 받고 있는 LTE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KRTCS는 영국 공인인증기관인 로이드 레지스터로부터 철도 분야 최고 안정등급인 SIL4 인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SIL은 철도, 자동차, 플랜트, 의학기기 등 산업장비의 전자·전기·신호분야 안전성과 신뢰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안전성 인증제도다.
글로벌 혁신 드라이브, 결실을 맺다
LS산전의 독자적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 공략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그린비즈니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 시장에서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다. LS산전은 지난 2014년 4월 이라크에서 5,224만 달러(한화 약 540억 원) 규모의 지능형원격검침인프라(AMI) 구축사업을 수주했다. AMI는 전력소비자와 공급자 간 정보교환을 기반으로 전력 사용 및 요금 정보, 실시간 요금 정산과 원격 전력 차단을 제공하는 스마트그리드의 핵심 기술이다. 당시 이라크 사업은 AMI 국제 입찰 프로젝트로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 LS산전은 이라크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계량정보 운영(MDM)과 전기요금 과금, 고객관리(CRM) 등 선진 스마트그리드 기술이 적용된 AMI센터 19개를 이라크 전역에 구축하게 됐다.
사업수주를 위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은 치열했다. LS산전은 이라크 현지 업체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과의 가격평가 경쟁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수주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LS산전은 가격 경쟁을 이겨내고 프로젝트 수주를 이끌어냈다. 그렇다면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LS산전이 이라크 현지에서 쌓아온 사업 경험 덕분이었다.
LS산전은 지난 2011년 비유럽권 기업으론 60년 만에 처음으로 이라크 전력 인프라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에도 이라크 현지 변전소 프로젝트와 배전급 변전소 내 전력기기 기능을 감시하고 전력망을 관리하는 DCC 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며 이라크 내 전력IT 인프라 구축 사업에서 그 실력을 입증해왔다.
구자균 부회장의 적극적 스킨십 전략도 이라크 사업 성공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 부회장은 이라크 변전소 프로젝트 계약식 당시, 방탄조끼를 입고 현장을 찾아 현지 관계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위험한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이라크 현지를 방문해 직접 사업을 설명한 건 다른 글로벌 기업 대표에게선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LS산전은 이 같은 적극적인 글로벌 공략의지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이라크 전력 인프라 사업을 통해 총 4억 4,4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김종한 LS산전 스마트그리드사업부장은 “이라크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력 인프라 재건 사업에 스마트그리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향후 스마트미터 400만 대 추가 보급이 계획된 만큼 이번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후속 스마트그리드 사업에도 계속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LS산전이 지난 2012년 8월 구축 완료한 불가리아 얌볼 Yambol 시티 태양광 발전소는 LS산전의 기술력이 빛을 발한 대표적 사례다. 당시 불가리아 정부는 프로젝트 수주전에 뛰어든 기업들에게 ‘단기간 완공’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태양광 발전소 평균 건설기간인 5개월보다 일찍 시공을 끝내달라는 요청이었다. 이때 LS산전은 3개월 내 완공을 약속하며 이 사업을 수주했다. LS산전의 히든카드는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특수공법 ‘래밍(RAMMING) 공법’이었다. ‘래밍 공법’은 태양광 발전소 부지에 기둥을 꽂아 구조물을 설치하는 공법이다. 기존 콘크리트 방식에 비해 공사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고 콘크리트 비용 절감과 환경유해성 극복도 가능한 공법이다. 3개월 만에 획기적 기술로 완성된 불가리아 태양광 발전소는 14.5메가와트(MW)급 규모로 현재 불가리아 5,000여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LS산전은 차세대 먹거리로 각광 받고 있는 전기차 분야에서도 핵심 부품인 ‘EV 릴레이’의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주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EV릴레이는 전기차를 움직이는 기능을 하는 파워트레인에 전기에너지를 공급하거나 차단하도록 제어하는 부품이다.
LS산전은 ‘뉴 모스크바 프로젝트’로 불리는 러시아 신도시 사업 가운데 하나인 ‘스마트 그리드 솔루션’ 프로젝트에 공들이고 있다. 러시아라는 거대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즉각적인 매출 상승과 영향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LS산전 김종한 스마트그리드사업부장은 “전반적으로 노후화된 전력망을 재정비하고 스마트시티가 성공적으로 구축될 경우 이 모델이 러시아 전역 전력망에 적용될 수 있다”며 “ 이번 ‘뉴 모스크바 프로젝트’는 수도라는 상징성과 함께 러시아 대륙 도시 개발의 롤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S산전은 해외에서도 혁신기업으로 유명하다. 글로벌 정보업체 톰슨 로이터가 2011년부터 선정해온 ‘세계 100대 혁신 기업’에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4년 연속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 리스트에 등재되는 글로벌 기업의 면모는 매우 화려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 외에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존슨앤존슨같은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올해 100대 기업에 랭크됐다. LS산전이 이 같은 글로벌 업체들과 함께 4년 연속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독자 기술력을 통한 지속적 혁신창출이었다. 그렇다면 LS산전은 2015년에도 ‘세계 100대 혁신 기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상황을 감안하면 대답은 ‘YES’일 공산이 매우 높다.